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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진카마 미스즈 (전차남)

by 대서즐라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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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방영된 후지TV의 드라마 ‘전차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입니다.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현재는 5ch)의 독남 게시판에 올라온 전차남이라는 네티즌의 사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소설과 만화책이 출판되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당시에 상당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드라마가 대히트를 쳤는데 한국에도 일드 중에서 상당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만화와 영화판이 독남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거의 가감 없이 그대로 만든 것과 달리 드라마판은 아무래도 분량이 길다보니 전차남의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등 주변 인물들과 게시판 유저들의 캐릭터에 추가적인 내용과 설정이 많이 들어갔고 이런 내용들이 매우 흥미롭고 완성도가 높아서 드라마의 인기를 크게 견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시라이시 미호가 연기한 ‘진카마 미스즈’가 단연 이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최고의 감초 조연 캐릭터입니다.

진카마 미스즈


시라이시 미호는 잘나갔다고 할만한 주연급 배우는 아닙니다. 데뷔 초에는 수영복 정도 수위의 그라비아 모델로 주로 활동했고 연기를 시작한 후로도 대부분의 작품들에 조연급 비중으로 출연했습니다. 역시 가장 유명한 대표작은 전차남이고 그 외 스윙걸즈의 취주악부 지도교사 역할이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에토 교수의 부인 역할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에 출연했고 제가 최근에 본 작품 중에서는 순정만화 ‘프린서플’의 실사 영화에 여주인공의 새엄마 역할로 나와 무척 반가웠습니다. 1978년 생이라 40대가 되었는데 전차남 시절에 비해 확실히 나이가 든 모습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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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미호가 주연급 인기 배우로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굳이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연기력도 괜찮고 아주 매력 있는 배우인데 뭔가 A급 배우가 되기에는 조금씩은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현재까지도 조연급 배우로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2016년에는 쟈니스 아이돌 그룹인 V6의 멤버 나가노 히로시와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니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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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미호가 연기한 배역 중에서 전차남의 진카마 미스즈가 역시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일 것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인 ‘전차남’ 야마다 츠요시와 ‘에르메스’ 아오야마 사오리 또한 아주 매력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역 캐릭터의 매력에 더해서 진카마를 비롯한 흥미로운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더욱더 극대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카마의 캐릭터성은 여주인공인 에르메스의 캐릭터성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착하고 청순하고 상냥하고 배려심 강하고 조신한 그야말로 천상여자 그 자체인 에르메스와 정반대로 진카마는 걸걸한 성격에 속이 시커멓고 폭력적이며 ‘남자를 사냥하고 다닌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연애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며 분방합니다.

폭력적인 진카마


진카마의 캐릭터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드라마의 요소 중 하나는 그녀의 테마 음악입니다. 무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테마를 변주한 음악입니다. 심지어 작품 내에서 주인공 야마다는 진카마 전용 휴대폰 착신벨로 이 음악을 사용하기까지 합니다. 야마다가 진카마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작품 내 장치인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다스베이더 처럼 두려워하는 존재임에도 은근히 야마다는 진카마와 좋은 케미를 보여줍니다. 사실 작품 내 포지션으로 봐서는 진카마를 세컨드 히로인으로 봐도 될 정도예요. 야마다는 ‘솔로기간=나이’인 전형적인 모쏠 오타쿠 찐따 캐릭터인데, 에르메스를 제외하면 야마다가 자주 연락하고 편하게 대화하는 유일한 이성 친구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진카마입니다.

진카마와 야마다


그리고 진카마가 야마다에게 폭력적으로 굴고 괴롭히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 진카마는 절대 빌런이 아닙니다. 진카마는 인터넷 독신남 게시판에서 유명한 ‘전차남’이라는 유저의 정체가 야마다 라는 걸 알아내자 마자 ‘딱 걸렸어’ 하면서 바로 야마다를 찾아가 뭔가 협박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는데 그 후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 야마다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죠. 겉으로는 사납게 굴면서 은근히 정 있고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츤데레 속성으로도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진카마가 야마다를 좋아하는 건 전혀 아니니 완전 츤데레라고 하기는 힘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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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카마가 본의 아니게 실수로 야마다에게 큰 피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이때 야마다와 에르메스의 관계가 완전히 깨질 뻔 했는데 진카마는 자기 실수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책임을 지겠다며 야마다를 덮치려고(동정 사냥?) 해요. 글로 적고 보니 뭔가 야한 내용 같은 데 그냥 개그 장면입니다. 굳이 진지하게 이 내용을 분석하자면 사실 진카마는 책임을 지려 했다기 보다는 ‘남자 사냥꾼’이라는 캐릭터성 답게 야마다의 동정도 사냥하겠다는 의도가 더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야마다가 동정인지는 작품 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없지만 그냥 뭐 딱 봐도...)

야마다를 덮치는 진카마


은근히 이 드라마의 팬들 중에서 야마다와 진카마의 커플링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에르메스가 워낙에 극강의 메리트로 도배된 완전체 여주인공이라서(그야말로 모든 남자들의 꿈의 여인) 주역 커플링에 거의 파고들 빈틈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야마다와 진카마의 케미는 에르메스와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야마다-진카마의 커플링 지지자들의 요망을 반영한 것인지 드라마 본편 종영 1년 후에 방영된 스페셜 판에서 야마다의 분신(?) 캐릭터를 등장시켜 결국 진카마와 엮어 버렸습니다. 야마다와 진카마가 함께 타히티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야마다와 똑 닮은 원주민 캐릭터가 등장한 것입니다.(물론 야마다 역의 배우인 이토 아츠시가 1인 2역을 한 것입니다) 이 스페셜 드라마판은 평가가 별로 좋지 않은데 유일하게 짝퉁 야마다와 진카마의 개그 케미만 볼만한 작품이에요. 심지어 여주인공 에르메스의 비중도 적은 편이라서 진카마가 거의 여주인공 수준의 활약을 펼쳐 보입니다. 

짝퉁 야마다와 진카마


앞에서 여주인공인 에르메스를 ‘완전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코미디 쪽으로 방점이 크게 찍혀 있는 작품이라서 그야말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다 웃긴데(게키단 히토리, 사토 지로같은 배우들이 대활약합니다), 가장 비중이 큰 배역인 여주인공만은 전혀 웃기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진카마가 겁나게 웃기기 때문에 여주인공의 이런 부족한 면을 완벽하게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완벽한 여주인공 에르메스


에르메스가 로맨스 장르의 완벽한 히로인이지만 완전히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진카마를 세컨드 히로인 같은 포지션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드라마의 재미를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시라이시 미호가 원래 예쁘고 매력적인 배우이니 이토 미사키의 에르메스와 함께 서로 대조적인 매력으로 쌍벽을 이루며 드라마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진카마 미스즈는 완성도 높은 조연 캐릭터가 작품의 재미를 얼마나 극대화시키고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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