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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영화사이

[게임과 영화사이] DOA (디.오.에이)

by 대서즐라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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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원작영화 리뷰


디.오.에이 DOA: Dead Or Alive

디오에이 시리즈의 격투 게임계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애초에 성공한 격투게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1996년에 첫 작품이 나온 이후 20년 이상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디오에이 정도라면 게임계에서도 상당한 위상을 가진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소수의 격투게임 시리즈 내에서의 위상만 따져본다면 그렇게 높은 위상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죠. 특히 익스트림 시리즈가 나온 이후로 비키니 여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건 무슨격겜이 아니라 미연시 아니냐 는 소리가 나올 만큼 격투게임으로서의 위상과 이미지를 스스로 추락시키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익스트림 시리즈가 그 나름대로 인기를 끈 건 사실이지만...(비키니 여캐들을 내세우는데 인기가 없을 리가)


2006년에 나온 디오이에의 실사 영화는 게임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의 영화라고 하면 적절한 평가일까요? 만약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의 영화화가 이런 수준으로 나왔다면 격투게임 팬덤이 아주 뒤집어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는 그보다 훨씬 전인 1994년에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게임 산업과 팬덤 문화는 2000년대와는 또 달랐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죠.

스트리트 파이터


디오에이의 실사영화는 A급 상업영화로 제작된 작품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2차 시장용 B급 영화인 것도 아니고 나름 극장에 와이드릴리즈된 영화입니다. 심지어 한국에도 정식 개봉을 했고 제가 바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관객 중 한 명입니다.(이 영화의 국내 관객 수는 15만 명 정도입니다)

절대 잘 만든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아주 못 볼 수준의 영화인 것도 아니에요. 저는 극장에서 보면서도 딱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아마 심야 영화로 보면서 저렴하게 봤기 때문일 거예요.(당시에는 지금보다 영화표 값이 훨씬 쌌으니까요) 그럭저럭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하다는 게 저의 감상이었습니다. 이후에 케이블에 방영되는 걸 몇 번 봤는데(각 잡고 본 것도 아니고 티비 틀어놓고 운동하다가 다른 채널에 딱히 볼 게 없어서) 역시 지루하지 않게 틀어놓고 볼 정도는 되더군요.


격겜으로는 드물게도 여캐들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라(뭐 최근에는 갈수록 격투게임에서 여캐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영화도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여자입니다. 사실 디오이에의 영화화라면 여배우들만 잘 캐스팅해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실제 캐스팅된 여배우들의 면면이 썩 좋지는 않아요. 가장 좋았던 건 크리스틴 역을 연기한 홀리 밸런스입니다. 영화에서 그녀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훌륭한 볼거리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눈길이 가는 여배우가 없더군요. 주인공 카스미 역의 데본 아오키에 대해서는 원작 게임 팬덤에서 대 놓고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저 동양인이기만 하면 장땡이냐, 원작 캐릭터와 이렇게 안 닮은 여배우를 굳이 써야하느냐 하고 말이 많았죠. 사실 좀 희한한 일이긴 해요.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권에서 만든 서브컬쳐 작품들을 보면 캐릭터 디자인이 대부분 눈도 엄청 크고 콧대도 오똑하게 솟은 서양인 이목구비입니다. 캐릭터가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상관없어요. 과거 인물인지 현 시대 인물인지도 상관없고요. 삼국지 게임의 일러스트만 봐도 죄다 서양 모델 처럼 생겼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실에서도 눈 크고 콧대 높은 외모의 사람들이 인기 있습니다. 연예인들 중에는 이런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 정작 할리우드나 서양권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동양인 배우들은 이런 이목구비와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서양인 대비 동양인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외모를 가진 경우가 많죠. 데본 아오키도 그런 스타일의 외모고요.


디오에이의 주인공 카스미는 서양인 이목구비의 캐릭터입니다. 물론 같은 게임에 등장하는 서양인 캐릭터와 비교하면 눈 크기나 콧대 높이가 확실히 힘을 덜 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평균적인 동양인 보다는 선명하고 날 선 이목구비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아시아권 연예인 중에서 이런 외모를 가진 연예인은 많습니다. 원작 캐릭터와 닮은 배우를 아시아권에서 찾는다면.. 캐릭터 국적까지 일치시켜서 일본에서만 찾는다고 해도 굳이 못 찾을 것도 없을 텐데... 물론 영어 영화인지라 영어가 유창해야 한다는 조건은 붙겠지만요. 이게 그렇게 까다롭.... 까다로운 조건일지도? 일본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유독 영어가 약하다는 얘기가 있긴 하던데요...


아무튼 그렇게 데본 아오키가 캐스팅 되었는데... 카스미와 정말 안 닮았죠. 사실 아시아권에서 만든 서브컬쳐 캐릭터 중에서 데본 아오키 처럼 생긴 여캐는 거의 없을 거예요. 있어도 조연이나 비중이 적은 캐릭터이고 주연급 캐릭터는 무조건 서양인 이목구비로 만드는 게 아시아권 서브컬쳐 캐릭터 디자인의 현실입니다.

다만 데본 아오키 캐스팅은 디오에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비키니 비치발리볼 장면에서는 빛을 발합니다. 데본 아오키가 모델 출신이라서 몸매가 좋으니까요. 사실 이 장면 때문에 데본 아오키의 캐스팅이 굳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서양인 배우들과 함께 비키니 차림으로 나란히 서도 밸런스가 맞을만한 몸매의 배우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생각해보니 이게 꽤 중요한 요소이긴 하네요. 말했듯이 비키니 비치발리볼 장면은 디오에이에서 매우매우매우 중요한 요소거든요. 이 장면이 내용 상으로는 전혀 중요하지는 않지만.... 애초에 내용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니까요.


내용도 중요하지 않고.. 사실 격투 게임인 만큼 제일 중요한 건 격투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별거 없죠. 애초에 그렇게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도 아니고 디오에이 게임의 격투 묘사 자체도 격투 게임 중에서는 그나마 현실적인 편이라 영화상에서 요란한 특수효과 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이 무려 원규입니다. 홍콩 무협영화의 전정기 시절을 이끌었던 감독 중 한 명이죠. 할리우드로 진출해서 제이슨 스타뎀의 대표작인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1편을 감독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 감독보다는 무술 감독으로 더 왕성한 활동을 한 사람입니다. 영화 감독으로서 명성은 그리 높지 않아도 무술 감독으로서는 역대 최고 중 한 명이죠. 그런 감독이 만들었으니 디오에이의 격투 장면들도 기본적인 퀄리티는 보장해 줍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입니다. 뭔가 특별한 요소도 없고 내용도 별 게 없으니 지루한 싸움의 반복일 뿐입니다. 마지막에 제법 스케일이 큰 액션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도 크게 만족할 수준은 못 돼요.


사실 디오에이 같은 영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쌈마이’. 네, 이 영화는 쌈마이 스러운 영화예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적당한 킬링타임용 영화이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액션 영화인데도 액션 보다는 여배우들 눈요기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더욱 평가가 낮아질 수도 있겠죠.

사실 디오에이보다 더 유명하고 위상이 높은 격투게임을 영화화한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크게 나은 수준의 작품이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철권을 예로 들어보면 꽤나 방대한 스케일의 세계관과 복잡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스토리는 매우 부실하거든요. 부실하다기 보다는 뭔가 진지하게 몰입할만한 스토리가 아닙니다. 유치하기도 하고 애초에 격투게임이 스토리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스트리트 파이터나 다른 유명한 격투게임들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입니다.

철권


그런 면에서 오히려 디오에이가 여캐들을 중심으로 한 눈요기라는 확실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영화화가 이루어진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을 한 가지는 가진 셈이니까요. 비키니 비치발리볼.


그리고 최근에 영화가 나온 ‘모탈 컴뱃’도 그런 확실한 특성 한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페이탈리티 입니다. 게임 그래픽이 발전 하면서 모탈 컴뱃 시리즈의 페이탈리티가 정말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가지게 되었죠. 이것이 실사 영화로 표현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나온 영화에서 확실히 제대로 구현해주어 게임 팬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모탈 컴뱃


디오에이와는 달리 모탈컴뱃의 영화화는 확실히 게임 팬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입니다. 워너가 투자 배급하고 뉴라인 시네마가 제작한 영화라 확실히 메이저급의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자도 무려 제임스 완이고요. 다행히 기대대로 좋은 작품으로(물론 아쉬운 부분도 꽤 있지만) 나왔고 흥행도 잘 되서 속편 제작도 확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탈컴뱃이 상업 영화 프렌차이즈로 잘 자리를 잡는다면 또 다른 격투게임의 영화화 프로젝트도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킹 오브 파이터... 격투게임 계에서 최고의 위상을 가진 이 게임들이 할리우드 메이저 상업영화로 제작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이 게임들을 영화화한다고 해서 디오에이보다 크게 나을 게 있겠나 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이름값이 차원이 다른 게임들이니까요. 만들 게 된다면 디오에이, 모탈컴뱃 보다 훨씬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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