‘초동 성적’은 일본에서 건너온 개념이라고 합니다. 주로 아이돌 가수의 ‘음반 발매 후 일주일 동안의 판매량’을 의미하는 개념이죠. 일본 가요계에서 20세기부터 있던 개념인데 21세기가 되면서 초동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보는 빨리 퍼지고 유행과 대세가 순식간에 변하는 사회가 되면서 문화 산업 업계에서는 초반에 몰아치듯 매출을 올리는 전략이 중요하게 되었거든요.
영화도 개봉 후 일주일의 성적이 정말 중요합니다. 20세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21세기가 되면서 개봉 후 첫 일주일 동안의 관객수가 최종 관객수의 50%를 상회하는 경우도 흔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저조하게 시작했다가 뒤늦게 입소문으로 롱런해서 히트하는 영화들도 꾸준히 나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요계에 존재하는 초동의 개념을 영화의 흥행 성적에 적용해서 역대 박스오피스 초동 순위를 매겨보았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말하는 ‘박스오피스 초동 성적’은 음반 초동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개봉한 후 7일 차까지 누적 관객수’입니다. 20위까지 순위를 매겼는데 공교롭게도 딱 400만 명 선에서 끊어지더군요. 즉, 이 포스팅의 작성 시점(2021년 12월) 기준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초동 성적이 400만을 넘긴 영화는 정확히 20 편입니다.
최상위 순위에는 개봉 후 7일 동안 일일 평균 관객수가 100만 명 이상인 영화, 즉 초동 성적이 700만 명을 넘기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인구 5천만 인 국가에서 영화 한 편을 일주일 동안 700만 명이 넘게 본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순위에 포함된 20편의 영화 중에서 과반수가 넘는 12편의 영화가 천만 관객 돌파 영화입니다. 그리고 20편의 영화 중에서 한국 영화는 12편이고 외국 영화는 8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이 모두 높은 편인데, 평균이 무려 49.3%입니다.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한 영화는 무려 70%가 넘습니다.
20편 중에서 7월 말~8월 초까지의 여름 휴가철 성수기 시즌에 개봉한 영화가 무려 절반에 가까운 9편이나 됩니다. 이 시기는 한국 극장가 최대의 성수기 시즌으로, 평일에도 주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객이 극장으로 몰리기 때문에 초동 성적이 아주 높게 나옵니다. 이 시기에 천만 관객 영화도 아주 많이 나왔고 명량이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의 성적(1761만 명)을 기록한 것도 이 시기의 영향이 컸죠.
(내용추가 - 이 포스팅은 2021년 12월에 처음 작성했고 이후 새로운 기록이 나올 때마다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처음 작성시 20위까지 순위를 매겼지만 새로운 작품이 순위에 진입하더라도 20위 밖으로 밀려난 영화의 기록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이 포스팅의 가장 최근 업데이트 날짜는 2023년 5월 31일입니다.)
21위 스파이더맨: 홈커밍
개봉일 : 2017년 7월 5일
초동 성적 : 4,085,737명
고정팬이 많은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높은 초동 성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은 마블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MCU 영화들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초동 성적도 아주 잘 나와요. 이 순위에도 무려 6편이 MCU 영화입니다. MCU 블록버스터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첫 일주일 동안 40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최종 관객 수는 72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6.2%입니다.
20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개봉일 : 2018년 7월 25일
초동 성적 : 4,135,912명
2018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7월 말 여름 성수기 개봉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일주일 만에 413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다만 최종 성적은 기대보다 저조한 658만 명에 그쳤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62.7%로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19위 범죄도시 2
개봉일 : 2022년 5월 18일
초동 성적 : 4,170,888명
'범죄도시 2'는 극장가에 코로나 침체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던 2022년 5월에 개봉해 방학 시즌이 아닌데도 입소문으로 어마어마한 관객수 추이를 보여주며 일주일만에 417만 명을 동원하고 코로나 시국 이후 첫 천만 관객 영화로까지 등극했습니다. 최종 성적은 1269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32.8%입니다.
18위 백두산
개봉일 : 2019년 12월 19일
초동 성적 : 4,177,530명
2019년 12월 19일에 개봉해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린 백두산은 개봉 후 일주일 동안 4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825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0.5%입니다.
17위 암살
개봉일 : 2015년 7월 22일
초동 성적 : 4,195,807명
2015년에 개봉한 ‘암살’도 여름 성수기 특수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7월 22일에 개봉해 일주일 동안 419만 명을 동원했고 최종 성적도 1270만 명을 동원하며 대히트했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32.9%입니다.
16위 괴물
개봉일 : 2006년 7월 27일
초동 성적 : 4,228,786명 (역대 1위 경신)
이 순위에서 유일하게 2010년대 이전에 나온 영화가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당시 괴물의 흥행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422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초동 신기록을 세웠는데, 기존 기록은 200만 명 대였기 때문에 정말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기록 경신을 해버린 것이죠. 이 기록은 무려 7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았습니다. 최종 관객수도 1301만 명으로 당시 기준 역대 1위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32.4%입니다.
15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일 : 2015년 4월 23일
초동 성적 : 4,319,489명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히어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입니다. 한국 촬영 등의 화제성으로 인해 개봉하자마자 엄청난 관객이 몰렸고 일주일 동안 4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1050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41%입니다.
14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개봉일 : 2016년 4월 27일
초동 성적 : 4,446,713명
캡틴 아메리카의 단독 영화 시리즈로 나왔지만 사실상 ‘준 어벤져스’ 급의 팀업 무비였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당연히 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 속에 개봉했고 일주일 만에 4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867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1.2%입니다.
13위 설국열차
개봉일 : 2013년 8월 1일
초동 성적 : 4,523,688명 (역대 1위 경신)
봉준호 감독이 2006년에 ‘괴물’로 세운 초동 신기록을 7년 만에 ‘설국열차’로 직접 경신했습니다. 개봉 시기도 괴물과 같은 여름 성수기 시즌입니다. 일주일 만에 45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최종 관객수는 천만을 넘지 못한 935만 명입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48.3%입니다.
12위 기생충
개봉일 : 2019년 5월 30일
초동 성적 : 4,524,029명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바로 얼마 뒤 국내 개봉하여 큰 화제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첫 일주일 동안 452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최종 관객수는 1031만 명입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43.8%입니다.
11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일 : 2019년 7월 2일
초동 성적 : 4,764,168명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첫 공개되는 MCU 영화이고 인기가 많은 히어로인 스파이더맨 영화라서 초반부터 많은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첫 일주일 동안 476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최종 관객수는 802만 명입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9.3%입니다.
10위 군함도
개봉일 : 2017년 7월 26일
초동 성적 : 4,940,314명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천만 관객을 노리는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로 개봉해 첫 일주일 동안 49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그러나 평이 좋지 않아 이후 관객수가 급락했고 결국 최종 관객수는 천만 근처도 못 간 659만 명에 그쳤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무려 74.9%로 이 순위에 포함된 영화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전체 관객수의 4분의 3이 개봉 첫 일주일에 몰린 것입니다.
9위 신과 함께: 죄와 벌
개봉일 : 2017년 12월 20일
초동 성적 : 5,201,580명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 함께: 죄와 벌’은 겨울 성수기 시즌에 개봉해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며 개봉 일주일 만에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도 1441만 명으로 초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36%입니다.
8위 택시운전사
개봉일 : 2017년 8월 2일
초동 성적 : 5,407,880명
2017년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시즌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개봉 일주일 만에 5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1218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44.3%입니다.
7위 검사외전
개봉일 : 2016년 2월 3일
초동 성적 : 5,469,383명
2016년 설 연휴 대목에 개봉한 검사외전은 연휴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첫 일주일 동안 54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천만 관객도 당연히 돌파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최종 관객수는 970만 명에 그쳤습니다. 초동 성적 500만 명을 넘긴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천만 관객 돌파를 못 한 영화입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6.2%입니다.
6위 겨울왕국 2
개봉일 : 2019년 11월 21일
초동 성적 : 5,710,502명
전작이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기에 ‘겨울왕국 2’도 엄청난 화제 속에 개봉해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관객이 몰렸습니다. 첫 일주일 동안 동원한 관객수는 571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는 전작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어 1374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41.5%입니다.
5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일 : 2018년 4월 25일
초동 성적 : 5,977,606명
타노스가 메인 빌런으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큰 화제가 된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는 개봉하자마자 관객이 폭발적으로 몰리며 일주일 만에 597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습니다. 전편에 이어 시리즈 연속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종 1123만 명을 동원했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3.1%입니다.
4위 부산행
개봉일 : 2016년 7월 20일
초동 성적 : 6,236,450명
2016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부산행은 개봉 전에 대규모 유료 시사회로 이미 50만 명 정도의 누적 관객을 모은 상태로 시작했고 정식 개봉 후 일주일 뒤에 623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1156만 명이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3.8%입니다.
3위 명량
개봉일 : 2014년 7월 30일
초동 성적 : 6,626,792명 (역대 1위 경신)
2014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명량’은 1년 전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세운 초동 기록을 무려 200만 명 이상 차이로 뛰어넘으며 662만 명이라는 엄청난 초동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흥행 추이로 불과 개봉 1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그 후에도 꾸준히 롱런하며 최종 관객수 1761만 명이라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의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37.5%입니다.
2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일 : 2019년 4월 24일
초동 성적 : 7,331,158명
2019년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여름 성수기 시즌이 아님에도 초반부터 폭발적인 관객 동원을 기록하며 일주일 만에 무려 7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그 기세를 이어가 명량 보다 하루 빠른 개봉 1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여 최단기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종 관객수는 1397만 명으로 역대 한국 개봉 외화 중 1위에 올랐고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3.4%입니다.
1위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일 : 2018년 8월 1일
초동 성적 : 7,339,492명 (역대 1위 경신)
2018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신과 함께: 인과 연’은 14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전작의 기세를 이어나가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해 최초로 초동 성적 700만 명을 돌파하며 명량을 넘어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러한 초반 기세라면 1500만도 가능하고 잘하면 명량의 기록에도 도전할 만하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평이 1편만큼 좋지 않아 결국 최종 관객수는 1227만 명에 그쳤습니다. 최종 관객수 대비 초동 성적의 비율은 59.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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