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약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만화의 나라인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북미 박스오피스와 비교해봐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폭넓은 관객층의 영화가 흥행이 잘 되는 편인데, 상대적으로 한국은 성인 관객층 영화의 흥행이 좀 더 박스오피스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그래도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로는 애니메이션의 관람층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기는 했습니다. 특히 디즈니나 드림웍스 같은 북미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흥행작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물론 예전에도 일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어느 정도 흥행이 되었지만요) 다만 그래도 역시 애니메이션의 흥행 기록을 정리해놓고 보면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기록보다는 현저히 떨어지는 숫자들이 나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순위를 30위까지 정리했는데,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에서 30위 관객수 컷이 200만 명 정도지만 전체 모든 영화의 흥행 순위에서는 30위 컷이 거의 천만 관객에 육박하거든요.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드물다 보니 이 순위에 정리된 영화들의 당시 흥행 상황은 특히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구수도 줄어들 테고 극장 산업도 하락 추세라서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나오기는 더 어려워질 테지만, 그래도 이 포스팅의 기록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흥행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1위의 기록을 갈아치울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가 한국 박스오피스 기록과 관련하여 저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 포스팅은 2022년 9월에 처음 작성했고 이후 새로운 흥행작이 나오면 내용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처음 작성할때는 30위까지 순위를 매겼는데 이후 새로운 작품이 진입해서 기존 작품들이 30위 밖으로 나가더라도 내용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이 포스팅의 가장 최근 업데이트 날짜는 2023년 10월 5일입니다.)
34위 소울 (2021)
관객수 204만
2015년에 ‘인사이드 아웃’이 나오기 전까지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재미와 완성도에 비해 한국에서 지지리도 흥행이 안 되는 편이었죠. 2015년 이후로는 픽사 애니메이션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소울’의 경우 영화의 평가에 비하면 흥행은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개봉 시기는 2021년 초입니다. 극장가의 코로나 암흑기가 최악을 찍은 시기였기에 200만 이상의 흥행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흥행을 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간 박스오피스를 보면 소울은 2021년 개봉작 중에서 탑텐에 들었습니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최소 500만 정도는 들어야 연간 탑텝권이거든요.
33위 장화 신은 고양이 (2012)
관객수 208만
슈렉 시리즈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흥행이 너무 안되던 시절에도 거의 유일하게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에 2편부터 출연한 레귤러 조연 캐릭터인 ‘장화 신은 고양이’도 그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는데, 한국에서도 208만 명이라는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3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2021)
관객수 218만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이 흥행이 잘 안 되고, 미국 애니메이션에 비해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 흥행이 안되고, 또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TVA 극장판은 더더욱 흥행이 안됩니다. 그런데 TVA 극장판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입니다. 한국에는 개봉 시점이 늦은 편이었고 코로나 시국이라는 악재도 있었는데 218만 명의 흥행 기록은 정말 엄청난 것입니다. 일본에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할 거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31위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관객수 220만
이 순위에 포함된 유일한 국산 영화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외하면 국산 애니메이션이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도 거의 없기 때문에 220만의 관객 기록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봉 시기가 2011년 여름 성수기였는데, 이때 ‘퀵’이나 ‘고지전’ 같은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해서 어느 정도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수기 흥행의 이점을 크게 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이기에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요.
30위 슈렉 포에버 (2010)
관객수 226만
슈렉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이긴 하지만 흥행은 2편에서 정점을 찍고 그 후로는 계속 내리막이었습니다. 슈렉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슈렉 포에버’는 결국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래도 30위 안에 시리즈 네 편과 스핀오프 작품까지 모두 들어 있으니 확실히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9위 미니언즈 2 (2022)
관객수 226만
일루미네이션의 ‘슈퍼배드’는 1편부터 해외에서 초대박이 났지만 한국에서는 반응이 조금 늦게 왔죠. 시리즈가 많이 나온 지금은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스핀오프 작품인 미니언즈도 1편과 2편이 연속으로 2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심형탁이 무한도전에서 부른 뚜찌빠찌 노래가 유행하기도 했고 코시국만 아니었다면 2편이 1편의 성적을 훌쩍 넘어 크게 성공할 수도 있었을 상황이라 2편의 성적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28위 모아나 (2017)
관객수 231만
젊은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이라서 나름 디즈니 공주 시리즈로 묶이기도 하는데 사실 작품 내에서 모아나가 스스로 ‘공주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기 때문에 조금 애매한 포지션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흥행 성적 자체도 조금 애매하네요. 특히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을 넘긴 이후 처음 나오는 ‘젊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서 특별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결국 큰 성공이라기엔 애매하다고 할만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27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2023)
관객수 239만
2023년 상반기에 실사 영화들은 ‘범죄도시 3’를 제외하면 극심한 흥행 부진을 겪었지만 애니메이션 흥행작은 쏟아졌습니다. 2023년 상반기 개봉작 중 200만 이상 흥행한 영화는 여섯 편인데 그 중 네 편이 애니메이션입니다. 그 네 편의 애니메이션 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성적이 가장 낮지만 그래도 전세계 극장가에서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만큼 한국에서도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6위 보스 베이비 (2017)
관객수 245만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역시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시리즈 영화들이 다 해먹는 판인데 ‘보스 베이비’도 한국에서 꽤 사랑받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데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는 1편이 성공하고 2편은 그보다 더 성공했는데 보스 베이비는 2편이 하필 코시국인 2021년에 개봉해서 1편의 절반도 흥행하지 못했죠.
25위 슈렉 (2001)
관객수 251만
이 순위에 포함된 작품 중에서 가장 옛날에 나온 작품입니다. 2001년에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꽤나 반응이 센세이셔널했습니다. 관객수 기록이 정확하지 않은데 슈렉 이전까지 한국에서 2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애니메이션은 라이온킹 뿐이고 슈렉이 아마 라이온킹의 성적을 뛰어넘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은 라이온킹 다음 슈렉으로 계보가 이어지는 것이죠. 이렇듯 개봉 당시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울 만큼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24위 마이펫의 이중생활 (2016)
관객수 252만
슈퍼배드 시리즈로 대박을 터트린 일루미네이션이 ‘마이펫의 이중생활’도 성공시키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의 놀라운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디즈니나 드림웍스에 비하면 한국 흥행에서는 많이 밀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나름 3인자의 자리에는 확고하게 오를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만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2편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해서 슈퍼배드 시리즈처럼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3위 도리를 찾아서 (2016)
관객수 260만
픽사 애니메이션의 한국 흥행 기록을 보면 좀 안타까운 점이 있어요. ‘인사이드 아웃’ 이전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거의 흥행하지 못했는데, 사실 이렇게 흥행이 안되던 시절에 어마어마한 픽사의 걸작이 많이 나왔거든요.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업... 그리고 ‘니모를 찾아서’까지. 사실 니모를 찾아서가 도리를 찾아서 보다 평가나 명성은 훨씬 높을 텐데 한국 흥행은 반대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흥행은 도리를 찾아서의 절반도 안되거든요. 그래서 이 순위에 픽사의 작품들이 꽤 많이 들어 있지만 진짜 픽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걸작들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22위 드래곤 길들이기 (2010)
관객수 260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슈렉과 쿵푸팬더의 뒤를 이은 드림웍스의 3연타 성공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슈렉과 쿵푸팬더라는 후광을 업고 당시 아타바의 영향으로 큰 인기를 끌던 3D 대작 영화였다는 기대감에 비하면 한국 흥행은 생각보다 아쉬운 편입니다. 저는 슈렉이나 쿵푸팬더 못지않게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한국에서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게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21위 미니언즈 (2015)
관객수 262만
본편 시리즈인 슈퍼배드보다 스핀오프 시리즈인 미니언즈가 한국에서 먼저 대박이 터졌죠. 슈퍼배드 1편과 2편이 한국에서 100만 명 정도의 흥행 밖에 못한 상황에서 미니언즈가 260만이 넘는 성적을 거둔 것은 꽤 놀라운 일입니다. 2022년에 개봉한 2편은 코로나 때문에 1편보다는 저조하지만 그래도 200만 이상의 흥행으로 연속되는 성공을 거두었고요.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20위 빅 히어로 (2015)
관객수 280만
280만 명이 나쁘지 않은 성적 같지만 빅 히어로가 겨울왕국 바로 다음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비교해서 보면 꽤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다음에 나온 작품인 주토피아도 엄청 대박이 터져서 겨울왕국과 주토피아 사이에 낀 빅 히어로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고, 한국에도 은근히 이 작품의 팬이 많습니다.
19위 슈렉 3 (2007)
관객수 284만
슈렉은 1편과 2편이 평도 좋고 한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3편이 개봉할 당시에 기대감과 화제성이 상당히 컸습니다. 그래서 개봉 첫날 관객수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그 전 기록은 ‘스파이더맨 3’였습니다.) 물론 휴일인 현충일에 개봉한 덕분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첫날부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며 좋은 분위기로 출발했지만 1편과 2편에 비해서 평가가 많이 떨어졌기에 결국 2편의 성적을 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개봉 첫날 관객수 순위 (오프닝 스코어)
18위 드래곤 길들이기 2 (2014)
관객수 300만
2014년 초에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 관객의 대기록을 달성한 시점이라 2014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 2’도 대박 흥행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드림웍스의 또 다른 히트 시리즈인 ‘쿵푸팬더’는 이미 2편에서 500만 관객을 넘겼기 때문에 드래곤 길들이기 2가 그 성적을 넘길지 관심사였는데요. 결과는 예상보다 저조한 300만 명이네요. 희한하게 다른 드림웍스의 대표 시리즈들에 비해 드래곤 길들이기의 성적이 유독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7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관객수 301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개봉한 2004년은 슈렉 시리즈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전혀 나오지 못하던 시기인데 이 성적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전에 나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200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이 시기까지는 드림웍스와 함께 지브리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양대 산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에도 ‘벼랑 위의 포뇨’와 ‘마루밑 아리에티’가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지브리의 위상을 이어갔으나 그 후로는 한국에서 지브리의 인기가 많이 죽었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한국 관객수, 뭐가 맞는 거야? (261만 vs 301만)
16위 인크레더블 2 (2018)
관객수 303만
‘도리를 찾아서’와 마찬가지로 인크레더블 2 또한 훨씬 훌륭한 전작이 있는데 정작 한국에서의 흥행은 1편은 저조하고 2편이 대박 터진 케이스입니다. 애니메이션에 한해서는 이런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아무리 훌륭한 애니메이션 걸작이 나와도 한국 관객들이 철저히 외면하던 한국 극장가의 ‘애니메이션 암흑기’가 있었다는 방증이겠죠.
15위 슈렉 2 (2004)
관객수 330만
슈렉 1편이 개봉 당시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는데, 3년 뒤에 나온 2편이 다시 그 기록을 깨며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 타이틀을 이어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에 대한 재미있는 법칙이 생기게 되는데요. 이 ‘법칙’ 이야기는 여기서 더 위의 순위인 영화들 중 슈렉2 다음으로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영화가 등장할 때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14위 슈퍼배드 3 (2017)
관객수 332만
미니언즈가 대박이 터지고, 드디어 본편인 슈퍼배드도 1편과 2편의 저조한 성적을 뛰어넘어 3편에서 300만 명이 넘는 대박을 터트립니다. 이 성적으로 아슬아슬하게 10위 안에 들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10위 안에 든 작품들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일루미네이션의 작품이 하나쯤은 들었으면 했거든요. 아깝게 슈퍼배드 3가 일루미네이션의 최고 순위이고, 이 위는 온통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 천하입니다. 아, 일본 애니메이션도 하나 있고요.
13위 토이 스토리 4 (2019)
관객수 340만
앞에서 ‘도리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 2’ 이야기를 하면서 훌륭한 전작들은 흥행하지 못하고 평가가 떨어지는 뒤의 작품들이 더 흥행했다는 지적을 했는데요. 그런 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가 바로 ‘토이 스토리’입니다. 토이 스토리는 사실 픽사의 가장 대표적인 인기 시리즈인데 희한하게 3편까지 한국에서 흥행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토이 스토리 3편이 개봉할 때 드디어 픽사 작품이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할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 속에서도 흥행은 150만도 되지 못했죠. 그런데 2019년에 뭔가 시리즈의 사족처럼 나온 4편이 한국에서 340만 명이나 동원하는 대박 흥행을 한 것은 그전까지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염원을 풀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4편도 충분히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이긴 하거든요.
12위 코코 (2018)
관객수 351만
인사이드 아웃이 픽사 최초로 한국에서 대박 흥행을 터트린 후에 그때부터 나온 픽사 작품들이 줄줄이 히트를 이어간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 후 수많은 픽사의 작품들이 나왔지만 어느 한 작품도 인사이드 아웃을 뛰어넘지는 못했으며, 351만 관객을 동원한 ‘코코’가 인사이드 아웃 다음의 최고 성공작입니다. 즉, 픽사 애니메이션 중 역대 한국 흥행 2위가 바로 ‘코코’입니다. 코코의 흥행 성적 자체는 물론 대단하긴 하지만, 당시에 이 영화가 나름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기에(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코스프레나 패러디도 많이 했었죠) 좀 더 큰 흥행을 기대했었는데 351만 명은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라는 느낌입니다.
11위 너의 이름은. (2017)
관객수 386만
이 영화도 정말 개봉 당시에 센세이셔널한 열풍이 있었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어마어마하게 대박이 터졌다는 소문이 이미 한국에도 퍼질 대로 퍼졌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을 할지 상당한 관심과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브리 작품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도 흥행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죠. 그런데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흥행마저 뛰어넘어 379만 명이라는 초대박 성공. 이 성적은 실사 영화까지 포함해서 역대 한국에 개봉한 비영어 외국영화 중 1위의 기록입니다. 앞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비영어 외국영화 중에서도 이 기록을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그런데 2023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연속해서 이 기록을 뛰어넘어 버렸네요.)
한국 박스오피스 비영어 외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중국, 일본영화 등)
10위 쿵푸팬더 3 (2016)
관객수 398만
쿵푸팬더 시리즈는 슈렉 시리즈의 뒤를 이어서 한국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드림웍스의 대표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흥행이 1편에서 2편까지는 상승세로 가다가 3편에서 꺾인 것도 슈렉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그래도 3편이 1편과 2편 흥행 사이였던 슈렉과는 달리 쿵푸팬더는 3편이 1편의 성적보다도 아래로 추락했죠. 그런 추락한 성적으로도 이렇게 높은 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성적입니다.
9위 쿵푸팬더 (2008)
관객수 467만
앞에서 슈렉 이야기를 할 때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의 타이틀을 가지게 되는 영화들이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었죠. 슈렉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세우고, 슈렉 2편이 다시 그 기록을 깼는데, 슈렉 2편의 기록을 깬 영화는 쿵푸팬더입니다. 그리고 이 쿵푸팬더의 기록을 쿵푸팬더 2편이 또 깹니다. 즉, 1편이 기록을 깨고 2편이 다시 그 기록을 깬다는 법칙. 그런데 3편은 기록을 깨지 못하고 새로운 작품의 1편이 등장해서 다시 그 기록을 깹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작품의 2편이 또 기록을 깨는 법칙이 이어집니다. 즉 슈렉1-슈렉2-쿵푸팬더1-쿵푸팬더2 순으로 기록 경신을 했고, 쿵푸팬더 다음의 또 다른 작품의 1편과 2편이 또 연속해서 기록을 깨버린 것이죠. 일단 현재까지는 이 법칙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법칙은 이대로 굳어져버릴 것 같기도 해요. 뭐 그래도 미래에 어떤 놀라운 애니메이션 흥행작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요.
8위 주토피아 (2016)
관객수 470만
겨울왕국(2014)이 천만 관객 대박이 터진 후에 인사이드 아웃(2015)과 주토피아(2016)까지 애니메이션 대박 흥행의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세 작품이 3년 연속으로 대박 터진 시기가 한국 박스오피스 애니메이션 흥행의 최고 황금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세 작품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 히트작은 이후에 겨울왕국 속편을 제외하면 나오지 못했으니까요. 사실 이후 나온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주토피아와 인사이드 아웃이 유독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내용과 소재이긴 했습니다. 특히 주토피아는 두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동인계 2차 창작에서도 굉장히 흥했었죠.
7위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3)
관객수 475만
일본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중 한국에서 최고 흥행한 작품이 2021년에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으로 218만 관객이었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그 성적을 두 배 이상 뛰어넘으며 새로운 기록을 썼습니다. 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한국에 개봉한 비영어 외화 중에서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거의 신드롬 급의 히트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영어 외화 국내 흥행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웠지만, 놀랍게도 불과 얼마 뒤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을 뛰어넘는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이 등장해 결국 너무 짧은 왕좌가 되고 말았습니다.
6위 인사이드 아웃 (2015)
관객수 496만
2015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한국에서 대박 흥행이 터진 작품이며, 픽사 애니메이션 중 역대 한국 흥행 1위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업 등 그 어마어마한 픽사의 걸작들이 전혀 해내지 못한 일을 기어이 ‘인사이드 아웃’이 해냈습니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에 심상치 않은 작품이라고 느꼈지만 이 정도로 대박이 터질 줄이야. 이 영화 이전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고전해온 과거를 생각하면 겨울왕국의 천만 관객 만큼이나 놀라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애니메이션 흥행 1위의 기록은 너무 넘사벽이지만 인사이드 아웃의 기록이 엄청 넘사벽의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 이 성적을 뛰어넘는 픽사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5위 쿵푸팬더 2 (2011)
관객수 506만
앞에서 말한 ‘법칙’대로 쿵푸팬더 1편이 세운 역대 애니메이션 1위의 기록을 쿵푸팬더 2편이 깼습니다. 쿵푸팬더 1편은 한국에서 최초로 4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이고, 쿵푸팬더 2편은 한국에서 최초로 5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입니다. 그전에 최초로 300만 이상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이 슈렉 2였고요. 사실 이 순위보다 위에 있는 두 편의 영화의 성적은 너무 넘사벽이기 때문에 평범하게 생각하면 500만 명 정도가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세울 수 있는 흥행 기록의 최고점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위와 2위의 작품은 너무 초월적인 성적이라서 논외로 봐야 하고요.
4위 스즈메의 문단속 (2023)
관객수 555만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오랫동안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영어 외화의 한국 흥행 역대 1위의 자리를 지켰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너의 이름은’의 흥행을 뛰어넘고 1위 자리를 차지해버렸죠.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나와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비영어 외화 최초로 500만 관객까지 돌파하며 겨울왕국 시리즈에 이어서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 3위의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3위 엘리멘탈 (2023)
관객수 723만
‘엘리멘탈’은 비평가 평점에서는 과거 픽사의 걸작들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놀라운 역주행 흥행을 하며 ‘스즈메의 문단속’을 뛰어넘어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3위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 쟁쟁한 픽사의 과거 걸작들 중 한 작품도 500만 고지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극장가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엘리멘탈이 500만을 넘어 600만, 700만까지도 노릴 수 있는 역주행 롱런 흥행을 달리고 있는 것은 정말 놀랍고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위 겨울왕국 (2014)
관객수 1030만
관객수 기록이 3위의 기록에서 2배로 훌쩍 뛰어버렸습니다. 겨울왕국이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한국 극장 박스오피스 역사에서 봐도 역대급인 사건입니다. 저는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상 가장 놀라운 흥행 기록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니메이션 흥행은 한국에서 겨울왕국 시리즈를 제외하면 500만 관객을 넘은 작품도 하나뿐이고 600만 이상은 한 작품도 없습니다. 바로 아래 순위의 성적에서 2배 이상을 벌리는 압도적인 성적을 달성한 것은 기록적으로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한국 개봉 시기도 북미보다 두 달 가량 늦었고 그전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90년대의 ‘라이온킹’을 제외하면 200만 이상 흥행한 적도 없었기에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개봉하고 나서 압도적인 입소문과 주제가 렛잇고의 폭발적인 인기로 그야말로 2014년 한 해를 ‘겨울왕국의 해’로 만들 만큼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죠. 앞으로 한국에서 겨울왕국 정도의 돌풍을 일으키는 애니메이션이 또 등장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현상을 다시 한번 겪어보고 싶습니다. 그만큼 ‘겨울왕국의 해’였던 2014년이 저에게 매우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위 겨울왕국 2 (2019)
관객수 1374만
사회적인 돌풍과 파급력은 1편보다는 못했지만, 흥행 성적은 겨울왕국 2편이 1편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앞에서 말한 ‘법칙’이 여기까지는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법칙대로라면 겨울왕국의 3편이 나오더라도 2편의 성적은 넘지 못하겠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겨울왕국의 3편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애니메이션이 나오더라도 1374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수를 깨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 성적은 실사 영화까지 포함해서 역대 한국에 개봉한 외국영화 흥행 성적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은 2위의 성적입니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거고, 미래는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한국의 인구수는 이제 점점 줄어들 테고 극장 산업도 하락세라서 겨울왕국 2가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위의 영화로 영원히 고정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도 저는 언젠가 겨울왕국을 능가하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는 애니메이션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놓지는 않겠습니다.
이상으로 한국 박스오피스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를 알아보았는데요. 이 순위를 작성하면서 확실히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흥행은 실사 영화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훌륭한 걸작인데도 이 순위에 들만큼 흥행하지 못한 애니메이션들이 많다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좋은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나오고 한국에서 흥행도 성공해서 이 포스팅의 내용을 자주 수정 업데이트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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