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현실성입니다. 현실성은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작품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오징어 게임은 게임 진행 과정의 현실성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캐릭터성에 현실성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이런 종류의 데스게임 장르에 흔히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없습니다. 적당히 머리가 좋고 나쁜 사람과, 적당히 선하거나 악한 사람들이 등장할 뿐이죠.
(이 글에는 '오징어 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상우는 이 작품의 빌런입니다. 서브컬처 용어를 빌리자면 ‘페이크 최종보스’의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성기훈 다음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입니다.
조상우는 페이크 최종보스로서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주인공 성기훈과 우승을 놓고 대결하는 최후의 상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 구도를 보고 성기훈은 선, 조상우는 악이라고 단순하게 이분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종류의 데스 게임이나 도박물 장르는 일본 서브컬처 작품에서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일본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과 본질적으로 많이 다릅니다. 일본 작품들의 경우 대체로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젊습니다. 특히 이 장르에서 주인공은 대부분이 젊은 남자입니다. 배틀로얄, 신이 말하는대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카이지, 라이어 게임, 도박마 바쿠까지 모두 예외 없이 젊은 남자가 주인공이죠.
젊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캐릭터의 서사는 대체로 ‘변화’와 ‘성장’으로 흐릅니다. 젊어서 번득이는 기지와 패기, 차츰 각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소 미성숙한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여러 시련과 사건들을 겪으며 인간성의 성장을 이루어가는 것이 이런 주인공들의 서사가 가진 전형적인 전개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주인공이 젊은 남자가 아니고 캐릭터들의 변화와 성장도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의견은 갈릴 수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의 모든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조상우는 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의 첫 번째 동료이자 조력자가 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최종 대결 상대가 되죠. 그저 게임의 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맞서게 된 것이 아니라 서로 진심을 담은 생사의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동료에서 적이 된 것이지만 이것은 조상우 캐릭터의 변화가 아닙니다. 흔히 ‘흑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조상우는 흑화하지 않았습니다. 조상우는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악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입니다.
이 작품은 게임의 룰과 진행 과정에서의 디테일한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여러 가지 지적할만한 내용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최종 우승자가 몇 명인지 참가자들에게 공지되지 않고 참가자들 역시 이 사실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서 최종 우승자가 몇 명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공지된 게임의 룰은 ‘6개의 게임을 모두 통과하면 상금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룰이라면 최후에 우승자는 소수가 되겠지만 반드시 한 명만 남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마지막 여섯 번째 게임인 ‘오징어’는 팀전입니다. 1대 1 대결이 아니라 복수의 참가자가 팀 대 팀으로 붙는다면 결국 최종 우승자도 복수로 나올 수가 있는 것이죠.
물론 이 게임의 이전 우승자들은 모두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운영 측에서도 어떻게든 마지막에 한 명만 우승하도록 계속 상황을 만들어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참가자들 입장에서 당장 눈앞에 주어지는 부족한 정보들로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한다면 복수 우승이 가능하다는 개연성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참가자들의 이런 의식이 운영 측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고요. 무조건 한 명만 우승한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면 게임 자체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참가자들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지금 게임을 함께 하고 있는 수백 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우승자는 극히 소수이거나 한 명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여러 가지 앞뒤 상황이나 게임 자체의 무자비한 잔혹성을 생각한다면 이 게임을 기획한 운영 측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읽히게 마련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머리가 좋은 참가자는 더욱 이런 결론에 빨리 도달할 수 있겠죠.
조상우의 의식은 불과 두 번째 게임인 ‘설탕 뽑기’에서부터 이미 이 게임의 최종적인 잔인한 귀결에 닿아 있었을 겁니다. 때문에 강새벽이 알려준 단서를 바탕으로 두 번째 게임이 ‘설탕 뽑기’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음에도 팀원인 기훈, 알리, 일남에게 이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죠. 물론 가르쳐줄까 말까 망설이긴 했습니다. 팀원들이 갈라져서 각자 선택한 문양으로 줄을 서러 가는 와중에도 상우는 계속 갈등하죠. 그렇게 갈등하다가 결국 기훈을 불러 세우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끝내 기훈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상우의 이런 갈등과 선택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결과를 보면 매 게임마다 절반 또는 그 이상의 참가자가 탈락할 수 있도록 게임 진행이 설계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쉬운 세모에서 대부분이 생존한다면 가장 어려운 우산에서는 대부분이 탈락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집니다. 우산을 선택한 순간 기훈이 죽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것을 상우는 알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기훈을 상우는 말리지 않습니다.
상우가 팀원들에게 자기가 알아낸 게임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본인 또한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세모, 원, 별, 우산이라는 네 가지 문양과 ‘어린이 놀이’라는 단서라면 게임의 정체가 설탕 뽑기라는 사실을 누군가는 눈치챌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의 정체를 알게 된 누군가가 별생각 없이 이 사실을 주변에 공유하면 순식간에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게임의 정체를 알게 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모든 참가자들이 당연히 세모에만 줄을 설 테니 게임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조정될 것입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그냥 무작위 배정이 되어버리겠죠. 상우 입장에서는 게임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되도록 없어야만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상우가 팀원들에게 게임의 정체를 밝히고 모두 세모로 가도록 유도한다면 그 행동만으로도 주변의 다른 참가자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짊어질 수 없었던 상우는 끝내 우산을 선택한 기훈을 구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뿐만이 아니라 상우가 기훈을 구해주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이 게임의 최종적인 귀결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승자가 극소수 또는 한 명이라면 결국 자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참가자가 죽어야 하는데, 기훈 또한 예외 없이 죽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죽음에 상우의 책임이 있거나 아예 상우 자신의 손으로 기훈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실제로 마지막 게임에서 그런 상황이 되었죠)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게임에서 기훈이 죽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기훈이 죽는 상황들과 비교해서 상우 자신의 책임은 가장 적은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상우에게는 심리적인 변명거리가 확실하게 있거든요. 두 번째 게임이 설탕 뽑기라는 것은 99% 이상 확실하지만 아직 분명히 공지되기 전의 추측일 뿐이라 100% 아니라는 것.
상우 입장에서 기훈은 내내 껄끄러운 존재였을 겁니다. 이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거예요. 2라운드까지는 참가자들이 서로 대결하는 게임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어린 시절 동네놀이는 대부분이 개인 대 개인 또는 팀 대 팀으로 대결하는 형식이니까요. 6라운드까지 마련된 게임에서 참가자들끼리 서로 대결해서 패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승자가 짊어지게 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친한 형이 이 게임의 참가자로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게임에서는 서로 협조하고 도와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2라운드가 끝난 후 밤에 벌어진 참가자들끼리의 살육전이나 3라운드의 줄다리기 같은 상황에서는 동료를 만들고 그들과 한 마음이 되어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우는 당연히 기훈과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기훈과의 협력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상우에게는 기훈의 존재 자체가 게임에 있어서 악재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선택의 여지없이 기훈과 팀을 이루었지만 기훈이 상우의 관점에서는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고 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일남과 새벽 같은 게임의 약자들을 동료로 끌어들여 버리거든요. 물론 1라운드와 2라운드 게임 모두 성별에 따른 유불리는 없는 게임이라서 여자인 새벽을 반드시 약자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동네 놀이의 대부분은 남자와 여자가 따로 즐기는 놀이들이었고 그런 동네 놀이를 남녀 구분 없이 대등한 조건으로 하게 된다면 여자들이 대체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의 설계가 교묘한 부분이 이것이죠. 남자들이 유리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대결이란 것이 이 게임의 본질인데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는 그런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 게임들을 배치했으니까요.(참가자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착각을 심어 줍니다.)
아무튼 기훈 때문에 상우는 일남, 새벽 같은 약자들과 팀을 이루게 되었고 여기에 새벽이 이 게임의 최약체급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영까지 데려옵니다. 결국 이 상황이 3라운드 줄다리기에서의 궁지를 초래하게 되지만 상우 스스로 필사적인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간신히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일남의 전략도 유효했고요.
4라운드 구슬 승부에서 상우는 시청자들의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유튜버 리액션 영상을 많이 봤는데 4라운드 승부가 그려진 6화에서 다들 펑펑 울면서도 상우 욕은 엄청 하더군요. 오징어 게임이 좋은 반응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들을 지적하는 반응들도 적지 않게 나오는데요. 저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별로였던 부분이 6화에서 상우가 알리는 속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상우 욕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저런 엉터리 속임수에 속는 쪽이 이상한 거죠. 물론 알리는 각본대로 속은 거니까, 진짜 문제는 각본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겠죠.
4라운드에서 기훈과 상우는 모두 속임수를 씁니다. 사실 이 둘의 속임수가 교묘하고 비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애초에 게임의 룰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폭력만 금지되었을 뿐 속임수는 금지하지 않았거든요. 이 둘의 전혀 교묘하지 않은 속임수에 알리는 말도 안 되게 속아 버렸고 일남은 일부러 속아줍니다. 사실상 둘 다 ‘승리 당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훈은 속임수를 통해 이겼다기보다는 애초에 파트너로 일남을 선택한 순간부터 깍두기가 되어 4라운드를 그냥 통과한 미녀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은 그냥 통과인 것이 확정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일남은 거짓 죽음이라는 형태로 4라운드에서 퇴장할 예정이었으니까요. 결국 둘 다 속임수를 썼지만 기훈은 상우와 달리 처음부터 운으로 살아남게 된 셈인데, 상우만 비열하다고 욕을 먹는 건 조금은 과한 비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나온 모든 상우의 행동과 선택을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하는데, 5라운드 유리 징검다리에서 유리 공장 아저씨를 밀어버린 선택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생깁니다. 상우는 이 단계에서 우승은 한 명이다 라고 확신을 했던 걸까요? 사실 작품에서 드러난 내용들만 보자면 유리 공장 아저씨가 살았을 경우(그리고 새벽이 유리 파편에 의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결승전에 총 4명이 진출하게 되어 2대 2 팀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고 상우와 기훈이 한 팀으로 공동 우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우승자는 한 명이다 라는 분명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미 다 죽고 4명만 남은 상황에서 기훈과 팀을 이루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4명이 그대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하는 것이 상우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여기서 사람이 더 줄어버리면 기훈과 팀을 이루지 못하고 갈라지게 되니까요.(물론 4명이 5라운드에서 살아남더라도 운영 측에서 어떻게든 한 명만 우승하도록 상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부분도 참가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상우가 유리 공장 아저씨를 밀어버린 것은 역시 이 단계에서 우승자는 한 명이다 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사실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우는 게임의 초반 단계부터 우승자가 극소수 내지는 한 명일 거라는 가능성에 의식이 많이 기울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상우가 전체 참가자 중에서 거의 빚이 가장 많은 입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상우가 진 빚은 무려 60억인데, 상우가 이 빚을 다 갚고 목숨을 건 값어치에 해당하는 보상 수준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승자는 극소수여야 합니다.
물론 다른 참가자들도 우승자가 극소수일 거란 예상은 할 수 있지만, 그런 예상에 깊이 몰입하면 결국 자신이 우승하지 못하고 죽게 될 가능성이 엄청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니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방향으로의 생각은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우는 60억이라는 빚 때문에 자기가 죽을 가능성이 엄청 높아짐에도 우승자가 소수이거나 한 명이기를 바라야만 하고 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대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지막 순간 상우의 선택입니다. 상우는 기훈이 함께 게임을 포기하자고 제안하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버립니다. 온갖 고생을 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질렀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살아 나가는 것은 상우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지였습니다. 그런데 상우에게는 방심한 기훈을 찔러 죽이고 자기가 우승하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우는 그 선택을 하지 않고 스스로 죽는 길을 선택합니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우의 선택은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현실성’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상우는 악인이 아닙니다. 그저 머리가 좋은 보통 사람일 뿐이에요. 악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도 법과 유리된 지옥 같은 환경에서 자기 목숨과 거액의 돈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의 위협 속에서 반쯤은 강요된 선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역시 보통 사람이라서 자기 대신에 혹은 자기가 직접 희생시킨 목숨들 하나하나가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사람은 모두 가지고 있는 그것을 우리는 ‘양심’이라고 부릅니다.
상우는 이미 한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잠시 목숨을 연명해온 것뿐이죠. 상우는 오징어 게임에서 알리를 속여서 죽게 하고, 유리 공장 아저씨를 직접 떠밀어서 죽였고, 새벽의 목에는 스테이크 나이프를 찔러 넣었습니다. 죄악감이 점점 커지는 행위들을 단계별로 저질러 왔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주어진 선택은 그 어떤 행위보다도 더욱 큰 죄악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거액의 돈을 포기하고 자기 목숨을 구해주려는 동네 친한 형의 목숨을 끊는 것. 악인이 아닌 ‘보통 사람’ 조상우의 한계는 이 지점이었습니다. ‘차마 할 수 없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에 칼을 꽂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공감성과 현실성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캐릭터의 현실성을 완성하는 것은 각본의 디테일과 배우의 완성도 높은 감정 연기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모든 출연 배우들이 그렇듯이 조상우 역을 연기한 박해수 배우도 캐릭터의 설정과 이미지에 맞는 최고의 캐스팅이었으며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박해수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조상우라는 캐릭터가 최고 수준의 완성도와 현실성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좋은 마무리’가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조상우라는 완성도 높은 최종 대결 캐릭터를 설정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만한 최고의 마무리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게임 이후의 내용은 후일담과 속편 빌드업의 성격이 강하고요) 오징어 게임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현실성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서사와 캐릭터성의 빌드업으로 작품 전체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끌어올린 조상우가 저에게는 가장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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