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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 동네 찐따같은 애들 모아 놓고 뭐하니?

by 대서즐라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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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얼마나 대단한 영웅들인가 기대했더니 이건 뭐 위엄도 없고 포스도 없고... 동네 찐따같은 애들 모아 놓고는 인류를 구하네 마네... 마블이라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 PC와 마블은 완전한 상하관계에 있다. PC는 모든 것을 살라버린다! 다 살라버리고 망쳐 버리는 PC에 의해 결국 승승장구하던 마블과 디즈니에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이터널스 포스터

 

(이 글에는 ‘이터널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문단의 내용은 장난 반으로 쓰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입니다. 이번에 마블의 이터널스를 보고 정말 진심으로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걱정도 되었고요. 무엇보다 이제는 MCU 영화 자체에 대한 회의마저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터널스가 어느 정도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냐고요? 철 지난 ‘닦이 드립’과 ‘엄복동 드립’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아니, 사실 이건 좀 과장이고요. 딱이나 복동이 드립까지 칠 정도로 심각한 망작은 당연히 아닙니다. 역사상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여성 감독인 클로이 자오의 클라스가 있는데- 실망스러운 부분만큼이나 확실한 장점들도 갖춘 영화이긴 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

 

다만 닦이 드립이나 복동이 드립과 관련하여 한 가지 심각한 사실이 있습니다. 장난으로라도 이 영화를 조롱하기 위해 ‘OO닦이’ 혹은 ‘O복동’라는 명칭을 붙여주고 싶은데 뭐라고 붙여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즉, 영화가 마땅히 특색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랬던 적이 거의 없었어요. 반지닦이, 고무닦이, 정의닦이, 자살닦이, 헬복동, 걸복동, 닭복동, 냥복동 하면서 그동안 간단하게 잘도 붙여 왔잖아요! 결국 이 영화는 닦이 드립과 복동이 드립을 피하기 위해 이런 무색무취의 어정쩡한 히어로 영화로 완성된 겁니까! 오호라~ 꽤 머리를 잘 썼잖아. 망작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조롱이라도 덜 당하겠다?

 

지금 이 글을 꽤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장난스러운 작업이지만, 뭔가 드디어 마블을 깔 거리가 생겼다 라는 사실 자체에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영화가 아니라 전반적인 마블 작품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조만간 포스팅을 쓸 계획입니다.

 

사실 지난 몇 년 간의 ‘전반적인 마블 작품들의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상향평준화’입니다. 나오는 영화들마다 다 재미있고 다 잘되었으며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나온 드라마까지도 상당한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는 수준이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늘 이런 상황이 불안한 겁니다. 모든 것이 잘된다고 느낄 때 어딘가 썩어가고 곪아가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죠. 이터널스가 좋은 타이밍에 잘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블 작품들이 진정으로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환기해줄 기회를 제공해준 거니까요.

 

전투씬

 

이터널스가 특히 마음에 안 들었던 건 바로 직전에 본 영화가 ‘듄’과 ‘라스트 듀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중하고 압도적인 무게감과 완성도를 가진 영화들을 연달아 보고 난 후에 이터널스를 본 것이기에, 마블 특유의 경박함과 PC스러운 부조화성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쓴 듄의 리뷰 포스팅에서 특히 극찬을 했던 부분이 PC 시대의 부조화성에 카운터를 날리는 완벽한 배우의 캐스팅과 캐릭터들의 외형 묘사였습니다. 이런 것은 영화라는 시각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다들 멍하니 별생각 없이 요즘 영화들을 보고 있지만 사실 실사 작품에서 배우의 캐스팅이란 정말정말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듄도 그렇고 이터널스도 그렇고. 동네 찐따들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인류 역사 전체에서 손꼽힐 정도의 천재와 영웅, 그걸 넘어서 신이나 다름없는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영화 속 캐릭터의 외형에서 그런 느낌이 확실히 나야 합니다.

 

듄 – 우리는 바로 이런 영화를 기다려 왔다

 

듄 – 우리는 바로 이런 영화를 기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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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 역사의 대단한 천재들과 영웅들이 볼품없는 외형이었던 경우는 많습니다. 거지에서 황제까지 올라간 명나라 홍무제(주원장)는 얼굴이 못생긴 걸로 유명했고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 같은 경우는 땅꼬마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실제로는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다만 그건 실제 역사의 얘기고 그런 역사의 인물들도 최고의 지위와 신분에 오른 후로는 조금이라고 위엄 있고 폼나게(?) 보이려고 온갖 방법과 다양한 연출들로 외형을 꾸몄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대중들에게 인상을 남기고 감흥을 일으킨다는 건 그런 겁니다. 우리가 듄이나 이터널스 같은 영화를 보러 티켓값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는 것은 대단하고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현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만족스러운 감흥을 얻기 위함입니다. 듄은 그런 관객들의 목적에 충실히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작되었고 이터널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듄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완벽히 부합하는 모습으로 등장했고(선역은 선역답게, 악역은 악역답게, 영웅은 영웅답게) 아주 사소한 배경 장면 하나에서도 묵직한 경이감이 느껴졌지만 이터널스는 어땠습니까? 설정과 비주얼은 따로 놀고 대단하다고 연출한 장면에서조차 별다른 감흥이 없습니다. 이래 가지고 서야 관객들이 티켓값 아깝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설픈 히어로들

 

이터널스의 스토리는 엄청납니다. 보석 쪼가리 몇 개 가지고 티격태격하며 손가락을 튕기니 어쩌니 하던 타노스 스토리와는 차원이 달라요. 우주의 창조주나 다름없는 존재(아리솀)가 등장하고 어벤져스니 뭐니 다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거대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스토리만 그럴 뿐 정작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이미지들은 그런 거대한 경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동네 찐따들 술자리의 안주거리 허풍 수다를 보는 느낌이에요.

 

캐스팅도 문제고(이 배우들로 이런 영웅적인 거대한 스토리보다는 차라리 오징어 게임 미국 리메이크 판을 찍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시각적인 디자인이 다 문제예요. 이 문제는 비단 이터널스뿐 아니라 MCU의 전반적인 방향성에까지 회의를 느끼게 만들 정도입니다. 이터널스가 MCU에서 조금 튀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MCU 작품이라는 정체성과 연결성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거든요. 즉, 지금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이터널스에 대한 실망감은 MCU 프랜차이즈 전체에 대한 실망감으로도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개인 책임이 아닙니다. MCU의 전반적인 방향성에서 이런 문제들이 이미 잉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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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MCU 작품들을 보다 보면 뭔가 애들 장난 같은 이야기를 엄청 진지하게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절묘하게 스토리의 전개와 캐릭터의 매력, 시각적인 디자인이 균형을 잡으며 관객들이 이 엉터리 초딩 허풍스러운 이야기에 진지하게 몰입하고 벌어지는 사건과 장면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아슬아슬한 인식과 의식의 균형. 이 균형이 조금이라도 비틀리는 순간 MCU가 그동안 얼마나 유치하고 초딩스러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주었는지 움찔하며 느끼게 됩니다. 이터널스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어색한 장면들

 

이터널스 멤버들이 메소포타미아나 바빌론의 고대 문명사회에 섞여서 말도 안 되게 괴상한 복장을 한 채로 천연덕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뭔가 그림이 이상하잖아요. 너무 어색하잖아! 허풍스러운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런 시각 문화 창작물의 기본 취지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도 그럴듯하지가 않고 화면에서 어색함이 흘러넘칩니다. 이건 다 가짜야. 모두 배우들이고 CG들이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야 할 진실을 버젓이 느끼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

 

거기에 이터널스라는 캐릭터 자체도 문제가 많습니다. MCU가 다 허풍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이번 이터널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별로 믿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이야기들 뿐입니다. 뭔가 캐릭터에 깊이가 없달까요. 그리고 정신이상자, 성소수자, 미성숙자, 언어장애자 등 아주 그냥 PC 종합 세트로 멤버들을 구성해 놓고는 포스도 위엄도 없고 능력들도 하나같이 어중간합니다. 그냥 엑스맨의 하위 호환 같은 능력자들로 보일 뿐입니다.(캐릭터와 주제까지 포함해서요) 물론 능력 자체의 위력으로 보면 쟁쟁한 엑스맨의 메인급 뮤턴트들보다 더 뛰어나 보이는 캐릭터들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쩌리급 히어로 수준이었습니다.

 

이터널스 멤버들

 

냉정히 말해서, 이 캐릭터들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소재로서 특별한 메리트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능력(과 주제)을 가진 엑스맨 영화들을 여러 편 봤고 심지어 이 영화들 중에 엄청난 걸작도 많습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1편과 2편. 그리고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로건까지. 정말 훌륭한 영화들이 많았죠. 앞으로 이터널스의 영화가 계속 나온다고 한들 저런 엑스맨의 걸작 영화들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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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CU 프랜차이즈 전체가 마찬가지예요. MCU에서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에 비견될만한 걸작은 아직 나오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안 나올 거 같습니다.

 

이터널스를 통해서 MCU 프랜차이즈가 어떤 분명한 한계 지점에 묶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묶인 상태로도 여전히 앞으로 잘 나가고 승승장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낙관적인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많은 영화팬들이 바라는 대로 DCEU가 새롭게 자리를 잡고 약진해서 MCU의 원톱 체제를 위협하게 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 디즈니의 콘텐츠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 대중들과 영화팬들의 불만도 꾸준히 누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PC에 대해서. 저는 이거 진짜 폭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도 PC 때문에 박살이 나버렸는데 디즈니라는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PC 때문에 몰락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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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배우들 이야기만 짧게 하고 끝내겠습니다. 포스팅 제목으로 ‘찐따 같은 애들’이라고 썼지만 이건 영화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고 사실 배우들이 무슨 죄겠습니까.(안젤리나 졸리나 셀마 헤이엑 같은 대배우들이 포함된 집단을 ‘동네 찐따같은 애들’이라고 부른 것은 저도 괴롭습니다)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특히 젬마 찬이 연기한 세르시는 상당히 괜찮았고 마동석도 좋았습니다. 한국인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걸 수도 있는데(그런데 마동석의 국적은 미국입니다) 마동석이 생각보다 MCU의 세계관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놀랐습니다.

 

마동석

 

그리고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와는 무관하지만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관련된 배우 개그의 요소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젬마 찬이 연기한 세르시(Sersi)는 왕좌의 게임이 나오는 서세이(Cersei)와 발음이 비슷한데(둘 다 써-시라고 들립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존 스노우를 연기했던 킷 해링턴이 ‘아이 러브 유 써시’라는 대사를 하는 걸 보고 살짝 웃음이 터졌습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서세이와 존은 서로 극혐 하는 사이니까요.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서 존 스노우의 이복형인 롭 스타크를 연기한 리차드 매든이 이터널스에서 이카리스 역으로 등장하는데, 리차드 매든이 처음에는 더 비중 있고 멋있는 역으로 등장하지만 마지막에 킷 해링턴이 더 핵심적인 역할로서 후속작 암시가 나온 것도 왕좌의 게임과 비슷한 상황이라서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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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에서 이 작품에는 확실한 장점들도 있다고 했었죠. 바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상미와 감성적인 연출. 설마 이터널스 같은 대작 블록버스터에서 노매드 랜드 느낌이 나는 장면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확실히 이터널스에는 감독의 개성과 장기가 드러나는 매력적인 장면들이 있고 그런 점들은 확실히 높게 평가해줄 만합니다. 하지만 역시 이 포스팅에서 적은 치명적인 문제점들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혹평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클로이 자오 스타일

 

이렇게 이터널스가 실망스러운 완성도로 나왔지만 이 영화 하나로 MCU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테고 곧 공개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코로나로 인한 극장가 침체기를 종결시킬 거대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MCU가 앞으로 계속 승승장구하더라도 분명히 내부에 곪아가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고 이 상황을 계속 안일하게 방치하면 나중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터널스를 향한 혹평을 진지하게 새겨듣고 끊임없이 내부적인 성찰을 이루어야 MCU가, 나아가서는 디즈니의 미디어 산업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미래를 일구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 관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관객의 혹평은 더 나은 미래로의 길을 열어줄 중요한 재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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