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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이사장 (감옥학원)

by 대서즐라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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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감옥학원)

정신 나간 변태 개그 만화 ‘감옥학원’에서도 가장 변태 같은 캐릭터는 역시 이사장입니다. 으잉?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좀 애매하긴 합니다. 이사장이 굉장한 변태이고 정신 나간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에서 원톱인가? 이 미친 만화에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확신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이사장이 감옥학원의 최고 변태 1순위로 떠오르는 인물인 건 사실입니다. 다만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워낙 변태들이 많아서 누구도, 설령 이사장이라도 호락호락 1위를 장담하기는 힘들 거 같이 느껴지는 것 뿐이죠.

저는 이사장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감옥학원이라는 만화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고, 등장인물 중에서 이사장과 가쿠토를 투톱으로 좋아하는데 가쿠토가 초중반까지의 임팩트에 비해 감옥을 나온 후로는 좀 약해진 거 같아서 최종적으로는 시종 변함없는 변태력을 보여주는 이사장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물론 제 취향과는 별개로 이 만화에서 넘사벽 인기 원톱의 캐릭터는 사실상 이 만화의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입니다. 이 친구도 만만치 않은 중증 변태죠. 참 의미 없는 말입니다. 이 만화에 중증 변태가 아닌 캐릭터가 있단 말입니까! 치요? 치요는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얘도 은근 괴상한 짓 많이 해요. 그야말로 변태 천국! 변태 밖에 없는 만화! 그것에 만화 ‘감옥학원’의 본질인 것입니다.


변태 만화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만화는 좋아요. 변태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넘쳐난단 말이죠. 사실 변태적인 것을 접한다면 느끼게 되는 감정은 사랑스러움 보다는 혐오스러움입니다. 감옥학원 작가가 그린 또 다른 변태 만화 ‘로우 히어로’는 혐오스럽습니다. 극혐 까지는 아니더라도 보기가 좀 많이 불편했어요. 같은 작가가 그린 만화이니만큼 감옥학원과 로우 히어로는 유사한 결을 가진 변태 개그 만화입니다. 그러나 감옥학원은 사랑스럽고 로우 히어로는 혐오스럽습니다. 같은 작가가 그린 같은 변태 만화인데 왜 느낌이 이렇게 다른 걸까요? 그게 바로 ‘선’입니다. 변태성을 추구하더라도 일반에 용인되는 ‘선’을 지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모든 인간을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상품화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기도 한데 대중문화와 서브컬쳐 전반에 걸쳐서 성적인 코드는 만연해 있는 실정이고요. 아예 성인 대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라면 당당하게 성적인 내용을 주요 소재로 활용하죠. 물론 너무 노골적인 성적 콘텐츠라면 보통은 음지의 문화가 되지만, 보통은 개그물이라든가 대중적인 장르에 결합 되어 성적인 내용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이 역시 ‘선’입니다. 모두가 성욕이 있지만 성적인 내용과 표현들도 보편적으로 용인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선이란 게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감옥학원이 그 선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명백하게 선을 넘어버린 로우 히어로와 동일한 작가가 그린 작품이니까요. 다만 로우 히어로처럼 미쳐서 폭주하는 정도는 아니고, 아슬아슬하게 선의 안과 밖을 오갑니다. 저는 이 점이야말로 감옥학원이 많은 인기를 끌고 사랑 받게 된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종 선을 넘지 않는 ‘착한 성인물’이었다면 만화가 이 정도로 재미있고 자극적이지는 못했을 겁니다. 반대로 선을 넘어 폭주하면 로우 히어로 같은 망작이 되어버리는 거고요. 


이사장은 이 만화에서 꽤나 선을 잘 지켜주는 캐릭터입니다. 시종일관 한결같이 변태적인 캐릭터인데 의외로 선을 계속 준수하고 있죠. 이사장과 관련된 성적 코드는 ‘엉덩이’입니다. 그야말로 광적인 엉덩이 매니아죠. 거의 마약 중독 수준으로 엉덩이에 빠져 있고 일상이 그냥 엉덩이에 대한 찬양과 탐닉 뿐입니다. 정말 심각한 중증 변태죠.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엉덩이’는 대중적인 매체에서 가장 쉽게 용인될 수 있는 성적인 코드입니다. 특히 개그 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성적인 걸로 웃긴다면 제일 쉽게 떠오르는 게 엉덩이와 관련된 몸개그나 농담이죠. 가쿠토는 똥이라든가 BL 동인녀와 얽히고, 하나는 이 만화 변태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 샤워 에피소드의 주인공입니다. 앙드레는 부회장, 리사와 BDSM 삼각 관계로 엮이기까지 합니다. 골든 샤워나 BDSM 같은 과격인 성인물 소재가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만화에서 엉덩이 매니아 캐릭터라면.. 지극히 ‘평범’의 범주에 들어가는 셈이죠.


물론 이사장이 평범한 캐릭터라는 건 아닙니다. 말했듯이 이 양반은 그냥 정신 나간 중증 변태예요. 엉덩이를 밝히는 것까진 좋은데 중년 남자가 정장 안에 상시로 T팬티를 착용하고 다닐 정도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그런 변태적인 취향도 결국은 죄다 ‘엉덩이’라는 무난한 소재에 관한 것이라서 이사장의 기행들도 유쾌하게 보고 웃을 수 있는 개그 장면들이 되어 버립니다.


네, 이사장도 그렇고, 이 만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웃기기 때문입니다. 모조리 성적인 개그와 농담들이지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사장은 개그 캐릭터로서 굉장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사실 만화의 초반부 개그를 하드캐리하는 건 가쿠토인데 앞에서 말했듯 이 친구는 후반으로 갈수록 기복이 심해지는 반면 이사장은 만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개그 폼을 유지합니다. 특히 본인의 시그니처 개그 코드가 있다는 게 최고의 강점이죠. 그것은 바로 독특한 말투입니다.

본인만의 재미있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은 창작물의 개그 캐릭터 뿐 아니라 실제 코미디언들도 본인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코미디언이 아니라 일반인도 본인만의 독특한 말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죠. 실제로 드물기는 하겠지만. 그런데 이사장의 말투는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개그적인 연출 효과도 상당히 좋습니다. 방법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데 대사의 마지막 음절을 뜸을 들이다가 강하게 뱉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투를 사용하면 이사장이 대사를 할 때 항상 마지막 음절 부분만 컷을 따로 분리하게 되고 이 컷에 이사장의 심각한(그래서 더 웃긴)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개그 효과를 넣어주는 식인 거죠. 뻔하고 단순한데도 이런 말투가 만들어내는 개그 효과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나 이 작품에서 시종일관 터져 나오는 웃기는 상황들에 접목되면 그야말로 최고의 개그 윤활유가 되어 버립니다. 


이사장의 캐릭터 외형 디자인도 정말 훌륭합니다. 이것은 싸이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었던 개그 코드와 유사한 방향성입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면 진짜 웃기고 황당한 상황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엄숙하게 폼을 잡고 있는 싸이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집니다. 이사장의 디자인을 보면 마치 큰 회사의 카리스마 중역 같은 멋진 미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늘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핏이 딱 맞는 멋진 수트를 입고 있고 헤어스타일과 콧수염도 칼 같이 정돈되어 있죠. 표정이나 동작도 엄격, 근엄, 진지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게 멋진 모습을 하고는 하는 말과 행동이란 게 엉덩이에 대한 찬양과 탐닉 뿐이니 이 모습이 너무도 우스꽝스러운 겁니다. 이런 개그 캐릭터의 디자인은 사실 개그 만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방법입니다. 그만큼 효과가 큰 정공법 개그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정공법은 어중간한 퀄리티에서는 뻔하고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최상의 퀄리티로 구현되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여기서 감옥학원이란 만화의 최고의 강점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작가 히라모토 아키라의 어마어마한 작화력입니다. 외형은 멀끔하지만 속은 변태인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작화 퀄리티가 높으면 높을수록 효과는 극대화 되는 것이죠. 감옥학원의 작화 퀄리티는 그야말로 최상급입니다. 왜 이런 엄청난 그림 실력으로 변태 개그 만화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뭐, 그거야 작가 맘이겠죠. 그리고 원래 장르에 귀천이란 없습니다. 변태 개그 만화라 할지라도 감옥학원은 많은 사랑을 받은 히트작이자 훌륭한 명작 만화입니다. 그리고 이사장은 개그 만화 역사에 남을 최고의 개그 캐릭터고요.


만화라는 매체에서 개그는 거의 필수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개그 만화는 생각보다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감옥학원 정도로 훌륭한 작화와 타율 높은 개그를 보여주는 고퀄리티 개그 만화는 그 자체로 이 장르의 보물과도 같습니다. 아쉽게도 작가가 다음 작품 로우 히어로에서는 안타까운 병살타를 때리고 말았지만, 향후에 다시 감옥학원같은 훌륭한 개그 만화와 이사장 같은 최고의 개그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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