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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사이

[만화와 영화사이] 푸른하늘 옐

by 대서즐라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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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원작영화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푸른하늘 옐 青空エール

‘푸른하늘 옐’은 제가 최근 몇 년간 읽은 순정만화 중에서 TOP3에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순정만화 중에서는 오로지 연애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작품도 있지만 연애 외에 다양한 소재들을 조합하여 흥미로운 내용을 그려내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 중에서는 오히려 연애 스토리가 부차적이 되거나 비중이 너무 적어서 순정만화라는 장르 자체를 이탈해버린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런 케이스의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노다메 칸타빌레와 치하야후루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푸른하늘 옐 또한 연애 스토리 뿐 아니라 다른 소재를 조합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와 치하야후루 처럼 아예 순정만화라는 장르 자체를 이탈해버린 느낌을 주는 건 아닙니다. 뭐 굳이 말하자면 이 작품에서 연애 스토리의 비중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뭐랄까.. 두 주인공의 연애에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시작하자마자 바로 사귀고 그 후 순탄하게 꽁냥거리는 연애를 고교 3년 동안 이어가는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좋은 친구로 시작했다가 점점 가까워지고 절친이 되었다가 여자 쪽이 먼저 반해서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그래도 계속 사이좋게 지내다가 결국 남자 쪽도 반하게 돼서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게 되지만 남자가 코시엔에 진출하면 사귀자고 해서(으악 뻔한 클리셰) 일단 보류했다가 결국 코시엔에 가게 되고 정식으로 연인이 된 후 대학까지도 함께 가게 된다는 그런 가슴 뭉클하고 오글거리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보니 꽤 길고 뭔가 여러 사건들로 꽉꽉 차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진짜로 내용이 없는 연애입니다. 어떤 갈등도 우여곡절도 없고 너무 순탄해요. 이 두 사람은 대학까지도 잘 사귀다가 결국 결혼도 하고 백년해로하는 미래가 뻔히 보일 정도입니다. 

이 내용만 가지고는 순정만화로서 재미있는 내용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 내용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메인이 되는 다른 소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바로 부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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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엔을 노린다’는 남주인공의 목표로 알 수 있듯이 남주인공 다이스케는 야구부 소속입니다. 그리고 여주인공 오노는 취주악부입니다. 이런 부활동으로 인한 관계구도도 정말 뻔하고 단순합니다. 코시엔을 노리는 야구부 남주인공과 그런 남주인공을 응원하는 취주악부의 여주인공. 정말 뻔하지만 정공법인 구도이고, 사실 이 작품 자체의 특성을 바로 이러한 ‘정공법’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뻔하고 단순하지만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설정과 구도로 정직하게 진선주행하는 작품이에요. 


말했듯이 이 작품은 연애 스토리의 비중이 별로 없습니다. 다이스케는 3학년에 되어서야 코시엔에 진출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거의 부활동 은퇴와 졸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야 제대로된 연애를 시작하고 이 내용은 당연히 작품의 최후반부에 나옵니다. 그전에는 그저 서로를 응원하면서 부활동에 매진하는 내용 뿐입니다. 이렇게 부활동에 중점을 둔 스토리라면 치하야후루처럼 순정만화의 장르에서 거의 이탈하다시피한 작품이 될 법도 한데 그래도 이 작품은 순정만화라는 정체성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낀 바로는 그렇습니다.

 

 

[만화와 영화사이] 치하야후루

만화원작영화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치하야후루 ちはやふる 순정만화 코너에 꽂혀 있지만 순정만화가 아닌 만화들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 그림체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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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너무도 단순하게도 두 사람이 부활동에 매진하는 이유가 서로를 향한 진지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이스케가 야구를 시작한 것은 오노 때문이 아니고 오노 또한 취주악부에 들어간 것이 다이스케 때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친구가 된 후 함께 각자의 부활동을 열심히 해나가자고 다짐을 하고 이후 서로 힘들 때마다 상담해주고 응원 하면서 우정 이상의 마음을 키워가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부활동에 매진하며 성장해나가는 것과 같은 흐름으로 전개가 되기에 부활동과 두 사람의 연애는 거의 같은 의미의 활동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열심히 부 활동 하는 내용만 계속 나오는데도 그 모습 자체가 서로를 향한 진지한 마음을 계속 키워나가는 과정이기에 이 모든 내용이 훌륭한 연애 스토리이자 순정만화로서의 완전한 정체성을 유지시켜주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하지만 연애 스토리로서의 부활동이라도 이 부활동이라는 소재 자체의 재미도 온전하게 살아 있습니다. 본격적인 야구 소재의 스포츠 만화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다이스케의 야구부 활동이나 시합 모습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오노의 취주악부 활동은 다이스케의 야구부 활동 이상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중학교 때도 야구를 했었고 야구부의 상당한 기대주로 입부한 다이스케와는 달리 오노는 전혀 취주악 경험이 없는 생초보입니다. 그저 중학생 때 경기장 응원석에서 멋지게 응원 연주를 하던 취주악부를 보고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다가 고등학교에서 큰 맘 먹고 도전해보자고 나선 케이스예요.


오노와 다이스케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취주악부의 명문고입니다. 오노는 일부러 이 학교를 선택해서 들어온 것이고 당연히 입학하자마자 취주악부에 입부를 지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명문고 답게 신입생들도 대부분 취주악 경험이 있는 실력자들이었고 생초보 입부생에게는 거의 기대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동기생 중에서는 초보자는 민폐니까 대놓고 그만두라고 말하는 아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노는 트럼펫을 악기로 선택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나갑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성장 속도였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을 해나가요. 

이 작품이 정말 재미있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오노라는 캐릭터의 매력때문입니다. 오노는 순정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극적이고 유약하며 우물쭈물 꾸물꾸물 거리는 평범한 여학생입니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설정에 딱 하나의 특별한 설정이 더해졌습니다. 그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노의 이런 특성은 작품을 읽는 독자가 느끼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작품 내에서도 오노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동일하게 느끼는 특성입니다. 오노는 어떤 아이인가? 라고 물으면 모두가 한 입으로 대답합니다. ‘포기를 모르는 아이’라고.

애초에 뛰어난 실력이나 좋은 환경 때문에 포기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특별한 속성이 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노는 보통 사람이라면 백번도 넘게 포기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만은 하지 않습니다. ‘내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다’, ‘포기하는 방법 자체를 알지 못한다’ 같은 흔한 좌우명이 그대로 실체화된 것과 같은 인간입니다.


오노와 다이스케가 둘 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만 명백히 오노 쪽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오노의 이야기는 ‘취주악으로 운동부 남학생을 응원하는 여학생’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아요. 취주악 명문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취주악 경연 전국 대회를 노리는 활동을 하게 되고 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레귤러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으로 부내의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레귤러 멤버가 되고 나서도 전국 대회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한 지역대회를 치루어야 하고 전국 대회에 진출한 후에도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작품 내에서 오노와 다이스케의 이야기가 대등한 비중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분량만 따지더라도 야구부 보다는 취주악부 쪽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주인공이 목표까지 나아가는 행보 역시 다이스케 보다는 오노가 더 길고 힘겹거든요. 다이스케는 1학년 때부터 야구부의 유망주이고 최종 목표도 어디까지나 코시엔 진출입니다. 3학년 때 코시엔 진출에 성공한 후 코시엔의 첫 시합에서 아까운 점수차로 패배하고 그걸로 다이스케의 이야기는 종료입니다. 하지만 오노는 초보자라는 상황으로 처음부터 다이스케 보다 훨씬 뒤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노력 끝에 레귤러 멤버가 되고 지역대회를 통과한 후 최종 전국 대회에서 골드금상을 획득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런 스토리의 전체적인 전개를 봤을 때 역시 오노 쪽이 다이스케보다 더 길고 우여곡절 많은 스토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엄청나게 좋아하는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니 당연히 기대를 엄청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캐스팅을 확인해보니 여주인공은 츠치야 타오, 남주인공은 타케우치 료마입니다. 일단 남주인공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이스케가 전형적인 빡빡이 운동소년의 모습이라서 뭔가 안경 끼고 이과형 수제의 느낌이 나는 타케우치 료마와는 좀 맞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완전히 빡빡이는 아니지만 머리를 짧게 치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하고 나오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기는 하더라고요. 


여주인공 얘기에 앞서 또 한 명의 흥미로웠던 캐스팅 얘기를 먼저 하자면 십수년 전에 재즈밴드부 여고생으로 열심히 색소폰을 불어대던(스윙걸즈) 우에노 주리가 이 작품에서 취주악부 지도 교사 역할로 등장하더군요. 배우 자체도 반갑고 뭔가 스윙걸즈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아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여주인공 츠치야 타오는 상당히 기대되는 캐스팅이었습니다. 이 배우는 다른 하이틴 영화들에서 우물쭈물 꾸물꾸물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던 터라 오노의 캐릭터에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배우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최근에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배우는 전형적인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우물쭈물 소극적인 캐릭터 보다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우사기 같이 강단 있고 에너지 넘치는 배역이 훨씬 잘 어울리는 배우였습니다. 순정만화 여주인공 캐릭터는 오히려 이 배우의 매력을 죽이는 역할이었습니다.

 

 

[배우 이야기] 츠치야 타오 土屋太鳳

츠치야 타오 土屋太鳳 츠치야 타오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20대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자주 써오던 ‘인기 있는’ 이라든가 ‘핫한’ 이라는 표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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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품의 오노는 우물쭈물하고 소극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절대 포기 하지 않는 강한 근성과 초보자부터 꾸준히 노력해 3학년 때는 레귤러 멤버가 될 만큼 큰 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이런 면을 잘 부각시키면 츠치야 타오가 이 캐릭터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대실망이었습니다.

츠치야 타오에게 실망한 게 아닙니다. 그냥 영화 자체가 총체적 난국입니다. 솔직히 일본의 하이틴 영화들이 평균적으로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는 영화가 별로라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크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원작을 너무 좋아하는데다 영화가 잘못을 저지른(?) 부분이 제가 가장 기대했던 내용들에 대한 배신이라서 실망감이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원작 만화는 단행본 19권 분량으로 내용이 꽤 긴 편입니다. 고교 3년 동안 열심히 부활동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내용이 길어질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이 긴 내용을 영화로 만든다면 내용의 상당한 수정과 축소는 불가피합니다. ‘치하야후루’나 ‘우리들이 있었다’ 같이 영화를 2~3편의 시리즈로 만든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영화 한 편으로 끝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순간부터 이미 영화가 제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완성되기는 어렵다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는 초보자로 어리버리 타던 오노가 피나는 노력 끝에 당당히 전국대회 골드금상에 빛나는 레귤러 멤버로까지 성장해나가는 과정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굉장히 긴 호흡으로 그려져야지 그 감동이 온전하게 전달이 됩니다. 영화 한 편 분량으로 이런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영화는 원작의 이 핵심적인 재미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오노의 성장 스토리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정도가 아닙니다. 영화는 아예 오노의 취주악부 활동이 아니라 다이스케의 야구부 활동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영화의 최후반부 클라이맥스도 취주악부의 전국 대회가 아니라 코시엔 진출이 결정되는 야구부의 지역 대회 결승 시합입니다. 그러면 오노의 취주악부 전국대회는? 어처구니 없게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후일담 쿠키 영상의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일본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작품 내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을 엔딩 크레딧 쿠키 영상으로 대충 퉁쳐버리는 상황을 많이 봤을 것입니다. 딴에는 영화 한 편에 되도록 많은 내용을 우겨넣기 위해 일종의 궁여지책을 쓰는 것인데 애초에 이런 식으로 만들거면 영화를 왜 만드는 거냐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생기게 됩니다. 아무튼 푸른하늘 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오노의 취주악부 대회를 엔딩 크레딧 영상으로 때워버린 건 원작 만화의 팬이라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모두 비중 있게 영화 한 편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중을 크게 두는 쪽과 적게 두는 쪽으로 나눌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오노와 다이스케의 비중을 어떻게 나누는 게 베스트일까요. 원작 내용만 놓고 보면 앞에서 이미 오노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비중이 좀 더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로 만든다면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순정만화 원작의 하이틴 영화라면 역시 대부분의 경우는 남자 주인공 쪽으로 좀 더 비중을 두게 됩니다. 거기에 취주악부 공연 장면보다는 야구 시합 장면이 장편 상업 영화의 하이라이트 시퀀스로는 더욱 적합한 그림이 되죠. 그리고 야구 시합에서는 시합을 하는 야구부와 응원을 하는 취주악부를 모두 등장시킬 수 있으니 이런 상황들을 모두 고려하면 역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야구부 시합으로 결정한 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애초에 푸른하늘 옐을 실사 영화로 만든다면 야구부가 클라이맥스를 차지하고 취주악부는 엔딩크레딧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상 필연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피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두 편 이상의 시리즈로 만들거나 아예 드라마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결국 한 편 짜리 영화로 만들게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으로 대충 때우긴 했지만 어쨌든 전국 대회 금상 장면이 나오기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보다 더 실망스러운 내용이 영화에 있습니다.

원작의 내용이 너무 긴 탓에 영화에서는 중간에 생략되거나 수정, 축소된 내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분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내용이 변경되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데, 딱히 분량을 줄이는 효과도 없으면서 원작의 내용과 감동을 완전히 망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해버린 건 정말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 수정은 바로 원작에서는 1학년 때 일어난 다이스케의 부상 에피소드를 영화에서 3학년 시점으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다리 골절이라는 심한 부상이라서 치료부터 재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원작에서 다이스케는 1학년 때 제대로 부활동 자체를 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걸 3학년 때 일어나는 사건으로 바꿔버리면 골절을 치료하고 재활까지 끝낸 후 다시 부활동에 복귀해 코시엔까지 나가게 된다는 내용 자체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가 영화에서 쓸데없이 길어요. 원작에서는 부상 당한 다이스케를 위해 오노가 취주악부 부원들에게 부탁하여 응원 연주 CD를 만들어 다이스케에게 선물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취주악부 부원들이 모두 교정으로 나와서 다이스케를 위한 라이브 야외 응원 연주를 하고 그걸 다이스케가 옥상에서 지켜보며 감동 받는 내용으로 바꿔버렸어요. 원작에서는 짧게 끝났지만 충분히 큰 감동을 준 에피소드였는데 영화에서는 이렇게 스케일을 키우고 많은 상영시간을 몰아주었음에도 전혀 원작만한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영화는 1학년 신입생 시절의 이야기가 전반부에 나온 후 후반부에 갑자기 2년을 건너뛰어 3학년이 되어버리는데 그래서 원작에서는 1~2학년 때 나오던 오노가 성장 에피소드가 몇 가지가 3학년 때 나오게 됩니다. 원작에서 3학년 오노는 이미 번듯한 실력을 갖춘 부원인데 영화에서는 3학년인데도 여전히 신입생처럼 어리버리 하는 모습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내용을 이런 식으로 각색해버리니 원작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영화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원작 내용을 그대로 영화 한 편에 담을 수가 없기에 무조건 내용 각색은 해야 했지만, 가능한 선택지 중에 최악의 선택만 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작의 팬으로서 그저 아쉽다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화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들이 일본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는 상황은 그 자체로 저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실사 영화화 기획이 너무 안일하게 혹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이 조금은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푸른하늘 옐은 긴 호흡으로 주인공의 느리고 힘겨운 성장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야 하기에 애초에 영화 한 편으로 원작과 같은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든 만화가 전부 훌륭한 실사화 작품으로 완성되길 바라는 건 욕심일 테지만 푸른하늘 옐을 좋은 실사화 작품으로 보지 못하게 된 건 역시 아쉬운 마음입니다. 혹시 나중에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해보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을듯 합니다. 이런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지만 충분히 원작의 재미를 잘 살린 좋은 실사화 작품도 많기에 그런 작품들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야만 하겠죠. 어차피 세상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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