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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이슈와 기획

크리스마스 영화 3대장

by 대서즐라 202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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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명작 영화들이 많습니다. 21세기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크리스마스’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작들은 대부분 20세기 작품들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크리스마스 영화 3대장’도 모두 20세기에 나온 영화들입니다.

 

20세기의 명작 영화들에는 21세기의 영화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갬-성이 있습니다. 이런 게 어린 시절의 감정이나 기억과도 유사한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느꼈던 어떤 감정들은 성인이 되면 더이상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특히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훈훈한-분위기

 

성인이 되고는 대부분 번화가에서 술만 마셨지만,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뭔가 더욱 아련하고 행복했죠. 좁은 집 한구석에 어설프게 장식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로 틀어 놓은 캐롤 음악을 들으면서, 케이크와 과자를 먹으며 느꼈던 그 아련하고 행복했던 감정들... 성인이 된 후로는 다시 느끼기 힘든 감정들인데 20세기의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면 아주 조금이나마 이런 감정들이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마치 영화의 장면 장면에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들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영화들이지만, 사실 언제 봐도 재미있는 영화들입니다. 10년, 20년, 30년 후에 봐도 재미있을 거예요. 실제로 저는 이 영화들을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비단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어느 시기에든 자주 반복해서 봤습니다. TV에 많이 방영하기도 했고요. 이런 명작 영화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언제나 단 한 가지뿐입니다.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다는 것. 재미있는 영화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좋은 선택입니다.

 

 

 

나홀로 집에 (1990)

 

나홀로-집에-포스터

 

‘나홀로 집에’는 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영화 중 ‘올타임 원톱’ 급의 위상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는 그 자체로 영상 매체에서 표현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호크아이’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은근히 나홀로 집에와 유사한 톤과 느낌으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더군요.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굉장히 유명하죠.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나홀로 집에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유명한 캐롤송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만듭니다. 음악과 내용, 캐릭터와 주제, 미술과 유명한 장면들까지 그야말로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크리스마스 그 자체를 정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리스마스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영화입니다.

 

혼자-집에-남은-케빈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재미있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당시에 흥행도 엄청났죠. 제작비도 저렴하고 그다지 티켓파워 있는 배우도 출연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입소문 만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2억 8천만 불이라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당시 기준으로 ‘이티’와 ‘스타워즈’에 이은 역대 3위의 기록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인기도 엄청났어요. 그야말로 신드롬이라고 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이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여러 번 빌려보기도 하고 TV에 방영할 때 녹화한 후로는 흔히 하는 말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수도 없이 반복해서 봤습니다. 이 영화의 유명한 명장면들은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패러디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케빈과 함께’라는 관용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스킨을-바르고-비명을-지르는-케빈

 

‘나홀로 집에’가 크리스마스 영화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중심적인 정서가 ‘동심’과 ‘가족애’이기 때문입니다. 동심과 가족애야말로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것이죠. 크리스마스에 ‘나홀로 집에’를 즐겁게 봤던 추억은 우리들의 가슴 한구석에 따뜻한 안식처 같은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정서’는 어쩌면 나홀로 집에라는 한 편의 영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이하드 (1988)

 

다이하드-포스터

 

크리스마스에 언제나 밝고 행복한 정서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이 충만하기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정서가 우리의 폐부를 찌르기도 합니다. 그 어두운 정서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쓸쓸함’입니다.

 

저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도 많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억도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겪어 봤을 거예요. 그리고 설령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 안에서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공허함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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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사실 이런 감정의 원인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신도 아니고 황제도 아닙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어떤 부족함이나 허전함도 없이 살아가는 인간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각각 그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과 허전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크리스마스 같이 행복이 충만해지는 시기가 되면 역설적으로 이런 어두운 감정이 의식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혼자서-처절한-싸움을-하는-존-맥클레인

 

존 맥티어난 감독의 액션 영화 ‘다이하드’가 저에게는 이런 크리스마스의 쓸쓸한 정서를 대표하는 영화입니다. ‘나홀로 집에’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엄청나게 재미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본 모든 액션 영화를 통틀어서 재미로는 TOP3에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는 액션 영화이고 오락 영화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이 영화는 매우 갬-성적인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쓸쓸한 정서를 아찔하게 만끽할 수 있는 영화예요.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뉴욕 시경에 소속된 형사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은 LA입니다. 존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아내를 만나기 위해 아내의 직장이 있는 LA까지 오게 된 거예요. 존이 찾아간 아내의 직장 ‘나카토미 빌딩’에서는 때마침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고, 존은 낯선 도시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고립되고 소외된 채 어색하고 쓸쓸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 일당이 빌딩에 들이닥치고... 가까스로 인질 신세를 모면하고 빠져나온 존은 오로지 혼자서 십수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외롭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최근 작품들에서는 존이 인간 흉기나 다름없는 무적의 영웅처럼 그려지지만, 1편까지만 해도 테러리스트와 1대1 격투도 간신히 이기는 정도의 평범한 형사로 묘사됩니다. 20세기 액션 영화들이 확실히 21세기 영화들보다 현실적이고 과장이 덜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존의 외로운 싸움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처절해요. 하지만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개고생을 하면서도 기어이 꾸역꾸역 살아남아 테러리스트를 무찌르는 존의 모습은 최고의 오락 영화다운 통쾌함을 느끼게 합니다.

 

테러리스트를-무찌르는-존

 

피칠갑 난장판이 벌어지는 살벌한 액션 영화인데도 굉장히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나홀로 집에가 크리스마스의 동심을 위한 영화라면 어른의 정서를 위한 영화가 다이하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라는 곡을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아련한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만끽하게 됩니다.

 

Oh, the weather outside is frightful

바깥 날씨는 살벌하게 춥지만

But the fire is so delightful

불을 쬐고 있어서 좋다네

Since we've no place to go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눈아 내려라, 눈아 내려라, 눈아 내려라

 

 

 

그렘린 (1984)

 

그렘린-포스터

 

앞에서 ‘나홀로 집에’가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영화 중 올타임 원톱급’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건 한국 대중들의 일반적인 인식에서의 얘기고, 저만의 주관적인 기준에서 원톱 크리스마스 영화는 조 단테 감독의 ‘그렘린’입니다.

 

1984년 작으로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3대장 영화 중에서 가장 ‘옛날’에 나온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이미 나온 지 오래된 옛날 영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난 후 저는 완전히 이 영화에 미쳐버렸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이 영화를 제 컴퓨터 하드에 영구 소장하고 있습니다. 1편과 2편 모두요.

 

저에게 그저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살면서 본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서 최상위권의 순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저에게 ‘당신은 어떤 종류의 영화를 좋아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렘린 같은 영화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영화예요.

 

귀여운-기즈모

 

이 영화가 그려내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도 나홀로 집에와 유사합니다. 동심과 가족애가 영화의 정서에 깔려 있죠.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빌리는 나홀로 집에의 케빈과 같은 어린이가 아니라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영화에서 하는 역할이 어린이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동의 원인이 되는 귀여운 생물 ‘모과이’(기즈모)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사 온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부모님에게 귀여운 동물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기뻐하는 것은 주로 어린이들의 역할이잖아요. 그리고 주인공 빌리와 기즈모의 관계성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필버그의 ‘이티’에 나오는 어린이 주인공들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나홀로 집에와 유사한 정서와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여기에 기괴함과 공포가 더해졌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호러 장르 수준으로 엄청 무서운 건 아닙니다. 그렘린을 믹서기에 갈아버린다든가 전자렌지로 터트려버리는 등 잔인한 장면이 나오고 그렘린이 학교의 과학 선생님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꽤 무서운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무서움이었어요.

 

괴물로-변한-모과이들

 

사실 호러라는 장르가 은근히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호러 영화도 꽤 많이 만들어졌고 비교적 최근 작품 중에서 2015년에 나온 마이클 도허티 감독의 ‘크람푸스’ 같은 영화는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 영화도 정서나 분위기가 그렘린과 비슷한데 훨씬 어둡고 무섭고 암울합니다.

 

날이 추울수록 두꺼운 이불속의 따뜻함이 더욱 안락하게 느껴지듯이, 무서운 영화를 봄으로써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정서를 더욱 훈훈하게 만끽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취지로는 그렘린이 정말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영화로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죠. 훈훈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은근히 호러 영화 같이 무서운 요소들이 있지만, 크리스마스의 밝은 분위기를 망쳐버릴 만큼 과하게 무섭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끝내주게 재미있는 영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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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세 편 외에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명작 영화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서 번화가에 나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에서 가족이나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예상됩니다. 좋은 크리스마스 영화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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