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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일본 신인 걸그룹 XG – 도대체 정체가 뭐니? (YG? 영어 가사? 한국 진출?)

by 대서즐라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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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8일에 일본의 신인 걸그룹 XG가 데뷔했습니다. 네, 한국이 아니라 일본 걸그룹 소식입니다. 블로그에 주제가 제한된 것은 없기 때문에 일본 걸그룹에 관한 포스팅을 쓰지 못할 것도 없지만 솔직히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조금 뜬금없는 주제이기는 합니다. 일본 걸그룹이라면 이미 니쥬(NiziU)에 관한 포스팅도 썼는데, 니쥬는 일본 걸그룹이라도 한국 회사인 JYP의 현지화 걸그룹이기에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신인-걸그룹-XG

 

저뿐 아니라 XG에 대해서 국내에서 제법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건 XG의 소속사가 언플을 꽤 잘한 효과이기도 합니다. XG의 프로모션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이 그룹이 한국 대형 기획사인 YG와 관련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주로 해외 언론에서 이런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고 국내 언론이 받아쓰기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YG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결국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습니다. YG에서 즉각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죠.

 

말 그대로 언플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 언플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던 건 그룹 이름부터가 XG라서 뭔가 YG와 비슷한 느낌이 있고 결정적으로 데뷔전 프로모션 영상 중 하나인 댄스 퍼포먼스 영상의 촬영 장소가 YGX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그룹의 멤버들이 YG와 공식적인 계약 관계는 아니더라도 YGX의 댄스 아카데미에서 트레이닝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니쥬의 소속사 JYP처럼 XG가 YG 소속이라든가 그룹의 제작에 어떤 식으로든 합작이나 협력으로 개입한 것은 전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말했듯이 이 사실무근의 언플은 어느 정도 ‘통했고’, XG는 일반적인 신인 일본 아이돌이라면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관심을 국내와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받게 되었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측면은 일본에서 케이팝 아이돌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일본 아이돌의 형태가 점점 케이팝 아이돌과 닮아가게 되었고 XG는 ‘일본 아이돌의 케이팝 따라 하기가 어느 지점까지 도달했는가’를 가늠할 표본으로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능가하는 거대한 아이돌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성공한 케이팝 아이돌이 일본 시장에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팝 아이돌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점점 케이팝과 유사한 형태의 일본 아이돌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XG-데뷔-컨셉

 

이런 현상을 두고 향후 케이팝의 위상을 일본이 가로채 가는 것이 아니냐, 박진영 등이 추진하는 일본 현지화 프로젝트는 매국 행위다 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뭔가 잘 나가는 것이 있을 때 주변에서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막을 수도 없으며 막을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수많은 국가에서 케이팝을 흉내 내는 가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시아 외의 지역에서도 나오고 있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거대한 아이돌 시장인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본 회사가 자체적인 역량으로 케이팝 아이돌 수준의 현지 아이돌을 만들어내기 전에 우리 기업이 먼저 현지화 그룹을 만들어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오히려 매우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일본 뿐 아니라 하이브와 JYP는 미국에서 현지화 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다른 나라에서 케이팝 아이돌을 따라 한다고 하더라도 본고장 케이팝의 수준을 따라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십 년 간 쌓여온 한국 엔터 기업들의 노하우와 한국에서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등장할 수 있게 된 문화적 환경 등 해외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조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는 여유를 가지고 케이팝의 글로벌한 인기가 세계 각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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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가장 흥미로운 건 일본이고, 이번에 데뷔한 XG도 그래서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겠죠. 이 그룹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YG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의 언플로 드러났고, 실제 XG의 소속사는 ‘XGALX’라는 레이블입니다. 일본의 대형 연예 기획사이자 음반 회사인 ‘에이벡스’의 산하 레이블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프로듀서-재이콥스

 

XGALX의 수석 프로듀서는 ‘재이콥스’이고 당연히 XG도 재이콥스의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그룹입니다. 재이콥스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프로듀서인데 출생지는 미국 시애틀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의 대학에서 음악 공부를 한 후 일본에서 아티스트로 데뷔를 했습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연과 프로듀싱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수들의 곡과 앨범 작업에도 많이 참여했고요.

 

XG는 치사(02), 히나타(02), 주린(02), 하비(02), 쥬리아(04), 마야(05), 코코나(05)라는 일곱 명의 멤버(전원 일본인)로 구성된 걸그룹입니다. 최근에 데뷔한 JYP의 7인조 신인 걸그룹 엔믹스(NMIXX)의 멤버들과 연령대가 비슷한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도 발견됩니다. 엔믹스는 02년생부터 06년생까지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XG는 02년생부터 05년생까지인데, 이중 02년생이 4명으로 과반이 넘습니다. 엔믹스에서는 최연장자인 릴리 한 명만 02년생이죠. 02년생은 2022년 기준 대학교 2학년인 나이라서 아이돌 데뷔 연령대로는 꽤 높은 편입니다. 특히나 케이팝이 아니라 일반적인 일본 아이돌 기준으로 더욱 높은 연령대라고 할 수 있죠. 그런 02년생 멤버가 7명 중에서 4명이나 되는 팀의 주축이라는 점에서 XG는 일본의 신인 아이돌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인 아이돌로서는 높은 연령대의 멤버가 많이 포함된 이유는 바로 연습 기간 때문입니다. 안무만 대충 외우고 무대로 올려버리는 기존 일본 아이돌과는 달리 XG는 케이팝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받은 후에 데뷔했습니다.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XG 멤버들은 대략 5년의 기간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합니다.

 

XG-멤버들

 

여기서 다시 JYP의 걸그룹 엔믹스와 디테일한 차이를 엿볼 수 있는데요. 엔믹스의 경우 연습생 기간이 짧은 설윤 같은 멤버도 있지만 대부분의 멤버가 5년 이상 길게는 7년까지 연습생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02년생이 4명이나 되는 XG와 비교해서 엔믹스는 7명 중에서 04년 이후 출생 멤버가 5명으로 평균 연령이 훨씬 낮습니다. 그만큼 케이팝 대형 기획사는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을 발탁해서(트와이스의 지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엔믹스의 규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연습생이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트레이닝시키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런 시스템이 일반적이지 않은 일본에서는 그만큼 나이 어린 인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세부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인재 육성 노하우에 있어서도 격차가 존재할 것이기에 연습생을 목표로 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기간에서도 차이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엔믹스(NMIXX) 데뷔곡 O.O 소감 – 너무 충격받아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엔믹스(NMIXX) 데뷔곡 O.O 소감 – 너무 충격받아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4세대 걸그룹 엔믹스(NMIXX)가 드디어 데뷔를 했습니다. 2022년 2월 22일에 정식 발매된 엔믹스의 싱글 1집 ‘AD MARE’에는 타이틀곡 ‘O.O’와 수록곡 ‘占(TANK)’까지 모두 2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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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멤버들의 연령대 구성만 봐도 XG가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아이돌이 육성되는 케이팝의 대표 기획사들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그룹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굳이 따져볼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XG는 5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으며 데뷔 준비를 했고, 데뷔가 다가와서는 효과적인 언플과 프로모션 전략으로 일본의 신인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인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3월 18일에 드디어 데뷔곡 ‘Tippy Toes’가 공개되었습니다.

 

곡과 뮤직비디오를 각 잡고 감상을 했는데요. 일단 노래는 좋습니다. 프로듀서 재이콥스와 한국의 래퍼 Wutan 등이 합작해서 만든 곡인데 꽤 세련되게 잘 뽑았어요.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연출이나 안무 등 시각적인 부분들의 퀄리티는 케이팝 아이돌과 거의 동등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임팩트는 약한 편입니다. 케이팝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도드라져 보일 정도의 요소는 거의 없었습니다.

 

데뷔곡-Tippy-Toes-뮤직비디오

 

저는 일단 이 데뷔곡의 컨셉과 방향성이 조금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케이팝의 특성을 강렬하게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을 뺀 결과물이더군요. 어떻게든 시선과 관심을 끌고야 말겠다는 신인 그룹스러운 요란함(?)은 거의 없고, 비교적 쿨한 태도로 그동안 탄탄히 준비해온 것들을 선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춤이나 랩 등에서 좀 더 과시적인 뭔가를 보여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이 결과물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여돌보다는 남돌이 할 법한 스타일이고, JYP나 YG보다는 SM 아이돌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케이팝 아이돌처럼 글로벌한 성과를 목표로 할 텐데, 아무리 그래도 기반이 되는 일본에서 우선 반응을 얻는 것이 필요할 텐데요. 물론 46, 48계열 팬층보다는 케이팝 소비층이 타깃일 테지만 이런 방향이 잘 통할지는 역시 확신이 안 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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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데뷔곡 ‘Tippy Toes’의 가장 파격적인 점은 가사가 전부 영어라는 것입니다. 케이팝 아이돌도 전체 영어 가사의 곡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같이 이미 해외 팬층이 탄탄한 가수들이 영어 곡을 내는 것과 신인이 데뷔 곡부터 냅다 질러버리는(?) 것은 분명 상황이 다르죠. 물론 일본어 곡으로는 글로벌 바이럴에 전혀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라면 나름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확실히 영어 곡이라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좀 더 듣기 편하게 느껴지는 면은 있습니다. 영어권 리스너들에게는 더욱 그럴 테고요.

 

영어 가사와 함께 한국 진출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듀서인 재이콥스가 사실상 한국 엔터 업계에서도 활동하는 인물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XG가 한국에서 활동할 경로는 열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래퍼 Wutan과 안무가 효진초이 등 이 그룹의 제작에 관여한 한국인들도 있으니 분명 한국과의 연결고리는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도 커뮤니티가 열렸고 7명의 멤버 중에서 무려 3명이 한국어로 인사말을 적었더군요. 나머지 4명은 2명이 영어, 2명이 일본어였습니다. 이런 정황들로 볼 때 조만간 한국에서 정식 데뷔할 계획도 분명히 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XG-위버스-인사말

 

XG에 대해 또 한 가지 알려진 중요한 사실은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걸스플래닛 999’에 참여해 한국 걸그룹 ‘케플러(Kep1er)’로 데뷔하는 데 성공한 일본인 멤버 ‘에자키 히카루’가 케플러 계약이 종료된 후 XG의 멤버로 합류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케플러 소속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히카루가 과거 에이벡스의 댄스, 보컬 유닛인 X-Galaxy의 후보생이었고 현 XG 멤버들과 함께 데뷔 준비를 해왔던 게 사실인 듯 하니 실제로 케플러 활동 종료 후에 XG로 합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물론 2년 뒤의 일이고 그때 상황에 따라 예정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XG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데뷔곡은 잘 뽑은 편이지만 안무나 뮤직비디오에서 뭔가 임팩트가 약하고 현재까지는 반응이 좀 애매한 편이에요. 데뷔전 프로모션만 요란하게 잘했지 데뷔하자마자 팍 식어버린 느낌도 들고요. 멤버들의 매력도 중요한데, 프로모션 영상들과 데뷔곡 뮤직비디오를 봐도 아직까지 멤버 개개인의 진가와 매력이 잘 파악이 안 됩니다. 한두 명 비주얼이 괜찮은 친구가 보이는 정도?

 

XG는 결국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일본 걸그룹 중 하나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도 꽤 커 보여요. 하지만 일본 걸그룹으로서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과 현재 케이팝의 영향이 일본 아이돌 산업에 미치는 변화를 가늠해볼 표본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 그룹의 행보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XG는 결국 일본과 한국의 아이돌 산업에 어떤 족적을 남기게 될까요? 예상이 안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그룹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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