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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어떤 내용일까? (갈라드리엘이 주인공?)

by 대서즐라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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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나오는 미국 드라마 중에서 저에게 양대 기대작인 작품이 넷플릭스의 ‘샌드맨’과 아마존 프라임의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입니다. 샌드맨에 대한 포스팅은 이미 썼습니다. 샌드맨이라는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는 포스팅이었는데요. 이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의 포스팅은 ‘어떤 내용일까?’라는 글 제목을 썼지만 샌드맨 포스팅처럼 상세한 내용 소개는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내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알 방법도 없습니다. 샌드맨과는 달리 원작이 없는 작품이거든요.

 

2022년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샌드맨’, 어떤 작품인가?

 

2022년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샌드맨’, 어떤 작품인가?

닐 게이먼 작가의 히트 그래픽 노블을 실사 작품으로 만든 ‘샌드맨(The Sandman)’은 2022년에 공개될 예정인 넷플릭스의 신작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원작

dszl.tistory.com

 

‘반지의 제왕’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판타지 소설인데 왜 원작이 없다는 것이냐, 고 지적할 테지만, 이번에 나오는 아마존 프라임의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내용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물론 영화 ‘반지의 제왕’의 오프닝 프롤로그에는 반지의 제왕 시점에서 수천 년 전의 사건인 ‘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이실두르가 사우론의 손가락을 잘라버렸던) 장면도 나오긴 했는데요. 현재 시즌5까지 계획되어 있는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의 마지막 시즌 내용이 아마 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드라마 앞부분의 내용 유추도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반지의-제왕-힘의-반지-포스터

 

사실 톨킨 사후에 출판된 ‘실마릴리온’ 등의 여러 원고를 통해서 반지의 제왕 이전 시대의 톨킨 세계관(레젠다리움)의 대략적인 흐름은 모두 밝혀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긴 세월 동안에 벌어진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라서 디테일한 사건들의 전개에는 역시 비어 있는 틈이 많습니다.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도 바로 이런 비어 있는 틈을 대부분 새롭게 창작한 스토리와 캐릭터들로 채워 넣어 만든 드라마입니다. 당연히 드라마의 상세한 내용을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비어 있는 틈 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밝혀진 톨킨 세계관의 설정이나 역사까지도 드라마에서 임의로 변경했을 가능성이(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매우 높습니다.

 

이거 까딱하면 톨킨 팬들에게 무지하게 욕먹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이미 예고편에 흑인 엘프(요정)와 흑인 드워프(난쟁이)가 등장해서 꽤 시끄러운 논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흑인이 등장하는 부분에는 별 생각이 없지만, 그 이상으로 톨킨 세계관의 설정이나 역사, 캐릭터성 등이 많이 훼손될 가능성에는 조금 우려가 생기긴 합니다.(사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도 이런 논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한 건 드라마가 공개되어 봐야 알 수 있겠지만요.

 

아무튼 현재로서는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의 상세한 내용을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미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톨킨 세계관과 역사를 바탕으로 드라마의 배경 시대에 대한 소개는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나무위키에 엄청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너무 문서도 많고 내용이 방대해서 이 포스팅 하나에 내용들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5시즌을 계획하고 있는 드라마의 마지막 시즌 내용은 피터 잭슨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드라마의 ‘마지막 내용’이라면 ‘첫 내용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가 가장 큰 궁금증일 겁니다.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제3시대’입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프롤로그에 나온 ‘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가 제2시대의 끝과 제3시대의 시작을 가르게 된 사건입니다. 이 전투에서 사우론은 몰락하고 절대반지가 이실두르의 손에 들어가지만, 후에 이실두르가 적에게 기습당해 강에 빠져 사망할 때 절대반지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 후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호빗족인 스미골이 강바닥에서 절대반지를 발견하면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미골
스미골

 

드라마 ‘힘의 반지’는 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 이전 시점을 다룰 것이기에 ‘제2시대’가 배경일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하지만 전체 5시즌의 방대한 분량으로 계획 중이라면 제2시대보다 이전 시대의 내용도 다룰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롤로그 장면처럼 시즌1의 도입부에 짧게 나올 수도 있지만,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진 시점부터 제1시대를 거쳐 제2시대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역사 동안 너무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기에 드라마 내용이 전개되는 중간중간에 과거 시대의 장면들이 꾸준히 등장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실 중간계의 전반적인 역사와 설정을 이해하려면 역시 세상이 창조된 태초의 이야기부터 소개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냅다 태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너무 생소한 존재와 개념들이 처음부터 수두룩하게 나오기 때문에 저는 일단 현대 대중들에게 익숙한 ‘반지의 제왕’의 주요 인물들의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아라곤(아라고른)

 

우선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나온 중요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극장 상영판에는 없던 장면이고 확장판에서만 나온 장면인데요. 참고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의 3부작 전체 상영 시간은 무려 12시간에 육박합니다. 영화 한편당 거의 4시간에 달하는 분량인 거죠.

 

아무튼 3부작 중 2편인 ‘두 개의 탑’에서 에오윈이 아라곤(아라고른)에게 나이를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에오윈은 외삼촌인 세오덴 왕에게서 아라곤이 과거에 에오윈의 외할아버지인 셍겔(세오덴의 아버지이자 선대 왕)과 함께 전쟁에 나간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자기 외할아버지 세대와 전쟁에 나간 거라면 당시에 아무리 젊었어도 지금은 최소 60은 넘었을 텐데 아라곤의 외모는 도저히 그 정도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기에(실제로 아라곤을 연기한 배우 비고 모텐슨의 당시 나이는 40대 초반이었습니다) 에오윈은 도대체 아라곤의 나이가 몇 살인지 의문을 표한 겁니다. 나이를 묻는 에오윈의 질문에 아라곤은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나는 87살이오.”

 

아라곤의-나이는-87살

 

반지 전쟁 시점 기준 아라곤의 나이는 87살. 그 외모, 그 운동 능력으로 87살이라니? 이것이 반지의 제왕 세계관의 독특한 설정이 드러나게 된 장면인 겁니다.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장르의 원조격인 작품답게 인간 외에도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인간과 함께 가장 비중이 큰 역할로 등장하는 종족이 요정(엘프)입니다. 요정은 인간과 다른 다양한 특성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생입니다. 자연사가 없고 영원히 사는 존재라는 것이죠.

 

아라곤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은 아닙니다. 함께 중간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인간과 요정은 긴 세월 동안 꾸준히 교류를 해왔습니다. 물론 보통은 인간은 인간끼리 모여 살고 요정은 요정끼리 모여 살며 결혼도 같은 종족끼리 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요정이 결혼으로 맺어진 극히 드문 사례가 몇 번 있고 이로 인해 반인 반요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까지 탄생하게 됩니다.

 

아라곤은 ‘누메노르 왕가’라고 불리는 왕족입니다. 이들을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두네다인’입니다. 이 두네다인들이 반인 반요정의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고 인간 종족의 왕으로 군림하는 자들입니다.

 

사실 ‘반인 반요정’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인간과 요정의 피가 섞인 혼혈은 두 종족의 특징을 공유하는 삶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아라곤의 조상은 인간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아라곤을 포함한 후손들도 모두 인간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인간의 삶을 선택한 누메노르 왕가의 시조는 ‘엘로스’인데,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요정족 캐릭터인 ‘엘론드’(배우 휴고 위빙)가 바로 엘로스와 쌍둥이 형제입니다. 쌍둥이 형제인데 한 명은 인간, 한 명은 요정이 된 것입니다. 형제가 다른 선택을 한 것이죠.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서 엘론드의 딸인 아르웬이 아라곤과 결혼을 하는데요. 엘론드와 엘로스가 쌍둥이 형제이기 때문에 아르웬과 아라곤의 결합이 근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라곤이 엘로스로부터 수천 년의 차이가 나는 후손이기 때문에 촌수로 따져도 아르웬과는 까마득하게 거리가 멉니다. 실제로 아르웬과 아라곤의 나이 차이는 2000살이 넘고요.

 

아라곤과-아르웬
아라곤과 아르웬

 

반인 반요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두네다인은 평범한 인간과도 명백히 다른 존재입니다. 이건 요정의 피가 섞인 혼혈의 영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두네다인은 제1시대에 요정과 발라(중간계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 신적인 존재들)의 편에 서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 명망 있는 인간 가문의 후손이었기에 일종의 ‘신들의 은총’을 받아 특별한 능력치 버프를 가지게 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특별한 능력치 버프란 우월한 피지컬과 두뇌 능력, 그리고 장수입니다. 여기에 더해 외모도 훤칠하게 잘생기고 아름다웠다고 하고요.

 

누메노르 왕가의 시조인 엘로스는 500살을 살았습니다. 이후의 후손들은 점점 보통 인간들의 피가 섞이면서 수명이 줄었고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아라곤은 210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후손이 이어질수록 버프들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반지전쟁 시점 기준 아라곤은 인간 종족 중 최강의 능력을 가진 존재였으며(싸움 실력과 두뇌 모두) 인간 종족을 다스리는 적통 왕족으로서의 위엄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라곤이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의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의 내용에 대해 다루기 위해서는 아라곤이 아니라 또 다른 반지의 제왕의 주요 등장인물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바로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했던 요정족 캐릭터인 ‘갈라드리엘’입니다.

 

갈라드리엘-케이트-블란쳇

 

 

 

‘반지의 제왕’의 요정족 왕고 갈라드리엘

 

아라곤은 당연히 본인이 태어나기 수 천 년 전의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 ‘힘의 반지’에 출연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주요 요정족 캐릭터들은 나이를 수천 살이나 먹은 영생의 존재이기에 당연히 ‘힘의 반지’의 배경 시대에도 존재했었고 드라마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르웬은 제3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등장하지 않을 테지만, 아르웬의 아버지인 엘론드와 외할머니인 갈라드리엘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이 확정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로요.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갈라드리엘은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주인공 중에 한 명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엘론드 역시 예고편에 등장했고요.

 

갈라드리엘-힘의-반지

 

물론 영화 반지의 제왕 배우들(엘론드 역의 휴고 위빙,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출연하는 것은 아닙니다. 늙지 않고 영생하는 건 작품 속 이야기이지 실제 배우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엘론드와 갈라드리엘의 모습에 익숙한 우리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힘의 반지’의 예고편에 등장하는 모습이 뭔가 엘론드와 갈라드리엘의 ‘젊은 시절’이라는 인상을 주는데요. 제2시대 말에는 엘론드와 갈라드리엘 모두 이미 나이가 수천 살이라서 ‘젊은 시절’ 운운할 상황이 아니긴 합니다. 물론 외모의 노화는 없을 테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경험과 연륜이 쌓여 태도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던 모습보다 좀 더 패기 넘치고 저돌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시절’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죠. 실제로 제2시대는 엘론드와 갈라드리엘보다 더 높은 지위인 요정족 대왕 ‘길갈라드’도 존재하던 시대니까요.(그런데 나이는 갈라드리엘이 길갈라드보다 더 많습니다.)

 

갈라드리엘은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요정 캐릭터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반지전쟁 시점 기준 8000살이 넘는 나이입니다. 아르웬은 제3시대에 태어났고, 엘론드는 제1시대 말에 태어났는데, 갈라드리엘은 제1시대 이전에 태어난 인물입니다. 즉 갈라드리엘의 출생 시대까지 거슬러가면 어쩔 수 없이 톨킨 세계관의 ‘태초’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갈라드리엘의 계보 추적 – 태초의 이야기

 

정말 방대한 이야기인데 ‘실마릴리온’이라는 책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어서 나무위키나 유튜버, 블로거들의 설명을 파편적으로 접하는 것보다는 그냥 실마릴리온 책 한 권을 읽는 게 최선입니다. 물론 550 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권이라서 그렇게 읽기 부담스러운 분량은 아닙니다. 참고로 저는 군대에 있을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실마릴리온-책

 

최대한 간단하게 대~~~~충 요약해보겠습니다. 유일신이 있습니다. 창조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창조신’이며 ‘일루바타르’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아이누라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일루바타르의 창조물이며, 물질계가 아닌 영적 세계의 존재들입니다. 다만 영적 존재들임에도 필요할 때는 물질 세계에 본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강림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누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존재가 15명 있습니다. 이 15명의 이름은 만웨, 울모, 아울레, 이르모, 만도스.... 기타등등 좌우간 이름들이 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아테나), 바다의 신(포세이돈), 태양의 신(아폴론)같은 여러 신들처럼 15명의 아이누에게도 각각의 권능이나 역할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 12신과 비슷한 존재들이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기독교 식이라면 천사들과도 역할이 비슷하고요. 톨킨 세계관에서 이들은 신이라고 불리지 않고 ‘발라’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 15명 중에 14명만 ‘발라’이고, 한 명은 발라에서 퇴출됩니다. 사악한 놈이기 때문입니다. ‘멜코르’라는 놈인데, ‘모르고스’라고도 불립니다. 이 놈이 톨킨 세계관의 최종보스 격이며 만악의 근원입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은 멜코르의 똘마니입니다.

 

아무튼 이 15명이 아이누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이고, 그 외에 나머지 아이누들은 ‘마이아’라는 존재로 통칭됩니다. 이들도 본질적으로는 발라들과 비슷한 신적이고 영적인 존재들이지만 능력치는 많이 떨어집니다. 멜코르의 똘마니인 사우론과 반지의 제왕에 나온 간달프, 사루만 등이 모두 마이아입니다.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에서 중간 보스 몬스터로 나왔던 ‘발록’도 마이아입니다.

 

발록과-간달프의-대결
발록과 간달프

 

기본적으로 아이누들은 일루바타르가 물질 세계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존재들입니다. 무슨 노래를 불러서(합창) 세상을 창조하는 걸로 묘사되는데 멜코르란 놈이 자꾸 불협화음을 만들어냅니다. 멜코르는 아이누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오만이 되어 자꾸 일루바타르의 권능에 도전하게 됩니다. 일루바타르의 방향성을 따르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 거죠. 한 마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요모양 요꼴이 된 것이 전부 멜코르 때문입니다. 멜코르가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았다면 부조리와 사악함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계가 창조되었을 거예요.

 

아무튼 결국 물질 세계가 만들어지는데, 이 세계의 이름은 ‘아르다’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적용하면 ‘행성’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욕심에 찬 멜코르는 아르다를 자신의 것으로 차지하려고 했고 결국 아이누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사우론이나 발록 같이 멜코르의 영향으로 타락한 아이누들도 많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전쟁이 벌어지지만 발라들 중에 ‘툴카스’라는 이름의 싸움을 겁나 잘하는 애가 있어서 결국 멜코르 세력은 아르다의 북쪽 땅으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다시 힘을 키운 멜코르 세력은 아르다에 빛을 비추던 ‘등불’(아직 태양과 달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을 파괴하여 발라들에게 큰 타격을 줍니다. 발라들은 서쪽으로 이동해 ‘발리노르’라는 이름의 새로운 거점에 정착하고 ‘텔페리온’과 ‘라우렐린’이라는 나무를 만들어 다시 세상에 빛을 만들어냅니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결국 아르다라는 배경 세계에서 발라들이 자리잡은 서쪽 땅 ‘발리노르’만이 나쁜 존재들이 없는 이럭저럭 이상에 가까운 세계이고, 나머지 동쪽의 땅들(중간계)은 우리 현실 세계와 같은 아비규환의 시궁창으로 남아 세상이 사실상 양분된 것입니다.

 

그런데 일루바타르는 아르다를 창조하면서 나중에 이 땅에 살게 될 생명들도 심어 놓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존재들이 바로 요정과 인간입니다. 먼저 요정이 깨어나고, 그 후 세월이 흘러 인간들이 깨어나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발라들은 멜코르의 영향을 받은 사악함이 존재하는 가운데땅(중간계, 미들어스)에 일루바타르의 창조물들이 살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결국 요정들이 중간계 땅에서 태어나고, 발라들은 일루바타르의 창조물이자 중간계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들인 요정들을 너무 사랑스럽게 여겨 이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게 됩니다. 즉, 요정들을 모두 중간계를 떠나게 하여 발라들의 땅인 서쪽 발리노르로 이주시키려고 하죠.

 

발리노르
발리노르

 

물론 중간계에 사는 그 수많은 요정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이주에 동참한 건 아닙니다. 떠난 자들고 있고, 남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떠난 이들도 여러 무리들로 나뉘어 여러 경로와 과정을 겪으며 빠르거나 늦게 발리노르로 도착하거나, 혹은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이 길고 긴 이주의 과정에서(무려 400년이 넘는 세월입니다) 요정들의 다양한 계통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워낙에 종류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계통, ‘놀도르’와 ‘신다르’만 기억하면 됩니다.

 

놀도르는 발리노르에 도착한 무리들 중에서 ‘핀웨’라는 이름의 요정족 지도자가 이끈 무리들입니다. 신다르는 발리노르에 도착하지 못한 무리들 중에서 ‘엘웨’라는 이름의 요정족 지도자가 이끈 무리들입니다. 엘웨는 다른 명칭인 ‘싱골’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발리노르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너무 길고 긴 여정에 지쳐 적당히 살만한 곳에 대충 정착해버린 무리들이 많았는데, 싱골의 경우는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 중간에 멜리안이라는 여인을 만나 이른바 ‘사랑의 마법’에 걸려 그 자리에 오랜 세월 동안 머물러버리는 바람에 결국 자신을 기다리던 요정족 무리들과 함께 그대로 정착해버린 케이스입니다. 참고로 멜리안은 요정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인 마이아입니다. 대부분의 마이아들은 발라들과 함께 발리노르에 살았지만 몇몇은 다양한 형상의 존재가 되어 중간계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정리를 하면 핀웨가 이끄는 놀도르, 싱골이 이끄는 신다르가 가장 중요한 요정의 계통입니다. 제1시대 역사의 큰 흐름은 주로 놀도르, 특히 핀웨의 직계 후손인 ‘놀도르 왕족’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우리가 지금 계보를 쫓고 있는 갈라드리엘이 바로 놀도르 왕족의 일원으로 이 시점에 등장하게 됩니다. 갈라드리엘은 핀웨의 손녀입니다.

 

 

 

놀도르 왕족과 제1시대 – 핀웨의 후손들

 

중간계의 제1시대는 발리노르로 이주했던 놀도르 중 일부가 다시 중간계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 고생을 해가며 이상적인 세계인 발리노르로 이주에 성공했는데 왜 이 놀도르들은 다시 중간계로 돌아온 것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멜코르 때문입니다.

 

사실 요정들의 이주 과정과는 별개로 발라들과 멜코르 세력 사이에 전쟁이 또 한번 있었고 이 전쟁에서는 멜코르가 완전히 제압당해 발리노르로 끌려가게 됩니다. 멜코르가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지만 과거에 발라들과 동료였기에 결국 수백년 동안 구금된 후에 용서를 받고 풀려나게 됩니다. 이때 멜코르가 완전히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한 모습을 보였기에 발라들은 속아버렸죠.

 

겉으로는 개과천선한 것처럼 굴었지만 속은 여전히 사악했던 멜코르는 발리노르에 사는 발라와 요정들 사이에서 다양한 획책과 음모를 꾸미다가 결국 너무도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중간계로 달아납니다.

 

멜코르가 저지른 끔찍한 짓은 세 가지인데(사실 그보다 많이 있지만 가장 큰 것만 정리하면) 바로 아르다에 빛을 비추는 두 그루의 나무 텔페리온과 라우렐린을 말려 죽이고, 놀도르의 대왕인 핀웨를 살해하고, 핀웨의 아들인 페아노르가 만든 아르다 최고의 보물인 ‘실마릴’을 훔친 것입니다.

 

실마릴
실마릴

 

텔페리온과 라우렐린은 죽기 직전에 발라들이 마지막 생명을 쥐어짜내 겨우 한 송이의 꽃과 한 개의 열매를 맺히게 하는데 성공하는데, 이것을 그릇에 담아 하늘로 올려보내 태양(열매)과 달(꽃)로 만듭니다. 이렇게 빛은 되찾았지만 핀웨와 실마릴을 상실한 것은 요정족들에게 너무 큰 아픔이었죠.

 

실마릴은 핀웨의 장남인 페아노르가 나무의 빛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보석인데, 아르다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생명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평가받은 페아노르가 그 먼치킨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만든 걸작이라서 발라들조차 인정하는 어마어마한 권능과 가치를 가진 보물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와 비슷하지만 가치는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당연히 놀도르 왕족들은 멜코르를 쫓아 중간계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정들은 멜코르에게 모르고스(세상의 검은 적)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당연히 핀웨의 자식들이 주축이 되어 놀도르의 중간계 귀환을 이끌었습니다. 핀웨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첫째 부인인 미리엘은 장남 페아노르를 낳으면서 너무 많은 영혼과 생명의 에너지를 소모하여 더이상 영생의 삶을 누릴 기력이 없어 스스로 죽음의 안식을 선택합니다. 그녀가 낳은 페아노르가 너무 엄청난 능력치를 가진 존재였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 후 핀웨는 인디스라는 두 번째 부인을 얻고 그녀에게서 두 아들과 두 딸을 얻습니다. 즉, 총 다섯 명의 자녀인데 페아노르만 나머지 네 명과 어머니가 다릅니다.

 

페아노르는 엄청난 능력치를 가진 존재였지만 그만큼 성격이 오만하고 격정적이라 다른 형제들과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즉, 핀웨가 죽고 놀도르들이 중간계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일치단결한 집단이 아니라 여기서도 다양한 분파로 갈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명의 왕들이 여러 개의 요정족 왕국을 세우게 되는 것이죠.

 

핀웨의 다섯 자녀 중에서 첫째 딸 핀디스는 발리노르에 남았고 막내인 피나르핀도 처음에는 중간계 귀환에 동참했으나 결국 마음을 돌려 발리노르에 남게 됩니다. 나머지 세 명인 장남 페아노르, 차남 핑골핀, 차녀 이리메는 중간계로 돌아옵니다.(사실 이들은 모두 발리노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돌아왔다’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습니다.) 이 중 이리메는 별다른 비중이나 역할이 없고 페아노르 일족과 핑골핀 일족이 중간계로 돌아온 놀도르 왕족의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발리노르에 남은 피나르핀에게도 네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이들은 아버지와는 달리 발리노르에 남지 않고 백부들(페아노르와 핑골핀)을 따라 중간계로 떠납니다. 이들 중 막내가 바로 갈라드리엘입니다.

 

이런 다양한 놀도르 왕족들이 중간계에 다양한 요정 왕국을 세운 후 때로는 연합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모르고스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이 제1시대 역사의 전개입니다. 사실 제1시대의 초반 몇백 년 동안은 요정들이 전쟁에 우세해서 모르고스의 본거지를 포위한 상태로 세력을 유지하게 되고 나머지 중간계 땅에서 요정족 왕국들이 번영하는 시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츰 세력을 회복한 모르고스의 군대에 점점 포위망이 무너지게 되고 요정들끼리 동족상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거대한 놀도르 왕국들이 하나둘씩 망하고 핀웨의 후손들도 대부분 죽습니다. 페아노르, 핑골핀, 핀로드(피나르핀의 장남) 등 엄청난 능력치의 놀도르 대왕들도 여러 전쟁과 사건들을 겪으며 거의 다 죽게 되고 갈라드리엘 등 극소수의 놀도르 왕족만이 살아남아 다음 시대까지 존재하게 됩니다.

 

핑골핀과-모르고스의-대결
핑골핀과 모르고스의 대결

 

결국 요정족은 중간계에서 모르고스의 세력에 완전히 압도당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에아렌딜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요정족을 구원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게 됩니다. 바로 발리노르에 가서 발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죠. 긴 세월의 힘겨운 항해 끝에 겨우 발리노르에 당도한 에아렌딜은 발라들을 만나 도움을 청하게 되고, 과거 자신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간계로 떠난 요정족들을 철저히 외면해왔던 발라들은 에아렌딜의 청을 받아들여 모르고스의 군대를 무찌르기 위한 제1시대 최후의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제1시대의 가장 중요한 인간 영웅 – 베렌과 투린

 

앞 문단에서 언급한 에아렌딜은 엘로스와 엘론드의 아버지입니다. 엘론드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주요 요정족 캐릭터 중 하나이고 엘로스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인 아라곤의 선조입니다. ‘에아렌딜’과 아내인 ‘엘윙’은 모두 요정과 인간의 피가 섞인 혼혈이었기 때문에 자식인 엘로스와 엘론드는 인간의 삶과 요정의 삶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고 엘로스는 인간의 삶을 선택해 인간 왕족인 ‘두네다인’의 시조가 되고 엘론드는 요정의 삶을 선택해 영생을 누리게 됩니다.

 

이렇게 요정과 인간의 피가 섞인 혼혈 일족이 탄생하게 된 과정도 제1시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스토리입니다. 제1시대는 요정 왕국의 시대였지만 인간이나 난쟁이(드워프) 같은 다른 종족들도 존재하고 있었고 이들도 기본적으로는 모르고스와 적대 관계여서 여러 전쟁 상황들에 개입하였습니다. 그런데 난쟁이의 경우 요정들과도 대체로 사이가 나쁜 편이었습니다. 반면 인간들은 요정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였고요.

 

제1시대에 중심적인 활약을 한 인물들은 대부분 놀도르 왕족들이지만 요정 영웅들 못지않은 엄청난 활약과 업적을 남긴 인간 영웅들도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베렌’과 ‘투린’입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업적을 간단히 요약하면 베렌은 무려 모르고스에게서 실마릴 한 개를 빼앗은 인물이며(실마릴은 총 세 개인데 이 중 하나를 손에 넣었습니다) 투린은 아르다 역사상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입니다.

 

사실 제1시대 역사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로 만든다면 최우선으로 꼽을 만한 소재가 바로 베렌과 투린의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판타지 장르 주인공의 스토리거든요. 그런데 두 이야기의 성격은 서로 극명하게 다릅니다. 베렌이 해피엔딩 스토리라면 투린은 엄청난 비극의 스토리입니다.

 

우선 베렌의 이야기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바로 루시엔이라는 요정입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베렌과 루시엔이 바로 최초로 결합한 인간과 요정 커플입니다. 둘 사이에서 혼혈인 아들 ‘디오르’가 태어나고, 이 디오르의 딸이 바로 엘로스의 엘론드의 어머니인 ‘엘윙’입니다. 베렌과 맺어진 루시엔은 제1시대의 요정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는데(제3시대의 ‘아르웬’과 비슷한 포지션입니다), 루시엔의 아버지는 신다르의 대왕 ‘싱골’이며 어머니는 마이아인 ‘멜리안’입니다. 즉 베렌과 루시엔의 후손들은 인간, 요정, 마이아의 피가 모두 섞인 존재들인 것입니다.

 

베렌과-루시엔

 

베렌과 루시엔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부부로 맺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마릴리온’에도 담겨 있지만 ‘베렌과 루시엔’이라는 별도의 책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위대한 신다르 대왕 싱골은 자신의 귀한 딸 루시엔이 ‘하찮은’ 인간 따위와(싱골은 매우 오만한 성격이었습니다) 맺어지는 꼴을 볼 수 없었기에 베렌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내리고 그 임무에 성공해야만 루시엔과의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통보합니다. 그 임무는 바로 모르고스의 수중에 있는 실마릴을 훔쳐서 자신에게 가져오라는 것이었죠. 베렌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 임무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베렌이 엄청난 능력치의 영웅이긴 했어도 역시 쉽지 않은 임무였고 이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놀도르 대왕 중 하나인 ‘핀로드’(핀웨의 막내 아들인 피나르핀의 장남이자 갈라드리엘의 오빠)가 베렌을 돕다가 죽게 됩니다. 이후에도 베렌은 여러 곤경을 겪게 되지만 루시엔의 도움을 받아 결국 모르고스에게서 실마릴 하나를 탈취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게 임무를 완수한 베렌은 싱골에게 인정받고 루시엔과 맺어지지만, 얼마 뒤 적의 기습 공격을 받은 싱골을 구하다가 치명상을 입고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베렌이 죽음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루시엔이 죽은 자들의 영혼을 관장하는 발라인 ‘만도스’에게 탄원하여 죽은 연인을 되살린 것인데, 이에 대한 대가로 루시엔은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게 됩니다. 영생을 잃은 루시엔은 훗날 남편 베렌과 함께 한날 한시에 사망합니다.

 

실마릴을 탈취하여 가장 아름다운 요정인 루시엔을 아내로 얻고, 죽었다 살아나기까지 한 베렌은 아르다 역사에 존재한 모든 인간을 통틀어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영웅적인 삶을 누린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간 영웅, ‘투린’이 있습니다. 투린은 베렌과는 달리 엄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인물입니다. 베렌과 마찬가지로 능력치는 인간들 중 최강 수준의 영웅이었지만, 삶의 행적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불운과 불행의 연속이었습니다.

 

투린의 이야기는 ‘실마릴리온’에도 담겨 있지만 ‘후린의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이 그려집니다. 후린은 투린의 아버지인데, 투린이 비극적인 삶을 산 이유는 모르고스가 후린에게 내린 저주의 영향입니다. 후린도 모르고스와의 전쟁에서 크게 활약한 인간족의 영웅이었지만, 후린이 활약하던 시대는 모르고스가 놀도르의 포위망을 뚫고 점점 전쟁에 우세를 점하던 시기였기에 대부분의 전쟁에서 인간과 요정 군대가 모르고스의 군대에 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열세의 상황에서도 맹활약하던 후린은 끝내 모르고스의 군대에 생포당하는데, 후린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모르고스가 그를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려 하였으나(반지의 제왕에도 나오지만 다양한 중간계의 종족들 중에서는 악의 편으로 돌아선 자들도 존재합니다) 후린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모르고스를 모욕했고, 이에 분개한 모르고스는 후린의 후손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물론 이런 저주만으로 후린의 자식들이 불행해진 것은 아니고 모르고스가 갖은 수단을 써서 후린의 자식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희한한 불운들이 계속 투린의 삶을 덮치며 막장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냈기에 모르고스의 저주가 어떤 불가해한 영향들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후린의-아이들

 

투린의 삶의 행적은 너무 길고 복잡해서 이 포스팅에서 간단하게 요약하기 어려운데요. 그냥 대체로 투린이 영웅 후린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중간계의 명망 있는 인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데, 희한하게 상황이 여러 불운과 오해들로 꼬이며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 일들이(심지어 나라가 망하기까지 합니다) 투린의 삶에서 상당히 많이 벌어졌습니다. 단순히 불운이라기보다는 투린 스스로가 잘못된 판단으로 저지른 실수들도 많았고요.

 

투린의 삶에서 가장 큰 비극이라면 역시 친 여동생인 니에노르와의 근친상간 결혼입니다. 이 일도 모르고스가 교묘하게 계획한 음모였는데, 투린은 여동생이 아기일 때 이후로 본 적이 없었고 니에노르는 ‘글라우룽’이라는 용이 마법을 부려 기억을 잃게 되어서 투린이 친 오빠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글라우룽은 모르고스가 만들어 톨킨 세계관에 등장한 첫 번째 용이었는데, 어마어마한 힘과 교활함을 가지고 모르고스의 부하 중 원톱 에이스로 대활약했습니다. 당연히 요정과 인간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존재였죠. 특히 글라우룽은 투린과 엄청난 악연이었는데요. 여동생과의 근친상간 결혼을 비롯해서 투린이 겪은 비극 중에서 상당수가 모르고스의 지시를 받은 글라우룽의 계략으로 벌어진 일들입니다. 투린은 글라우룽과 철천지 원수였고 기어이 글라우룽을 죽여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을 얻습니다. 요정과 인간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힌 글라우룽을 죽인 것만으로도 투린은 인간 영웅 중에서 역대급 업적을 남긴 것이지만, 워낙에 비극과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라 그의 업적도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습니다. 투린은 자신의 아내가 친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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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1시대 인간 영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베렌과 투린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는데요. 요정과 인간의 혼혈인 ‘에아렌딜’와 ‘엘윙’ 부부의 계보를 추적하기 위해 인간 영웅 이야기를 한 것인데 베렌은 엘윙의 할아버지이지만 투린은 에아렌딜의 계보와 직계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투린에게는 ‘투오르’라는 사촌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 투오르가 베렌에 이어 두 번째로 요정과 맺어진 인간 영웅이고, 에아렌딜의 아버지입니다. 투린의 아버지인 후린에게 후오르라는 동생이 있고, 그 후오르의 아들이 바로 투오르입니다. 끔찍하게 비극적이었던 사촌 형 투린의 삶과는 달리 투오르는 비교적 정상적인(?) 인간 영웅의 삶을 누렸습니다. 베렌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판타지 장르 주인공의 삶입니다. 베렌에 비하면 임팩트는 조금 약하지만요.

 

요정족 루시엔과 결혼한 베렌과 마찬가지로 투오르는 요정족의 ‘이드릴’과 결혼합니다. 이드릴은 제1시대 초기 놀도르 대왕 중 하나인 핑골핀의 손녀입니다. 이드릴의 아버지인 투르곤은 핑골핀의 차남인데, 아버지 핑골핀과 형 핑곤이 모두 전쟁에서 죽어서 투르곤이 놀도르 대왕 자리를 이어받았으니 이드릴은 놀도르 대왕의 외동딸이라는 너무도 고귀한 왕녀의 신분이었던 것입니다. 베렌과 결혼한 루시엔도 신다르 대왕 싱골의 외동딸이었으니 베렌과 투오르 모두 요정족의 가장 고귀한 왕녀와 결혼한 셈입니다.

 

이렇게 베렌과 루시엔의 손녀인 ‘엘윙’과 투오르와 이드릴의 아들인 ‘에아렌딜’이라는 두 혼혈 종족이 만나 부부로 맺어지고 엘로스와 엘론드라는 쌍둥이를 낳습니다. 인간의 삶을 선택한 엘로스는 두네다인 왕조를 세워 먼 훗날 태어날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아라곤의 선조가 되고, 요정의 삶을 선택한 엘론드는 중간계 요정족의 중심지인 리븐델의 영주가 됩니다.

 

 

 

제2시대와 힘의 반지

 

제1시대 말에 모르고스의 군세가 중간계를 사실상 지배하게 되어 중간계의 선한 존재들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긴 항해 끝에 발리노르에 도착한 에아렌딜이 발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자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발리노르를 떠난 요정족들을 그동안 철저히 외면해왔던 발라들은 에아렌딜의 간청에 결국 마음을 돌려 중간계의 전쟁에 개입합니다. 이렇게 제1시대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전쟁(분노의 전쟁)이 벌어지고 발리노르에 살던 마이아와 요정족들로 구성된 군대가 발라들의 지휘를 받으며 모르고스의 군세와 격돌합니다. 이 전쟁에서 에아렌딜은 모르고스 군대의 비장의 무기였던 화룡 부대의 우두머리 용 ‘앙칼라곤’을 죽이는 대활약을 펼쳤고 결국 모르고스의 군대는 참패합니다.

 

에아렌딜과-앙칼라곤의-대결
에아렌딜과 앙칼라곤의 대결

 

모르고스는 발라들에게 붙잡힌 후 ‘영겁의 공허’에 갇히게 되고 모르고스의 잔존 세력은 중간계 곳곳에 흩어집니다. 모르고스 세력은 망했지만 오랜 전쟁으로 중간계는 이미 막장이었고 요정족들은 상당수가 중간계를 떠나 발리노르로 이주했지만 떠나지 않은 요정들은 서쪽 해안에 린돈이라는 도시를 세워 마지막 놀도르 대왕 ‘길갈라드’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게 됩니다. 요정과 발라 편에서 함께 싸웠던 인간족의 명망 있는 가문들은 요정족 처럼 발리노르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발리노르와 중간계 사이에 있는 바다에 새롭게 떠오른 섬을 선물로 받습니다. 이 섬이 발리노르 정도는 아니지만 중간계보다는 훨씬 풍족하고 살기 좋은 땅이었기에 인간족은 이곳에서 ‘누메노르’라는 나라를 건국해 크게 번영하였고 제2시대에 가장 강대한 세력을 이루게 됩니다.

 

모르고스가 사라지고 제2시대부터는 모르고스의 똘마니였던 사우론이 악의 세력의 최종보스로 등장하게 되는데요. 모르고스도 그랬지만 사우론은 특히 더 교활한 속임수와 이간질에 능했습니다. 모르고스가 망할 때 사우론도 발라들에게 붙잡혔지만 싹싹 빌고 용서를 구하면서 스스로 발리노르에 출두해 벌을 받겠다라고 속인 후에 그대로 달아나 잠적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몇 백년이 지나 사우론은 중간계에 다시 나타납니다. 사우론은 단순히 전쟁이 아니라 특별한 방법을 써서 중간계의 모든 종족을 지배할 계획을 세우는데요. 그것이 바로 ‘힘의 반지’입니다.

 

사실 톨킨 세계관에서 ‘마법 반지’가 굉장히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하지만 판타지 RPG 게임에 익숙한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마법 반지들이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힘, 지능, 스킬 등 정확하게 특정 능력치나 스탯을 올려준다던가 어떤 특수 능력을 부여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가 않아요. 사실 20세기 초중반에 나온 SF나 판타지 장르의 창작물은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일반적인 인간 이성의 논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어떤 특별한 장소나 아이템 같은 게 등장하면 그런 것들의 영향으로 뭔가 ‘신비한 기운’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막연하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킹 작품들이 그런데 샤이닝, 그것, 다크 타워 같은 대표작들을 보면 명확하게 이해되는 논리가 없이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계속 벌어지죠.

 

톨킨 세계관의 마법 반지도 소유자에게 어떤 능력을 부여하는지 명확하게 설정이 공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뭔가 막연하게 이로운 효과들이 생기는 건데, 수명을 늘려주거나 힘과 지혜 등 종합적으로 능력치에 버프 효과들이 있는 것 같고 그 외에 뭔가 ‘특수한 기운’으로 소유자의 운도 늘려주거나 전반적으로 삶을 개선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권력’의 기운이 강해진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반지를 통해 힘을 얻게 되면 역으로 소유자의 능력치 자체가 반지에 점점 종속되기도 해서 반지를 잃었을 때 치명적인 너프 효과가 생겨버리기도 합니다. 사우론 자신이 그런 꼴이 되었는데 사우론은 자기가 소유한 ‘절대반지’에 자신의 능력이 너무 종속되어 버려서 그 반지를 잃는 순간 아예 육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되어버립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이 눈깔 타워의 형상으로만 등장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죠.

 

절대반지
절대반지

 

아무튼 뭔가 알 수 없는 원리와 능력을 가진 것이 톨킨 세계관의 마법 반지입니다. 사우론은 마법 반지의 일종인 ‘힘의 반지’를 만들어서 중간계의 모든 종족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사우론은 마이아이기 때문에 물질 세계에서 자신의 형상을 바꿀 수 있었는데 대부분 아주 아름다운 형상을 취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선한 존재인 척 하면서 많은 이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 사우론의 주된 행적입니다.

 

제2시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우론은 정체를 감추고 안나타르라는 이름의 요정으로 자신을 위장합니다. 안나타르로 위장한 사우론은 특별한 마법 반지를 만드는 비법을 중간계의 종족들에게 전해줬고 이로 인해 19개의 ‘힘의 반지’가 만들어집니다. 9개는 인간족, 7개는 난쟁이족, 3개는 요정족의 위대한 인물들이 각각 나눠가지게 되었습니다. 힘의 반지는 소유자에게 강력한 능력을 부여했지만 소유자가 점점 반지에 집착하고 반지의 운명에 종속되도록 만들었으며 결국 사우론이 이 모든 반지를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만들면서 중간계에 큰 위기가 닥치게 됩니다.

 

하지만 사우론의 의도대로 절대반지의 지배를 당하게 된 것은 인간족의 반지 소유자 9명 뿐이었습니다. 이들이 바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나즈굴’입니다. 요정족은 절대반지가 완성되어 그 영향이 반지에 미치는 것을 느낀 순간 바로 반지를 빼서 비밀스러운 장소에 감춰버립니다. 난쟁이족은 반지를 빼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완고하고 고집이 센 종족이라 사우론에게 지배당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지의 영향으로 탐욕이 커지게 되어 결국 탐욕으로 인해 여러 갈등과 불행이 생기며 차츰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나즈굴
나즈굴

 

모든 종족을 지배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절대반지를 완성한 사우론은 더욱 강대한 세력을 이루게 되고 사실상 중간계의 최강의 존재로 우뚝섭니다. 절대반지의 힘과 강대한 세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중간계의 지배자라고 선언하는데 이때 서쪽 해안에 누메노르의 대군이 등장합니다.

 

제2시대의 중간계는 시궁창 암흑 대륙 수준이었지만 누메노르는 발라들의 축복을 받은 땅에서 최고의 번영을 누리는 국가였기에 국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중간계의 어떤 세력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우론은 누메노르 군대에 압도적으로 탈탈 털리고, 결국 항복해 포로가 되어 누메노르로 끌려갑니다. 이 상황은 제1시대 이전에 멜코르가 발리노르로 끌려간 상황과 유사합니다.

 

실제로 비슷한 일들이 다시 벌어집니다. 멜코르는 발리노르에서 빛의 나무를 말려 죽이고 핀웨를 살해한 후 실마릴을 훔쳐 달아났죠. 사우론은 더 교묘한 방법으로 누메노르에 큰 타격을 주는데 아름다운 외모와 감언이설로 누메노르인들을 현혹시킨 뒤 조금씩 누메노르에 타락의 씨앗을 뿌립니다. 특히 그가 자극한 것은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던 누메노르인들의 오만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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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론은 누메노르인의 오만함과 발리노르에 사는 신들을 향한 질투심을 부추깁니다. 결국 누메노르는 대규모 원정군을 편성해 신들의 땅인 발리노르를 침공하게 되고 그 결과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고 맙니다. 누메노르인의 오만과 타락에 발라뿐 아니라 창조신인 일루바타르까지 분노하게 되고 이에 대한 벌로 아예 세상에 지각변동을 일으켜버립니다. 누메노르는 바다 아래로 침몰해 멸망합니다.

 

이 재앙으로 모든 누메노르인(두네다인)이 전멸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우론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 발리노르 침공에 반대하던 일종의 소수파 세력이 있었는데 이들은 누메노르의 멸망을 예감했고 미리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메노르의 종말이 닥치자 이들은 9척의 배에 나눠타고 탈출합니다.

 

생존한 두네다인의 지도자는 ‘엘렌딜’입니다. 두네다인 왕족의 방계 혈통이지만, 직계 왕족들이 모두 죽었기에 가장 가까운 혈통의 엘렌딜이 새롭게 중간계에 자리잡은 두네다인들의 왕이 됩니다.

 

엘렌딜
엘렌딜

 

사우론도 중간계로 돌아와 다시 세력을 키웠는데, 인간족의 지도자 ‘엘렌딜’과 요정족의 지도자 ‘길갈라드’는 사우론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결판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롤로그에 나온 거대한 전쟁(다고를라드 평원의 전투)이 이때 벌어지고, 엘렌딜과 길갈라드는 절대반지의 강대한 힘을 앞세운 사우론에게 패배해 전사합니다. 하지만 엘렌딜의 아들 이실두르가 사우론의 손가락을 잘라 절대반지를 탈취하고, 절대반지를 잃은 사우론의 육체는 소멸합니다. 후에 이실두르는 적의 기습을 당해 강에 빠져 익사하고, 절대반지도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수천 년 뒤에 다시 절대반지가 세상에 나오면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드라마 내용 예상 – 갈라드리엘이 주인공?

 

드라마의 제목부터가 ‘힘의 반지’이기 때문에 아마 시즌1의 첫 에피소드는 힘의 반지의 탄생에 관한 스토리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즌 1부터 이실두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힘의 반지가 만들어진 시기와 이실두르가 태어난 시기는 거의 2000년 가까운 시간 차가 있어서 그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디테일하게 드라마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롤로그처럼 짧게 그려지지도 않을 거 같고 초반 1~2화나 어쩌면 시즌1의 절반 정도 분량은 이실두르가 태어나기 이전 시대의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상세하게 그려질지도 모릅니다.

 

누메노르의 멸망이 어느 시점에 등장할지도 궁금한데요. 예고편에서 번영하는 누메노루의 모습이 나왔는데 시즌1까지는 누메노르가 계속 건재한 시대만 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시즌1의 하이라이트 에피소드를 누메노르의 멸망으로 넣을 수도 있겠죠.

 

워낙에 긴 시대의 이야기라서 드라마에 어떤 식으로 각 시대의 상황과 이야기들을 비중을 나눠 담아낼지 예상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또 하나의 큰 궁금증은 갈라드리엘의 역할입니다. 갈라드리엘은 제1시대 이전에 발리노르에서 태어난 인물이고 제2시대에는 갈라드리엘의 백부들이나 오빠들, 사촌들 등 놀로드 왕족 대부분이 죽고 없기 때문에 갈라드리엘이 사실상 요정들 중에서 최고참 레벨입니다. 다만 놀도르 대왕의 계보는 핑골핀의 차남 투르곤이 죽은 후에 갈라드리엘보다 더 어린 ‘길갈라드’가 이었습니다. 길갈라드도 놀도르 왕족이고 갈라드리엘의 조카뻘입니다.

 

갈라드리엘

 

아무튼 제2시대에 요정족의 대왕은 길갈라드이고, 엘론드는 길갈라드를 충실히 보좌하며 장군이자 기수 역할을 했습니다. 길갈라드가 사우론과의 전쟁에서 죽은 후에는 사실상 엘론드가 뒤를 이어 중간계 요정들의 지도자가 됩니다. 물론 엘론드는 핀웨 왕족의 직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놀도르 대왕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요.(길갈라드를 끝으로 놀도로 대왕의 계보는 끊어집니다.)

 

갈라드리엘은 길갈라드, 엘론드 등과 함께 지낸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제2시대에는 중간계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지냈습니다. 갈라드리엘이 최고참 레벨의 요정이기 때문에 무협지로 따지면 무림 최고 고수가 자기 세력도 없이 자유롭게 천하를 방랑하는 모습으로 드라마에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용비불패의 ‘용비’처럼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도 꽤 있는 편이죠.

 

그런데 갈라드리엘은 제2시대 초반에 켈레고른과 결혼해서 켈레브리안이라는 딸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켈레브리안은 제3시대 초에 엘론드와 결혼하고 딸 아르웬을 낳습니다. 이런 가족 관계의 이야기도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합니다. 갈라드리엘이 중간계 여기저기를 떠돌았다고 했지만 대체로 가족들과 함께 다녔거든요.

 

아무튼 갈라드리엘과 엘론드가 이 드라마에서 요정족 스토리의 중심 인물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갈라드리엘은 최고참 레벨의 요정으로서 자유롭게 세계를 방랑하며 중요한 순간들에 큰 활약을 하는 주인공 포지션의 캐릭터로 나올 것 같고, 엘론드는 요정 대왕 길갈라드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 장군으로서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큰 역사적 사건들의 전면에서 활약하는 역할을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면 드라마에서 창조해낸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많이 나옵니다. 흑인 요정이나 흑인 난쟁이 캐릭터가 큰 논란과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저는 ‘노리’라는 이름의 여자 호빗 캐릭터에 특히 관심이 갑니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에서도 빌보와 프로도라는 호빗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었는데요. 그 전통(?)을 이어서 노리 또한 이 드라마에서 아주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제2시대의 역사에서 호빗족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새롭게 창작된 스토리는 노리를 중심으로 전개될 거라고 예상됩니다.

 

노리

 

누메노르의 멸망이나 사우론과의 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이야 다 알고 있지만 이실두르가 태어나고 사우론의 손가락을 자르기까지의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이실두르는 두네다인 왕족이라서 200살 넘게 살았습니다) 동안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졌을 것이고 드라마는 이것을 방대한 오리지널 창작 스토리로 채워넣을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 스토리가 누메노르 왕국, 힘의 반지, 사우론 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세부적으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죠. 엄청 기대도 되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영화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너무 위대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드라마 ‘힘의 반지’는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채워 넣었기에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의 얼토당토 않은 물건(?)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감 보다는 기대감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초거대 스케일의 판타지 대작이고 아무리 오리지널 스토리라도 기본적으로는 톨킨이 창조한 탄탄한 세계관이 기반이 될 테니까요. 이 정도면 망작보다는 명작, 대작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은 조건입니다. 부디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가 2022년을 책임질 최고의 드라마로서 훌륭한 완성도로 나와주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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