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우 이야기

[배우 이야기] 아나 데 아르마스 Ana de Armas

by 대서즐라 2022. 11. 14.
728x90
반응형

 

요즘 할리우드의 최고 대세 여배우 중 하나인 아나 데 아르마스(Ana de Armas)의 포스팅을 쓴다면 우선 나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1988년생입니다. 엄청 늦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보통 대세 스타가 되는 여배우들의 평균적인 나이와 비교하면 조금은 늦게 라이징을 한 케이스입니다. 일단 제가 지금까지 블로그에 포스팅을 쓴 여배우 중에서 처음으로 1990년대 이전 출생의 여배우입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아나 데 아르마스가 라이징한 시점은 안야 테일러 조이와 플로렌스 퓨가 대세 여배우로 떠오른 시점과 비슷합니다. 이들보다는 조금 늦게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플로렌스 퓨와 토마신 맥켄지의 딱 가운데 시점 정도랄까요. 그런데 플로렌스 퓨는 1996년생, 토마신 맥켄지는 2000년생입니다. 나이로 두 사람의 가운데라면 1998년생인데 아나 데 아르마스는 그보다 10살이나 많은 1988년생이죠.

 

아나-데-아르마스

 

아나 데 아르마스와 비슷한 세대의 톱 여배우라면 일단 동갑인 엠마 스톤이 있고, 한 살 어린 엘리자베스 올슨, 두 살 어린 제니퍼 로렌스, 마고 로비 등이 있네요. 이들 모두 아나 데 아르마스 보다 훨씬 일찍 톱 여배우가 되었죠.

 

다소 늦은 시기에 온 전성기라서 그만큼 빨리 전성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기본적으로 따라붙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여배우가 올가 쿠릴렌코인데, 2000년대 후반에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본드걸로 출연하는 등 잘 나가던 시기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전성기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던 배우죠. 올가 쿠릴렌코는 1979년생입니다. 이 배우가 최근에 마블의 블랙 위도우에서 내내 얼굴을 가리고 대사도 거의 없는 빌런 ‘태스크마스터’로 출연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묘하더군요. 앞으로 MCU에 계속 등장할 것도 같은데 나름 비중을 챙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728x90

 

아나 데 아르마스도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본드걸로 출연했습니다. 물론 메인인 레아 세두보다 비중이 훨씬 적은 서브 역할이었지만 짧은 출연 분량에도 임팩트는 강렬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나 데 아르마스가 가장 매력적으로 나온 영화가 바로 ‘007 노 타임 투 다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은 여리여리한 체형의 여자 요원이 그렇게 화끈하고 멋진 액션을 보여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여리여리하고 소녀 같은 이미지에 비해 액션씬이나 강렬한 캐릭터를 굉장히 잘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007-노-타임-투-다이-팔로마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 –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의 고오급 레스토랑

 

007 노 타임 투 다이 –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의 고오급 레스토랑

서브컬처나 인터넷 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제가 포스팅 제목에서 쓴 ‘고오급 레스토랑’이라는 표현이 좋은 의미가 아님을 아실 겁니다. 극장에서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보고 나서, 뭔가

dszl.tistory.com

 

바로 앞의 문장이 아나 데 아르마스라는 배우를 설명하는 핵심 요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데 아르마스는 뭔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소녀 느낌이 나는 외모입니다. 특히 100만 가지는 되는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외모죠. 여리여리하고 소녀 느낌이 나지만 온실 속 아가씨가 아니라 세상 풍파에 갈가리 상처 입고 단단해진 인상도 풍기고 있어요. 그래서 ‘노크 노크’에서 연기한 ‘벨’ 역할이 굉장히 잘 어울렸죠.

 

2015년에 개봉한 ‘노크 노크’는 엄청 큰 성공을 거둔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나 데 아르마스가 톱 여배우로 성장할 포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내용의 영화에 이런 역할로 캐스팅되는 여배우는 S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그저 섹스어필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고 이 영화에 출연할 당시 이미 20대 후반의 나이라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주 시기는 지난 시점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아나 데 아르마스는 이 영화에서 알몸 노출도 하고 마구 굴려집니다. 하지만 그저 소모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나 데 아르마스가 자신이 연기하는 벨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벨(과 제네시스)의 구체적인 과거 행적과 캐릭터의 내막은 밝혀지지도 않지만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한 서사를 보여주는데, 아나 데 아르마스의 연기와 표정, 몸짓을 통한 표현에서 각본 텍스트에 존재하지 않는 더욱 풍부한 서사를 읽을 수가 있습니다. 그저 소모되고 끝날 수 있는 역할에서 혼신의 연기와 표현을 보여줌으로써 아나 데 아르마스는 늦은 시기에 라이징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크-노크-벨
노크 노크

 

‘노크 노크’ 이후 여러 작품들에 꾸준히 캐스팅되며 점점 기회를 넓혀가던 아나 데 아르마스는 2017년에 상당히 주목을 받은 대작 블록버스터인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상업 블록버스터로서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비평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었고, 배우들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아 그들에게 성공적인 커리어로 남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나 데 아르마스는 이 작품을 통해 메이저 영화의 주연급 배우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한 ‘조이’라는 캐릭터는 여주인공이지만 인공 지능 홀로그램이라는 아주 독특한 역할이었죠. 이런 비슷한 역할이라면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사만다’가 떠오르는데, 목소리만 나온 스칼렛 요한슨과는 달리 아나 데 아르마스는 홀로그램 형상으로 등장해 다양한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이나 인조인간들은 창조된 존재로서의 불안정함 내지는 정서적 공허함 같은 것을 표현하고 있기에 어찌 보면 조이의 캐릭터도 노크 노크의 벨의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아나 데 아르마스는 100만 가지는 되는 사연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외모인데, 그런 외모로 인공지능 홀로그램 캐릭터를 연기하니 묘하게 불량품 같은 느낌이 나서 더욱 강렬하고 인상적인 캐릭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블레이드-러너-2049-조이
블레이드 러너 2049

 

이렇게 강렬한 개성과 매력으로 점점 지명도를 높여가던 아나 데 아르마스는 2019년에 라이언 존슨의 추리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확실한 대세 배우로 거듭납니다. 이 영화에는 관록 있는 유명 배우가 엄청 많이 출연했는데, 아나 데 아르마스는 그 속에서 가장 비중 있는 주인공 역할로 출연해 복잡한 내용의 추리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갑니다. 이 영화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는 어찌 보면 본인의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는 선량하고 순수한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노크 노크’와 ‘블레이드 러너’에서 보여준 정서적 불안정함을 표현하는 연기도 좋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의 마르타 같은 선량하고 순수하며 강단 있는 캐릭터의 연기도 아주 매력적이고 훌륭하더군요.

 

나이브스-아웃-마르타
나이브스 아웃

 

나이브스 아웃의 성공 이후 완전히 대세 배우가 된 아나 데 아르마스는 수많은 작품들에 캐스팅됩니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까지 여러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크게 이슈가 될만한 화제작은 없었습니다. ‘예스터데이’에서는 출연은 했는데 분량이 통편집당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코로나 시국이 서서히 종결되고 ‘007 노 타임 투 다이’, ‘그레이맨’ 같은 대작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확실한 ‘이 시대의 대세 여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응형

 

‘노 타임 투 다이’와 ‘그레이맨’은 둘 다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아나 데 아르마스는 두 영화에서 모두 출중한 전투 실력을 지닌 여성 첩보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액션 대작으로 전성기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그녀의 행보는 제 입장에서는 일종의 ‘기분 좋은 의외성’입니다. 사연 많은 비련의 여인 같은 인상의 여배우가 이렇게 강렬하고 시원시원한 액션 연기를 너무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이 정말 신선합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멋진 액션 연기를 선보인 여배우를 많이 봐왔지만 아나 데 아르마스 같은 타입의 액션 여배우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의외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도 너무 매력적이고 마음에 드는 모습입니다.

 

그레이맨
그레이맨

 

사연 많아 보이는 외모와 의외성의 액션 연기에 더해 현재 아나 데 아르마스를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섹스 심볼입니다. 영화계에서 ‘섹스 심볼’이라는 칭호를 붙일만한 대세 여배우가 등장한 것이 얼마만인가 싶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가 노출 연기를 선보인 작품의 편수는 단편 영화를 포함해서 두 자리 수가 넘습니다. 무명 시절부터 거침없이 노출 연기를 해왔고 나이브스 아웃으로 톱 여배우가 된 이후로도 과감한 노출 연기를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녀가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으로 톱 여배우의 반열에 올랐기에 그 과정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대세 스타가 된 배우들과는 달리 20대 내내 무명을 전전한 그녀로서는 노출 연기가 가능하다는 옵션으로 얻게 된 소중한 기회가 많았을 겁니다. ‘노크 노크’가 바로 그 대표적인 기회였던 거고요.

 

‘블레이드 러너 2049’같은 대작 블록버스터에서는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역할인데도(심지어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인데도) 아나 데 아르마스의 누드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도 거대 야외 홀로그램 광고의 형상으로요. CG 효과가 많이 들어간 장면이긴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의 노출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확실히 그녀의 몸이 맞구나 라고 알아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알몸이 등장하는 장면이죠. 상업 대작 영화에 출연해서 이런 과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톱 여배우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블레이드-러너-거대-야외-홀로그램
블레이드 러너 2049

 

그리고 결국 2022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에서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섹스 심볼 여배우로 평가받는 ‘마릴린 먼로’를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섹스 심볼이라는 이미지 이전에 아나 데 아르마스의 외모 자체가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블론드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는 물론 아주 매력적인 모습과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커리어의 전성기에 찍게 된 화제작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작품은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남지 못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고 실제 인물에 대한 왜곡이나 고인모독 등의 논란들까지 생겼으니까요.

 

과감한 노출 연기와 섹스 심볼이라는 이미지는 여배우에는 언제나 양날의 검입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처럼 배우 커리어 내내 수없이 노출 연기를 선보여온 케이스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닐 거예요. 처음에 언급했듯이 다른 대세 여배우들에 비해 다소 늦은 시기에 찾아온 전성기이기에 그만큼 빨리 그녀의 전성기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블론드’가 악평과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 그래서 더욱 우려가 되는 거고요.

 

블론드-마릴린-먼로
블론드

 

사실을 말하자면 굳이 ‘블론드’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아나 데 아르마스는 꽤나 위태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섹스 심볼’이라는 표현을 여배우를 향한 칭찬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아나 데 아르마스의 섹스 심볼 이미지는 ‘노크 노크’와 ‘블론드’에서 보여줬듯이 여리여리하고 사연 많은 소녀 같은 눈빛을 하고는 같이 잔 (나이 많은)남자를 ‘아빠’라고 부를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이런 이미지와 수많은 노출 연기들 때문에 누군가는 그녀를 시대를 역행하는 여배우로 여기기도 할 거예요.

 

다소 늦은 시기에 시작된 전성기 커리어를 비롯해서 그녀의 배우 인생 전체가 일반적인 대세 톱 여배우들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그래서 지켜보기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배우입니다. 그녀가 앞으로 어떤 배우의 길을 걸어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평범한 대세 여배우의 길이 아닌 그녀만의 차별화된 길을 걸어갈 것이란 점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네요.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녀가 앞으로도 놀랍고 빛나는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