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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 사이] 해파리 공주 (히가시무라 아키코 만화 원작 실사화 작품 리뷰)

by 대서즐라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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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무라 아키코의 개그 순정 만화 ‘해파리 공주’는 2014년에 노넨 레나(논) 주연으로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3월의 라이온’과 함께 배우들의 캐스팅이 가장 완벽했던 만화 원작 실사화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저는 원작 만화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원작의 내용과 캐릭터를 거의 그대로 실사로 옮긴 영화 또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으로 소개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쁜 마음이 드는 작품입니다.

 

해파리 공주 포스터

 

(이 글에는 '해파리 공주' 만화와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와 캐릭터 (캐스팅)

 

앞에서 말한 대로 3월의 라이온과 더불어 최고의 캐스팅을 보여주는 만화 원작 실사 영화입니다. 모든 캐스팅이 거의 완벽합니다. 3월의 라이온과 비교해서 해파리 공주는 개그 만화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굉장히 과장된 개그적인 행동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많아서 실사로 그 느낌을 살리기는 3월의 라이온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말 완벽하게 원작 캐릭터의 느낌을 살린 실사 캐릭터가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만화와 영화사이] 3월의 라이온

 

[만화와 영화사이] 3월의 라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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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미 – 노넨 레나 (논)

 

츠키미 역 노넨 레나

 

노넨 레나(논)는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배우입니다. 드라마 아마짱의 대히트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렸으나 소속사 계약 관련 이상한 스캔들로 상황이 말도 안 되게 꼬여버리며 사실상 일본 연예계에서 퇴출당해 버렸죠. 노넨 레나라는 이름도 쓸 수 없어서 활동명도 ‘논’으로 바꿨고요. 2019년에 나온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 ‘나는 논’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일본 메이저 연예계의 주연급 배우로 다시 올라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너무 굉장한 재능과 매력을 가진 배우라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요.

 

아마짱의 대히트 이후 차기작 행보가 너무 더디고 신중하다고 비판이 많았는데 결국 배우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 고작 두 편의 영화를 찍은 것이 활동의 전부였습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좋은 작품입니다. 핫 로드와 해파리 공주. 핫 로드에서 진지한 멜로 연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그녀의 재능과 매력이 폭발한 작품은 해파리 공주입니다.(그런데 흥행은 핫 로드가 대박 터지고 해파리 공주는 망했습니다.)

 

츠키미는 찐따 오타쿠 소녀이지만 사실은 꾸미면 예쁜 외모이고 특별한 재능도 있는 전형적인 개그 순정만화 여주인공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실사로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당연히 순정만화 여주인공은 주연급의 예쁜 여배우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고 이런 예쁜 여배우에게서 자연스럽게 찐따 느낌을 내는 것은 매우 힘들거든요. 외모와 연기력, 찐따 아우라라는 3박자가 필요한데 노넨 레나는 이것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노넨 레나가 화려한 미녀 타입이 아니라 정감 있게 예쁜 스타일이라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최적화된 느낌입니다. 찐따스러운 분장과 스타일링도 아주 잘 받더군요.

 

노넨 레나

 

하지만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연기입니다. 상당히 만화적으로 과장된 행동과 대사들로 표현된 찐따 캐릭터인데 노넨 레나가 연기를 너무 잘하더군요. 특히 표정 연기가 아주 좋았고, 스다 마사키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과 티키타카 호흡도 일품이었습니다. 아마짱에서도 느꼈지만 해파리 공주를 보고 역시 최고의 재능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다시금 강하게 들었습니다.

 

츠키미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에 매력이 있기 때문에 노넨 레나라는 좋은 배우를 만나 최고의 만화 원작 실사 캐릭터로 완성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었는데 흥행이 망해서 후속작이 나오지 못한 게 너무도 아쉽습니다. 뭐 흥행이 잘 되었더라도 노넨 레나의 사정상 후속작은 무리였을 테지만요.

 

 

쿠라노스케 – 스다 마사키

 

쿠라노스케 역 스다 마사키

 

쿠라노스케는 남자인데 늘 화려하게 여장을 하고 다니는 캐릭터입니다. 오카마는 아니고 본인 말로는 노말이라고 하는데(츠키미 왈 “어디가 노말이란 겁니까?”) 그냥 단순히 재미있어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캐릭터예요.

 

그냥 여장도 아니고 굉장히 여성스럽고 화려한 스타일의 여장이라서 실사 작품에서 남자 배우가 소화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리 미소년 이라고 평가받는 남자라도 막상 긴 머리 가발을 쓰고 화려하게 화장해 놓으면 어색한 느낌이 팍팍 들게 마련입니다. 스다 마사키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외모는 원작 캐릭터와 꽤 닮은 편이긴 한데 역시 만화와 실제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원작에서 여장한 쿠라노스케가 남자라는 의심은 전혀 받지 않는 엄청난 미녀로 평가받기 때문에 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표현하는 게 꽤 까다로웠을 거예요.

 

스다 마사키

 

당연히 여장한 스다 마사키에게 ‘엄청난 미녀’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장한 남자 치고는 어색함이 상당히 적은 것은 사실이고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 등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듭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성격을 스다 마사키가 굉장히 잘 표현했습니다. 츠키미와 쿠라노스케가 둘 다 주인공이지만 우물쭈물 꾸물꾸물하며 소극적인 찐따 츠키미와는 달리 쿠라노스케는 전면에 나서서 작품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캐릭터라서 실질적으로 이 작품을 주인공으로서 하드캐리한 건 스다 마사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배우예요. 사실 제가 스다 마사키를 눈여겨 보기 시작한 게 해파리 공주를 본 이후부터인데 이 배우는 보는 작품들마다 새로운 매력과 재능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남자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슈 – 하세가와 히로키

 

슈슈

 

슈는 원작에서 츠키미, 쿠라노스케과 함께 주연 3인방에 해당하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원작보다는 비중이 축소되었습니다. 해파리 공주가 주연 3인방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남2 여1의 삼각관계 순정만화와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원작에서 보여주는 슈의 미묘하게 비중 있는 포지션을 영화에서 그대로 그려내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츠키미와 쿠라노스케의 캐릭터가 워낙에 강하다 보니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이 두 명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도 슈 역시 영화에서 주연은 아니라도 조연 중에서는 비중 있는 역할이고 배우인 하세가와 히로키가 원작 캐릭터의 느낌을 살려서 연기를 잘 해주었습니다. 꽤나 진중한 느낌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인데 개그 만화에서 망가지는 역할을 상당히 잘 소화하더군요. 츠키미와의 케미도 좋았지만 카타세 나나가 연기한 쇼코의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리는데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쇼코 – 카타세 나나

 

쇼코

 

카타세 나나가 연기한 쇼코는 이 영화의 재미를 살려준 최고의 감초 조연 캐릭터입니다. 밉살스러운 악역인데 원래 개그 만화라서 그렇게 혐오스러운 캐릭터는 아니고요. 나쁜 짓을 할 때도 그냥 얄미운 정도고(사실 나쁜 짓도 아니고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는거죠) 대체로 웃기고 그리 밉지 않은 캐릭터예요. 이 영화에서 카타세 나나가 그야말로 훨훨 날아다닙니다. 원래 이런 종류의 섹시 색기담당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 보여준 망가지는 개그 연기까지 정말 훌륭하더군요. 슈를 연기한 하세가와 히로키와의 케미가 정말 좋았습니다.

 

 

마야야 – 오타 리나

 

마야야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배우는 마야야 역을 연기한 오타 리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야야는 제가 원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데요. 그 특유의 엉거주춤한 자세와 의미불명의 손동작, 음침하면서도 활발한 성격이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이 만화 최고의 개그 캐릭터로 완성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만화적인 캐릭터인데 이걸 실사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오타 리나가 연기한 마야야는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정말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마야야 그 자체였어요. 가끔 만화 원작 실사 영화들을 보다 보면 원작 만화와의 연결점이 흐릿해져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마야야가 등장할 때마다 만화 원작의 내용과 상황들이 팍팍 머릿속에 되새김이 됩니다. 실사로 완벽하게 표현된 만화 캐릭터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것이 오타 리나가 연기한 마야야입니다.

 

 

그 외 배우들

 

그 외의 다른 배우들도 전부 훌륭합니다. 아마~즈 멤버들 모두 원작의 그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을 실사 배우들이 싱크로 높게 제대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밤바 역의 배우가 이케와키 치즈루 라는 점은 굉장히 놀랐습니다. 예쁜 배우가 이렇게까지 음침한 진따 분위기를 완벽하게 낼 수 있다니! 그런데 원작 만화의 최종화에서 밤바가 그동안 아프로 헤어에 내내 가려져 있던 눈을 처음으로 보여주면서 (뻔한 클리셰대로)알고 보니 이 캐릭터도 미녀였다! 라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런 설정이라면 이케와키 치즈루의 캐스팅은 절묘하게 적절한 선택이 되었군요.

 

아마즈

 

작품의 또 다른 감초 조연 캐릭터인 하나모리 역의 하야미 모코미치도 좋았습니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속은 어느 누구보다도 사차원인 하나모리도 원작에서 개그 파트의 비중이 상당히 큰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비중이 원작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감초 같은 역할을 잘 소화해주더군요.

 

그밖에 전반적으로 모든 캐스팅이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를 다양한 매력의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너무도 멋진 캐릭터 쇼를 펼쳐 보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즐거움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 각색

 

한 편의 영화에 당연히 원작의 모든 내용을 담는 것은 무리인데, 영화는 원작의 비교적 초반부 에피소드인 패션쇼 이벤트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물론 속편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전개이지만, 영화 자체는 깔끔하게 이야기를 종결시킨 느낌으로 끝냈어요.

 

사실 해파리 공주가 영화 한 편으로 재미있고 완성도 높게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원작의 초반 에피소드 배치가 영화화 하기에 적합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작 작가가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초반 스토리를 구성하지는 않았겠지만, 영화의 초반부 빅 이벤트인 패션쇼를 딱 적합한 이야기 전개 시점에 배치한 것이 영화의 스토리 각색에는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원작에서 패션쇼 이야기까지가 딱 1부 종결이라는 느낌이고, 패션쇼가 끝난 후 중반부 스토리로 넘어가는 구성이거든요.

 

디자이너 츠키미

 

그리고 순정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누구랑 누가 맺어지는가? 하는 내용도, 원작에서는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남2 여1 삼각관계 순정만화라도 일반적으로는 마지막에 남자 2명 중에 한 명과 맺어지고 끝나는데요. 해파리 공주는 그런 결말이 아닙니다. 솔직히 만화를 읽는 도중에도 마지막에 츠키미가 누구와 맺어질지 상상도 안 돼요. 오죽하면 작품 내에서 쿠라노스케가 그냥 형(슈)이랑 츠키미랑 셋이서 같이 살까?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니까요. 결국 츠키미가 둘 중 하나와 맺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 누구도 불평할 수 없는 필연적인 열린 결말이었던 셈인데, 영화가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방식도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동일한 방식이 되고 만 셈입니다.

 

영화는 원작의 초반부 패션쇼까지의 내용에서 거의 특별한 각색을 하지 않았고 캐릭터와 내용까지 모두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결국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영화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완성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영화화까지 된 작품은 대부분 원작의 내용이 훌륭하기 때문에 그냥 내용 그대로 만드는 게 대부분의 경우 최선의 선택이 되거든요. 해파리 공주가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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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과 종합적인 완성도

 

연출 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장점이나 특징이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캐릭터 무비로서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기에 캐릭터의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완성도와 재미를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되고, 감독으로서는 배우들이 날뛰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과 세부적인 대사와 장면에서 연기 지도를 잘하는 것 정도가 중요한 임무가 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감독이 판을 잘 깔아주었고 세부적인 연기 지도도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런 개그 요소가 많은 작품에서는 어설픈 연기 지도로 웃긴 장면이 썰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었어요.

 

특별히 연출이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리고 원작 내용을 충실히 영화화하여 전반적으로 좋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다 떠나서 영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듯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해파리 공주 영화

 

다만 미술이나 화면 미장센 적인 부분에서 다소 퀄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고(좀 싸구려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별 흥행 욕심 없이 만든 영화인 것 같고 실제로 흥행도 저조했죠.) 패션쇼나 디자인이 소재인 영화라서 확실히 이런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좀 더 제작비를 투입하거나 미술에 공을 들여서 화려하고 예쁜 화면이 가득한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캐릭터와 원작의 내용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 때문에 확실히 A급 웰메이드 상업영화로 보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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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재미만 있으면 장땡입니다. 거대한 야심이나 목표를 가지고 만든 영화도 아니고 정말 좋아하는 만화 원작을 이렇게 재미있는 실사 영화로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대만족인 거죠. 해파리 공주는 정말 확실한 재미와 장점을 가진 영화로 저로서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하는 데도 전혀 망설이지 않을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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