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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죽음 Death (샌드맨)

by 대서즐라 202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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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 작가가 쓴 DC-버티고 레이블의 걸작 그래픽노블 ‘샌드맨’에 등장하는 캐릭터 ‘죽음(Death)’은 아마 DC 코믹스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로 매력적인 캐릭터일 것입니다. 작품 자체가 다소 마이너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샌드맨을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죽음이라는 캐릭터에게 강렬한 매력을 느낄 거예요.

 

죽음

 

샌드맨은 그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그래픽노블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걸작인데, 국내에도 2013년에 시공사를 통해 정식 번역 발매되면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겼습니다. 곧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되면 더욱 유명해지겠죠.

 

샌드맨은 굉장히 비범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인간의 사고 구조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에요. 그나마 제일 간단하게 와닿는 표현을 쓰자면 ‘관념을 의인화’한 존재들입니다. 인간의 ‘인식’을 바탕으로 투영해본다면 말이죠.

 

말 그대로 관념 자체가 작품의 등장인물이자 주요 캐릭터로 나옵니다.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들은 바로 ‘영원 일족’이라 불리는 일곱 존재입니다. 이들은 모두 가족으로 일곱 남매입니다.

 

주인공인 샌드맨은 일곱 남매 중 셋째인 꿈(Dream)입니다. 남성의 형상으로 등장하고요. 죽음(Death)은 여성으로 등장하고 일곱 남매 중에서 둘째입니다. 그리고 첫째는 남성인 운명(Destiny)이고 넷째는 남성인 파괴(Destruction), 다섯째와 여섯째는 쌍둥이인데(외모는 전혀 안 닮았지만) 각각 욕망(Desire)과 절망(Despair)입니다. 절망은 여성이고 욕망은 성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남성과 여성을 오갑니다. 이건 아마 한국 번역본만의 특이사항일 텐데 성별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욕망의 특성상 손위 형제를 부를 때 오빠라고 했다가 형이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합니다. 마지막으로 막내는 분열(Delirium)이고 성별은 여성입니다.

 

영원 일족

 

샌드맨을 안 읽은 사람이라면 위의 문단을 읽고 도대체 이게 뭔 내용인가 싶을 거예요. 여기서 이 가족의 복잡한 사정을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이 일곱 남매는 우주에서 생명이 탄생한 이후 억겁의 시간 동안 존재해 왔는데(첫째인 운명은 생명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고요) 그동안 여러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절망이 죽어서 사라진 것입니다. 관념적인 존재가 죽는다라... 참 희한한 내용이죠. 그런데 절망이 죽은 후에 어떤 일이 생겼냐면 욕망이 두 개의 존재로 분화되어서 그중 하나가 절망이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욕망과 절망을 쌍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막내인 분열 또한 변화를 겪은 존재입니다. 분열은 원래 기쁨(Delight)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쁨이 분열로 변화한 것이죠. 분열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면 정신병, 내지는 광기입니다. 기쁨이라는 관념이 분열(광기)로 변화했다는 것... 참 여러 가지를 의미하는 현상입니다.

 

분열

 

그리고 넷째인 파괴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존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일곱 개의 관념적 존재들은 자신들만의 고유의 영토가 있고 그곳을 다스리며 우주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파괴는 어느 날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립니다.

 

하여간 글로 내용을 요약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저로서는 샌드맨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냥 보세요- 라고만 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 샌드맨이라는 작품이 제가 살면서 본 모든 영화, 만화, 드라마, 소설 등 각종의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것, 당연히 전권 소장 중이고 정주행 횟수가 10번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있습니다. And there is Death.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죽음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태양계에 생명이 존재하기 이전.. 정말 까마득한 과거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죽음의 모습은 음침하고 고압적이고 사교성이라고는 없는 비호감 끝판왕인 성격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 등장하는 죽음은 이런 과거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죠. 죽음이 이런 큰 변화를 겪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작품 내에서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과거와 달리 현재 시점의 죽음은 쿨하고 멋지고 스타일도 좋고 미녀인 최고의 인싸형 캐릭터예요.

 

꿈과 죽음

 

하지만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강렬하게 끌리지만 결국은 두려워하며 피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죽음의 본질이죠.

 

죽음의 동생인 꿈(샌드맨)은 왜 살아있는 생명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합니다. 죽음은 태어남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자신(꿈)과 비교하면 훨씬 자애로운 것이 죽음이라고 말하죠. 맞는 말입니다. 이런 비슷한 견해는 여러 창작물에서 볼 수 있죠. 당장 생각나는 작품으로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 여사가 죽을 때 아들 포레스트에게 ‘죽음도 삶의 일부다. 전혀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포레스트는 이 말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나중에 아내인 제니가 죽었을 때도 무덤 앞에서 이 말을 되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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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은 그래픽노블입니다. 소설이었더라도 죽음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겠지만, 그림으로 시각화된 존재로 접하기에 이 캐릭터의 매력이 더욱 부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샌드맨에 등장하는 관념적 존재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대중들의 지각에 와닿는 존재로 보이는 것은 만화라는 매체로 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샌드맨의 작가 닐 게이먼은 원래 소설가입니다. 샌드맨은 닐 게이먼이 글을 쓰고 에피소드마다 내용에 걸맞은 그림체를 가진 여러 명의 그림 작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죽음의 작화 디자인이 정말 멋집니다. 백색의 창백한 피부톤에 펑키한 헤어스타일, 검정 끈나시와 검정 가죽바지, 목에는 앙크 문양의 목걸이를 차고 있습니다. 의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이게 기본 스타일입니다. 보면서 멋있다, 쿨하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누구나 끌릴 수밖에 없는 ‘인싸왕’의 외모라고나 할까요.

 

멋진 죽음

 

관념적 존재의 외형은 그냥 인간의 눈에 비친 형상일 뿐입니다. 때문에 사실 죽음의 외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정답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넷플릭스의 샌드맨 실사 드라마에서 흑인 배우 ‘커비 하월 바티스트’가 죽음 역할로 캐스팅된 것에 원작 팬들은 상당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원작 작가인 닐 게이먼은 영원 일족의 외형은 고정된 형태에 묶이지 않는다고 단호한 일침을 날렸지만... 이봐요- 닐 게이먼씨.(당신을 매우 존경하지만) 고정된 형태가 없는 죽음이 샌드맨 그래픽노블에서는 내내 일관되게 매력적이고 쿨한 백색 피부의 여자 모습으로 나온다고요. 계속 그런 식으로 묘사되어온 캐릭터를 이제 와서 고정된 형태가 없으니 그래픽노블에 나온 모습은 잊으라고 말하는 건... 좀 치사하지 않나요??

 

넷플릭스의 피씨

 

네, 그래요. 저도 원작의 팬으로서 넷플릭스 실사 드라마의 캐스팅에 매우 불만이 많습니다. 사실 죽음보다는 로즈 워커와 유니티 킨케이드의 캐스팅이 더 불만이지만요. 로즈 워커와 유니티 킨케이드 역시 원작에서는 백인인데 드라마에서 흑인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샌드맨은 제가 살면서 본 모든 창작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런 만큼 드라마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이 작품도 결국 넷플릭스의 ‘PC 만행’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했네요. 그래도 보긴 볼 거지만. 안 볼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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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원작에서 죽음의 모습이 너무 압도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백인 배우가 캐스팅되었다고 해도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실망하는 경우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닐 게이먼의 말대로 원작의 모습은 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죽음이 흑인의 모습으로 나오더라도 내용상 문제 되는 것이 없기는 합니다.(원작처럼 매력적인 비주얼이 안 나올 거 같아 불만인 것이지) 진짜 문제는 로즈 워커랑 유니티 킨케이드입니다. 이 쪽은 흑인이 될 경우 원작 내용과 뭔가 많이 달라지게 될 거 같거든요. 로즈 워커도 제가 엄청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좀 많이 걱정이 됩니다.

 

로즈 워커

 

넷플릭스의 샌드맨 드라마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끌지는 모르겠습니다. 원작의 팬으로서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고 원작 그래픽노블도 더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당연히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요.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실사 드라마에서 과연 이 캐릭터의 매력이 제대로 표현이 될지... 그래도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읽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면 결국은 이 캐릭터의 매력이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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