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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영화사이

[게임과 영화사이] 사일런트 힐

by 대서즐라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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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원작영화 리뷰

사일런트 힐 Silent Hill

‘사일런트 힐’은 ‘레지던트 이블’과 함께 잘 만든 게임 원작 영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힙니다. 게임 원작 영화라면 이 두 작품을 투톱으로 꼽는데 대부분의 영화+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을 정도입니다.

두 작품은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공개된 시기가 비슷하죠. 게임과 영화 모두 해당 되는데, 게임의 경우 바이오 하자드(레지던트 이블) 1편이 1996년에 나왔고 사일런트 힐의 1편은 3년 뒤인 1999년에 나왔습니다.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이 2002년 작이고 사일런트 힐은 2006년에 나왔죠. 원작 게임이 둘 다 호러 장르이고,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을 따르지만 거기에 영화판만의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점도 두 작품의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사일런트 힐이 레지던트 이블 보다는 원작에 가깝게 제작되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의 경우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강렬한 여전사 캐릭터 ‘앨리스’를 중심으로 한 액션 활극 같은 영화가 되어 원작의 호러 느낌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사일런트 힐은 원작의 분위기에 충실한 호러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주인공도 이름과 성별이 바뀌었을 뿐 원작과 거의 동일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고요.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내용 전개의 기본적인 큰 틀은 영화도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레지던트 이블과 사일런트 힐은 모두 게임 원작 영화로서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좋은 작품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원작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성을 선택한 레지던트 이블과 원작의 분위기와 방향성을 충실하게 따른 사일런트 힐. 둘 다 좋은 결과로 나왔기 때문에 어느 쪽 방식이 더 나은지를 굳이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좀 더 정석적이고 무난한 방식은 사일런트 힐처럼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겠죠. 게임과 영화라는 매체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평가가 좋고 완성도 높은 게임이라면 그 자체로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특히 이 게임의 장르는 ‘호러’입니다. 호러 라는 장르에 한해서는 게임과 영화가 완전히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임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능동적’이지만 영화를 보는 것은 ‘수동적’이라는 점입니다. 주어진 내용을 그저 보기만 해야 하는 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서 능동적으로 내용 진행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호러 게임은 조금은 달라요. 호러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그리 많은 선택권을 주지 않고 플레이가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도록 만듭니다.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궁지에 몰아넣으며 주어진 상황의 공포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죠. 사일런트 힐만 하더라도 게임 플레이를 해보면 초반 진행이 거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진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예 중요 공포 장면들의 경우 플레이어가 캐릭터 조작도 할 수 없고 자동 진행 이벤트로 영화 보듯이 이벤트를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호러 게임이 이런 플레이 방식을 선택한다면 그 만큼 영화와 게임이라는 매체 간의 간극이 좁아지게 됩니다. 사실 사일런트 힐이 발매된 1990년대 중후반에는 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게임의 시각적인 연출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입되고 그 중 영화를 비롯한 다른 매체의 영향을 받은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아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영화-게임이 서로서로 영향을 받으며 문화 산업의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 온 것이죠.

사일런트 힐은 그런 영화와 게임의 동반자적 관계에서 큰 상징성을 가지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게임부터가 영화적인 연출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그 게임을 영화로 만든 작품은 당연히 게임적인 연출 아이디어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또 게임의 후속작들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공해주는 것이죠. 


사실 게임 산업과 기술이 크게 발전한다고 해도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게임 그래픽은 영화에 비할 바가 못 되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시네마틱 영상이라면 그나마 나았지만 인게임 그래픽은 투박하고 거칠었죠. 사일런트 힐에는 기발하고 예술적인 시각 아이디어가 많았습니다. 당시의 투박한 게임 그래픽으로도 이런 아이디어들이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사일런트 힐의 영화판에서 가장 호평받은 부분은 게임의 인상 깊었던 시각 아이디어들을 훌륭하게 실사 영상으로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배경 부터가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죠. 안개에 싸인 이면 세계의 마을 풍경. 게임에서도 음산한 분위기가 압권이었지만 영화에서 실사로 구현된 사일런트 힐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포 영화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원작 게임의 팬들을 열광시킨 건 게임 속에서 투박한 그래픽으로 등장했던 크리처들이 영화 속에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실사로 구현된 모습입니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크리처인 삼각두와 너스. 이 두 크리처가 영화 속에서 완벽한 실사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 게임 팬들은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픽이 아닌 완벽한 실사... 그렇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삼각두와 너스는 어느 정도 그래픽 효과가 가미되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실제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촬영한 모습이니까요. 아날로그는 위대하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무리 발달해도 오로지 아날로그 방식의 시각 효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특히나 호러 장르에서는 아날로그 시각 효과 방식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사실상 사일런트 힐의 영화판이 게임 제작자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완성시켜준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시각 아이디어 뿐 아니라 스토리와 설정 역시 영화판을 통해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이것이 게임의 후속 시리즈에 반영되어 ‘사일런트 힐’ 이라는 프렌차이즈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이렇게 게임과 영화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사일런트 힐이야 말로 레지던트 이블을 뛰어넘는 최고의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레지던트 이블이 사일런트 힐 보다 더 유명하고 성공한 프렌차이즈 라는 점에서(영화와 게임 모두) 어느 정도 두 작품의 위상이 균형을 맞추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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