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우 이야기

[배우 이야기] 고마츠 나나 小松菜奈

by 대서즐라 2021. 11. 18.
728x90
반응형

처음에 고마츠 나나(小松菜奈)에 대해서는 배우라는 인식이 없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모델’ 정도로 알고 있었고 실제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 이전에는 잡지나 광고 모델이 주활동이었죠. 무엇보다 고마츠 나나(또는 코마츠 나나)는 배우보다는 모델로 보이는 외모였습니다. 지극히 피상적인 면만 본 것이긴 하지만 배우에 어울리는 외모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겠죠. 물론 아름다운 외모는 배우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적으로 친근한 느낌도 있어야 배우에게는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고마츠 나나는 완전 딴 세상의 존재처럼 보이는 아름다움이라서... 확실히 배우에 걸맞는 타입의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마츠-나나

 

저는 일본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인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보는 일본 영화들에 고마츠 나나가 너무 많이 출연하고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어느새 고마츠 나나가 출연한 영화를 두 자릿수 이상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왕창 보고 나서야 고마츠 나나에 대해 정말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었구나, 그리고 엄청 잘 나가는구나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donaricano-btn

 

하지만 여전히 고마츠 나나의 아름다움은 저에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친근함과는 거리가 먼 딴 세상의 존재. 물론 그런 이미지가 적합한 배역을 많이 연기하긴 했습니다. 고마츠 나나의 그런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가장 완벽하게 표현된 작품은 ‘물에 빠진 나이프’라고 생각합니다.

 

728x90

 

물에 빠진 나이프는 고마츠 나나의 출연작 중에서도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따로 있지만 물에 빠진 나이프도 상위권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물에 빠진 나이프 이야기를 하면서 스다 마사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의 결혼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잠깐 정신이 멍했습니다. 일차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스다 마사키가 너무너무 부럽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마츠 나나는 제가 엄청 좋아하는 배우는 아닌데(엄청은 아니고 적당히 좋아합니다) 그냥 너무 아름다운 여신 같은 이미지가 있다 보니 그녀와 결혼한 남자는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런데 상대가 스다 마사키? 상대가 스다 마사키라면... 질투도 없고 화도 안 나죠.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물에-빠진-나이프-스틸컷
물에 빠진 나이프

 

물에 빠진 나이프에서 고마츠 나나 뿐 아니라 스다 마사키 까지 딴 세상의 존재로 보입니다. 그냥 둘이서만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 원작 만화도 읽었는데, 제가 원래 이런 스타일의 순정 만화 남자 주인공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다만 영화에서 스다 마사키가 연기하는 걸 보니 원작보다는 거부감이 덜하더군요. 영화도 원작보다 훨씬 좋았고요. 야마토 유키라는 여자 감독이 만들었는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잘 담아냈더군요.

 

제가 고마츠 나나의 영화를 많이 보게 된 건 그녀의 필모 중 상당수가 만화 원작 실사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근거리 연애, 바쿠만, 쿠로사키 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물에 빠진 나이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언덕길의 아폴론,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등등... 제가 앞에서 고마츠 나나의 외모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했는데 은근히 만화에서 이런 이미지의 여자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듯합니다. 비현실적인 것과 만화적인 이미지는 어느 정도는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언덕-위의-아폴른-스틸컷
언덕길의 아폴론

 

사실 만화 원작 일본 실사 영화는 좋은 작품보다는 수준 떨어지는 작품이 더 많고 당연히 고마츠 나나의 출연작도 재미와 만족의 타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주 낮은 건 아니고 물에 빠진 나이프, 언덕길의 아폴론,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정도의 작품은 꽤 볼 만합니다. ‘물에 빠진 나이프’는 고마츠 나나에게 딱 맞는 역할이고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미지보다는 외모 스타일이 고마츠 나나와 상당히 닮았죠. 사실 고마츠 나나가 활동하면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그렇듯이)꽤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희한하게도 긴 검은색 생머리와 눈썹까지 덮는 앞머리가 그녀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있습니다. 딱 이런 스타일을 하고 있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여주인공 역에 고마츠 나나가 캐스팅된 건 너무 당연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사랑은-비가갠-뒤처럼-스틸컷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이 작품들 외에 나머지 작품들은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요. 바쿠만은 작품 자체는 괜찮지만 고마츠 나나의 캐스팅은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 캐릭터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미지였고 실제로 캐릭터 자체가 원작과 굉장히 달라졌는데(이 캐릭터와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 전개를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바쿠만은 원작도 정말 좋아하고 영화도 꽤 재미있게 봤는데 유일하게 여주인공만은 불만인 작품으로 저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바쿠만-스틸컷
바쿠만

 

‘근거리 연애’와 ‘쿠로사키 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는 그냥 망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팬이나 보라고 대충 만든 영화예요. 일본에는 이런 취지로 마구마구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정말 많죠. 고마츠 나나처럼 대세 배우가 되면 이런 영화들이 필모에 반드시 몇 작품은 들어가게 됩니다. 히로세 스즈는 물론이고 심지어 니카이도 후미마저도 이런 영화를 찍었습니다. 배우의 팬이라면 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영화로서의 재미와 가치는....

 

쿠로사키군의-말대로는-되지않아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근거리 연애는 원작 만화의 그 말도 안 되는 키스 장면이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죠. 근거리 연애가 실사 영화로 만들어져서 가지게 된 가장 큰 의의는 원작 만화의 키스 장면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입증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으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동작이었기에 영화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키스를 했죠.

 

근거리-연애-키스신
근거리 연애

 

이런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들 중에서 ‘물에 빠진 나이프’를 제외하면 고마츠 나나의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화 원작 작품 외에도 고마츠 나나가 출연한 여러 작품들이 있습니다.

 

역시 고마츠 나나의 최고의 대표작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일본 영화가 그다지 없는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한국에서도 제법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물론 엄청 많이 유명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좋은 일본 영화로 넷상에서 꾸준히 추천되고 있고 본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는-내일-어제의-너와-만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확실히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소설이 원작이고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봤을 때와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우는 타입이 아닌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봤을 때 코 끝이 찡했고(그래도 울지는 않아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고도 그랬습니다. 두 작품은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초자연적인 내용과 설정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매우 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는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한국에서 좀 더 유명해지고 리메이크까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고마츠 나나의 이미지에 딱 맞는 작품이 ‘물에 빠진 나이프’라고 했는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역시 그녀의 이미지에 매우 잘 맞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두 작품의 여주인공은 전혀 반대의 이미지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차가움’과 ‘따뜻함’이라는 정반대의 속성이죠. 저는 고마츠 나나의 이미지를 ‘딴 세상 사람 같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런 이미지로 차가움과 따뜻함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모두 표현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차가운 고마츠 나나의 대표작이 ‘물에 빠진 나이프’라면 따뜻한 고마츠 나나의 대표작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는-내일-어제의-너와-만난다-스틸컷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보통은 이 두 작품이 고마츠 나나의 대표작으로 꼽힐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마츠 나나의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작품‘들’이라는 표현으로 알 수 있듯이 고마츠 나나가 출연한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은 한 편이 아니라 두 편입니다. 나카시마 테츠야는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감독 중 한 명이고 그의 가장 최근 필모 두 작품에 모두 고마츠 나나가 출연했습니다. 바로 ‘갈증’과 ‘온다’입니다.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은 고마츠 나나에게 있어서 시기적으로 일종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두 작품 다요. ‘갈증’은 고마츠 나나의 극장용 장편 영화 데뷔작입니다. 사실상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이 출발은 정말 강렬했습니다.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고마츠 나나도 일본 아카데미상의 신인상을 비롯한 여러 개의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적인 성과 말고도 영화 자체가 정말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내용도 충격적이고 고마츠 나나의 역할도... 그야말로 희대의 인간쓰레기 악녀 여고생...

 

갈증-스틸컷
갈증

 

문제는 이런 역할로 고마츠 나나가 너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는 것이죠. 안 그래도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고마츠 나나가 이런 극단적인 캐릭터로 대표되는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면 이후 평범하게 배우로 활동하는 데 있어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정말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고마츠 나나가 배우로서 대성공하고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는 것에 더욱 놀라움을 느꼈고요.

 

결국 고마츠 나나는 이런 충격적인 데뷔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여파는 모두 피해 가고 커리어상의 장점만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정말로 갈증과 이 영화의 카나코라는 캐릭터가 고마츠 나나의 대표작이자 대표 캐릭터가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여배우의 대표 캐릭터가 이런 인간쓰레기 여고생이라니. 다행히 이후에 갈증의 카나코를 잊게 만든 좋은 작품들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고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이미지도 가지게 되었죠.

 

갈증의한장면
갈증

 

갈증을 찍고 4년 후에 고마츠 나나는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에 다시 출연합니다. 바로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호러영화 ‘온다’입니다. 이 작품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마츠 나나의 작품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저는 이 작품도 갈증과 마찬가지로 고마츠 나나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 작품에서 고마츠 나나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온다-스틸컷
온다

 

가장 새로우면서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배우로서 한계 돌파! 고마츠 나나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는 그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온다’에서 고마츠 나나가 연기한 마코토라는 캐릭터는 기존의 고마츠 나나에게서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의 이미지를 개척했습니다.

 

반응형

 

저는 마코토가 고마츠 나나라는 것을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파격적인 핑크색 헤어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눈 화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 고마츠 나나는 본래 인상이 강한 외모이기 때문에 그 강한 인상을 죽이기 위해 영화에서 메이크업에 비교적 힘을 덜 주는 편이었습니다. 고마츠 나나의 눈꼬리는 다소 아래로 처진 편이고 약간 졸린 듯한 몽롱한 인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상이 차가운 이미지에서는 ‘퇴폐미’로 발현되고 따뜻한 이미지에서 ‘순수미’로 발현됩니다. 그런데 ‘온다’의 마코토 캐릭터는 이전의 고마츠 나나와는 전혀 다르게 눈 화장을 짙게 해서 눈매를 부리부리하게 힘을 주고 눈꼬리도 위로 치켜세웠습니다. 여전히 퇴폐미와 순수함이 남아 있긴 하지만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마츠나나-눈화장-눈매

 

이 새로운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입니다. 제가 본 모든 영화 속 고마츠 나나의 캐릭터 중에서 마코토가 가장 매력적이었고 제가 특히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마코토는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에 계속 주인공 혹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온다의 다음 작품인 ‘즈우노메 인형’이 빨리 영화화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도 고마츠 나나의 마코토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즈우노메 인형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서 너무 애가 탑니다.

 

온다-마코토-캐릭터
온다

 

[소설과 영화사이] 온다 / 보기왕이 온다

 

[소설과 영화사이] 온다 / 보기왕이 온다

소설원작영화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온다 / 보기왕이 온다 来る / ぼぎわんが,來る 나카시마 테츠야의 ‘온다’는 일본의 호러 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 ‘보기왕

dszl.tistory.com

 

온다의 마코토 캐릭터로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의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고마츠 나나는 배우로서 크게 레벨업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딴 세상 존재 같은 신비로움은 남아 있지만(이런 면은 그녀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배우로서 어떤 한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온다 이후에도 매년 2~3편의 영화를 꾸준히 찍으며 최고의 배우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고 매번 좋은 연기와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 결혼을 해서 앞으로 활동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고마츠 나나와 배우자 스다 마사키까지 둘 다 영화에 진지한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재능과 매력에 더해 매번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고마츠 나나가 앞으로 더욱 큰 배우로 성장해나가길 응원하겠습니다.

 

donaricano-btn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