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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야기

[감독 이야기]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by 대서즐라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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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은 1937년생으로 80대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거장 감독입니다. 영화 팬들이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감독 중 한 명인데, 8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살 아래인 동생 토니 스콧은 2012년에 향년 68세로 사망했습니다. 투신자살이었죠. 토니 스콧도 수많은 명작 영화를 연출한 거장 감독입니다. 


유명 거장 감독이 70대가 되면 팬들의 걱정이 시작됩니다. ‘이제 이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말이죠. 영감님 부디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덕담(?)이 넷상에 많이 올라오는데, 사망이 아닌 은퇴에 의한 커리어 종료 라는 가능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네요. 거장 감독 중에서는 숟가락 들 기운만 남아있어도 계속 영화 촬영을 하고 있을 거 같은 분들이 많긴 하죠. 리들리 스콧이 대표적이고요.


사실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 프렌차이즈를 책임지고 있기에 팬들의 우려가 더 큰 것이죠. 에일리언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숱하게 제작되어 왔지만 리들리 스콧이 이 프렌차이즈의 신작 ‘프로메테우스’을 연출한 건 그가 에일리언 1편을 만들었던 1979년으로부터 무려 33년이나 지난 시점이었죠. 에일리언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4편까지 나왔는데 모두 감독이 달랐습니다. 네 편 모두 훌륭한 작품이고 1편과 2편은 영화사에 남을만한 걸작입니다.

에일리언


물론 1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의 존재감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래도 이 프렌차이즈의 주인(혹은 지휘자, 혹은 선장)이 누군인가는 명확하게 규정짓기 어려운 상황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2012년에 리들리 스콧이 프로메테우스를 만들었고 그가 이 프렌차이즈의 선장임이 공식화 되었죠. 그리고 5년 뒤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만들었지만 이게 또 결과물이 애매해서... 영감님, 부디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동안에 이 프렌차이즈를 우뚝 세워주길 바랍니다... 쉽게 말해 에일리언이 나오는 걸작 영화 한 편 더 만들어 주세요- 라는 팬들의 기대가 계속 존재하고 있는데요. ‘커버넌트’는 안타깝게도 그 역할을 못했으니까요. 아무리 노익장을 과시 중이라지만 세월의 흐름이 갈수록 큰 무게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고요.


리들리 스콧은 1977년의 ‘결투자들’로 영화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에일리언 이었고요. 원래 CF 감독으로 유명했고 영화 데뷔 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비주얼리스트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거장이라 불릴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거장 중에서도 최정상에 있는 감독들과 비교하면 조금 성과가 약하긴 합니다. 흥행도 다소 아쉬운 편이었고요.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지만 감독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글레디에이터


사실 완성도의 기복이 좀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 평가는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그의 필모 중에 거의 이견의 여지가 없는 명작들 외에도, 전반적인 평가가 애매하지만 특정 취향에게는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들도 꽤 있거든요. 한니발이나 카운슬러 같은 작품들. 저 같은 경우는 이 두 작품 모두 아주 좋아합니다.

카운슬러


그리고 개봉 당시에는 평이 안 좋았는데 차후에 평가가 올라간 케이스도 있고요. 블레이드 러너와 킹덤 오브 헤븐이 대표적이죠. 특히 블레이드 러너는 스필버그의 ET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어 평가와 흥행에서 완전히 압살(?)당해버린 비운의 작품으로 꼽히는데, 향후 두 작품이 SF 창작계에 미친 영향을 보면 결국 블레이드 러너도 ET 못지 않은 걸작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되었죠.

블레이드 러너


킹덤 오브 헤븐도 흥미롭습니다. 디렉터스 컷이 따로 공개된 작품들이 많지만 킹덤 오브 헤븐 만큼 디렉터스 컷으로 극단적인 평가의 반전을 이루어낸 케이스는 없을 테니까요. 이 디렉터스 컷을 보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글래디에이터 이상의 걸작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두 작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킹덤 오브 헤븐


리들리 스콧은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영화를 완성하는데 돈과 시간을 적게 쓰는 감독인거죠. 한 마디로 가성비 갑입니다. 제작비(와 제작 기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또 다른 거장 감독 제임스 카메론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커리어에 거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평작 수준의 작품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꽤나 다작을 하는 편인데, 무슨 숙제하듯이 영화를 뚝딱 만들어내는 느낌도 있어요. 때로는 큰 욕심도 야심도 없어 보일 때가 있죠.


하지만 그렇게 평작 수준으로 완성된 작품들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굉장히 흥미로워요. 비주얼리스트 답게 영상미는 언제나 수준급이고, 깜짝 놀랄 연출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시나리오가 평범한 작품에서도 캐릭터는 생생하며 서사의 몰입도는 일품입니다. ‘바디 오브 라이즈’나 ‘로빈 후드’같은 작품들. 범작인 거 같으면서도 놀랍도록 몰입되는 순간들이 있죠.

바디 오브 라이즈


리들리 스콧의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투톱은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저도 두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최고로 재미있게 본 리들리 스콧의 작품은 블랙호크다운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최고작이자 전쟁영화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랙호크다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같은 전쟁영화 걸작들이 많지만 가장 재미있고 가장 몰입되는 전쟁영화였다는 점에서 역시 블랙호크다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스 짐머의 OST도 끝내주고, 캐스팅도 정말 화려하죠. 이 영화는 베트남전이나 2차대전에 치중하던 전쟁영화 장르에 현대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밀어 넣었습니다. 그야말로 현대전 연출의 완전한 표준을 제시했죠.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수많은 전쟁영화들이 따라한 것처럼, 블랙호크다운도 이후 전쟁영화들에 큰 영향을 끼쳤고 심지어 게임에 미친 영향도 어마어마합니다. 블랙호크다운의 영향으로 ‘모던워페어’같은 전쟁 소재 FPS 게임들의 연출 퀄리티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모던워페어


블레이드 러너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바이블이 되었고 블랙호크다운은 현대 FPS 게임 연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메이저 상업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이 서브켤쳐 계에도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겼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정도면, ‘위대한 거장’이라는 칭호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그렇기에 이 위대한 감독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영화 팬들이 더욱 애간장을 타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 여러 창작 프로젝트와 일정을 더디게 진행되도록 만드는 코로나 시국이 특히나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현재도 왕성한 노익장을 과시하며 여러 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신데, 그중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작품은 에일리언 프렌차이즈의 신작입니다. 별 탈 없이 잘 완성해서 꼭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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