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100권이 넘는 긴 전개 동안 만화 원피스의 완성도에는 상당한 기복이 있었습니다. 초창기 이스트블루 시절까지만 해도 오다가 만신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는데 위대한 항로로 진입한 이후는 너무 긴 분량의 방대한 에피소드를 진행하면서 늘어지는 전개도 많았고 특히 신세계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평가가 안 좋았죠. 내용도 문제고 디자인과 성격에서 비호감인 캐릭터가 넘쳐나는 데다 무리수 설정과 개연성이 박살 나는 전개도 많았고요. 이래서 오다가 아니라 육다, 칠다, 십다가 대신 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나왔습니다.
앞서 작성한 최고의 에피소드 포스팅과 동일하게 최악의 에피소드도 5개를 꼽아보았는데 이 중 과반 이상이 신세계 에피소드입니다. ‘최악의 에피소드’라고 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에피소드들도 몰아서 보면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 에피소드들은 원피스라는 만화 전체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굵직한 떡밥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기에 꽤 임팩트 있는 전개나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좀 더 완성도가 높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5위 스릴러바크
이 순위에 포함된 5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앞에 등장한 에피소드입니다. 에니에스로비에서 어마어마한 난장판을 치르고 난 후 워터세븐을 출발할 때 다음 목적지로 ‘어인섬’이 언급되어서 큰 기대가 있었는데 그전에 희한한 에피소드가 끼어들어 버렸죠.(참고로 이 순위에 '어인섬'은 없습니다. 많은 원피스 독자들이 어인섬을 원피스 최악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지만 저는 어인섬이 나름 괜찮았습니다.) 스릴러바크는 호러 컨셉의 지역이라서 나름 매력은 있는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나 내용 전개가 그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악의 에피소드 5개 중에서 가장 양호한 순위에 올린 걸로 알 수 있듯 저에게 이 에피소드가 그렇게까지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페로나라는 아주 매력적인 빌런이 등장했고 메인 보스인 모리아도 나름 괜찮았어요. 물론 압살롬과 닥터 호그백은 최악이었만.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한 내용이나 장면들이 많았는데 가장 중요한 메인이벤트인 오즈(루피의 그림자가 들어간)와의 대결이 생각보다 지루한 편이었고 마지막에 바솔로뮤 쿠마가 등장하는 내용도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엄청 긴 편은 아니었고 이 에피소드에서 새로 합류한 동료인 브룩의 캐릭터성과 스토리도 괜찮았기에(밀짚모자 동료들 중에서 브룩은 인기가 좀 떨어지는 편인데 저는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 포스팅에 소개할 5개의 에피소드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위 와노쿠니
원피스 최악의 에피소드 포스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와노쿠니가 무조건 3위 안에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제대로 모든 에피소드들을 정리를 해보니 의외로 4위라는 애매한 순위가 되었습니다. 예상과 다른 이런 결과는 ‘와노쿠니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가 아니라 ‘와노쿠니보다 더 별로였던 에피소드가 3개나 있더라’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직면하게 해 주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와노쿠니 에피소드의 부족한 완성도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와노쿠니가 끝나고 원피스는 바로 최종막에 돌입했는데, 그 전까지는 대책 없이 내용을 마음껏 늘리면서 진행했지만 이제 슬슬 만화의 최종 완결 시점을 정해야 하다 보니 어거지 분량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최종막을 억지로 분량 줄이면서 대충 만들 수는 없기에 그 바로 앞인 와노쿠니의 분량을 어거지로 조절하면서 내용이 많이 뭉개지고 말았습니다. 가장 피해를 본 건 대간판과 토비롯포 등 백수 해적단 간부들과의 싸움이죠. 예정보다 와노쿠니 분량이 너무 길어지니까 간부들과의 싸움을 그냥 대충 정리해버렸어요. 그런데 이렇게 대충 정리해버린 것에 대해 독자들이 별로 불만을 터트리지도 않았습니다. 다들 ‘도대체 와노쿠니 언제 끝나냐~~~’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간부들과의 싸움을 오래 끌었다면 더 욕을 먹긴 했을 겁니다. 하지만 확실히 내용 전개나 파워밸런스 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전개는 좀 말이 안됩니다. 사실 와노쿠니가 정말 말도 안되는 파워 인플레와 밸런스 붕괴가 일어난 에피소드인데 최종막을 위한 무리수 끼워맞추기인 티가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와노쿠니의 스토리와 백수 해적단의 캐릭터 구성은 상당히 공을 들인 편이었는데 최종막 바로 전의 에피소드라는 불리한 상황 때문에 무리수 전개가 너무 많았던 다소 안타까운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즈키 오뎅의 과거 스토리는 등장 전에 내내 욕먹었던 거에 비하면 의외로 나쁘지 않았고요.
3위 정상전쟁
정상전쟁이 연재될 당시는 매화가 공개될때마다 인터넷에서 어마어마한 화제가 되었는데 그야 원피스의 이전 내용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들이 계속 벌어지니 그럴만도 했죠. 하지만 다 끝나고 정상전쟁을 몰아서 보면 ‘요란한 잔치에 먹을거 없더라’라는 평이 딱 맞는 에피소드입니다. 와노쿠니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긴 했는데 정상전쟁이 특히 오다가 거대한 판을 제대로 수습을 못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에피소드입니다. 전투 밸런스는 엉망이고 말도 안 되는 무리수 전개와 오류들도 넘쳐납니다. 처음에 흰수염 배빵 놓고 시작한 것도 어차피 밸런스 개판될 거 뻔히 예상되니까 그 핑곗거리로 애매한 상황 하나 던져 놓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정상전쟁에서 흰수염의 역량이 풀컨디션 대비 어느 정도였는지 독자들마다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기는 하지만 정확한 건 누구도 알 수 없죠. 이런 식으로 뭔가 너무 애매해서 판단하기 어려운 전투나 전개들이 많았고 오다는 그렇게 독자들의 눈을 흐린 후에 무리수 전개를 마구 진행시켰죠. 지나고 보면 혼란밖에 없습니다. 연재 당시에는 원피스 사상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에피소드였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가 바로 정상전쟁입니다.
2위 펑크하자드
원피스 최악의 에피소드 포스팅을 작성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와노쿠니가 무조건 3위 안에 들 거라고 생각했던 건, 그때 얼른 머릿속에 떠오른 에피소드들 중에서 ‘펑크하자드’는 미처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나고 보니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 자체가 없는 에피소드가 바로 펑크하자드입니다. 빌런도 별로고 내용도 재미없고. 결정적으로 원피스의 후반부 에피소드를 망쳐버린 주범인 혐에몬과 혐모노스케가 처음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그나마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루피의 초신성 동기인 트라팔가 로가 칠무해가 되어 등장한 것과 스모커, 타시기가 엮이게 된 스토리 전개인데 저는 사실 원피스에서 꽤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 로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저는 로보다는 키드를 훨씬 좋아합니다) 로가 능력을 써서 스모커와 타시기의 몸을 바꿔버린 것도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모커가 타시기의 몸으로 들어가서 가슴 까놓고 돌아다니는 게 전혀 볼만한 그림이 아니었고 스모커의 몸에 타시기가 들어간 묘사는 더 최악이었고요. 빌런인 시저와 베르고도 너무 별로였어요. 그나마 독특한 자연계 능력자인 모네가 괜찮을 뻔했는데 얘도 포텐에 비해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킨에몬과 모모노스케는 첫 등장에서는 아직까지 그 혐오스러운 ‘본색’을 100퍼센트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싹수(?)를 보여주면서 이 에피소드의 재미를 떨어뜨리는데 한몫했고요. 그런데 펑크하자드는 후반부 에피소드인 만큼 분량 자체는 어느 정도 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도플라밍고와 대결하는 메인 에피소드에 딸린 서브 에피소드라서 존재감과 임팩트는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어중간한 밑밥 에피소드 다음으로 제대로 된 메인 에피소드에서 최고의 임팩트를 터트려야 하는데 기다리는 건 더 최악인 에피소드였죠.
1위 드레스로자
서브 에피소드인 펑크하자드 바로 다음으로 등장한 메인 에피소드 ‘드레스로자’가 제가 꼽은 만화 원피스의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입니다. 솔직히 이견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인데 그중에서 딱 두 가지 만으로도 원피스의 다른 에피소드들은 감히 범접도 할 수 없는 심각한 막장도를 보여줍니다. 바로 ‘하비하비 열매’와 ‘새장’입니다. 하비하비 열매는 말할 것도 없이 원피스에 등장한 최악의 열매이며 이 능력의 사용자인 슈거는 최악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까지는 그러려니 해도 장난감으로 변한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기억까지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설정이 도대체... 이거는 ‘무리수’라는 말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작가가 미친 것 같고 이런 엉터리 설정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분노가 치밀 정도입니다. 독자를 바보 취급해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도플라밍고의 ‘새장’ 능력까지 등장하면... 이때는 진짜.. 독자들에게 원피스의 작가 ‘오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작가였습니다. 육다, 팔다, 십다... 뭔지 모를 이상한 존재가 원피스인지 투피스인지 만화 같지도 않은 이상한 걸 그려 내고 있는 상황이었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내용을 그린 걸까요? 뭔가 그리고 싶은 특정한 상황을 구상해 놓고 거기에 설정을 어거지로 끼워 맞춘 결과인데, 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무리수 전개가 나올 것 같으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구상을 했어야 하는데, 고집으로 밀어붙인 것이 이런 참담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겠죠. 해군대장 후지토라도 최악이었고 도플라밍고 패밀리의 간부들도 다 별로였습니다. 간부가 엄청 많이 등장했는데 마음에 드는 애가 하나도 없어요. 앞에서 말했듯이 저는 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로와 코라손의 과거 스토리도 영 재미없더군요. 그나마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 콜로세움 싸움이 흥미롭긴 했는데 이것도 엄청 재미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메인보스인 도플라밍고도 이전부터 굉장히 치밀하게 빌드업을 해온 굵직한 빌런인데 온갖 무리수가 남발된 이 에피소드에서 결국 공을 들인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뭔가 투박하게 리타이어 해버렸죠. 스토리의 구성이나 캐릭터의 대립 구도가 초반 에피소드인 알라바스타와 굉장히 닮았는데 모든 면에서 알라바스타의 짝퉁 하위호환이 되어버린, 최악 중에서도 최악인 에피소드가 드레스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개의 포스팅에 걸쳐서 원피스의 최고의 에피소드 5개와 최악의 에피소드 5개를 꼽아보았는데요. 이렇게 에피소드마다 완성도의 기복이 있고 작가인 오다는 만신과 십다를 오가는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만화 원피스는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미있는 소년만화입니다. 최악으로 뽑은 에피소드들도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정주행을 하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원피스의 최종막이 진행되고 있는데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종막의 초반 진행이 매우 흥미로워서 ‘만신 부활’이라는 반응까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원피스의 이전 에피소드들을 모두 뛰어넘는 최고의 재미와 퀄리티로 최종막을 잘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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