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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야기

[감독 이야기] 장재현

by 대서즐라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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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21세기 들어서 영화 산업에서 가장 수난받는(?) 장르가 바로 호러 장르입니다. 팬도 많고 그야말로 영화 산업에서 정통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이 장르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있어요. 영화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텐데, 특히나 소비시장의 구조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로 영화를 쉽게 접할 수가 있게 되었고 대중들의 영화에 대한 의견 교환이 더욱 광범위하고 활발해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좋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변화 속에서도 어떤 영화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가 있고 호러 장르의 영화들이 바로 거기에 해당합니다. 쉽게 말해서, 호러 장르는 다수의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가 정말 정말로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가장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이고,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명작 호러 영화라도 적지 않은 관객들이 ‘핵노잼’ 하면서 낮은 평점을 마구 날린단 말이죠. 포털 사이트 평점에서 7점대만 유지하더라도 호러 장르에서는 높은 평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호러 장르에서 명작이 잘 안 나옵니다. 재능 있는 감독들이 호러 장르를 잘 시도하지 않아요. 잘 만들기도 어렵고, 잘 만들어 놓고 온당한 평가를 받기도 어렵죠. 대체로 저예산이고 제작 난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암울한(?) 호러 장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작품들이 제법 나왔습니다. 모두 신인 감독의 작품이었죠. 조던 필의 ‘겟아웃’, 아리 애스터의 ‘유전’, 로버트 에거스의 ‘더 위치’. 하나같이 놀라운 작품들이고 이 놀라운 작품들을 만든 놀라운 신인 감독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포스팅을 할 계획입니다. 그야말로 최근 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감독들이니까요. 하지만 그 첫 타자 격으로 포스팅을 쓰게 된 감독은 한국 감독인 장재현입니다. 이 감독 역시 놀라운 데뷔작을 만들었죠. 호러 장르입니다. 심지어 정통 오컬트 호러예요.

검은 사제들


장재현은 2015년에 오컬트 호러영화 ‘검은 사제들’로 장편 감독 데뷔를 합니다. 540만 관객을 동원하여 호러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대박을 터트립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감독 데뷔를 한 셈이죠. 두 번째 작품은 2019년에 개봉한 ‘사바하’입니다. 이 작품도 잘 만들었지만 ‘검은 사제들’에 비해 대중적인 호불호는 갈린 편이라서 큰 흥행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은 넘겼기에 소포모어 징크스는 면했다고 할 수 있죠.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모두 잘 만든 호러 영화입니다. 물론 호러 라는 장르 규정이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포털 사이트를 봐도 이 두 작품의 장르는 공포(호러)가 아니라 미스터리 스릴러로 규정되어 있네요. 영화의 장르 규정이란 워낙에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이 장르가 맞다 아니다를 일일이 따지는 게 무의미하긴 해요. 하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검은 사제들의 경우는 정통 오컬트 호러의 문법을 따르는 영화가 맞고 사바하는 호러 보다는 미스터리 추리극(혹은 수사극)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죠. 하지만 호러 영화적인 요소도 매우 많고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본격적인 동양 오컬트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확실히 서스펜스는 약한 편입니다. 소재 자체가 생소하기도 하고 영화의 완급 조절도 조금 아쉬운 편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장르 영화로서 매우 잘 만든 작품입니다. 장재현은 굉장히 실력 있는 감독이고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두 편으로 장재현 감독은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컬트 전문 감독’이란 한국 뿐 아니라 세계를 보더라도 드문 케이스이긴 합니다. 물론 영화감독이 한 가지 주제나 장르에 영원히 묶여 있는 경우는 원래 없습니다. 특히 상업 감독이라면 실력을 입증할수록 차기작에서는 더 많은 투자를 받아 더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게 되고 차츰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까요. 장재현이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르나 소재를 선택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죠. 

사바하


하지만 저로서는, 그리고 많은 국내 영화팬들은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를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재미있고 완성도 높을 뿐만이 아니라 매우 유니크 하거든요. 그리고 호러 연출에도 굉장히 센스가 있어요. 앞에서 ‘사바하’의 서스펜스가 약한 편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래도 이 영화에서 상당히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호러 연출은 상상력이 중요해요. 아리 애스터 정도는 아니지만 장재현도 숨막히게 무서운 이미지를 그려내는 상상력이 상당한 감독입니다. 그리고 사바하 라는 영화 한 편을 위해서 그렇게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들인 공에 비해서 사바하의 성과(흥행 결과)는 다소 아쉬운 편이죠. 사바하를 위해 조사하고 정리했던 자료들을 조금 더 보충하고 개선 시키면, 차기작의 밑그림도 금방 완성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동안에 확인해보니 장재현 감독의 신작 정보가 공개가 되었네요. 기대한 대로 이번에도 오컬트 장르입니다. 제목은 ‘파묘’이고 시놉시스를 보니...  묘를 이장하는 지관과 무당의 이야기라. 이 시놉시스를 보고 바로 떠오른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강시 영화의 고전 ‘강시선생’입니다. 강시선생의 초반부 진행이 딱 이 내용이거든요. 물론 장재현의 ‘파묘’에 강시가 나올 일도 없을 테고 강시선생 같은 분위기의 영화는 절대 아닐 테지만,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내용 자체는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강시선생 처럼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네요.

그런데 장재현 감독이 이대로 한국 오컬트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 된다면 많은 영화 팬들이 한 가지 기대를 그에게 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미 많은 영화 팬들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퇴마록’의 영화화 입니다. 그야말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오컬트와 신비주의의 집대성 격인 작품이라 장재현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의 완성판으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합니다. 퇴마록은 이미 한 번 영화화 된 적이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고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 시대에 최상의 퀄티티로 제대로 실사화가 되기를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죠. 그 감독을 장재현이 맡는다면 모두가 환영할 테고요.

장재현을 비롯해서 한국에도 기대되는 신인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영화와 드라마 등 한국 영상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위상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고요. 좋은 소재와 아이디어에, 재능있는 감독과 창작자들의 활동이 더해져 앞으로 한국 문화 산업이 더더욱 발전하고 세계를 향해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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