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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걸스 플래닛 999 vs 니지 프로젝트 – 아이돌 오디션의 두 가지 방식

by 대서즐라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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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니지 프로젝트. 2021년에 걸스 플래닛 999. 최근에 제가 본 두 개의 아이돌(걸그룹) 오디션입니다. 니지 프로젝트는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1년이 넘었지만. 같은 걸그룹 오디션이라도 두 오디션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크고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선발 방식입니다. 시청자 투표 방식과 회사 자체 선발 방식. 다른 방식이 존재할 여지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가 아이돌 오디션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주류인 쪽은 시청자 투표 방식입니다. CJ가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시청자 투표 오디션으로 큰 성공을 이룬 뒤 아이돌 오디션은 시청자 투표 방식이 완전히 대세가 되었습니다. 니지 프로젝트는 JYP의 오디션입니다. JYP는 식스틴, 스트레이키즈에 이어 니지 프로젝트까지 모두 시청자 투표가 아닌 회사 자체 기준의 선발 방식을 고집해오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오디션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점과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가지 오디션 방식의 특징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향후 아이돌 오디션 판도의 흐름을 전망해보겠습니다.

 

걸스 플래닛과 니지 프로젝트

 

 

 

시청자가 뽑는다 vs 회사가 뽑는다

 

걸스 플래닛 999의 최종화 선발 결과는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데뷔하지 않기를 바랐던 특정 참가자가 결국 데뷔함으로써 걸스 플래닛의 관련 커뮤니티는 충격과 공포의 혼란 상태에 빠졌죠. 결국 조작이 없는 순수 시청자 투표 오디션의 매운맛을 걸스 플래닛 999의 결과가 확실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걸스 플래닛 999 결산 총평 – 데뷔 그룹 케플러(Kep1er) 성공 가능성은?

 

걸스 플래닛 999 결산 총평 – 데뷔 그룹 케플러(Kep1er) 성공 가능성은?

2021년 8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2주의 여정을 달려온 CJ-엠넷의 걸그룹 오디션 걸스 플래닛 999: 소녀대전이 데뷔 그룹 케플러(Kep1er)로 활동하게 될 아홉 멤버의 선발을 무사히 마치며 방송을

dszl.tistory.com

 

걸스 플래닛 999의 선발 결과로 드러났듯이 시청자 투표 오디션은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지도 않고 데뷔 그룹의 팬이 될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 투표에 대거 참여해서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심지어는 아예 방송과 데뷔 그룹이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위 ‘트롤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이 응원할 아이돌을 직접 뽑아 주세요’라는 시청자 투표 오디션의 근본적인 취지를 완전히 뒤흔들어버리는 행위들이죠.

 

걸스 플래닛

 

아이돌 판은 복마전입니다. 예전부터 줄곧 그랬지만 아이돌 시장이 점점 대중성보다는 팬덤 싸움의 그사세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정말 각 팬덤들 사이에 추악한 견제와 다툼이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시작하는 아이돌 오디션은 사실 잠재적 팬층보다는 잠재적 견제 세력이 더 많은 판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됩니다. 더군다나 저출산으로 아이돌 산업의 수요층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역설적으로 아이돌 팬덤의 대형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정말 갈수록 숨 막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아이돌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 투표 방식의 아이돌 오디션이 큰 문제없이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송국들은 시청자 투표 방식을 포기하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기획에 시청자 혹은 다수의 대중이 몰입하고 큰 화제를 일으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서 결과는 내게 만드는 투표 방식 외에는 마땅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국들이 시청자 투표 방식의 오디션에 절대적 신봉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방식으로 거대한 성공을 이루어낸 프로듀스 시리즈의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보통 아이돌이 데뷔를 하고 거대한 팬덤을 쌓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고 성공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히트곡을 배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단순히 노래가 히트하는 것만으로 팬덤이 쌓이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프로듀스는 시리즈는 히트곡은 고사하고 데뷔곡이 나오기도 전부터, 아니 데뷔 멤버가 확정되기 전부터 이미 거대한 규모의 잠재적 팬덤을 쌓아 올리는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돌과 달리 방송은 단기간에 성패가 결정이 납니다. 즉, 프로듀스 시리즈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방송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그대로 (원래는 긴 시간이 걸리는)‘아이돌의 성공’이라는 결과로 치환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프로듀스 101

 

이 정도면 거의 치트키 수준입니다. 히트곡도 없고 앨범도 안 나온 가수가 이미 팬덤은 최고 수준으로 구축하게 되었으니까요. 어떤 대형 기획사 아이돌도 이런 식으로 데뷔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성공은 사실상 아이돌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트키 수준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스 시리즈는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작 사태로 예상보다 일찍 망하게 되었지만 저는 결국 프로듀스 시리즈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어차피 한계는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이 오디션이 ‘공정한 선발’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100명 정도의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가 있는데 시청자들은 두 시간 남짓의 방송을 몇 주 동안 보고 자신이 투표할 참가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방송에서 모든 참가자들은 절대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방송은 ‘공정하려는’ 시늉조차도 안 합니다. 마치 불공정이 당연한 것처럼 악편, 천편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참가자들을 차별대우하죠.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방송의 재미는 시청자를 더욱 몰입시킵니다.

 

 

즉, 이러한 불공정함이 시청자를 더욱 열광하게 만들고 불공정이 당연시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시청자도 일종의 공범이 되는 거예요. 프로듀스 시리즈의 팬층에서는 조작 사태가 터졌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작을 한 방송 고위층을 오히려 옹호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걸스 플래닛 999 때도 막판에는 ‘차라리 조작을 해라’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결국 시청자 투표라는 방식은 화제성을 일으키기 위한 어그로성 이벤트일 뿐 본질적으로 공정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오디션의 방식으로는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즉, 공정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방송이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끄는 것이기에 시청자 투표 방식을 수용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청자들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디션의 공정함보다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데뷔 그룹이 히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프로듀스 101이 처음 성공을 거두었을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청자 투표 오디션으로 선발된 아이돌이 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대세가 될 경우, 내가 만약 기획사 사장이라면 춤, 노래보다는 차라리 오디션 방송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 혹은 투표를 잘 받을 수 있는 법만 따로 연구해서 가르칠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투표도 아니었고 조작이었으며 이에 상응하는 더 효과적인 ‘접대’라는 방식이 있었죠. 결국은 아이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노래와 춤이 아닌 다른 방향을 더 물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오디션에서 진행되는 미션에 순수하게 집중하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방송에 나갈까, 시청자들은 내가 이런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죠. 말이나 행동에서 실수 한번 했다가 악편의 먹잇감이 되어 훅 가버릴 수가 있습니다.

 

결국 시청자 투표 오디션의 결과는 시청자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 제작진이 유도한 결과로 나오게 됩니다. 즉 말이 시청자 투표 오디션이지 근본적으로 회사가 뽑고 싶은 대로 뽑는 것과 차이가 없는 거예요.

 

케플러 멤버

 

물론 걸스 플래닛의 결과로 봤듯이 반드시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제작진이 의도한 결과가 나오려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제작진의 의도’로부터 확실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청자의 수가 충분한 규모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경우 나날이 심해지는 아이돌판의 복마전에 휘말리며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걸스 플래닛 999처럼요.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시청자 투표라는 오디션의 방식이 존재함에도 어째서 ‘제작진의 의도’라는 개념이 존재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100명에 달하는 참가자 중에서 ‘이 중 투표 결과를 통해 누가 데뷔하더라도 상관없다’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즉 투표로 뽑힌 결과라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투표와는 무관하게 가능한 나은 결과, 옳은 결과, 좋은 결과라는 관념이 이미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업계의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좀 더 심오한 관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아이돌 오디션을 즐기는 일반 시청자라도 어느 정도는 그러한 이상적인 데뷔 멤버의 결과를 타당성 있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 방송 진행 중 관련 커뮤니티(보통은 디씨의 갤러리죠)에서는 거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이상적인 픽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오디션 방송의 최종화에서 시청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밖에 없죠. 좋은 결과, 나쁜 결과는 정해져 있으며 어떻게든 나쁜 결과를 피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갈망하게 되니까요.

 

 

이제 니지 프로젝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사실 포스팅 제목에 걸스 플래닛 999 vs 니지 프로젝트라고 적어 놓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어그로성 제목을 쓴 것이고, 니지 프로젝트 외에도 이전 JYP 오디션들에 대한 종합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실 트와이스를 탄생시킨 식스틴이 니지 프로젝트보다는 더 유명하죠.

 

제이와이피 엔터

 

식스틴과 니지 프로젝트는 시청자 투표 방식으로 데뷔 그룹의 멤버를 선발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 투표가 아닌 박진영 마음대로 뽑았습니다. 물론 박진영 혼자서 100% 결정을 한 것은 아니고 회사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시청자들의 반응까지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박진영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니지 프로젝트가 식스틴보다는 박진영의 영향력이 더욱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JYP에서 나온 모든 아이돌 그룹 중에서 박진영의 개인적인 취향이 가장 크게 반영되어 나온 그룹이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니쥬(NiziU)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가장 다수의 후보군이 남아 있는 단계에서부터 박진영의 직접적인 선택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니쥬

 

니지 프로젝트의 모든 지원자를 박진영이 직접 심사하지는 않았지만, 대략 수백 명 단위의 참가자까지 걸러진 상태에서 박진영의 심사가 들어갔습니다. 기존에 JYP 아이돌 중 어떤 팀도 수백명의 후보군에서 박진영이 고른 적은 없을 겁니다. 원래는 회사 내 연습생 중에서도 어느 정도 데뷔권 실력이 갖추어진 후보들 중에서 박진영이 선택하기 때문에 실제로 식스틴처럼 16명 정도 규모에서 박진영의 개입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니지 프로젝트의 경우는 수백명 단위의 후보군이 있는 예선 단계에서부터 박진영이 본인의 취향대로 선발을 했습니다. 이 중 대다수가 연습생 조차도 아닌 일반인이었죠. 즉 원석 단계의 일반인 수백명 중에서 박진영이 직접 고른 것이기에 회사 내 다른 트레이너와 전문가들이 선택하고 키워낸 연습생 중에서 고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박진영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이렇듯 JYP의 오디션은 박진영의 영향력이 너무 큰 데다 박진영의 취향 자체가 다소 개성이 강한 편이라 그 자체로 선발 결과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기획사 아이돌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면모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는 거고요. 어찌 되었든 JYP에서 런칭한 모든 걸그룹들이 다 성공을 거두었으니 박진영의 취향이나 선발 기준이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방송 내용 자체가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청자 투표 오디션과는 달리 JYP의 오디션은 방송을 하든 안 하든 데뷔 멤버의 결과에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데뷔 그룹의 선발 과정을 많은 제작비를 들여 방송으로 제작해 보여주는 것일까요? 사실 큰 의문을 가질 여지도 없죠. 일종의 데뷔 그룹 런칭의 프로모션 이벤트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청자 투표 오디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팬덤도 모을 수 있고 사전 홍보는 확실히 되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결과에 아주 영향이 없지도 않아요. 박진영이 마음대로 뽑는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방송이 나간 후에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모니터를 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스틴의 경우, 박진영은 쯔위를 데뷔 멤버로 선발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으나 워낙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 멤버라서 최종 추가 멤버로 결국 쯔위를 선발했습니다. 사실 쯔위에 대해 박진영이 정말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식스틴이라는 방송을 통해 선발하지 않았다면 쯔위는 트와이스로 데뷔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쯔위

 

그리고 선발 과정이 방송으로 나가는 것으로 인해 참가자 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에 따라서는 방송이 아닌 비공개 선발에서의 모습과 방송에 나갈 때의 모습(자질 혹은 역량)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식스틴에서도 니지 프로젝트에서도 연습생 때는 잘하다가 막상 방송에서 역량을 선보이는 상황이 되자 긴장감과 부담감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이런 참가자는 대부분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만약 방송을 통한 선발이 아니었다면 무사히 데뷔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특수한 경우로는 니지 프로젝트의 아카리라는 참가자가 있는데 이 참가자는 기본적인 재능과 매력이 우수함에도 오디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몇 번 있어 최종 데뷔 멤버로 발탁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박진영이 아카리를 최종 선발하지 않은 이유를 분명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아카리가 2차와 3차 미션에서 본인이 속한 팀에서 최고의 개인 순위를 기록했음에도 최종 데뷔 멤버로 뽑히지 못한 것은 확실히 건강 문제가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JYP는 트와이스를 운영하면서 멤버가 건강 문제로 활동에서 빠지는 상황을 몇 번 겪었기에 단순히 아이돌로서의 역량뿐 아니라 힘든 연예인 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건강 역시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디션 방송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검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아카리

 

당연한 얘기지만 시청자 투표 방식보다는 JYP의 오디션처럼 회사가 자체 기준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회사 입장에서는 압도적으로 메리트가 큽니다. 윗 문단에서 예로 언급한 아카리의 경우만 봐도 회사에서 이 참가자는 건강 문제로 안 되겠다,라고 판단을 하더라도 시청자 투표 오디션이라면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반영된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면 회사 자체 선발 방식은 어떤 고민도 할 필요가 없죠.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선발 안 하면 그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 자체 선발 방식의 오디션은 시청자 투표 오디션만큼 큰 화제성과 시청자들의 몰입을 일으키기가 어렵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오디션을 통해 거대한 팬덤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한 줄 알았으나 재미있게도 니지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거대한 팬덤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물론 니지 프로젝트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청자들이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슷키리’라는 높은 시청률의 인기 아침 방송에서 매주 소개가 된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했죠. 거기에 박진영이라는 기존 일본 방송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캐릭터의 프로듀서가 등장한 것도 일본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요. 때문에 니지 프로젝트가 식스틴과는 달리 방송 자체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루어낸 것을 오디션 방식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오디션의 흥행은 오로지 ‘시청자 투표 방식’ 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라는 관념에 반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슷키리

 

시청자 투표 오디션은 확실히 팬덤을 모으는 데 있어서 유리한 면이 있지만 그 외 모든 면에 있어서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시청자 투표라는 방식 말고 좀 더 개선된 방향의 오디션은 불가능한 것인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향후 아이돌 오디션의 전망

 

걸스 플래닛 999 이후에도 계속 아이돌 오디션은 이어질 예정입니다. MBC의 ‘방과후 설렘’이 곧 방송을 앞두고 있고 하이브의 아이랜드2도 2022년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JYP 또한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니지 프로젝트의 시즌2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항간에서는 프로듀스 시리즈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과후 설렘

 

저는 앞으로 진행될 아이돌 오디션들이 프로듀스 시리즈만큼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프로듀스 시리즈가 방영하던 몇 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서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 치열함은 앞으로 더욱더 심해질 거고요. 기존의 3대 기획사 체제에서 새로 하이브까지 가세해 4대 기획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고 아이돌 팬덤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그 반면 저출산으로 인구는 줄어들어 아이돌 시장의 잠재적인 소비층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고 아이돌 가수들은 대중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죠.

 

사실상 현재 대한민국 아이돌 시장에서는 새롭게 대형 팬덤을 이룰만한 시장 파이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돌 오디션 자체가 바로 대형 팬덤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인데 그 목표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는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지금 상황에서 변화가 생길 여지는 있습니다. 사실 역사상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둔 아이돌 오디션은 프로듀스 시리즈뿐이고 애초에 이 프로듀스 시리즈에 몰입했던 시청층들이 아이돌 오디션 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스 플래닛 999가 국내 흥행에 실패한 것도 바로 이 기존 프로듀스 시청층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들은 국내 아이돌, 특히 걸그룹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프로듀스 48 이후 아이즈원 팬덤으로 활동하다가 아이즈원이 해체한 후 현재는 붕 떠 있는 상태입니다. 하이브가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을 영입하고 (실패했지만)김민주 영입까지 추진했던 것도 바로 이 거대 수요층을 하이브 쪽으로 흡수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김민주의 영입에 실패했지만 사쿠라와 김채원을 앞세워 이 수요층을 흡수하려는 하이브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거두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즈원

 

다만 역시 중요한 것은 기존 프로듀스 시청층이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오디션에 관심을 가지고 과거에 프로듀스에서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가 입니다. 조작 사태 이후로 오디션에 학을 땠다고 하는 반응도 꽤 나온 편이지만 다시 프로듀스를 보던 시절의 열정이 불타오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반응들은 인터넷의 주요 남초 커뮤니티와 게시판 등에서 조짐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걸스 플래닛 999의 경우는 완전히 무반응이었지만 MBC의 방과후 설렘 부터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지 앞으로 관심 가지고 지켜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대로 저는 결국 아이돌 오디션이 프로듀스 시절의 그 거대한 화제성을 다시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시청자 투표 오디션이라는 방식 자체에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치열해질 아이돌 시장의 판도는 오디션 방송과 같은 화제성보다는 철저히 완성 그룹의 퀄리티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들의 퀄리티(곡, 안무, 뮤직비디오 등)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3세대 아이돌이 득세한 이후 케이팝 아이돌 산업이 전반적으로 급성장하면서 대형 기획사들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어마어마한 자본을 획득하게 되었는데 그 자본이 투자된 결과물이 이제 본격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철저히 퀄리티와 완성도로 승부하는 판도가 되었을 때 시청자 투표 방식의 오디션은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철저히 전문적인 심사의 기준으로 뽑은 결과에 비교해서는 아무래도 부족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애스파

 

그렇다면 앞으로의 오디션들이 이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은 채 계속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걸스 플래닛 999의 국내 흥행 실패는 꽤나 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있을 오디션의 기획자들은 분명 걸스 플래닛 999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할 것입니다.

 

개선의 방향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청자 투표 오디션이라는 방식 자체는 유지한 채 그래도 전문가 선발과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적인 장치들을 개선책으로서 마련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아예 시청자 투표 방식을 포기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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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개선 방향의 경우 다양한 시도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선 참가자 선발을 좀 더 엄격하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대안입니다. 특히 기존 프로듀스 시리즈에서는 데뷔 멤버가 되기에는 어림도 없지만 어그로성, 화제성 전용으로 나온 참가자가 꽤 있었습니다. 냉정히 말해서 ‘트롤픽’이 될 수도 있는 이런 참가자를 좀 더 엄격하게 걸러내는 것이 걸스 플래닛 999를 반면교사로 할 경우 일차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개선책입니다.

 

그리고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로 전체 참가자의 수를 대폭 축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방안의 또 다른 결정적인 메리트는 그만큼 방송에서 참가자 개개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시청자 투표 오디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인 ‘공정성’에서도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사실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100명가량의 많은 참가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사실 프로듀스가 처음 방송할 때는 그 거대한 인원 자체가 화제성의 요인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이제 그런 그림에 대중들이 충분히 익숙해진 상황이라 더 이상 다수 인원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다인원 군무

 

하지만 여러 개선책과 부가적인 장치들을 시도했음에도 시청자 투표 오디션의 흥행 실패가 이어진다면, 결국은 두 번째 방향으로 시청자 투표 방식을 포기하는 오디션이 JYP 이외에도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더 나아가서는 아예 오디션 방송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고요.

 

시청자 투표 방식을 포기한다는 건 정확히는 ‘100% 투표로 선발’하는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아이돌 오디션에서 시청자 투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선발 방식과 접목하는 방식으로 유지는 될 것입니다. 걸스 플래닛 999가 끝난 직후에도 이런 얘기들이 종종 나왔습니다. 100% 시청자 투표 방식의 매운맛을 확실히 봤으니 시청자 선발과 전문가 선발을 접목한다던가 아니면 그 외 다른 방식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나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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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분석과 예상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아이돌 오디션이, 아니 아이돌 시장의 전체 판도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는 쉽게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1~2년 사이 너무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고 앞으로 1~2년은 그보다 더한 지각변동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외부적 환경들도 변화하고 있으며 모든 기획사와 방송국들이 새로운 시대의 위기와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 발톱을 물어뜯으며 고민과 연구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아이돌 시장의 판도가 전개되든, 세계로 뻗어나가는 K-문화 콘텐츠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부디 바람직한 양상과 건설적인 변화들이 아이돌 시장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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