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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걸스플래닛 999’는 성공할 수 있을까

by 대서즐라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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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플래닛 999’는 성공할 수 있을까

‘문화 기업’ CJ가 새 걸그룹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조작 사태로 망해버린 프로듀스를 대신할 새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은 ‘걸스 플래닛 999: 소녀대전’입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은 가히 좋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입니다. ‘조작 사태를 일으킨 기업과 방송국이 뻔뻔하게 또 비슷한 오디션을 한다니.’ 물론 조작 사태 이후로 ‘아이랜드’ 라는 보이그룹 서바이벌 방송을 이미 했는데 이 방송은 국내에서는 저조한 시청률로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역시 조작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이 작용한 결과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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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J의 탐욕은 멈추지 않습니다. BTS와 블랙핑크를 필두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K-POP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 기업’을 표방하는 CJ가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큰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절대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조작 사태 라는 큰 사고를 일으켰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죠.


CJ는 이미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입니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가요계입니다.

과거에 가요계(정확히는 ‘아이돌 산업’)는 3대 기획사 체제로 돌아갔습니다. SM, YG, JYP 라는 3대 기획사는 당연히 가요계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이었지만, 기업 자체의 규모로 보면 전체 한국 기업 중에서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물론 K-POP 산업이 세계적으로 급성장을 하면서 3대 기획사의 규모도 과거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초거대 자본의 대기업들에 비하면 열악한 규모입니다.


CJ는 거대자본과 함께 방송이라는 막강한 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방송 미디어가 가지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스타의 탄생’과 연예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방송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아이돌입니다. 역사상 큰 성공을 거둔 아이돌 그룹 중에서, 그 성공을 방송의 영향력을 통해 이룬 케이스는 거의 없습니다. 걸스데이의 혜리가 진짜사나이 라는 방송을 통해 대박이 터진 것과 같이 멤버 개인 활동에 큰 영향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그룹 전체가 방송으로 정상급의 스타로 올라가게 된 케이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굳이 그런 케이스에 가장 가까웠던 사례를 들자면 ‘GOD의 육아일기’ 정도일까요. 물론 이 방송으로 GOD가 국민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맞지만 사실 GOD는 데뷔곡 ‘어머님께’ 부터 큰 히트를 터트린 라이징 그룹이었습니다. GOD가 활동하면서 내 놓은 수 많은 히트곡들을 보면 그냥 그룹 자체의 역량과 곡의 완성도가 이 그룹이 히트한 진정한 요인인 것이지, 방송이 만들어낸 스타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수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방송이 아니라 노래입니다. 방송이 계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노래가 방송의 영향으로 히트를 하는 경우입니다. 노래가 히트하지 않고 가수가 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히트하기는 고사하고 데뷔곡이 나오기도 전부터 가수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CJ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입니다.

사실 아이돌 그룹의 데뷔 서바이벌 방송은 프로듀스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YG의 빅뱅은 데뷔 전에 ‘리얼다큐 빅뱅’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6명의 연습생 중에서 최종 데뷔 멤버 5명이 확정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JYP의 트와이스 역시 ‘식스틴’이라는 서바이벌 방송으로 16명의 연습생 중 최종 9명의 멤버가 선발되는 과정이 엠넷을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하지만 빅뱅과 트와이스가 이 방송들을 통해 데뷔 전부터 큰 인기를 끌어모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대형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인 만큼 데뷔 전 연습생 때부터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었지만 그것 만으로 데뷔하자마자 톱스타로 올라설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빅뱅은 데뷔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고 데뷔 후 1년 정도가 지나서 ‘거짓말’이 메가히트를 터트린 후에야 톱스타의 반열로 올라갑니다. 트와이스는 꽤 빠르게 성공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데뷔곡인 ‘우아하게’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기존의 대형 기획사 신인이 데뷔할 때와 비교해서 진입 성적 등 초반 지표는 매우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빅뱅과 트와이스가 성공한 데는 데뷔 전 서바이벌 방송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두 그룹이 가진 어마어마한 수의 히트곡들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노래를 성공시키며 가수로서, 아이돌로서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CJ의 프로듀스 시리즈는 처음으로 아이돌이 오디션 단계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해버렸습니다. 프로듀스는 히트곡은 고사하고 데뷔곡 조차 없는 단계에서 아이돌 가수가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리게 되는 기현상을 만들어냅니다. 보통의 아이돌 가수가 그렇게 많은 노래를 발표하고 수백 번 무대에 서도 팬덤을 쌓기가 쉽지 않은데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 한방이 그 모든 정상적인 아이돌 가수의 성장 과정을 씹어먹는 결과를 만들어내 버린 것입니다.


프로듀스라는 방송의 위력이 너무 막강해서 대한민국의 아이돌 산업 전체의 판도와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뀔 거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스를 따라 한 다른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들은 모두 망해버렸고 프로듀스 자체도 조작 사태로 망해버렸습니다. 프로듀스 외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은 JYP의 일본 현지화 걸그룹 오디션인 ‘니지 프로젝트’ 뿐입니다. 국내 방송으로 한정하면 프로듀스 말고는 정말 없는 것이죠.

CJ도 프로듀스 말고는 다른 서바이벌 방송은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런 단순한 공식에 따른다면 새로운 오디션 ‘걸스플래닛 999’ 역시 프로듀스가 아니기 때문에 성공의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더 이상 ‘프로듀스’ 라는 이름의 방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일 뿐 걸스플래닛 999가 단지 이름만 바꾼 프로듀스의 새로운 시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점에서 확실히 두 서바이벌 방송은 닮았으니까요. 

CJ 입장에서는 프로듀스라는 서바이벌 방송이 가지는 영향력은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강력하고 매력적인 무기일 것입니다. 더 이상 프로듀스라는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다시 그 막강한 영향력을 부활시키기 위해 새롭고 교묘한 시도를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걸스플래닛 999가 실패하면 다른 서바이벌 방송을 또 만들겠죠.


하지만 우선은 당장 시작하게 된 걸스플래닛 999를 성공시키는 것이 CJ의 당면한 목표일 것입니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이 방송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가 않고, 지금까지 프로듀스가 아닌 국내 아이돌 서바이벌 방송은 모두 실패했기에 이번에도 성공 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더한 악재들이 추가로 있습니다.

그 악재들 중 최악이라고 할만한 것은 역시 중국 관련 이슈입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변화가 많이 발생했고 이것이 연예계와 K-POP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시대에 세계 정치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중국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나라가 되어 버렸죠. 코로나 팬데믹에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 일대일로 산업이나 남중국해 이슈 등.... 이유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냥 중국과 관련된 대부분의 이슈와 화두가 인류 전체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오는 내용들입니다. 이런 상황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국내의 반중 감정도 어마어마하게 증폭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은 중국의 인접 국가로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매우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세먼지이고,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거기에 한한령과 최근의 한복, 김치공정, 항미원조 까지 숱하게 많은 중국 관련 부정적 이슈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 반중 정서는 커져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아이돌 기획사들은 중국의 거대 시장을 노리기 위해 과거부터 적극적으로 중국과 교류해왔고 이로 인해 중국인 멤버가 소속된 K-POP 아이돌 그룹이 굉장히 많이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K-POP 그룹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멤버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의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대중들에게 낱낱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남중국해 이슈와 홍콩 사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다수의 K-POP 그룹 소속 중국인 멤버들이 전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입니다. 심지어 걸스플래닛 999에도 그런 입장을 밝힌 참가자가 있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의 소중한 가치를 거침없이 파괴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만행에 대해 K-POP 아이돌로 활동하는(혹은 활동할) 중국인 아이돌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거기에 이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은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이슈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활동입니다. 중국은 일당 독재 국가로서 고도로 시스템화된 사상의 통제와 세뇌 활동으로 중국의 모든 국민들의 의식을 중국 공산당의 사상과 일체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사실상 모든 중국인은 중국 공산당과 혼연일체의 존재가 된 것입니다.

중국과 달리 정상 국가에서는 민간과 정치가 엄연히 분리가 됩니다. 국민은 자유롭게 정부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고 국가 간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서 원하는 대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국민이 공산당의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민간은 공산당의 의도에 따라 철저히 종속되고 통제받습니다. 대중적인 영향력이 강한 연예인이라면 공산당의 정치 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사실상 모든 중국 국적의 연예인은 중국 공산당의 프로파간다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인식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면 한국인이 중국인 아이돌을 소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중국인 아이돌이 소속된 그룹이 국내에서도 멀쩡히 잘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CJ는 걸스플래닛 999를 통해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새로운 K-POP 그룹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K-POP 아이돌 산업에 본격적으로 불어닥치기 시작한 ‘중국인 아이돌 문제’가 향후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뭔가 국제적인 상황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고 아니면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K-POP 그룹이 점점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지도 모르죠. 반대로 K-POP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서 K-POP 산업의 근본이 뒤흔들리는 큰 위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이번 걸스플래닛 999가 어쩌면 향후 K-POP 산업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현재 중국 관련 부정적 이슈는 명백히 걸스플래닛 999의 국내 흥행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조작 사태에 대한 반감과 중국 이슈까지 더해져서 현재 넷 상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 없습니다. 걸그룹 오디션의 경우 방영하기 전부터 MLB파크 등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글이 많이 올라오고 점점 화제성이 커지게 되는데, 걸스플래닛 999는 현재까지는 남초 커뮤니티의 화제성이 극히 미약한 수준입니다.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 걸스플래닛 999에 대한 글을 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로 반감의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들만 본다면 걸스플래닛 999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흥행에 참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설령 방송이 흥행이 안되더라도 방송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까지 망할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걸스플래닛 999는 한중일 삼국의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이기에 국내 반응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반응도 매우 중요합니다. 설령 국내에서 방송이 흥행하지 못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에서 반응을 얻고 팬덤을 모을 수 있다면 만들어질 그룹은 충분히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K-POP의 외연이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K-POP 산업 뿐 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의 산업이라도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아이돌 산업이 정작 국내에서는 오히려 점점 대중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 비중은 해외의 지분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고 아예 대놓고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지화 K-POP 그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JYP의 ‘니쥬(NiziU)’와 같은 현지화 그룹에 대해 K-POP 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긴 한데, 이에 대해 저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저는 명백히 이런 현지화 그룹들도 K-POP의 외연이 확장된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니쥬는 엄연히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해낸 상품 모델이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형태의 상품 모델로는 가장 이상적이고 당연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활동 무대와 언어만 다를 뿐 니쥬의 곡과 퍼포먼스는 완벽하게 K-POP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현지 활동과 유통을 위해 소니와 합작을 하긴 했지만 그룹의 프로듀싱은 한국 기업인 JYP가 100% 담당하고 있으므로)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연히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K-POP 상품의 한 모델인 거죠.

예전에는 K-POP 그룹이 우선 한국 내에서 뜨고, 그 후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었습니다. 아이돌 그룹은 ‘우선 한국에서 뜨지 못하면 해외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아이돌 시장은 파이가 매우 좁고 소수의 대형 그룹이 국내 팬덤 파이를 독식해버리면 새로운 그룹이 뜨기는 정말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활동하며 국내 보다는 해외 위주의 팬덤을 쌓아 나가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K-POP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 산업은 해외 시장으로 더욱더 뻗어 나가야 합니다. ‘우선 한국에서 뜨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공식이다’ 라니... 한국에서 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런 인식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산업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을 스스로 쌓아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꼴입니다. 그런 장벽이 쌓여 있다면 처음부터 장벽 밖에서 시작하는 것이 그야말로 완벽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기획사에서 추진 중인 K-POP 현지화 그룹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해법의 구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걸스플래닛 999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방송을 통해 만들어질 그룹은 니쥬와 같은 현지화 그룹은 아닙니다. 하지만 명백히 지금까지 한국에서 데뷔한 평범한 아이돌 그룹과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멤버의 국적 구성입니다.

걸스플래닛 999의 투표 방식이나 최종 멤버 선발 규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물론 이 포스트를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가 될 테지만요) 그런데 이 서바이벌의 참가자의 국적은 한중일이 각각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참가자의 수가 전체 참가자에서 1/3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만큼 데뷔 멤버 중 한국인의 비중이 다른 오디션에 비해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는 데뷔 멤버의 구성이 있죠. 이 방송의 제목에 붙어 있는 999 라는 숫자에서 99는 참가자의 수를 의미하고, 9는 최종 데뷔 멤버의 수를 의미한다는 것. 거기에 최종 데뷔 멤버의 국적 구성은 한중일 공평하게 3/3/3 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것.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이 추측대로 데뷔 멤버가 구성이 된다면 무려 2/3의 멤버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9인조 K-POP 걸그룹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래도 한국인이 3명이 있기 때문에 멤버 전원이 외국인인 니쥬 같은 그룹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K-POP 그룹과도 아주 다를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사실 트와이스도 전체 멤버 9명 중 외국인이 4명으로 외국인 멤버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그래도 과반을 넘은 것은 아니었고 이 외국인 4명도 모두 한국 회사에 소속되어 몇 년 동안 한국에 살았기에 언어와 생활 등이 거의 한국 멤버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걸스플래닛 999의 경우 물론 한국 회사에 소속되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참가자들이 글자 그대로 ‘외국에서 온 참가자’라서 트와이스의 외국인 멤버들과는 전혀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심지어 그런 멤버가 그룹 전체 멤버 중에서 2/3를 차지하게 된다면... 외국인 위주로 구성된 현지화 그룹과 비슷한 느낌마저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CJ도 이런 상황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국내 흥행이 되지 않더라도 중국과 일본에서 팬덤을 모아서 (음반 판매량 등의)수치적 성과를 만들고 차츰 국내 팬덤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국내보다는 해외를 공략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K-POP 현지화 그룹들과 유사한 방향성의 기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줄곧 언급한 대로 걸스플래닛 999의 상황은 현재 가히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하기 전까지는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상과 달리 막상 방송을 시작하면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며 상당히 흥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모두의 예상대로 방송 자체는 저조한 시청률로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은근히 유의미한 수준의 국내 팬덤이 모일 수도 있고 중국과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조작 사태 이후에 방영했던 엠넷의 보이그룹 오디션 ‘아이랜드’만 하더라도, 시청률은 저조 했지만 데뷔한 그룹 엔하이픈은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초동 성적을 기록하며 확실히 일본에서 아이돌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걸스플래닛 999도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상황입니다.


K-POP 산업의 외연이 확장되며 니쥬를 비롯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K-POP 산업의 큰 성장기임과 동시에 변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국내외적 논란과 이슈 속에 진행되는 CJ의 새 걸그룹 오디션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이, 단순히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를 넘어 K-POP 전체 산업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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