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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몽념 (킹덤)

by 대서즐라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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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념 (킹덤)

만화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력 있는 핵심 조연 캐릭터를 잘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와는 달리 만화의 경우는 장편 연재가 되면 내용이 매우 방대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일단 등장 캐릭터의 수가 엄청 늘어나는 데다 그런 많은 캐릭터들의 다양한 매력들을 잘 살리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특히 비중 있는 핵심 조연 캐릭터들이 정말 중요합니다.

소년 만화라면 거기에 해당하는 핵심 캐릭터로 일단 ‘히로인’을 꼽을 수가 있죠. 하지만 연애 요소가 별로 없는 만화라면 히로인이 반드시 중요 캐릭터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슬램덩크의 채소연 같이 별로 비중 없는 히로인 캐릭터도 소년 만화에서는 흔한 편이죠. 채소연은 매력이 없다고도 하기 뭐하고 있다고도 하기 뭐한 어중간한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비중은 점점 공기화가 되는데다 유독 채소연 그림체만 역변을 해버리기까지 하고요...(채치수와 동일한 유전자가 발현된 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소년 만화의 또 다른 핵심 조연 캐릭터는 ‘라이벌이자 동료’인 캐릭터입니다. 이런 캐릭터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드래곤볼의 베지터와 슬램덩크의 서태웅입니다. 두 캐릭터 모두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연 캐릭터이자 가장 성공한 조연 캐릭터입니다. 서태웅의 경우는 아예 강백호와 함께 슬램덩크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평가받기까지 하죠. 서로 성향이나 성격이 달라서 사이가 나쁜데 동료가 되어 공통의 적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 관계 구성은 소년 만화에서 거의 정석이 되다시피 할 정도로 인기가 많고 검증이 된 설정입니다. 


주인공과 라이벌 조연의 1대 1 구도도 매우 인기가 많지만 여기서 한 명 더 추가해서 삼각 라이벌(동료) 구도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피스에서 11명의 초신성 해적 중 루피, 키드, 로우 세 명을 ‘삼선장’이라고 칭하며 라이벌 구도를 잡은 케이스가 있고 이번에 이야기할 킹덤에서 이신, 왕분, 몽념의 삼각 라이벌 구도도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킹덤이 지금처럼 히트작이 된 데에 왕분과 몽념이라는 캐릭터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왕분과 몽념은 단행본 17권부터 등장하고 킹덤은 이미 그 전부터 히트작의 궤도에 올라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을 하드캐리한 건 ‘천하대장군’ 왕기의 매력이죠. 그런데 그 왕기가 16권에서 죽습니다. 최고 인기 캐릭터를 이렇게 일찍 퇴장시키다니? 하지만 원래 그런 경우가 있는 법입니다. 인기 있는 비중 있는 캐릭터를 초반에 죽게 함으로써 만화의 전체 내용에 큰 의미를 심어주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카미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인기 있는 캐릭터의 퇴장은 당장은 만화의 인기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 직후 새로 전개시킬 에피소드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만화의 인기가 하락세로 접어들 수도 있죠. 다행히 킹덤은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왕기의 죽음 이후 바로 전개된 산양전 에피소드는 현재까지도 킹덤의 모든 에피소드 중 평가 1,2위를 다툴 정도로 최고로 완성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산양전이 최고의 평가를 받게 된 핵심 요인은 적으로 등장한 염파와 윤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에피소드부터 중요 레귤러 조연으로 등장한 왕분과 몽념의 존재감도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양전의 핵심 내용은 염파와 몽오의 대결, 그리고 이신과 윤호의 대결입니다. 이 대결의 완성도와 임팩트가 워낙 대단해서 산양전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인데요. 하지만 왕분과 몽념의 등장이야말로 산양전이 킹덤 전체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등장함으로써 킹덤이라는 만화 자체가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주인공 이신의 진화죠.

왕분과 몽념이라는 라이벌 캐릭터의 등장은 주인공 이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캐릭터로 진화시켰습니다. 그때까지 전형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의 돌격대장형 주인공이었던 이신은 함께 경쟁하며 동반 성장해나갈 라이벌의 존재를 의식하게 됨으로써 더욱 성숙하고 진지한 캐릭터로 거듭납니다. 이런 주인공의 변화(진화)는 전장에서의 분위기(공기) 자체를 바꿔 버립니다. 확실히 산양전 부터는 이전의 성교의 반란이나 사감평원 전투, 마양전과 비교해서 굉장히 다른 분위기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양전 이전까지는 마치 미친 듯이 질주하다가 단기간에 끝장을 보고 폭발해버릴 거 같았던 만화의 분위기가 왕기의 죽음, 그리고 왕분과 몽념의 등장으로 주인공을 진화시킴으로서 본격적으로 장기 연재에 들어가는 태세로 전환되어 버리는 것이죠.


실제로 킹덤은 단행본 100권 이상의 초장기 연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화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초장기 연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 십년의 세월 동안 한 작품을 계속 그리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거니와 그만큼 오랜 인기를 유지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핵심 조연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킹덤에서 가장 중요한 조연을 한 명만 꼽으라면 실질적인 히로인의 역할도 하고 있고 전장에서는 주인공 이신의 최고 조력자로 활약하는 부장 강외일 것입니다. 하지만 킹덤의 스토리가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확장성 있게 전개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역할은 왕분과 몽념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분, 몽념같은 라이벌 캐릭터는 일종의 주인공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같은 동기와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이 분신들은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좀 더 흥미로운 캐릭터는 역시 몽념입니다. 사실 엄밀하게 비중을 따지자면 왕분이 몽념보다 비중이 더 높습니다. 당장 출연 비중만 놓고 봐도 그런데 저옹전에는 몽념이 아예 빠진 채 왕분과 이신만 참전했고 주해평원 결전에서는 몽념만 좌익으로 빠지고 이신과 왕분은 우익에서 함께 싸웠죠. 확실히 전형적인 소년만화 라이벌로 캐릭터가 잡혀 있는 건 몽념보다는 왕분 쪽입니다. 만화 사상 가장 성공적인 라이벌 캐릭터로 평가받는 강백호-서태웅의 관계가 이신-왕분의 관계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몽념은 어떤 캐릭터일까요? 서로 대립하며 발전해나가는 라이벌 캐릭터 기믹은 이제는 거의 왕분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히지만 몽념 또한 분명한 이신의 라이벌 캐릭터입니다. 다만 대립하지 않을 뿐이죠. 몽념은 이신에게 있어서 대등한 입장의 동료이자 가장 친한 전장의 친구(전우)입니다. 물론 이신에게 있어서 몽념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인물들은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어느 누구도 이신과 대등한 입장이 아니죠. 어찌보면 이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영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둘의 관계는 왕과 신하입니다. 그밖에 이신에게 중요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신 부대 소속 대원들이고 당연히 이신과 그들은 대장과 부하의 관계입니다. 하료초와 강외조차도 사실상 이신과 주종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보면 주인공 이신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 중에 오로지 몽념 만이 특별한 존재인 것입니다. 언제나 같은 입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완전한 분신 격의 존재인 것이죠. 중요한 것은 서로 대등하고 매우 친밀한 관계임에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거리감입니다. 사실 몽념보다 더욱 특별한 존재가 강외인데, 이신과 강외는 사이가 갈수록 가까워져서 이제는 거의 연인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까운 캐릭터는 주인공의 중심 스토리에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 전체에서 특별한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의 부속물 같은 존재로 흡수되어 버리니까요. 그 반면 몽념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중요한 영향을 행사하는 절친 캐릭터는 만화가 특별한 장기 연재작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 시켜 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들며 이야기의 범주를 계속 확장 시켜 주는 것이죠. 

몽념 같은 캐릭터는 흔하지 않아요. 왕분의 경우는 베지터나 서태웅 같은 비슷한 유형의 라이벌 캐릭터를 금세 떠올릴 수 있는데 몽념은... 글쎄요. 비슷한 캐릭터라면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의 ‘블리드 카가’ 정도? 하지만 절친이고 라이벌 캐릭터라는 점만 닮았을 뿐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죠. 


애초에 이신-왕분-몽념의 삼각 라이벌 구도는 만화나 여타의 창작물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완성도 높은 인물 구도입니다. 저는 이 삼각 구도가 킹덤 이라는 만화에서 가장 특별한 요소이고 이 만화가 단행본 100권 연재를 목표로 할 수 있을 만큼 장기 연재 히트작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특별한 삼각 구도를 완성시킨 핵심 캐릭터가 바로 몽념입니다. 말했듯이 왕분 같은 캐릭터를 등장시킨 1대 1 라이벌 구도는 정말 흔하고 거의 소년만화의 정석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몽념 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넣어서 1대 1 라이벌 구도보다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운 삼각 구도를 만든 건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몽념은 굉장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몽념보다 비중이 높고 소년 만화의 정석 라이벌 캐릭터로 설정된 왕분 보다도 몽념의 인기가 훨씬 높아요. 사실 왕분이 작가가 들인 공에 비해 인기가 다소 주춤한 건 이 만화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런 캐릭터의 인기 상황을 반영해서 작가가 현재 관계 구도에서 뭔가 변화를 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기가 많은 몽념의 비중을 더 높인다거나 아니면 왕분을 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업그레이드 시킨다거나...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지금 구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변화 없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왕분은 뭔가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몽념만큼은 딱 지금 정도의 역할이 최선으로 보이거든요.

모두가 아는 대로 킹덤은 실제 역사 바탕의 창작물이고 등장인물 상당수가 실존인물입니다. 이신, 왕분, 몽념 모두 실제 진나라 통일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수들이고요. 이 중 통일 전쟁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건 왕분입니다. 몽념은 오히려 통일 이후 활동에서 명성이 굉장히 높은데 그 유명한 만리장성 축조가 바로 몽념이 한 일입니다. 거기에 흉노를 비롯한 북방 민족들을 쓸어버리기도 했죠. 대대로 중국 역사에서 북방 민족을 참교육(?) 했던 장수들이 유명하고 평가도 높더라고요.


하지만 현재 킹덤의 스토리 전개 속도를 봤을 때 통일 이후의 이야기까지는 나오지 않을 거 같고 통일 이전의 스토리 중에서 역시 제일 임팩트가 큰 사건이라면 이신의 초나라 정벌전일 겁니다. 아마 킹덤의 전체 내용을 통틀어서 제일 하이라이트인 부분일 테고 이 때 몽념도 함께 하기 때문에 이신과 몽념을 주축으로 스토리가 전개될 거 같습니다. 뭐 결과는 역사로 다 나와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세부적인 내용 전개에서 작가가 어떤 상상력을 발휘할지 상당히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아마 몽념도 스토리에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이 내용까지 나오려면 앞으로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현재로서는 너무 까마득한 미래의 일로 느껴지네요. 그래도 결국 언젠가 거기까지 그리긴 하겠죠. 작가가 미쳐서 뜬금 소드마스터 야마토 식으로 만화를 종결내버리지 않는 한은요.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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