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엔터테인먼트의 4세대 걸그룹 엔믹스(NMIXX)가 드디어 데뷔를 했습니다. 2022년 2월 22일에 정식 발매된 엔믹스의 싱글 1집 ‘AD MARE’에는 타이틀곡 ‘O.O’와 수록곡 ‘占(TANK)’까지 모두 2개의 노래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에 타이틀곡 O.O의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보기 전에 먼저 두 곡을 음원사이트 스트리밍으로 연달아서 들었고, 그 다음 뮤직비디오를 봤습니다. 이건 정말.... 포스팅의 제목으로 썼듯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사실 할 말을 잃었다는 건 어느 정도는 낚시성 제목입니다. 할 말을 잃은 게 아니라 그 반대죠. 이 놀랍고 충격적인 데뷔곡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제가 원래 포스팅을 길게 쓰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할 말이 많더라도 일단 이 포스팅에서는 생각나는 모든 것을 다 쓰지는 못할 듯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할 테고, 무엇보다 O.O의 가사에서 언급되듯이 ‘아직까진 Teaser’라고 하잖아요. 이 가사로 분명히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엔믹스의 정확한 실체(?)를 이번 싱글 1집으로 모두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엄청난 것이 더 준비되어 있을 것 같고 제 생각에 다음 곡의 발매 텀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할 말이 많지만 이 단계에서는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이 포스팅에서는 곡에 대한 감상과 함께 엔믹스 멤버들의 첫인상에 대해서도 써보겠습니다.
먼저 곡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겠죠. 하! 이거 정말... 곡도 뮤직비디오도 너무 충격적이라서 저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습니다.
데뷔곡 O.O 소감
엔믹스(NMIXX)의 선배인 JYP의 3세대 걸그룹 트와이스(TWICE)는 여러 장점을 가진 그룹이지만 그중에서 그룹의 이름을 잘 지은 것도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트와이스’라는 이름은 한글로 적으면 네 글자가 되어 꽉 차고 안정된 느낌을 주면서도 입으로 발음하면 매우 짧고 임팩트 있는 소리가 나와서 곡의 시그니처 사운드로 활용하기도 좋은 정말 잘 지은 이름입니다. 거기에 눈으로 한 번(멋진 퍼포먼스), 귀로 한 번(좋은 음악) 총 두 번의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도 훌륭하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JYP의 새로운 걸그룹 이름이 엔믹스(NMIXX)라는 걸 알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별론데?’였습니다. 트와이스 데뷔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 원래 JYP에서 미스에이 이후 준비하던 걸그룹은 6인조로 구성된 ‘식스믹스’라는 그룹이었습니다. 식스믹스의 여섯 멤버 중에서 세 명은 현재 트와이스로 활동 중인 나연, 정연, 지효이고 나머지 세 명은 여러 사정으로 데뷔를 못하고 회사를 나가게 되었죠. 식스믹스가 엎어진 후 다시 연습생을 정비해서 식스틴이라는 데뷔 서바이벌을 열었고 그 결과 트와이스가 완성되어 데뷔하게 됩니다.
엔믹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데뷔를 못하고 엎어진 그룹인 식스믹스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식스믹스에서 숫자 6을 미지수 N으로 바꾼 것뿐이잖아요. 6인조에서 7인조가 되었으니 식스믹스가 아닌 세븐믹스가 되어야 할 테지만 어감이 별로라고 생각한 건지? 물론 식스나 세븐 같은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미지수 N으로 할 경우 좀 더 의미가 확장되고 폼나게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N은 New, Next, Now 등 많은 것을 대표하는 글자니까요.
하지만 N이 좋은 글자라 하더라도 뒤에 붙는 ‘믹스’라는 단어가 역시 신경이 쓰였어요. 제 느낌으로는 어감도 별로고 너무 1차원적인 의미만 보이는 단어라고 생각했죠. 정말 ‘믹스’라는 의미가 1차원적으로 확 와닿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름이 됩니다. 엎어진 식스믹스 프로젝트에 대한 단순한 집착인가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데뷔곡 O.O가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완벽하게 1차원적인 의미의 ‘믹스’가 무엇인가를. 아무 의미가 없는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엔믹스는 완벽하게 ‘믹스’라는 단어의 1차원적 의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래를 데뷔곡으로 들고 나와버렸습니다.
주간아이돌에서 엔믹스 멤버들은 데뷔곡 O.O의 장르를 ‘믹스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엔믹스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런 비슷한 시도를 한 것은 엔믹스가 처음이 아닙니다. 기존에 비슷한 게 있었으니 새로운 장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재 O.O에 대한 충격과 경악의 반응(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 모두)을 보면 이것이 기존의 비슷한 시도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합니다. 이런 반응들을 근거로 새로운 장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좌우간 흥미롭습니다.
엔믹스의 데뷔곡 O.O가 ‘기존의 비슷한 것들’과 어떤 점이 다르기에 ‘새롭다’는 느낌을 주는 걸까요? 이런 비슷한 시도는 전 세계 음악계를 찾아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을 테지만 한국 대중들에게 큰 임팩트로 다가왔던 시도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스파의 ‘Next Level’이 있고요. SM은 아이돌 음악에서 꾸준히 실험적인 시도를 해왔고 곡에 파격적인 변주를 넣어 임팩트를 주는 것도 자주 활용해온 방식입니다.
네, 우리는 기존의 비슷한 시도들을 ‘파격적인 변주’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곡에 임팩트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파트’에 불과하다고. 아이돌 음악에 댄스 브레이크나 강렬한 랩 파트를 넣는 것처럼요. 그런데 엔믹스의 데뷔곡 O.O는 그보다 더욱 먼 지점까지 나아가 버립니다. 이건 하나의 파트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완성된 또 하나의 곡이 중간에 들어와 버린 느낌입니다.
‘곡 안의 곡’
그것도 전혀 다른 분위기, 전혀 다른 비트,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컨셉의 곡입니다. 하나의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의 하이라이트 멜로디를 듣는 것처럼,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노래가 되어 있는 겁니다.
O.O라는 제목은 놀라운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의 얼굴을 문자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O.O의 리액션 영상을 보면 곡이 중간에 완전히 다른 곡으로 바뀌었을 때 리액션 유튜버들의 반응은 정확히 O.O였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확실히 곡이 만들어진 목적 자체는 완벽하게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래요. 파격이니 뭐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겠주겠다 어쩌고 하지만 요즘 시대에 정말 대중들을 놀라게 할 만한 대중문화의 시도가 딱히 나올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지간한 걸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극단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사람들이 O.O라는 표정을 짓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엔믹스의 데뷔곡 O.O는 ‘부작용’과 함께 결국 그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여기서 ‘부작용’이란 O.O의 뮤직비디오 댓글창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꽤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곡에 대한 반응입니다. 어찌보면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사람들이 O.O라는 표정을 짓게 만드는 엄청 놀랍고 새로운 것이라면 당연히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접한 데뷔곡에서는 호불호의 반응이 가장 큰 게 당연합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곡 안의 곡’, 즉 비트도 컨셉도 장르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두 개의 곡을 믹스해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한 곡’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여부겠죠. 저는 처음 들었을 때는 꽤 당혹스러웠지만(포스팅의 제목대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두 번, 세 번째 들었을 때 의외로 굉장히 쉽게 ‘가능’이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중간에 전혀 다른 곡이 들어와 믹스되어 있지만 이것은 무난히 ‘하나의 곡’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가장 큰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그냥 ‘노래가 엄청 좋다’는 것입니다. 편하게 밝은 곡, 어두운 곡으로 칭할 텐데 솔직히 둘 다 아주 좋아요. 물론 이 곡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에서 압도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쪽은 ‘밝은 곡’입니다. 저 또한 ‘밝은 곡’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두운 곡’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엄청 좋은 노래 2개가 하나로 믹스되었으니 억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좋은 노래를 계속 듣고 있는 셈이잖아요?
그룹 이름도 대놓고 ‘엔믹스’로 지었겠다, 자기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데뷔곡 O.O를 통해 확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절대 이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가사에 ‘아직까진 Teaser’라고 했듯이 이 이상의 뭔가가 분명히 더 있을 겁니다. 미지수 ‘N’과 ‘믹스’의 의미에서 파생되는 무언가가. 그게 뭔지는 다음 앨범에서 알 수 있겠죠.
포스팅의 제목으로 ‘충격받아서 할 말을 잃었다’고 했는데 사실 제가 충격받은 요인은 ‘곡 안의 곡’이라는 엄청난 시도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제가 엔믹스의 데뷔곡 O.O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가사는 바로 이것입니다.
‘현실 같은 Dream은 이제 지겹지 않니?’
JYP가 큰 회사로 성장하고 대형 기획사다운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졌지만 그래도 메인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박진영은 자기가 선호하는 음악적 방향성과 스타일이 확고한 아티스트입니다. 엔믹스의 O.O의 가사에 그동안 박진영이 가수들을 프로듀싱하면서 보여준 명확한 방향성을 상징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 같은 Dream’입니다.
네, 박진영은 언제나 가깝고 견고한 우리의 현실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이 참가자들을 심사하고 조언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죠. 그는 늘 같은 소리를 합니다. 공기 반 소리 반.... 이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래 불러라.’ 뜬구름 잡는 의미불명의 노래보다는 명확하게 우리의 삶과 현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악이 프로듀서로서 박진영이 추구하는 방향성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까운 주제, 실제 현실의 대화와도 같은 가사. 현실 같은 Dream.
그런데 엔믹스는 데뷔곡 O.O에서 이걸 ‘지겹다’고 말해버린 겁니다! O.O의 작사, 작곡에 박진영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엔믹스는 JYP의 걸그룹입니다. 엔믹스를 담당하는 JYP의 4본부가 SQU4D라는 이름으로 따로 상표 등록까지 할 정도로 회사 내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부서라 하더라도 엔믹스의 컨셉과 방향성에 박진영의 최종컨펌이 들어가지 않았을 리는 없습니다. 기존의 박진영이 해오던 방향성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겠다는 선언! 박진영과 JYP는 ‘변화’와 더 큰 ‘확장’을 위해 놀라운 선택을 한 것입니다.
‘Get out 겁쟁인 XX, 충격과 공포일걸’
이러니 O.O라는 제목의 데뷔곡이 나온 게 너무도 당연한 상황입니다. 엔믹스라는 그룹의 이름도 그렇고, O.O라는 데뷔곡의 제목까지, 너무도 강렬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JYP에서 새로운 걸그룹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충격과 공포가 동반되지 않은 새로움은 더 이상 새로움이 아니다!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진정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
O.O의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 짙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범선이 등장합니다.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풍경과 같은 어두운 배경이지만 배는 너무도 거대하고 튼튼해 보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일곱 명의 멤버들(거대하고 튼튼한 범선)로 아무리 어둡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라도 과감하게 항해해 나가겠다는 의지. 엔믹스는 진정한 의미의 JYP의 ‘새(New)’ 걸그룹인 것입니다.
뮤직비디오 소감
트와이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JYP는 회사의 규모가 점점 거대해졌고 이제는 확실한 케이팝 산업의 대표 기업이자 대형 기획사로서의 규모와 역량을 갖췄습니다. 회사의 커진 역량은 트와이스 이후 데뷔한 가수들에게도 충분히 발현되었지만 이번에 데뷔한 엔믹스(NMIXX)야 말로 JYP가 가진 모든 역량이 100% 발휘되어 제작된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확연한 증거물 중 하나가 데뷔곡 O.O의 뮤직비디오입니다. 곡 자체에 대한 반응은 어느 정도 호불호가 있더라도 이 곡의 뮤직비디오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훌륭하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입니다.
잘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면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O.O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영화 같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을 쏟아부은 초대형 SF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경이감을 선사합니다. 그런 블록버스터 급의 스펙터클 안에서 엔믹스의 멤버 일곱 명은 완벽한 퍼포먼스와 표현력을 보여주며 당당한 주역으로서 우뚝 섭니다.
영상의 시각적 컨셉과 멤버들의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거나 무난한 것이 없는 과감한 것들의 연속이지만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묵직한 안정감이 뮤직비디오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어두운 곡’ 파트의 시각 컨셉도 훌륭하지만 역시 좀 더 인상적인 쪽은 ‘밝은 곡’의 컨셉입니다. 특히 화사한 프롬 드레스 같은 걸 입고 단체 안무를 하는 장면은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호평받는 장면이죠.(곡으로 따져도 가장 듣기 좋은 파트이기도 하고요.)
프롬 파티 컨셉의 단체 안무 장면은 이미 선배 그룹인 트와이스가 영어 싱글곡 ‘The Feels’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데 엔믹스 버전은 배경도 야외이고 드레스의 스타일도 다릅니다. 시크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던 트와이스와는 달리 발랄하고 즐거운 느낌의 컨셉인데 솔직히 엔믹스의 컨셉이 좀 더 느낌을 살리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의상만 봐도 걸그룹이 단체 군무를 하기에 적합한 의상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릴리-해원으로 이어지는 보컬라인의 안정감과 표현력(표정이 정말 좋습니다), 거기에 전체적인 시각 컨셉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며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이 장면의 마지막에 거대한 고래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데 정말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어두운 곡의 시각 컨셉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멤버들이 서 있거나 움직이는 구도가 매우 좋습니다. 약간 갑옷 느낌이 나게 전투적으로 디자인된 의상도 멋있었고요. 특히 규진이 맹렬히 돌진하면서 거대한 도미노 벽을 뚫고 가는 장면은 단순한 연출인 것 같으면서도 압도적인 퀄리티의 CG 배경과 카메라 구도, 규진의 혼신을 다한 달리는 연기로 굉장히 인상적이고 멋진 장면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정말 흠잡을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 완벽한 뮤직비디오입니다. 사실 JYP가 트와이스의 대성공 이후에도 뮤직비디오의 퀄리티가 개선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시기가 꽤 길게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 부분의 보완을 거의 완벽하게 이루었고 이렇게 엔믹스의 데뷔곡 뮤직비디오로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엔믹스의 다음 곡과 뮤직비디오에도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멤버 첫 인상
마지막으로 엔믹스의 일곱 멤버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제가 느낀 멤버별 첫인상을 쓰고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릴리 (02)
맏언니 릴리는 그야말로 훌륭한 원석을 7년의 연습생 기간 동안 갈고닦아서 완성해낸 엔믹스 최고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릴리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2014년 케이팝 스타 시즌4에 출연했을 당시의 어린 유망주 시절부터 많은 이들이 릴리의 잠재력을 눈여겨봤죠. 하지만 우리가 수많은 사례들로 알고 있듯이(특히 스포츠 분야) 너무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은 유망주가 기대만큼 포텐을 터트려준 케이스는 극히 드뭅니다. 릴리가 생각보다 빨리 데뷔하지 못하고 연습생 생활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급기야는 JYP 걸그룹으로 데뷔는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우려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7년의 긴 숙성 기간이 무색하지 않게 릴리는 이번 데뷔 싱글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음원만 들으면 명백히 릴리가 팀의 중심임을 알 수 있는데 뮤직비디오의 연출이나 안무 퍼포먼스에서는 릴리의 지배력을 의도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듯 보인다는 것입니다. 릴리는 그저 본인 파트를 충실하게 소화하고 있을 뿐 특별히 그 이상의 끼를 발산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팀의 리더 역할도 릴리보다 나이도 어리고 연습생 기간도 짧은 해원이 맡았죠. 하지만 이렇게 지배력을 억눌렀음에도 릴리는 훌륭한 보컬 역량과 눈에 띄는 비주얼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결국 엔믹스에서 릴리의 포지션은 센터나 리더 같은 눈에 띄는 ‘전방’의 포지션이 아니라 후방에서 힘을 아낀 채 대기하고 있는 ‘최종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포지션 구성은 가만히 본인의 보컬 파트만 소화해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릴리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방에 나서서 센터나 돌격대장으로 활약하며 날뛰어 줄 수 있는 멤버가 엔믹스에 여러 명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해원 (03)
03년생 해원은 엔믹스의 리더입니다. 사실 JYP에서 리더라는 포지션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리더는 그저 회사와 멤버들 사이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표자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죠. 가장 연장자이고 연습생 기간도 긴 릴리가 아니라 해원이 리더를 맡은 것은 아마 단순한 이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팀을 대표해서 공적인 자리에서 굉장히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릴리의 한국어가 완벽하다고는 해도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전체를 한국에서 보낸 토종 한국인과는 아주 약간의 차이는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안 그래도 파트가 많고 존재감이 엄청난 멤버인 릴리가 굳이 리더까지 맡을 필요는 없기도 하고요.
해원은 엔믹스에서 릴리 다음가는, 아니 어쩌면 동급일 수도 있는 보컬 실력자입니다. 엔믹스가 메인보컬이나 메인댄서 같은 명확한 포지션 구분 없이 멤버 전원이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게 설계된 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는 보컬에 대한 평판은 릴리와 해원이 가장 좋습니다. O.O가 공개되고 다른 멤버들도 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해원에 대해서도 상당히 놀라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묵직하고 힘 있는 릴리와는 정반대의 맑고 청량한 음색이 너무 듣기 좋고 청순가련한 비주얼도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저 개인적으로 O.O의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밝은 곡’의 드레스 안무 파트에서 해원이 화사하게 웃으며 ‘Let me be your super hero’라는 가사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그야말로 꿈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설윤 (04)
설윤은 엔믹스의 04년생 멤버 세 명 중에서 생일이 가장 빨라서 릴리와 해원 다음의 팀 내 세 번째 연장자이지만 연습생 기간은 일곱 멤버 중에서 가장 짧습니다. 팀에서 특히 눈에 띄은 비주얼 멤버이고 좋은 음색과 뛰어난 보컬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은 연습생 기간이 무색하게 춤 실력도 안정적이고요. 시선을 확 사로잡는 출중한 비주얼 때문에 엔믹스의 데뷔 트레일러와 데뷔곡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썸네일을 설윤의 얼굴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소위 ‘얼빡샷’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멤버입니다.
선배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와 굉장히 비슷한 인상의 미녀인데 서양의 고전 스타일 미녀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격은 데뷔 초의 트와이스 미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얌전하게 있으면서도 뜬금없이 엉뚱한 면모가 발휘되는 성격. MBTI도 멤버 중 유일하게 ‘I’라고 하죠. 아직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는 일곱 멤버 중에서 가장 ‘신인티’가 많이 나는 멤버입니다. 하지만 비주얼이 워낙 출중하고 성격도 흥미로워서 앞으로 좀 더 경험과 경력이 쌓이면 아이돌로서 무궁무진한 끼와 매력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지니 (04)
04년생이고 생일 순서로는 일곱 멤버 중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한 지니는 막내 규진과 함께 데뷔곡에서 퍼포먼스 센터를 맡은 멤버입니다. 귀여운 인상의 규진과는 달리 멤버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인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엔믹스가 앞으로 다양한 컨셉을 선보일 테지만 다크하고 센 컨셉에서는 지니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확실한 중심을 잡게 될 것입니다. 데뷔곡 O.O에서도 도입부를 정말 멋지게 소화했죠. 사실 아이돌 그룹의 데뷔곡에서 첫 도입부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데 엔믹스에서는 지니가 이 역할을 가져가게 되었네요.
성량도 좋고 음색도 괜찮아서 보컬과 랩 모두 출중한 역량을 보여주지만 보컬보다는 랩 쪽으로 무게가 실린 포지션으로 활동하게 될 듯합니다. 센 컨셉의 댄스 브레이크에서는 퍼포먼스 센터 역할도 많이 맡을 테고요. 사실 엔믹스가 기존의 JYP 걸그룹들과 차별화된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순간이 지니가 센터에 서 있는 순간입니다. 아마도 JYP에서도 그런 차별화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니를 퍼포먼스 센터로 자주 세우는(물론 출중한 춤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이 (04)
04년생 3인방 중 가장 생일이 느린 배이는 엔믹스의 일곱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길거리 캐스팅으로 오디션을 보고 JYP에 들어온 멤버입니다. 배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JYP는 걸그룹 멤버의 경우 대부분 본명으로 활동하지만(트와이스와 니쥬는 멤버가 아홉 명인데도 전원이 본명으로 활동합니다) 엔믹스는 04년생 3인방이 본명이 아니라 예명으로 활동합니다. 설윤의 본명은 (설)윤아, 지니의 본명은 (최)윤진, 배이의 본명은 (배)진솔입니다. 이렇게 예명을 쓰는 멤버가 많다는 것도 기존 JYP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배이는 공채 오디션이 아닌 길캐 출신이지만 뛰어난 역량과 매력으로 당당히 엔믹스의 멤버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프리코러스 파트를 맡았는데도 배이의 강렬한 매력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아직 멤버들의 정확한 신체 프로필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배이가 팀에서 키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데 확실히 훤칠한 피지컬에서 오는 강렬한 느낌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안무 장면에서는 센터에 서 있는 멤버 다음으로 배이가 가장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O.O의 뮤직비디오 1절에서 배이 파트의 연출과 구도가 굉장히 멋졌습니다. 시크한 느낌의 중단발 헤어스타일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 뭔가 외모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특히 더 눈이 가는 멤버인 것 같습니다.
지우 (05)
사실 처음에 지우와 규진의 얼굴이 헷갈렸습니다. 티저 이미지나 여러 프로모션들이 공개될 때 저는 원래부터 알고 있던 릴리를 제외하면 막내인 규진에게 가장 관심이 갔거든요. 그런데 O.O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어? 이거 규진인가? 싶은데 알고 보니 규진이 아니었던 멤버가 하나 더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지우입니다. 물론 처음에만 그랬고 지금은 잘 구분합니다. 사실 지우와 규진은 헷갈릴 정도로 닮지는 않았고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도 있습니다.(특히 웃는 얼굴) 다만 뭔가 묘하게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해요.
제가 처음부터 규진이라는 멤버에게 끌렸다고 했는데요. 규진과 비슷한 느낌의 멤버가 한 명 더 있는 걸 보고 완전 ‘원 플러스 원’ 개이득! 이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만큼 지우와 규진이 한 팀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지니나 규진보다는 조금 비중이 떨어지지만 지우도 퍼포먼스의 중심을 맡고 있는 멤버입니다. 랩과 보컬 모두 출중한데 역시 지니처럼 랩 쪽으로 포지션의 무게가 실리게 될 듯합니다. 지우는 O.O의 뮤직비디오에서 정말 멋진 장면의 주인공이었죠. 바로 밝은 곡에서 다시 어두운 곡으로 돌아올 때 전환하는 안무의 프리즈 모션을 지우의 단독 컷으로 잡아버린 겁니다. 그 얼핏 보이는 베레모 쓴 옆얼굴의 시크한 분위기라니! 뭔가 앞으로도 뮤직비디오에서 임팩트 있는 포인트 장면들을 많이 담당하게 될 것 같은 멤버입니다.
규진 (06)
규진은 엔믹스에서 유일하게 06년생인 막내입니다. 어리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기에 연습 기간은 충분하고 당연히 실력도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저 완성된 정도가 아니라 이 쟁쟁한 엔믹스의 일곱 멤버 중에서 가장 어린 막내가 에이스이자 센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에이스라든가 센터라는 게 공식적인 포지션은 아니지만 O.O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단연 규진이 주인공 같은 포지션으로 가장 많은 장면에 등장하고 있어요.
특히 퍼포먼스 센터를 지니와 양분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 지니가 센터에 선 순간은 엔믹스가 기존 JYP의 선배 걸그룹들과 가장 차별화되어 보이는 순간이라면 반대로 규진이 센터에 선 순간은 기존 선배 걸그룹들의 계보를 완벽하게 이어받는 적통의 JYP 걸그룹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순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원더걸스의 소희 느낌이 나는 외모라고 생각하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JYP가 추구해온 아이돌상에 가장 가까운 멤버인 듯 합니다. O.O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퍼포먼스 역량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돌로서의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트와이스의 나연과는 또 다른 느낌의 본 투비 아이돌이랄까요. 그야말로 릴리와 함께 엔믹스가 보유한 ‘최고의 보물’이라고 할만한 멤버입니다.
이렇게 JYP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엔믹스(NMIXX)의 데뷔곡 O.O에 대한 감상 소감과 멤버들의 첫인상에 대한 포스팅 글을 작성해 보았는데요. ‘충격과 공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랍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신인 걸그룹이 나와서 지금 매우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엔믹스가 어떤 놀랍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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