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의 대세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가 저에게 각인된 건 몇 년 전 그레타 거윅의 영화들을 통해서입니다. ‘프란시스 하’로 명성을 얻은 여배우 그레타 거윅이 어느 순간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했고 그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당시에 영화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보이후드’의 여성판이라 불릴 정도로 언청난 극찬을 받았고 그레타 거윅은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이자 신예 감독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대 속에 결정된 차기작이 무려 ‘작은 아씨들’이었는데 이 작품은 제작 확정 시점부터 특히 캐스팅에 대한 궁금증이 컸죠. 거윅의 페르소나인 시얼샤 로넌이 주인공 조 역을 맡은 건 당연한 선택이고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등 흥미로운 명단이 공개되는 가운데 로리 역의 배우로 티모시 샬라메가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이때부터 제가 이 배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티모시 샬라메는 시얼샤 로넌과 마찬가지로 레이디 버드에 이어 연속해서 거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티모시 샬라메가 진짜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이 작품은 레이디 버드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가 되었어요. 물론 작품 자체의 화제성으로 따지자면 레이디 버드 쪽이 더 컸지만(사실 큰 차이는 아닌 듯) 레이디 버드에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주인공은 아니었으니까요. 루카 구아다니노와 그레타 거윅이라는 범상치 않은 감독들이 비슷한 시기에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의 잠재력을 각각 알아본 셈입니다. 작품 자체로 놓고 보면 확실히 티모시 샬라메의 필모로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거윅의 영화들보다 더 강렬하긴 합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죠. 거윅의 영화에서도 물론 좋았지만 여기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여성 영화의 꽃미남 캐릭터로서 다소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렀습니다.(거윅의 영화에서는 한결같이 여성 캐릭터가 중요하니까요)
다만 제가 좀 더 흥미롭게 관찰했던 것은 여성 영화에 등장하는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이었어요. 특히 작은 아씨들의 로리 역은 처음부터 누가 캐스팅될지 상당히 관심을 가졌거든요. 그레타 거윅이 여성 서사를 흥미롭게 그려내는데 그의 작품에 어찌 되었던 꽃미남 남자 캐릭터는 등장할 테고 배우를 누구로 선택할지가 매우 궁금했거든요. 결국 레이디 버드에 이어서 연속으로 티모시 샬라메가 등장하는 걸 보고 이 재능 있는 여성 감독의 눈에 티모시 샬라메가 제대로 들어왔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앞으로 티모시 샬라메의 시대가 올 것이다 라는 예감도 들었어요. 이런 건 대단한 예상도 아니죠. 당시에 영화 팬들 중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결국 거윅의 선택을 받은 지 몇 년 만에 티모시 샬라메는 최고의 대세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 배우의 지금 기세는 흔히 하는 말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준입니다. 개봉 예정이나 제작 중인 차기작들의 목록이 엄청납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들의 섭외가 물밀듯이 들어오겠죠. 할리우드의 모든 좋은 시나리오들이 티모시 샬라메에게 몰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할 테고요.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과거의 대세 남자 배우들의 사례들을 당연히 떠올려보게 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현재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데, 그렇다면 과거의 꽃미남 대세 배우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사실 그렇게 말하기는 좀 애매해요. 톰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조금 비교할 만할까요? 사실 디카프리오는 한창 꽃미남 포스 절정이던 시절에 ‘로미오와 줄리엣’과 ‘타이타닉’을 찍은 후 몇 년 정도 지지부진했던 적이 있었죠. 그러다가 마틴 스콜세지가 21세기의 페르소나로 디카프리오를 선택하면서 대배우로 도약하게 되는데 이후 점점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게 됩니다.
[감독 이야기]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이렇게 적고 보니 디카프리오도 티모시 샬라메와 비교하기는 아주 적합한 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티모시 샬라메의 외모가... 물론 엄청 잘 생기긴 했는데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는 아주 다른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배우들은 꽃미남과 상남자의 느낌을 동시에 가진 매우 선 굵은 미남들이죠. 물론 티모시 샬라메도 선 굵다 라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이목구비가 뚜렷하긴 하지만 뭔가 그 뚜렷한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만드는 여리여리한 분위기를 품고 있죠. 사실 외모의 느낌으로 비교하자면 조니 뎁의 젊은 시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티모시 샬라메의 차기작 중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 ‘웡카’입니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조니 뎁이 연기했던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 역을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것입니다. 이것 참 흥미롭네요! 물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소설이 원작이고 팀 버튼 작품 외에도 여러 번 실사화 되었으니 꼭 이번 작품이 조니 뎁의 웡카의 프리퀄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래도 팀 버튼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웡카’ 역시 워너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프리퀄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캐스팅된 것도 어느 정도 조니 뎁의 젊은 시절과 비슷한 이미지가 있어서 라는 이유가 작용했을 것 같고요.
확실히 레이디 버드에서 연기한 ‘카일’ 같은 캐릭터는 젊은 시절의 ‘청춘스타’ 조니 뎁의 이미지와 굉장히 비슷하죠. 비슷하면서도 조금 덜 퇴폐적이고 더 감성적인 느낌이랄까. 저는 티모시 샬라메가 이런 이미지나 행보와는 별개로 대배우로서의 위상은 결국 디카프리오나 조니 뎁의 계보를 잇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이 배우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듄’을 기점으로 대작 상업 영화들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흥행으로 말하자면, 티모시 샬라메는 한국에서 이미 진작에 ‘천만 배우’였습니다.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에 출연했으니까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인터스텔라로는 티모시 샬라메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죠. 인터스텔라가 ‘아들 차별하는 영화’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주인공 쿠퍼의 두 자녀 중에서 딸인 머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고 아들인 톰은 쩌리 취급이었으니까요. 실상 머피보다 더더욱 아버지 바라기인 캐릭터가 톰이었는데 말이죠.
머피 역을 연기했던 당시 아역 시절의 맥켄지 포이가 너무 예뻐서 더더욱 티모시 샬라메가 묻힌 감이 있습니다. 지금 티모시 샬라메가 여자보다 더 예쁘다 소리까지 듣고 있는데 인터스텔라에서는 머리 스타일도 촌티 나고 전반적으로 미모(?)가 꽃피기 전이었죠. 물론 아무리 잘 생기고 예쁜 남자 배우를 데려와도 맥켄지 포이보다 예쁘게 보이기는 불가능하겠지만요. 맥켄지 포이 얘기를 잠깐 하자면, 이 배우는 그 압도적인 미모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 쫄딱 망해버린 게 타격이 꽤 컸을 거예요. 할리우드에 PC 열풍이 강해지면서 어리고 엄청 예쁜 백인 여배우들이 갈수록 고전하는 양상입니다. 미남 배우들은 잘만 쓰면서 왜 백인 미녀 배우들만 이렇게 배척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듄의 ‘폴 아트레이데스’ 역을 연기하면서 티모시 샬라메의 인기와 지명도가 크게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듄은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올 텐데 결국 최종적으로 반지의 제왕에 비견되는 위대한 대작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완성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그런 대단한 상업 영화의 주역으로서 티모시 샬라메의 위상도 크게 올라갈 거고요.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엄청난 잠재력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젊은 배우가 몇 년 뒤에 팍 식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거든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예상대로 정말 영화사에 남을 대배우로 성장한 케이스는 오히려 드뭅니다. 다만 티모시 샬라메는 확실히 느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많은 영화 팬들과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이 배우에게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는 기대가 실현될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티모시 샬라메. 어디까지 대단한 배우로 성장할지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배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우 이야기] 고마츠 나나 小松菜奈 (0) | 2021.11.18 |
---|---|
[배우 이야기] 모리 나나 森七菜 (0) | 2021.11.14 |
[배우 이야기] 아리무라 카스미 有村架純 (0) | 2021.11.09 |
[배우 이야기] 미요시 아야카 三吉彩花 (0) | 2021.11.05 |
[배우 이야기] 이유미 (0) | 2021.10.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