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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야기

[배우 이야기] 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by 대서즐라 202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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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플로렌스 퓨는 안야 테일러조이와 함께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신예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플로렌스 퓨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굳이 안야를 엮을 이유는 없는데 그냥 이 배우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뭔가 어거지로 엮일만한 요소가 한 가지 보이긴 하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이 표현이 참 진부하네요..) 2명의 ‘대세 신예 여배우’라는 구도가 대략 10년 전의 영화계 상황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10년 전. 그러니까 2011년입니다. 이 시기에 지금의 안야 테일러조이와 플로렌스 퓨처럼 상당한 주목을 받은 두 명의 신예 여배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니퍼 로렌스와 엘리자베스 올슨 입니다. 두 배우는 각각 ‘윈터스 본’과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이란 작품에 출연하여 매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어 단숨에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두 영화가 공개된 시기는 1년 차이가 있습니다. 윈터스 본은 201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고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은 201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가 되었죠.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의 경우 보통 그해 연말의 어워드 시즌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작품이 되는데 2010년 연말과 2011년 연초까지의 어워드 시즌동안 윈터스 본은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어워드의 주역급 작품이었고 그 비슷한 시기에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올슨의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이 첫 공개가 되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공개된 시기는 1년 차이가 나지만 두 배우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비슷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여기에 한 명 더 끼자면 ‘더 브레이브’의 헤일리 스타인펠드도 이 시기에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로 볼 수 있겠죠.)


어느 시기에나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니퍼 로렌스란 배우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시다. 그녀는 단지 어느 시기에나 한 두명 씩은 존재하는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 정도가 아닙니다. 20살에 윈터스 본으로 주목받는 배우가 된 후 불과 2년 만인 22살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배우로서 큰 업적을 만들어낸 윈터스 본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제니퍼 로렌스가 대세 배우가 된 이후로 쌓아 올린 눈부신 커리어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작 상업영화와 저예산 예술영화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였고 현재 세계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제니퍼 로렌스입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 역시... 제니퍼 로렌스 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좋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상당한 명성과 입지를 쌓아 올린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 중 한 명입니다. 수많은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들 중 제니퍼 로렌스와 엘리자베스 올슨 정도의 레벨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안야 테일러조이와 플로렌스 퓨를 제니퍼 로렌스와 엘리자베스 올슨 같은 굉장한 배우들과 엮어서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안야 테일러조이와 플로렌스 퓨가 이미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의 단계를 뛰어넘어 더욱 높은 차원으로 도약을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네 배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그녀들을 단숨에 ‘주목받는 대세 여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가 각각 존재한다는 것. 제니퍼 로렌스와 엘리자베스 올슨은 앞에서 해당 작품들을 언급을 했고 안야 테일러조이와 플로렌스 퓨는 각각 ‘더 위치’와 ‘레이디 맥베스’가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모두 대단한 작품들이고 네 명의 여배우는 모두 각각의 작품들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편의 영화로 단숨에 주목도를 끌어올린 배우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관건은 그 다음입니다.

이 작품들에서 보여준 놀라운 모습들이 이 배우들이 가진 매력과 재능의 한계치인지? 아니면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인 것인지? 그 후의 작품들에서 이런 의문을 해소시키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네 배우들 모두 이 단계를 무서운 기세로 돌파해냅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이 배우는 진짜구나’ 하는 확신을 거듭 심어주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확신이 다가오는 시점은 배우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여러 작품들을 통해 ‘굳이’ 증명을 하긴 했지만 이미 첫 주목작에서부터 확신을 심어준 배우가 있거든요.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 배우가 안야 테일러조이입니다. 저는 ‘더 위치’에서 이 배우를 보자마자---- 이건 뭐. 괴물 배우 탄생이네! 하고 그냥 눈도장을 박아 버렸습니다. 제니퍼 로렌스도 비슷합니다. 윈터스 본을 보고 진짜 대단한 배우가 나왔다고 온몸으로 실감을 했습니다. 

 

 

[배우 이야기] 안야 테일러조이 Anya Taylor-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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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올슨과 플로렌스 퓨는 조금은 다른 케이스입니다. 솔직히 올슨은 커리어 초반에 저예산 영화들에 출연할 때는 작품 선구안이 조금 오락가락 하는 면이 있었고 오히려 어벤져스나 고질라 같은 대형 상업영화들에 진출한 이후로 완전하게 자기 색을 확립하고 빛나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로렌스 퓨는... 지금 이 배우에 대한 글을 쓰고 있죠.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플로렌스 퓨에 대해서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배우의 재능과 매력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단한 배우란 건 알겠는데, 정확히 그 ‘대단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인식으로는 그렇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대단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이런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뜨지 않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레이디 맥베스를 보고 플로렌스 퓨라는 배우에게 받은 강렬한 인상은, 더 위치의 안야 테일러조이나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에게서 받은 느낌과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각본 자체가 이미.... 이거는 제대로만 찍으면 이걸 연기한 여배우는 빵 뜨겠구나,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화제는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각본이거든요. 어린 여배우를 섭외해서 괴물 같은 연기를 보여주게 하는 각본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플로렌스 퓨가 아닌 다른 여배우를 아무나 섭외를 했어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플로렌스 퓨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어떤 여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강렬함이었습니다. 일단 이런 각본에 딱 맞아 떨어지는 배우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제가 만약 이 영화의 각본만 먼저 읽었다면, 여주인공으로는 주노 템플 같은 배우를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지금이 아니라 대략 10년 전 쯤... 조던 스콧의 ‘크랙’에 출연할 당시의 주노 템플 말이죠.) 하지만 플로렌스 퓨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니, 배우 자체가 캐릭터에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불어넣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상과는 다른, 상상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 버린 것이죠.

레이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가 여주인공의 강렬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서 오히려 플로렌스 퓨의 특별한 재능이 부각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유명한 원작에(물론 레이디 맥베스도 원작 소설이 있긴 하지만요), 여러 차례 영상화된 캐릭터를 그녀가 연기한다면 어떨까?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궁금증은 완전히 해소가 되었습니다.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을 통해서 말이죠.

‘작은 아씨들’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첫 단독 연출작 ‘레이디 버드’로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레타 거윅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니까요. 거기에 원작 자체가 워낙에 유명한데다 작품 특성상 쟁쟁한 여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될 것이 예상되었는데, 실제로 공개된 캐스팅 명단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조 역으로 그레타 거윅의 페르소나가 되다시피 한 배우 시얼샤 로넌이 캐스팅된 건 그냥 당연해 보이고, 아름다운 외모의 맏언니 메그 역으로 엠마 왓슨이 캐스팅 된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연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에이미 역으로 캐스팅된 플로렌스 퓨입니다.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은 여러 차례 영상화된 적이 있는 작품이고 이런 작품을 그레타 거윅이 새롭게 만든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각색이 이루어질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혹은 기대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캐스팅을 본다면 플로렌스 퓨가 연기할 에이미가 (주인공인 조와 함께)그 각색의 중심에 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온 결과물은 예상대로... 아니, 플로렌스 퓨의 에이미는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조나 메그, 베스까지, 그레타 거윅이라는 신성 거장 감독이 영감을 불어넣은 이 오래된 캐릭터들은 모두 예외 없이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진화와 특별한 개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에이미가 유달리 대단합니다.(물론 시얼샤 로넌의 조도 거의 동급으로 대단하긴 합니다) 레이디 맥베스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해석’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영상화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플로렌스 퓨가 가진 특별한 면모가 더욱 잘 부각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아씨들이 개봉한 2019년에(한국은 해를 넘겨 2020년에 개봉했지만) 플로렌스 퓨는 또 다른 화제작에 출연했습니다. 바로 아리 애스터 감독의 호러영화 ‘미드소마’입니다. 미드소마는 데뷔작이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은 아씨들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 외의 모든 점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만요. 하지만 두 작품에서 플로렌스 퓨가 캐스팅된 의도에는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지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드소마


아리 애스터는 데뷔작 ‘유전’으로 호러 영화계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겨준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 충격은 두 번째 작품 ‘미드소마’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물론 충격의 강도는 미드소마가 유전에 비해 조금은 약하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평범한-안이한-호러영화들에 비하면 미드소마의 충격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리 애스터가 호러 장르에서 새로운 소재나 관점을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의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시각과 청각. 이 두 가지 감각을 극한까지 활용해 관객의 정신을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방법을 충실하게 구사한 것이죠. 쉽게 말해 그의 영화에는 정말로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있고 호러 장르의 필수요소인 사운드의 활용도 탁월해서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순간들을 선사합니다. 호러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게요.

 

 

[감독 이야기] 아리 애스터 Ari 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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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재와 아이디어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유전과 미드소마 모두 유명한 호러 영화들의 기시감이 느껴지고 드라마도 특별히 흥미로운 내용이 없어요. 두 영화 모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호러 장르에서 익숙하게 봐온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호러퀸 여주인공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조금씩 변형이 된 캐릭터입니다. 적어도 각본상으로는요. 그런데 실제 영화에서는 두 영화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정말 굉장합니다. 각본 자체의 영향도 있긴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너무 엄청나서 호러 영화의 여주인공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켜버렸습니다.

미드소마


물론 유전의 여주인공 토니 콜렛이 좀 더 굉장한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그야말로 영화를 혼자서 하드캐리 했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미드소마의 플로렌스 퓨 역시 새롭고 놀라운 호러 영화의 여주인공 캐릭터를 보여주었습니다. 미드소마는 영화 자체도 뒤틀려 있고 주인공 대니도 상당히 뒤틀린 캐릭터입니다. 이미 각본에서부터 그런 면모가 강하게 드러나 있는데 이걸 플로렌스 퓨가 연기하니 이 배우만의 강렬하고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며 호러 영화 여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레이디 맥베스와도 닮았다고 볼 수 있겠죠. 플로렌스 퓨가 미드소마에 캐스팅된 의도에도 부합하는 결과였을 테고요.

2019년에 플로렌스 퓨가 주연으로 출연한 개봉작이 또 한 작품 있는데 바로 여성 프로레슬러 ‘페이지’의 전기 영화인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입니다. 이 영화는 플로렌스 퓨의 출연작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냥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사실 플로렌스 퓨의 대표작인 레이디 맥베스나 미드소마 같은 영화는 ‘재미있다’라고 말할 만한 종류의 영화는 아니니까요)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제가 좀 오해를 한 게 있습니다. 우선 페이지의 전기 영화라는 것도 몰랐고(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알았습니다) 레슬러 가족의 이야기에 아빠 역할의 배우가 닉 프로스트? 아 이거 코미디 영화구나, 하고 단순하게 판단을 했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중간까지 보고도 계속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초반에 아빠 역할의 닉 프로스트와 엄마 역할의 레나 헤디가 뭔가 나사빠진 부부 연기를 맛깔나게 잘한데다 더 락(드웨인 존슨)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도 영락없는 코미디 씬이었거든요. 거기에 저는 페이지라는 프로레슬러를 몰랐습니다. 제가 레슬링을 열심히 보던 시기는 오스틴과 더 락이 이끌던 애티튜드 시대였고(실제로 이 시기가 프로레슬링 인기의 전성기였고 한국에서도 엄청 인기가 있었죠) 그 후에는 존 시나와 바티스타가 메인이벤터 급으로 올라서던 시기까지 드문드문 레슬매니아나 썸머슬램 같은 대형 PPV를 챙겨보는 정도였어요. 이때가 대략 2000년대 중반이고 페이지가 WWE 메인 로스터에 들어온 게 2014년이니 뭐... 제 머릿속에 WWE의 디바에 대한 인식은 트리쉬와 스테이시 키블러에 멈춰 있습니다. 

WWE 디바 '페이지'


아무튼 그런 상태로 이 영화를 봤는데 말했듯이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보다가 영화의 중반부가 지나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보다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거든요. 보면서 비슷한 영화들이 자꾸 떠오르는데 말할 것도 없이 아로노프스키의 ‘더 레슬러’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마고 로비의 ‘아이, 토냐’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작품 모두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영화들입니다.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도 이 두 작품에 비견될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고요.

그리고 플로렌스 퓨는... 그냥 이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페이지의 전기영화? 플로렌스 퓨 말고 누가 그 역을 할 수 있으랴! 외모도 은근히 닮았고 체형도 뭔가 레슬러 비슷한 체형이라서...(사실 여배우 중에 이런 체형은 좀 드뭅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연기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것도 없습니다.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는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 때문에 플로렌스 퓨의 커리어에서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페이지의 전기 영화이면서 동시에 플로렌스 퓨 자신의 전기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페이지와 플로렌스 퓨의 인생 행적이 비슷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랄까 애초에 저는 플로렌스 퓨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다만 최근에 배우로서의 행보에서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바로 페이지가 피를 깎는 노력 끝에 감격스럽게 WWE 메인 로스터로 합류하고 바로 첫 번째 경기에서 당시 디바 챔피언 AJ 리를 상대로 오빠에게 물려 받은 피니시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디바 챔피언에 등극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플로렌스 퓨의 현재 상황과 매우 흥미롭게 겹쳐집니다. 바로 플로렌스 퓨가 현시대 세계 영화 산업의 최대 프렌차이즈라고 할 수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무려 블랙 위도우의 후계자인 '옐레나 벨로바'로 합류하게 된 상황입니다. MCU가 곧 영화계의 WWE이고 블랙 위도우는 당연히 메인 이벤터.. 어쩌면 디바 챔피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캐릭터니까요.

블랙 위도우


엔드게임으로 인피니티 사가가 종결되고 MCU의 다음 세대가 본격적인 시동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역급 배우들의 교체입니다. 엔드게임에서 MCU 1세대의 주역 중 세 명이 퇴장하였고(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현재 제작중인 작품들에서도 새로운 배우가 기존 배우의 자리를 물려받는 과정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1세대에 비해 여배우들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브리 라슨의 캡틴 마블이 압도적인 포스로 MCU에 묵직한 발자국을 찍어버린 상황이고 엘리자베스 올슨의 스칼렛 위치도 드라마 ‘완다 비전’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캐릭터로 거듭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호크아이의 뒤를 이을 헤일리 스타인펠드, 앤트맨의 뒤를 이을 캐스린 뉴튼 등 MCU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쟁쟁한 여배우들이 속속들이 집결(어벤져스 어쎔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플로렌스 퓨가 있습니다.

차세대 MCU를 이끌어갈 주역급 여배우로 이미 브리 라슨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상당히 무게감 있는 역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로렌스 퓨의 옐레나가 정식으로 블랙 위도우의 자리를 계승하게 된다면 결국 라슨, 올슨과 대등한 수준으로 MCU의 주역급 배우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가 플로렌스 퓨입니다. 이 포스트의 첫 문장에 언급한 대로 현 시대에 안야 테일러조이와 함께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입니다. 이런 배우가 무려 블랙 위도우를 계승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어중간한 쩌리급으로 머물 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그런 가능성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퓨가 가진 특별함은 ‘평범하게 좋은’ 느낌과는 상당히 다른, 때로는 이질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종류의 특별함입니다. 처음에 제가 플로렌스 퓨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때때로 ‘그냥 평범하게 좋은 느낌’이 필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특히 ‘작은 아씨들’을 볼 때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MCU 같은 작품들은 어떻습니까. 말 그대로 온갖 외계인, 마법사, 초능력자들... 그야말로 괴짜 집합소 그 자체인 곳이 MCU의 세계관입니다. 이런 세계야말로 ‘평범하게 좋은 느낌’이 다소 부족한 플로렌스 퓨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원래 플로렌스 퓨가 액션 연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에서 배드애스 기믹의 멋진 여성레슬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심지어 ‘레이디 맥베스’에서도 물론 이 영화에 액션 장면 같은 건 전혀 없지만 그냥 캐릭터 자체가 뭔가 히어로 영화의 빌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를 보고 바로 얼마 뒤에 ‘레이디 맥베스’를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 영화가 크루엘라 같은 빌런의 탄생기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은 영화의 내용 보다는 플로렌스 퓨 라는 배우 자체에서 받은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그야말로 히어로 장르의 영화와는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레이디 맥베스 같은 작품에서조차 뭔가 히어로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캐릭터의 느낌을 낸 겁니다.(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이지만. 그런데 스칼렛 위치나 베놈 같은 캐릭터로 알 수 있듯이 최근에는 빌런과 히어로의 캐릭터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제가 플로렌스 퓨를 볼 때마다 계속 닮았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미셸 로드리게즈입니다. 미셸 로드리게즈는 히스패닉계 여배우로서 외모만 놓고 보면 플로렌스 퓨와 크게 닮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뭔가 단단해 보이는 체형이라든지 강인한 인상 같은 점들이 은근히 두 배우의 분위기와 느낌이 겹쳐보이게 만듭니다. 저음의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톤도 닮은 점이고요. 미셸 로드리게즈는 물론 커리어 동안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대체로 액션 장르를 메인으로 활약해온 배우이고 까놓고 말해 ‘액션 여전사 전문 배우’의 대명사 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배우입니다. 물론 플로렌스 퓨가 액션 전문 여배우가 될 일은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제대로 액션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작품에서는 미셸 로드리게즈 수준의 액션 특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가지게 만듭니다. 일단 ‘블랙 위도우’의 옐레나로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랙 위도우


앞에서 제가 플로렌스 퓨를 동 세대의 비슷하게 잘나가는 여배우인 안야 테일러조이와 ‘세트’로 묶어서 언급을 했는데요. 몇 년 전 세대인 제니퍼 로렌스와 엘리자베스 올슨의 ‘세트’와 나란히 묶어서 비교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플로렌스 퓨가 블랙 위도우를 계승하게 됨으로써 이 비교에 흥미로운 당위성이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엘리자베스 올슨과 플로렌스 퓨가 나란히 MCU의 주역급 여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와 안야 테일러조이는? 두 배우는 나란히 엑스맨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물론 엑스맨의 주역급 캐릭터인 ‘미스틱’ 역할로 강렬한 활약을 펼쳐 보인 제니퍼 로렌스와는 달리 안야 테일러조이가 출연한 뉴 뮤턴트는 영화 자체의 평가가 워낙 안 좋아서 히어로 영화 팬들에게도 거의 언급도 되지 않는 작품이긴 하지만요.(저도 이 영화는 아직 안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 MCU가 추진 중인 멀티버스는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프로젝트입니다. 지금 데드풀이 MCU에 들어오려고 기웃(?)거리는 상황에서 향후 엑스맨의 MCU 합류의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는 상황인지라 결국 제가 이 포스트에서 묶어서 소개한 네 명의 ‘대세’ 여배우가 모두 MCU에서 활약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미래가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현재 시점에서는 엘리자베스 올슨과 플로렌스 퓨가 MCU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여배우들을 사랑하는 영화 팬들에게는 충분한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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