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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황용 (사조영웅전)

by 대서즐라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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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은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모범적이고 정석적인 여자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사조영웅전 자체가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무협지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주인공 곽정 또한 아주 정석적으로 훌륭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황용은 남자 주인공에게 조력하고 작품의 서사를 함께 이끌어가며 호흡을 맞추는 여자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완벽한 역할 수행에 더불어 캐릭터의 매력도 엄청나서 신조협려의 소용녀와 함께 무협지 여주인공 인기 순위 1,2위를 다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무협지 여주인공으로 꼽히는 사조영웅전의 황용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사조영웅전 여주인공 황용

 

 

 

완벽한 파트너, 평강공주형 히로인

 

대부분의 무협지의 핵심 내용 전개는 주인공 캐릭터의 성장 서사입니다. 전형적인 영웅 성장 서사의 스토리라면 대부분 출생 단계부터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유년의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성장하다가 10대 중후반 즈음부터 본격적인 모험과 시련, 기연들을 겪으며 점점 고수로 거듭나게 되는 스토리죠. 김용 소설의 주인공 중에서 이런 전형적인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사실 사조영웅전의 곽정보다는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용 이후의 무협 작가들은 곽정보다는 장무기의 서사를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갈수록 독자들이 긴 호흡의 서사보다는 속전속결로 결과가 나오는 전개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곽정과 양과는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야 작중 최고수 반열에 오릅니다. 반면 장무기는 작품 내용이 20% 정도 전개된 시점에 이미 장삼봉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는 수준에 오르게 되죠. (장삼봉과는 싸울 일이 없기 때문에)사실상 그 시점부터 무림의 최강자로서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주게 되는데요. 특히 최강급 고수가 되자마자 육대문파의 고수들을 혼자서 모조리 제압하는 압도적인 포스는 독자들에게 엄청난 쾌감과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최고의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협지의 주인공이 고수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벤트를 보통 ‘기연’이라고 칭합니다. 장무기의 경우는 우연히 만난 성성이(오랑우탄)를 치료해주다가 성성이의 배 안에 뭔가 넣어진 채 꿰매져 있는 걸 발견하고 배를 갈라 그 안에서 구양진경의 비급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핵심적인 기연입니다. 양과 또한 우연히 만난 영물인 ‘신조’의 안내로 독고구패의 무덤과 현철중검을 발견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기연이었죠. 그렇다면 곽정은? 곽정의 경우는 여주인공 황용을 만난 것이 최고의 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용과 곽정

 

앞에서 곽정이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야 작중 최고수의 반열에 오른다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조영웅전 에서는 작품의 마지막에 가서도 곽정의 무공 실력은 작중 최고수 반열인 ‘오절급’에는 미치지 못합니다.(곽정의 최고 전성기 시절 모습은 후속작인 신조협려에서 나옵니다) 물론 천하오절인 구양봉, 홍칠공, 황약사와 나름 대등하게 겨루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밀리는 느낌이었어요. 오절급과 대결해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가 ‘열세인 상황에서 최종 무승부’ 정도이고 실제로 작품에서 벌어진 대결들도 대충 그런 느낌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곽정이 이 정도의 레벨에 도달하는 것도 사조영웅전 전체 내용이 90%는 전개된 시점입니다. 그전까지는 명백히 오절급보다는 한참 모자라는 실력이라 구양봉, 구천인 같은 메인 빌런들을 상대로 계속 고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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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곽정이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무협지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일반적인 무협지 주인공들에 비해 상당히 성장이 느린 케이스인 거예요. 이렇게 주인공이 작품 내내 미완성의 고수로 남아 있다 보니 역으로 여주인공 황용의 역할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곽정과 황용은 그야말로 완벽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무협지에서처럼 최강급 고수인 남자 주인공을 그저 보조하기만 하는 히로인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완벽한 호흡을 곽정과 황용은 보여줍니다.

 

천생연분

 

무력형 남자 주인공과 지략형 여자 주인공으로서 서로 완벽하게 상호 보완하는 관계인데, 여기에 성격이나 기질까지도 각각 명확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차이점이 서로 절묘하게 맞물리게 되어 가장 이상적인 관계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완벽한 궁합이다 보니 함께 모험과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파트너임과 동시에 남녀 관계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죠.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커플들 중에서 찰떡궁합, 천생연분 같은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 곽정과 황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했듯이 두 사람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고 이상적인 관계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각자에게 확실한 부족한 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최고의 주인공 캐릭터를 상상한다면 어떤 결함도 없는 완전무결한 인간을 단순히 떠올리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런 대중문화 창작물에서 언제나 주인공에게는 파트너(연인)가 존재하게 되고 주인공이 가진 완전무결함은 오히려 파트너 캐릭터와의 관계성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리기에 완전무결함으로 인해 완벽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곽정은 초반부터 대놓고 ‘우둔하다’, ‘자질이 떨어진다’ 같은 무협지 주인공에 어울리지 않는 평판을 주변으로부터 들으며 완전무결함(엄친아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곽정이 처음 강남칠괴로부터 무공을 배울 때 몇 년을 수련했는데도 전혀 실력이 늘지 않고 우둔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내용이 독자들에게 꽤 강한 임팩트로 남아서 곽정의 이미지 자체가 머리도 나쁘고 미련한 캐릭터로 고착화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곽정은 그다지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황용이나 양과 같은 영리한 꾀돌이 타입이 아닐 뿐 기본적인 상황 판단은 언제나 정확하고 기억력도 나쁘지 않으며 싸움 머리(전투 센스)도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정확히는 우둔하다기보다는 우직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고 거기에 더해 다소 융통성이 부족한 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완전무결하지 않을 뿐이지 주인공으로서 그렇게 큰 결함을 가진 캐릭터는 아닙니다. 다만 그래도 저런 점들은 확실히 부족한 면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주인공 황용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곽정과 달리 황용은 완벽한 엄친아 캐릭터입니다. 미모와 지혜, 두 가지 측면에서 김용 소설 전체를 통틀어 최상위급이죠. 곽정에게는 없고 황용에게는 있는 것을 딱 한 가지만 꼽자면 바로 ‘영악함’입니다. 언제나 정직하고 우직하며 손해 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곽정과 달리 황용은 늘 머리를 굴리며 손해를 최소화하고 가장 이익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속임수나 기만에도 매우 능합니다. 황용이 가진 이런 영악한 속성은 무협 장르의 여주인공 캐릭터에서 하나의 전형이 되기도 했습니다.

 

머리 좋은 황용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은 황용과 정반대의 캐릭터인데 후속작인 신조협려의 주인공 양과는 황용과 매우 닮은 캐릭터입니다. 곽정과는 서로 정반대라서 찰떡궁합이 되었지만 서로 닮은 양과와는 거의 앙숙지간에 가까운 사이가 되죠. 양과와 황용 모두 영악하고 교활한 면모가 있어서 자칫하면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과가 내내 정파와 사파를 오락가락하는 성향을 보이며 큰 혼란을 겪는 모습은 신조협려에서 매우 비중 있게 그려지는 주요 내용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황용의 경우는 다행히 곽정 같은 바른 심성을 가진 짝을 일찍 만나 그 지혜와 재능을 올바른 길로만 사용하여 결코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죠.

 

‘올바른 길로만 사용했다’고 했는데 정확히는 오로지 곽정만을 위해서 황용은 자신의 모든 재능을 사용한 것입니다. 황용이 늘 여유 있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 연인을 향한 열렬한 애정은 김용 소설의 어느 여주인공보다도 더 크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용이 곽정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과는 전혀 다른 우직하고 바른 성품과 남장에 거지꼴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아낌없이 친절을 베풀고 무리한 요구까지 다 들어주는 자상한 모습에 금방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후로는 세상만사 오로지 곽정 만을 위해서 노력하고 연구하고 헌신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곽정은 올곧은 심성으로 그야말로 정의로운 영웅의 길을 가는 운명이 정해져 있는 인간입니다. 곽정이 나아가는 길에 황용이 영향을 끼친 것은 없습니다.(곽정이 바른 심성을 가지게 된 것은 강남칠괴나 홍칠공 같은 훌륭한 스승들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어머니의 교육 덕분입니다.) 다만 그 길을 빠르고 순조롭게 갈 수 있도록 하는 연료와 윤활유 역할을 황용이 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용의 가장 큰 특기는 요리입니다. 폭력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무협 세계에서 요리 실력 따위는 별 볼 일 없는 특기로 인식될 수 있지만 황용의 요리 실력은 무림 고수 식으로 표현하자면 ‘세계관 최강자’ 레벨이며, 그야말로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에서 최고라고 할 만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요리 실력의 영향은 결코 별 볼 일 없는 것이 아니었고 곽정에게 최고의 기연을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바로 곽정의 평생의 절기인 ‘항룡십팔장’을 익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죠.

 

항룡십팔장

 

항룡십팔장은 아마 무협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무공일 겁니다. 김용 소설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무공이라고 할 수 있죠. 김용의 모든 소설은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항룡십팔장을 사용하는 고수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중에서는 천룡팔부의 소봉과 사조영웅전의 곽정이 주력 무공으로 사용합니다.

 

천룡팔부의 시대가 사조영웅전의 시대보다 앞선 시대인데 소봉이 본래는 ‘항룡이십팔장’이었던 무공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간추려서 항룡십팔장으로 새롭게 정립했고 이 무공을 의형제이자 천룡팔부의 또 다른 주인공인 허죽에게 전수해줍니다. 그리고 허죽에 의해서 계속 후대로(주로 개방 고수들에게) 전수되었는데 사조영웅전 시대에서는 천하오절 중 하나인 개방 방주 홍칠공이 이 무공을 익히고 있었죠.

 

홍칠공은 천하오절에 해당하는 최강급 고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마어마한 식탐을 가진 미식가이기도 한데 스스로 요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음식에 대한 식견은 천하제일인 수준입니다. 그런 홍칠공이 황용의 요리를 먹고 천하제일이라고 인정하고 그런 천하제일의 요리를 맛보게 해 준 보답으로 곽정에게 항룡십팔장을 가르쳐 주게 됩니다. 항룡십팔장을 모두 전수하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홍칠공은 신출귀몰하는 떠돌이 같은 성향에 평생 누구에게도 3일 이상 무공을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황용이 매일 새로운 요리를 맛보여주면서 홍칠공이 떠나지 않도록 만들었고 이 덕분에 곽정이 항룡십팔장을 완벽하게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홍칠공 같은 천하제일의 미식가를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새로운 요리로 감탄하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지요. 곽정은 항룡십팔장 외에도 강남칠괴의 무공과 주백통에게서 배운 공명권, 구음진경의 무공 등 여러 무공을 터득하고 있었으나 우직한 곽정의 성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 무공은 항룡십팔장이었고 오로지 이 무공만을 주력으로 사용하여 최강 고수의 반열에 올라갑니다. 황용의 뛰어난 요리 실력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결과였죠.

 

최고의 요리사 황용

 

그밖에도 곽정은 황용을 따라 도화도로 갔다가 주백통을 만나게 되어 쌍수호박과 공명권, 구음진경의 무공을 익히게 되고 이후에도 내내 황용의 지혜와 기지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최강의 고수이자 영웅으로 성장해나갑니다. 물론 황용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곽정은 충분히 영웅적인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황용을 만난 덕분에 곽정은 더욱 위대하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고 사조삼부곡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으로까지 거듭나게 됩니다. 무협지의 남자 주인공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데 황용보다 큰 영향을 끼친 여주인공은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에게 있어서 최고의 파트너이며 완벽한 인생의 동반자이자 은인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황용인 것입니다.

 

 

 

지혜와 통솔의 여장부

 

곽정과 황용의 파트너십 유형은 무력형 남주와 지략형 여주의 기본적인 상호보완 형태입니다. 황용은 제갈량이나 장량, 범증 같은 전형적인 참모형 인재인데 사실 이것이 황용이 가진 자질의 전부는 아닙니다.

 

‘대협’이라는 표현은 무협지 세계관에서 일반명사이기는 하지만 김용의 사조삼부곡에서는 대협이라는 표현이 수많은 쟁쟁한 무림의 영웅 고수들 중에서도 단 한 사람, 곽정 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곽정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가 이 사실만으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황용에게는 ‘여협’이라는 고유명사가 붙습니다. 사실 곽정의 대협에 세트로 붙은 호칭이기는 하지만 황용도 충분히 여자 대협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저 참모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리더이자 제왕의 자질까지 갖춘 인재라고 할 수 있죠.

 

여협 황용

 

일단 황용은 그저 지혜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공 실력도 뛰어납니다. 사조삼부곡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 중에서 황용보다 확실히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임조영, 소용녀, 황삼미녀 뿐입니다. 황용과 동시대의 인물로는 소용녀 말고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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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은 무려 천하오절 중 2명으로부터 무공을 배웠습니다. 바로 황약사와 홍칠공입니다. 황약사는 황용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릴 때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요. 재능과 자질이 뛰어남에도 황용은 무공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기에 크게 고수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절인 황약사의 절기를 기본적인 수준으로는 구사합니다. 특히 난화불혈수는 거의 특기처럼 자주 사용하는 무공입니다.

 

하지만 황용은 곽정과 마찬가지로 홍칠공에게 배운 무공을 가장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바로 항룡십팔장과 함께 홍칠공의 두 가지 절기 중 하나인 타구봉법입니다. 타구봉법은 위력도 막강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무공인데 바로 개방 방주에게만 대대로 전승되는 독문 무공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말은 타구봉법을 익힌 황용은 곧 개봉 방주에 오르게 되었다는 의미이지요.

 

타구봉법

 

곽정이 전설적인 대협이고 영웅적인 인물이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어떤 집단의 리더로서 활동한 경력은 황용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곽정은 신조협려의 후반부에 전 무림을 통솔하는 무림 맹주로 추대되기도 하고 양양성 전투에서 수십 년간 실질적인 지휘관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대부분 공식적인 정규 직책은 아니었죠. 반면 황용은 홍칠공으로부터 정식으로 개방 방주의 자리를 물려받았고 거의 20년 동안 방주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유지했습니다. 곽정과 마찬가지로 황용도 많은 무림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여협이고 당연히 개방 내에서 방주로서의 위상도 절대적이었어요. 개방이 무림의 최대 문파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황용의 통솔력과 리더쉽도 결코 곽정 못지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통솔력뿐 아니라 무공 실력도 개방 방주의 지위에 어울리는 수준이었습니다. 타구봉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레벨에 도달한 후로는 오랫동안 무림 최강 여고수였으며(소용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개방 내에서 황용보다 강한 고수는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타구봉법 마스터’라는 이미지는 황용의 상징적인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김용 소설의 여자 캐릭터들은 많은 금손들에 의해 일러스트로 그려졌는데 황용의 일러스트는 90% 확률로 녹색의 타구봉을 손에 쥐고 있는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타구봉법이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강력하고 유명한 무공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그 무공의 가장 대표적인 사용자가 황용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림 고수로서 황용도 확고한 위치를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황용의 타구봉

 

거기에 황용은 여장부라는 이미지에 걸맞은 담대한 심성을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무림의 풍파를 겪으며 수 차례 죽을 위기를 마주함에도 항상 여유 있고 이성적으로 대처하여 지혜를 통해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정말 비범한 영웅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거기에 의협심 또한 본래는 다소 이기적이고 교활한 면모가 있어 나쁜 길로 빠질 잠재성이 있었으나 인류 역사상 가장 올곧은 인간인 곽정을 어릴 때 만나 그 영향을 오랫동안 받다 보니 본인도 곽정만큼은 아니지만 훌륭한 의과 협의 마음을 지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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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여주인공 특유의 영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곽정의 영향으로 영웅적인 심성과 기개까지 가지게 되어 이토록 완벽하고 이상적인 여주인공으로 황용의 캐릭터성이 완성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용이 곽정을 완성시켜준 것과 마찬가지로 곽정 역시 황용을 완성시켜 준 것이죠. 그야말로 “You complete me”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창작물 속 최고의 커플이 곽정, 황용 부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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