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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 명량보다 낫지만 뭔가 아쉬운

by 대서즐라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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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의 전작인 ‘명량’은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역사에서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2014년에 나와 1762만 명이라는 역대 1위의 기록을 세운 이후로 현재까지 최장 기간 동안 역대 1위를 유지 중이라고 하네요. 너무 올라버린 티켓값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수 감소 때문에 명량의 기록은 어쩌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흥행 대박을 터트린 영화의 속편이라면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을 목표로 삼게 됩니다. 하지만 ‘한산: 용의 출현’은 너무 넘사벽인 명량의 흥행을 넘는 것은 애초에 목표로 두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천만 관객 이상은 분명히 목표로 삼았을 테고, 3편인 ‘노량’도 천만 관객을 넘어 3부작 모두 천만 영화로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였을 겁니다. 2편과 3편의 흥행이 명량보다 못하더라도 3부작 모두 천만을 찍으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업적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 포스팅을 쓰는 시점에는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 1주차라서 최종 흥행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꽤 변수가 많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 분위기라면 천만 관객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과 영화 팬들의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초반 흥행 추이도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 치고는 애매하고 천만 영화가 나올 때와 같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이(바로 얼마 전 ‘범죄도시 2’ 때와 같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명량의 경우 지금은 평점이 많이 떨어졌지만 개봉 당시에는 포털 사이트 평점이 9점대 이상으로 폭주(?)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산은 그 정도 좋은 평점은 나오지 않고 있고요.

 

한산-용의-출현-포스터

 

한산은 명량보다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저는 명량을 굉장히 재미없게 봤기 때문에 한산이 명량과는 다르다는 평을 보고도 한산을 볼까 말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봤는데, 확실히 명량과는 다르게 제 취향에 맞는 영화가 나왔더군요. 감정적인 연출을 자제하고 영화를 굉장히 담백하게 만들었는데 역사적 사실 기반의 영화라면 역시 이런 방향성이 좋습니다. 물론 완전히 그런 방향으로만 쏠린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절충한 편이었지만 명량의 후속작으로 나오는 여름 텐트폴 영화이기에 너무 건조하고 절제된 영화로 만들 수는 없었겠죠. 비교적 잘 조절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산의 최종 흥행은 명량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고 천만 관객도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더 나쁜 경우는 손익분기도 못 넘을 가능성이 있죠) 이런 결과가 두 영화가 가진 재미와 완성도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산이 명량보다 훨씬 낫다고 말하지만 관객의 선택은 반대였다! 뭐 이런 소리가 나올 상황은 아니에요.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극장의 영화 흥행 환경이 너무 달라져 버린 것은 지난 한두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체감한 현실이고 만약 한산이 코로나 시국 이전에 여름 텐트폴 영화로 나왔다면 천만은 무난히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명량의 흥행 또한 당시에는 매우 특수한 현상이었고 순수하게 재미와 완성도로 이루어낸 결과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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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이 대히트를 치면서 이순신이라는 소재가 흥행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기도 했는데 사극 전쟁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이 엄청 잘되는 장르는 아닙니다. 특히 여름 성수기 영화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요. 명량을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한 사극 영화들은 대부분 명절 시즌이나 겨울 연말연시 성수기에 개봉했죠. 그나마도 대부분 전쟁 영화는 아니었고요.

 

한산을 보고 온 관객들이 감상평에서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로 ‘남한산성’을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남한산성 정도로 오락성이 극도로 부족한 영화와 비교할만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한산을 보면서 여름 성수기에 시원한 여가의 목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기대에는 엇나가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이순신-박해일

 

진중하고 담백한 분위기로 만든 건 좋지만 그 때문에 영화가 조금 갑갑합니다. 거기에 주인공 이순신은 대사가 A4용지 한두 장은 되겠나 싶을 정도로 말이 없고 하이라이트 전투씬까지 빌드업도 너무 길어요. 저는 이 영화의 완성도가 꽤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상영 시간을 10분 정도는 줄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할리우드도 그렇고 어지간한 대작 상업영화는 상영시간 2시간을 넘는 게 기본인데 한산의 경우 10분을 줄이면 2시간 미만이 되지만 저는 과감하게 그런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애초에 한산대첩을 소재로 명량보다 훨씬 담백한 방향성의 영화를 만든다면 상영시간 2시간을 채우기가 버거워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떻게든 2시간 이상은 채워야한다라고 궁리는 한 듯 보였고 그 때문에 조금 이상한 선택을 하죠. 일본군 진영의 내용을 너무 많이 집어넣은 겁니다. 분량만 따지면 변요한이 연기한 와키자카가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보다 더 주인공으로 보일 정도예요.

 

변요한

 

물론 일본군 진영의 내용이 재미가 없다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어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변요한이 연기도 잘했고 캐릭터의 서사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고 봤을 때 일본군 진영의 분량이 많은 것이 좋은 선택이었는가는 회의적입니다. 특히나 이순신 역할을 박해일이 연기했기 때문에 더욱 밸런스를 깨버린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이순신 영화인데도 이순신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평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분량이나 대사가 적기도 하지만 박해일이 강렬하고 진한 인상의 외모가 아니고 이 영화에 등장인물도 너무 많이 나와서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판이라 더욱 주인공의 존재감이 흐려집니다. 처음부터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순신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 것 같은데 너무 과하게 담백한 묘사와 연출이었습니다. 반대쪽에서 변요한이 오히려 주인공 같은 비주얼을 하고 온갖 후까시는 다 보여주고 있으니 확실히 영화의 밸런스가 뒤틀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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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투씬에서 조차 안성기와 박지환이 대부분의 분량을 가져가 버렸고 이순신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합니다. 인물보다는 한산대첩이라는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 감독의 의도도 이해는 가지만 이순신이 대사가 거의 없이 토템 같은 연기를 할 거라면 좀 더 시각적으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쉽게 말해 이순신이 좀 더 포스 넘치는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거죠. 물론 이런 부분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휘관의 존재와 역할은 담백하게 표현하고 전투 묘사에 임팩트를 주는 선택이 오히려 좋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건가 저건가 고민하긴 했는데, 역시 이순신이 포스 있어 보이는 연출이 한두 개 정도는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부분들을 종합하면 역시 아쉬운 점이 꽤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밸런스는 문제였지만 그 외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 조연 캐릭터들의 역할과 비중을 하나하나 적절하게 잘 조절한 것 같고 심지어 원균의 트롤짓까지 신중히 고민해서 수위를 잘 조절한 느낌이었습니다. 전투씬의 연출과 박진감도 훌륭했고요. 완벽한 학익진 포진으로 일본군의 배 수십 척을 수장시키는 장면은 어마어마한 장관이었습니다. 중세 시대 대규모 해전 장면을 이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로 보여준 것 자체가 이 영화가 가지는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해전 장면이 나오는 중세 전쟁 영화는 해외의 작품을 봐도 매우 드무니까요.

 

한산도-대첩-학익진

 

이순신을 소재로 영화 시리즈를 만든다면 전투 내용 자체는 1편의 명량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에 그 명량대첩을 소재로 1700만의 흥행을 해버린 상황 자체가 2편과 3편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산대첩을 소재로 명량 정도의 성공을 거두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3부작 모두 천만 관객을 넘겠다는 목표로 신중히 고민해서 제법 괜찮은 2편을 내놓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극장가 환경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김한민의 이순신 3부작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에 도달하게 될까요? 다만 확실한 것은 명량만 봤을 때와 비교해서 한산을 본 이후로 저의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이 3부작이 마치 정반합의 전개로 3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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