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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 소품 블록버스터의 저력

by 대서즐라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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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블록버스터의 의미 자체가 대박 흥행을 터트리는 대형 상업영화라는.... 방금 문장에서 ‘대’라는 글자가 2번이나 들어갔네요. 하여간 이런 큰 영화를 가리키는 표현인데 소품이라는 말을 붙여버리면 그 자체로 모순적인 표현이 될 수가 있겠죠, 확실히. 하지만 본래 블록버스터 영화를 분류하는 정해진 기준은 없으며 꽤 폭넓은 범주의 영화들도 충분히 이 의미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CG와 영화 제작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딱히 큰 제작비가 들지 않더라도 엄청난 스펙터클로 블록버스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나왔죠.

 

베놈2 포스터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는 액션입니다. 그리고 액션 장르에는 2~3억 불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진짜배기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들과 그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소규모 영화들이 모두 존재하죠. 사실 20세기까지만 해도 스케일이 큰 소위 ‘빅씬’들이 들어가는 액션 영화들은 확실히 최상위급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부터는 적은 제작비의 영화들도 상당한 수준의 스펙터클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히어로물 장르에서 이런 소품 블록버스터들의 제작이 활발했습니다. 대부분 코믹스의 메인급 간판 히어로보다는 서브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입니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죠. 할 베리의 ‘캣우먼’과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 샤를리즈 테론의 ‘이온 플럭스’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서 ‘베놈’이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진 캐릭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배트맨의 ‘캣우먼’과 적절한 비교가 될까요? 물론 캐릭터의 성질은 전혀 다르긴 하지만요.

 

베놈 캐릭터

 

베놈은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메인급 간판 히어로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캣우먼이나 엘렉트라 같은 서브급으로 보기에는 그보다는 좀 더 무게감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톰 하디 주연의 영화판 ‘베놈’도 딱 메인 블록버스터급 대작 히어로물과 작은 규모의 소품 블록버스터의 중간 즈음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제작비로 보면 그렇습니다. 베놈 1편의 제작비는 1억 불이고 2편은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흥행은 그렇지 않았죠. 베놈 1편은 월드와이드 8억 5천만 불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기대 이상의, 예상 밖의, 뜬금포 대박 흥행의 대명사 격으로 꼽히는 것이 베놈 1편의 흥행입니다.

 

신기한 것은 이 영화는 1억 불 제작비에 걸맞은 소품스러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데다 영화의 완성도 자체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는데 웬만한 메인급 대작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대박 흥행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 소품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붙이는 건 실제로 영화가 소품 블록버스터의 방향성과 규모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작비나 외부적인 요건을 따지지 않고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1편과 2편 모두요.

 

톰 하디

 

그런데 이런 초대박 흥행은 정말 예상 밖입니다. 베놈 1편이 저런 어마어마한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의 완성도가 아주 훌륭하지는 않지만 나름 재미는 있고 특히 배우들은 정말 괜찮았죠. 하지만 이런 뻔한 이유들만으로는 설명이 안됩니다. 역시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라는 측면보다는 ‘베놈’이라는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할 듯합니다. 베놈의 단독 영화가 이 정도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예상한 사람이 많았을까요?

 

재미있는 것은 흥행 대박을 터트린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도 속편 제작이 빠르게 이루어졌는데, 1편에서 그런 초대박 흥행을 터트렸는데도 2편에서 영화의 ‘규모’나 ‘급’을 격상시켜 제작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감독은 이제 두 번째 장편 연출인 앤디 서키스이고(1편 감독인 루벤 플레셔에서 바뀌었죠) 제작비도 1편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방향성이 1편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소품 블록버스터로서의 위치를 고수하였죠.

 

그런데 2편에서는 무려 베놈의 숙적인 ‘카니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우디 해럴슨이 싸이코 연쇄 살인마로 등장해 "When I get out, and I will, there's gonna be Carnage."라는 간지 폭풍의 대사를 날려주었는데, 그렇다면 2편에서 좀 더 규모를 키워서 이 시리즈의 급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가질 만도 하잖아요. 결정적으로 1편이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선택을 하지 않았죠. 이 선택 자체는 충분히 ‘실망’이라고 할만합니다. 1편에서 카니지의 등장을 예고한 장면이 워낙에 포스가 넘쳤기에 그 기대치를 이번 2편이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의 엔딩에서 조커의 떡밥을 던진 후 '다크나이트'에서 얼마나 엄청난 것을 보여 주었는지 떠올려 봅시다.) 카니지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묘사가 별로였단 게 아닙니다. 이런 엄청난 캐릭터를 가지고 이렇게 소소한 규모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게 너무 가당찮게 느껴지는 거죠.

 

우디 해럴슨

 

저는 베놈의 1편과 2편을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소품 블록버스터라는 말에는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베놈 1편과 2편은 모두 소품 블록버스터 다운 재미와 매력이 있는 작품이에요. 다만 역시 2편에서 카니지라는 캐릭터의 포스를 활용해 좀 더 규모를 키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같은 영화들처럼요.

 

물론 베놈 단독 영화가 아무리 히트해봐야 스파이더맨, 배트맨 같은 위상을 가질 수는 없겠죠. 하지만 베놈과 카니지의 대결이라면 그런 최정상급의 히어로물과 최소한 비슷한 느낌 정도는 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도시 마천루를 배경으로 한 베놈과 카니지의 대결에 수백수천 명의 엑스트라들이 말려 들어가고 도시는 쑥대밭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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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이런 게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죠. 그런 영화들이 지금까지 너무 많았으니까. 베놈 단독 영화는 좀 더 색다른 걸 보여주자는 의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비를 적게 쓰고도 흥행은 초대박이 난다면 그 자체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고요.

 

다만 그 특색이라는 게 정말 그냥 소품 블록버스터스러운 느낌만이 전부라는 게 아쉬운 겁니다. 물론 베놈과 에디의 기묘한 공생 관계의 묘사에서 오는 재미는 확실히 흥미롭긴 합니다. 2편에서는 특히 로맨스물 적인 느낌이 강해졌죠. 여기에 악역들까지 그런 관계로 엮이니 정말로 다양한 유형의 커플들이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 느낌도 나고 그랬습니다. 다만 이런 방향성이 히어로 액션물이라는 장르에서 아주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베놈 1편과 2편이 대중들에게 받는 평가는 매우 어중간하거든요. 엄청 재미있다고 반응하는 대중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카니지

 

다만 확실히 캐릭터는 아주 좋습니다. 1편부터 그랬지만 톰 하디와 미셸 윌리엄스는 정말 최고의 캐스팅입니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는... 이 배우가 히어로 액션물의 여주인공 역할이 이렇게 찰떡같이 어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베놈이 앤(미셸 윌리엄스)의 몸에 붙었을 때 ‘쉬베놈’의 모습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미셸 윌리엄스의 쉬베놈이 이대로 MCU로 편입되어 레귤러 여성 히어로 캐릭터로 계속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2편에서 악역으로 등장한 우디 해럴슨과 나오미 해리스도 최고였죠. 진짜 이 영화는 배우들이 엄청나게 하드캐리하는 영화예요. 오히려 소품 블록버스터의 방향으로 제작되었기에 더욱 이런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앙상블’이라는 단어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리뷰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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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두가 공감하듯이 쿠키 영상이 완전 대박이죠. 이 내용은 아마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로키’의 엔딩 장면에서 파생된 내용일 텐데, 결국은 베놈의 MCU 합류도 이걸로 확정이라고 봐야겠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톰 하디의 베놈이 등장한다면 정말 대박이긴 하겠네요.

 

톰 하디의 베놈, 미셸 윌리엄스의 쉬베놈이 MCU의 레귤러로 합류한다면 정말 엄청나게 기쁜 소식입니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라면 현재 MCU의 메인급 여성 레귤러 배우 누구보다도 무게감이 있는 배우니까요! 베놈의 합류로 앞으로 MCU의 세계관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 흥미롭고 기대가 됩니다.

 

미셸 윌리엄스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영화 자체도 소품 블록버스터로서 나름 재미있고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배우)들의 티키타카 앙상블이 매우 볼만했지만, 결국 쿠키 영상에서 보여준 떡밥으로 앞으로 나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MCU의 멀티버스 세계관에 대한 기대치를 엄청나게 끌어올려준 역할이 더 큰 의미를 가졌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욕심은 부리지 않고 알짜배기 요소들만 담아낸 흥미로운 ‘소품 블록버스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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