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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야기

[배우 이야기] 견자단 甄子丹 Donnie Yen

by 대서즐라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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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활약하는 동양권 배우들 중에서 ‘무협 액션 스타 배우’라는 독특한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액션은 대중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이고 지명도 있는 배우 중에서 액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격투나 무술 같은 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배우는 매우 드물 것입니다. 사실 어떤 배우라도 단기간 훈련을 받고 액션이나 격투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니고 있고 한두 편의 영화 촬영을 위한 것이 아닌 그냥 기본적인 본인의 자질로서 액션에 최적화된 신체의 연마가 이루어져 있는 배우라면 당연히 일반 배우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과거 홍콩 영화의 전성기 시절에 느와르와 함께 가장 많이 제작된 장르가 무협 액션 장르였고, 당시에 영화배우 지망생들은 연기 연습과 함께 무술 연마도 기본적인 훈련 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무술 연습을 했던 어마어마하게 많은 배우 지망생들과 결국 배우로 데뷔에 성공하기까지 한 인물들 중에서 ‘무협 액션 스타 배우’로서 명성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 배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카테고리에서 가장 유명한 3명은 그냥 정해져 있습니다. 이소룡, 성룡, 이연걸입니다. 그리고 견자단(甄子丹)은 그 다음 네 번째 정도가 됩니다. 다섯 번째부터는 명성의 격차가 너무 압도적으로 벌어져서 딱히 언급하기도 애매하고요.(조문탁, 전소호 같은 배우들이 떠오르네요.) 그냥 이소룡, 성룡, 이연걸, 견자단. 이 네 명으로 끝입니다.

 

견자단-무협-액션-스타-배우

 

한 마디로 ‘무협 액션 스타 배우’라는 것이 굉장히 귀한 존재라는 것이죠. 요즘도 중국에서는 무협 액션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고 뛰어난 무술 실력의 재능 있는 배우들이 새롭게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저 TOP 4와 같은 세계적인 명성에는 조금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문탁 정도의 명성에 도달한 배우도 없을 겁니다. 애초에 요즘 중국 영화들의 위상은 과거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즉, 견자단 이후의 ‘무협 액션 스타 배우’라는 존재는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말은 견자단이 이 카테고리의 위대한 배우 중에서 마지막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견자단이 이제 60이 다 된 나이인데도 여전히 중국 영화계에서 최고의 액션 배우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할리우드 작품들에도 상당히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견자단보다 한 살 많은 톰 크루즈처럼, 이제 젊다고 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배우로서 새로운 전성기로 도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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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저는 견자단이 이소룡, 성룡, 이연걸 다음 가는 네 번째라고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2016년에 할리우드 대작인 ‘로그 원’에 출연한 이후부터 견자단의 세계적인 명성은 크게 올라갔고, 이제는 견자단의 무협 액션 스타 배우로서의 역대 위상에 대해 다시 평가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견자단이 현재까지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들에 대부분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최근 제작이 확정된 ‘슬리핑 독스’에는 처음으로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연으로라도 굵직한 영화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계속 보여준다면(견자단이 연기한 게 대부분 그런 역할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커리어에 좋은 평가는 꾸준히 누적됩니다. 무엇보다 견자단이 지금 시점에도 현역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대로 기세를 유지하며 할리우드 유명 작품에도 꾸준히 출연한다면... 어쩌면 향후 견자단이 ‘무협 액션 스타 배우’라는 카테고리에서 GOAT로 꼽히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로그원-스타워즈-스토리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그런데 견자단의 평가를 깎아먹는 안 좋은 상황들도 있죠. 바로 현재 중국의 정치 상황입니다. 지금 시대에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인의 미움을 받는 정치 집단이 되었는데 견자단은 최근 시진핑과 중국 지도부에 대해 공개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자단이 형’ 하면서 추켜세우는 남자 팬들이 많았는데 이 지지 선언 이후로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견자단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나빠졌습니다.(여초 커뮤니티에는 애초에 견자단에게 관심이 별로 없고요.) 그래도 ‘천룡팔부: 교봉전’ 개봉에 맞춰 13년 만에 내한도 하고 런닝맨이나 아침마당 촬영도 했는데 이런 활동으로 지지 선언 때문에 나빠진 이미지가 나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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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원래는 견자단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 지지 선언 이후로 역시 상당히 실망한 입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현재 중국이라는 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영향력 있는 스타나 연예인들이 억압적인 독재 권력 앞에서 설설 기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아무리 대단한 스타라도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어떤 꼴이 되는지 판빙빙의 사례로 다들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래도 실망은 할 수밖에 없고, 원래대로라면 엄청난 기대작이었을 ‘천룡팔부: 교봉전’도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천룡팔부-교봉전
천룡팔부: 교봉전

 

저는 김용 작가의 천룡팔부 원작 소설도 엄청나게 좋아하고, 교봉(소봉)이라는 캐릭터도 김용 소설 전체를 통틀어서 TOP3 안에 들만큼 좋아합니다. 천룡팔부는 주인공이 세 명이나 되고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 엄청나게 방대한 무협 소설이지만, 그중에서 교봉의 스토리는 시원시원한 무협 액션 대작 영화로 만들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아마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에서 교봉이야말로 ‘영화 주인공’으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거기에 견자단 같이 나이 많은 배우가 연기하기에도 적합하죠. 보통 무협지 주인공의 나이는 10대나 20대 초반 정도로 젊은 경우가 많은데 교봉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30대로 나오니까요. 물론 견자단이 그보다는 훨씬 많은 나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고편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교봉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사실 교봉은 나중에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진짜 아버지가 소씨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소봉으로 이름을 바꾸기에 무협지 팬들 사이에서는 교봉보다는 소봉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천룡팔부: 교봉전’이 1월 개봉작 중에서도 저의 최고 기대작으로 꼽힐만한데, 그 지지 선언에 실망한 상황이라 1월 개봉 예정작 포스팅에서 9위라는 낮은 순위를 매겼습니다. 그런데 결국 보기는 할 것 같아요. 이 포스팅은 ‘천룡팔부: 교봉전’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쓰고 있는데, 조만간 이 영화를 보고 리뷰 포스팅을 따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천룡팔부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포스팅으로 쓰고 싶은 내용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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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저는 견자단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언급했죠. 견자단은 1980년대에 데뷔를 했고 그동안 찍은 출연작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전 견자단의 작품을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2010년에 개봉한 ‘엽문 2’이고, 그 이후의 출연작은 거의 본 게 없습니다. ‘로그 원’도 극장에서는 못 봤고요.

 

엽문-2-홍금보-견자단
엽문 2

 

그래도 견자단의 ‘과거 전성기’(지금도 전성기이긴 하지만)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들은 대부분 봤고, 그중에서는 저를 견자단의 팬으로 만들어준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견자단의 전성기는 이연걸의 전성기가 꺾인 이후인 2000년대 중반부터라고 얘기됩니다. 살파랑, 도화선, 엽문까지 이어지는 황금 라인업 작품들이 이 시기에 나왔습니다. 분명히 이 작품들이 견자단의 최고 대표작이라고 할만합니다. 보통 90년대부터 2002년에 장예모의 ‘영웅’이 나오기까지의 시기를 홍콩 무협 영화의 최고 전성기로 꼽는데, 그 시기가 지나서 나온 살파랑, 도화선 같은 작품들이 무술 액션에 있어서는 이 장르 역대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엽문도 지금은 사실상 견자단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 되었고, 이 작품에서 보여준 액션 장면들도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죠. 이 시기에 영화 제작 기술이 90년대보다 진일보한 것도 있지만 견자단의 신체 능력과 기술의 노련함이 정점을 찍으면서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액션 장면들이 탄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화선
도화선

 

그런데 저는 견자단 최전성기의 황금 라인업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훨씬 좋아하는 작품들이 바로 90년대의 작품들입니다. 이 시기에 견자단의 대표작으로는 황비홍 2, 철마류, 정무문(드라마)을 꼽을 수 있습니다.

 

황비홍 2는 이연걸이 주인공이고 견자단이 악역으로 나왔지만 이 악역 연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마 이연걸이 수많은 액션 영화들에서 때려눕혔던 악역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멋지고 포스 있는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일 겁니다. 홍콩 무협 영화들 중에서도 최고의 시리즈로 꼽히는 황비홍 시리즈 안에서 이연걸과 견자단의 대결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연걸의 황비홍보다는 조문탁이 황비홍으로 출연한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데(황비홍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이 4편입니다) 견자단과의 대결이 나오는 2편 만은 역시 황비홍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황비홍-2-견자단-이연걸
황비홍 2

 

그리고 ‘철마류’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황비홍, 신용문객잔, 동방불패, 태극권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명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저는 ‘철마류’야말로 90년대 홍콩 무협 영화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견자단의 모든 필모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이 영화는 황비홍의 아버지인 황기영이 주인공입니다. 견자단이 황기영 역을 맡았고 황비홍은 어린 시절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황비홍 시리즈에서 황기영은 나이가 들고 나약한 모습으로 나오기 때문에 철마류에서 견자단이 엄청 멋있게 연기한 황기영 캐릭터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걸 떠나서 영화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마지막 최종 보스와의 2대 1 결전은 황비홍 2에서 견자단과 이연걸의 대결만큼이나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줍니다. 황비홍 2의 마지막 대결 장면과 철마류의 마지막 대결 장면 중 어느 쪽이 나은 지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확실히 더 재미있게 본 건 철마류입니다.

 

철마류
철마류

 

하지만 90년대에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견자단의 작품이라면 역시 드라마 ‘정무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공중파 TV로 방영되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엄청 유명할 수밖에 없죠. 인기도 꽤 있었어요. 제가 엄청 어릴 때 미친 듯이 빠져서 본 작품인데 당시에 학교에서 무슨 요리 실습 같은 걸 한다고(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앞치마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이 전부 앞치마를 펄럭 거리며 정무문에 나오는 곽원갑(주인공의 스승) 흉내를 내며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에서 견자단이 정말 대단했어요. 물론 이소룡과 이연걸이 연기한 진진과 비교해서 견자단이 최고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저 레전드 배우들과 비교해서 당시에 견자단의 지명도가 매우 약한 편이었는데도 배우 자체의 포스는 전혀 떨어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소룡이 포효하는 유명한 마지막 장면은 이연걸의 정무문에서는 나오지 않았는데, 견자단은 이 장면을 과감하게 시도해서 이소룡에 필적하는 강렬한 명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정무문-이소룡-견자단
정무문

 

사실 90년대야말로 무협 장르의 최고 전성기였기에,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견자단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90년대에 본 작품들만큼 재미있게 본 작품이 나오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살파랑, 도화선, 엽문 시리즈는 상당히 훌륭하긴 하지만 철마류와 정무문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액션 장르에서는 역시 배우의 젊은 나이에서 나오는 패기와 아우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견자단은 가장 젊고 멋있었던 90년대에는 이연걸의 명성에 가려졌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미 무협 액션 장르의 시대는 끝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꾸준히 최고의 액션 배우로서 활동해 오며 견자단은 결국 ‘무협 액션 스타 배우’라는 영화배우 역사의 희귀한 카테고리 안에서 최고의 레전드 중 하나가 되었고, 아직도 전성기를 유지하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기는 망설여지지만, 앞으로 그가 쌓아나갈 ‘레전드의 커리어’는 계속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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