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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 아주 힘들게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

by 대서즐라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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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기살인’이 처음 제작 기획이 시작되고 2022년에 개봉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자본이 들어가는 대작도 아닌 소품 정도 규모의 영화가 이렇게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이 걸린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물론 개봉이 늦어진 것은 코로나의 영향도 크겠지만요.) 영화만 봐도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이 영화는 참 힘들게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공기살인-포스터

 

안타깝게도 냉정한 평가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들게 만들어진 영화로 보인다는 건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가 썩 매끄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각본이나 방향성이 이리저리 튀는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거창한 판을 벌이려다가 허겁지겁 수습하는 전개도 많고요. 캐릭터들도 대체로 기능적이거나 평면적이고 반전은 개연성에서 다소 무리수가 있습니다.

 

비극적인 실화를 영화로 만든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작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목도 높은 소재인 반면 비극을 이용해 돈벌이나 하겠다는 상업적인 의도로 오해받을 여지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영화를 만들 때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관람하게 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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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이 주연이라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영화는 5.18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입니다. 비극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철저히 상업적인 문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죠. ‘화려한 휴가’는 여름 성수기를 노리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개봉해서 700만 관객이 넘는 흥행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비판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5.18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작자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이고, 이런 걸 비극을 이용한 돈벌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알리는 공익적인 목적에는 더 많이 부합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공기살인 역시 화려한 휴가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상업 영화의 문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스테레오 타입이고 클리셰와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반전은 거의 남용되는 수준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만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진정성도 보이고요.

 

서영희-김상경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늘 좋은 답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제작규모나 환경에서 메이저급 상업 영화 수준의 지원이 없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대로 원래부터 다루기가 어려운 비극적인 실화 소재의 영화고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학 참사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데, 좀 더 큰 자본과 방대한 스케일로 제작되었어야 이 소재에 적합한 방향성과 완성도의 작품이 나왔을 겁니다. 규모를 작게 만든다면 크게 판을 벌이기보다는 좀 더 미시적인 관점을 적용했어야 한다고 보고요.

 

미시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그만큼 제작비는 저렴해지지만)철저히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어쩌면 그 이상으로)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우선 정말 뛰어난 실력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야 하는데 공기살인의 감독 조용선이 그 정도의 역량이 있는 감독은 아닙니다. 결국 흔한 상업 영화 문법으로 스릴러-재난-법정물인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워낙에 사건의 규모가 방대해서 영화의 내용도 판이 엄청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작 환경은 열악하고, 내용에 걸맞은 스케일이나 연출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감정적인 요소나 무리한 반전들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게 되는 거죠. 부족한 각본이나 연출을 배우들의 역량에 기대는 부분도 크고요.(영화의 규모에 비해서는 꽤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모두 제 몫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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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실제 전개 과정을 보면 영화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 사건에 대해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이나(‘그것이 알고싶다’ 등) 나무위키에 정리된 문서만 봐도 실제 사건 자체가 영화보다 훨씬 몰입되는 내용입니다. 다만 확실히 열악한 제작 조건에서는 실제 그대로 만들기는 어려운 내용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사건이 진행되고 진상이 드러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후 기업과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도 오투 기업 회장실을 무슨 악의 조직 같은 분위기로 만들거나 국회의원 역할로 배우 장광이 등장하는 등(좀 더 규모 있는 메이저 상업영화였다면 또경영이었겠지만) 너무 과도한 클리셰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장광-국회의원-클리셰

 

하지만 이런 투박한 방식은 영화의 의도를 꽤나 우직하게 드러내는 효과는 있고, 적어도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관객에게 분명히 각인시켜 줍니다. 영화를 보고 이 사건에 대해 다른 정보들을 찾아보는 관객이 많을 것이며, 상업영화적인 과장과 클리셰가 많기는 하지만 ‘공기살인’에서 묘사된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가 사실에 가까운 것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지겠죠.

 

코로나 시국으로 대부분의 개봉 영화들이 극장 흥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공기살인’을 봤고 이후 2차 시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것입니다. 좋은 취지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의미 깊은 성과를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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