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가 미국 현지 날짜로 2022년 4월 19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식 가격이 대폭락 했습니다. 현지 날짜 20일에 넷플릭스 주가는 전날 대비 무려 35.12% 하락한 226.19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하루에 시총의 1/3 이상이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대기업 주가가 하루에 40% 가까이 폭락해버린 건 거의 대공황 수준의 사태입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가입자수 감소입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유료회원 수는 2억 2160만 명으로, 2021년 4분기보다 20만 명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수가 감소한 것은 11년 만의 일입니다.
가입자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넷플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현지 서비스를 중단하였고, 이로 인해 70만 명의 가입자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실적 악화가 온 것이라면 장기적인 기업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넷플릭스가 안고 있는 문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복합적입니다.
핵심은 OTT 산업이 이제는 완전히 레드오션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OTT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대가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과 확장을 하면서 이제는 OTT 플랫폼이 대중들의 삶에 밀접하게 자리 잡은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OTT 시대에 넷플릭스는 선발 주자로서 큰 이익을 누렸습니다. 20세기 말에 비디오 렌탈 사업으로 시작된 넷플릭스는 초고속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자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발 빠르게 개척하여 급격한 기업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선발 주자로서 뒤늦게 출발한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효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애초에 OTT 산업은 거대한 자본과 다채로운 IP를 가진 콘텐츠 대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산업이었던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애플, 디즈니, 아마존 같은 초거대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애플, 디즈니, 아마존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OTT 말고도 다양한 주력 분야의 사업이 있기에 OTT 플랫폼의 실적이 다소 저조하더라도 기업 자체가 흔들릴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사실상 OTT 사업이 전부인 상황이라 현재 레드오션화 되고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OTT 산업의 리스크가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들 뿐 아니라 대중(소비자)들 또한 나날이 대격변이 벌어지는 OTT 시장의 흐름에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너무 많아진 방송 채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OTT 플랫폼도 종류가 너무 많아져서 어디에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어디를 가입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OTT 3~4개씩 가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요금 부담도 확 올라갔고요.
사실상 지금 상황은 ‘혼란스러운 과도기’의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의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이대로 ‘정착’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망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고 OTT 통합 서비스라든가 다양한 활로들도 개발될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OTT 시장이 정착이 될 것인지는 쉽게 예상도 되지 않습니다. 이 과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알 수 없고, 어쩌면 지금과 같이 구독료를 지불하는 OTT 플랫폼의 형태 자체가 몇 년 뒤에 사라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콘텐츠 자체 역량을 키우기도 했지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산업의 성장에 편승해서 큰 이익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정확히는 OTT 기업들과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윈-윈 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OTT 플랫폼과의 동거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OTT 산업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되면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OTT 산업의 ‘위기’라는 말까지 써야 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과도기는 언제든지 위기의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과연 OTT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대중들의 삶에 콘텐츠 공급 플랫폼으로서 밀접하게 자리 잡은 OTT가 하루빨리 지금의 과도기를 뛰어넘어 안정된 길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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