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케이콘 프리미어 한국 공연의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 2022 케이콘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공연을 2년여 만에 재개하며, 5월에 한국 서울, 일본 도쿄, 미국 시카고에서 프리미어 공연을 열고 8월에 미국 LA, 10월에 일본 도쿄에서 본 행사를 진행합니다. 5월 프리미어 공연의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 서울 공연이 5월 7일과 8일이고, 일본 도쿄 공연은 5월 14일과 15일, 미국 시카고 공연은 20일과 21일입니다. 각 공연의 라인업은 3월 22일(한국), 25일(일본), 29일(미국)에 발표될 예정이며, 22일 발표된 한국 공연 라인업은 하이라이트, 몬스타엑스, 니쥬, 엔믹스, 스테이씨, 더보이즈, 브레이브걸스, 효린, 케플러, 이달의 소녀, 비비지, 우주소녀입니다. 이 중 유일하게 한국에 정식 데뷔하지 않은 외국 가수의 신분으로 출연하는 것이 JYP의 일본 걸그룹 니쥬(NiziU)입니다.
니쥬는 외국 가수? 케이팝?
니쥬는 한국에는 정식 데뷔하지 않고 현재까지는 일본에서만 앨범을 내고 활동해온 외국 가수입니다. 하지만 니쥬의 소속사는 한국 케이팝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JYP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니쥬는 JYP가 2020년에 일본의 소니 뮤직과 합작하여 진행한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그룹인데, 이 때문에 니쥬의 소속사가 소니라는 얘기도 한 때 나왔었지만 박진영이 라디오스타에서 직접 ‘우리 소속 가수’라고 밝혔고 실제로 니쥬 멤버들은 활동기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JYP 한국 본사에서 앨범 준비와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활동기에는 일본에서 머물기 때문에 사실상 1년에 절반은 한국, 절반은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 생활과 일정은 JYP의 일본 지부(JYP Japan)에서 관리합니다.
걸스 플래닛 999 vs 니지 프로젝트 – 아이돌 오디션의 두 가지 방식
니쥬와 같은 형태의 한국 회사 소속 외국 현지 아이돌은 니쥬가 처음도 아니며, 마지막도 아닙니다. JYP는 니쥬 이전에 이미 중국에서 ‘보이 스토리’라는 현지 보이그룹을 만들었고 SM 엔터테인먼트도 NCT의 유닛 중 하나인 ‘WayV’가 중화권 현지 아이돌로 활동 중입니다. CJ는 일본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PRODUCE 101 JAPAN’을 개최하여 JO1, INI라는 현지 보이그룹을 런칭해서 운영 중입니다.
이런 현지화 아이돌의 정체성은 지금도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케이팝을 ‘한국의 대중 가요’라는 의미로 정의한다면 한국에서 한국어 곡으로 정식 데뷔하지 않은 가수를 케이팝 가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케이팝을 한국에서 등장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고유의 ‘아이돌 형태(장르)’로서 규정한다면 케이팝 산업의 대표 한국 기업들이 한국 아이돌과 동일한 형태로 제작하고 있는 외국 현지 아이돌도 케이팝의 범주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언어만 다를 뿐 동일한 형태(장르)의 아이돌이기 때문입니다.
니쥬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를 보면 언어를 제외하면 케이팝 아이돌과 전혀 차이가 없으며 사실 대부분의 케이팝 아이돌들이 일본에 진출해 일본어 곡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 노래를 부르는 케이팝 아이돌의 모습 자체가 애초에 전혀 어색한 그림이 아닙니다. 니쥬가 케이콘 무대에 서는 것도 그저 외국 가수의 스페셜 무대 개념이 아니라 케이팝의 ‘확장된 범주’인 국내 기업의 현지화 아이돌로서 다른 출연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묶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J는 이미 자사의 일본 현지화 아이돌을 케이콘과 엠카운트다운 등 일반적인 ‘케이팝 아이돌의 무대’에 여러 번 출연시켰습니다. SM의 WayV 역시 한국 무대에서 공연한 적이 있으며 JYP의 니쥬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공식 무대를 하게 된 것은 오히려 매우 늦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쥬의 첫 한국 무대 케이콘, 향후 한국 진출 계획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니쥬가 케이콘 프리미어 한국 공연 무대에 서는 것은 공식적인 첫 한국 활동입니다. 하지만 ‘장르로서’ 니쥬를 케이팝의 범주에 포함하더라도 니쥬는 아직 한국어 앨범을 발매하고 한국에서 정식 데뷔한 적이 없기에 한국 가수가 아니라 외국 가수입니다. 그런데 JYP는 처음부터 니쥬를 글로벌 아이돌을 목표로 제작했기에 지금까지처럼 일본 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데뷔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니쥬의 한국 데뷔를 엄청 특별한 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에도 외국 가수가 한국어 앨범을 발매하고 한국에 데뷔해서 활동한 사례는 무수히 많으며,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의 경우 일본에서 데뷔해 일본어 노래로 활동하는 것이 거의 필수 코스 중 하나입니다. 니쥬는 소속사의 선배 걸그룹인 트와이스(TWICE)와 있지(ITZY)가 일본어 앨범을 내고 일본 데뷔를 한 것을 정반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순서는 반대지만 ‘한일 양국에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라는 형태는 결과적으로 동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한국 데뷔를 대충할 수는 없습니다. 니쥬의 경우는 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니쥬의 멤버 9명은 전원 일본인입니다. 막내인 니나는 미국과 일본 혼혈이지만 다른 멤버는 모두 100% 일본인이죠. 이 사실만으로도 니쥬의 한국 활동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 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복마전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고, 전원 일본인인 그룹이 한국에서 활동할 때 사소한 꼬투리 하나로 말도 안 되는 논란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멤버 중 한 명도 네이티브 한국어 구사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니쥬 멤버들은 그동안 착실하게 한국어 공부를 해왔고 1년에 절반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일상적인 소통은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니지 프로젝트 전부터 JYP 연습생으로 지낸 3인방(마코, 리마, 미이히)과 한국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국어 실력이 엄청 빠르게 늘고 있는 아야카, 니나 등은 이미 상당히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편한 대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하는 것과 방송 프로그램이나 공식 활동 무대 등에서 정확하고 정제된 한국어를 하는 것은 난이도의 차이가 꽤 있습니다. 최근에 데뷔한 JYP의 신인 걸그룹 엔믹스(NMIXX)의 경우 나이도 가장 많고 연습생 기간도 가장 긴 릴리가 아니라 해원이 리더를 맡았는데, 리더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한국어 네이티브가 아닌 릴리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해원이 리더를 맡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니쥬는 한국어 네이티브가 한 명도 없기 때문에 한국 데뷔 후 이런 부분에서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사카모토 마시로와 야마구치 마코 (케플러Kep1er의 부리더와 니쥬NiziU의 리더)
물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한국 데뷔를 위해서는 최대한 멤버들의 한국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거기에 전원 일본인이라는 인식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멤버 전원이 유창한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수준이 되는 것이 한국 데뷔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멤버 상당수가 일상 대화에서는 유창한 한국어 구사가 가능하지만 몇몇 아직 부족한 멤버도 있습니다.
한국어 외에도 모든 것이 가능한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합니다. 니쥬 멤버 9명 중에서 JYP 연습생 출신은 3명 뿐입니다. 나머지 멤버의 대부분은 연습생 경험조차도 없는 일반인 신분으로 니지 프로젝트에 참가해 힘든 서바이벌 과정을 극복하고 데뷔 멤버로 뽑혔습니다. 그만큼 데뷔 전 준비 기간이 짧은 멤버가 많아서 데뷔 초에는 확실히 실력이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2월에 데뷔해 현재까지 1년 이상 활동해오면서 니쥬 멤버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방송 환경상 한국 음악방송과 같은 사전 녹화가 거의 없고 완전한 생방송 무대에서 100% 생라이브 무대를 소화한 적이 많았기에 라이브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케이팝 아이돌 기준으로도 상위권이라고 할만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더 탄탄하게 다듬고 한국어 실력도 향상시킨 후 완성도 높은 곡과 컨셉으로 한국 데뷔를 준비해야 합니다. 뭐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겠지만요. 이번 케이콘 출연으로 알 수 있듯이 니쥬의 한국 데뷔가 임박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한국 데뷔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예상해 보자면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 즈음이 아닐까 싶어요. 올해 데뷔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지만, 올해까지는 한국 데뷔 없이 그냥 ‘외국 가수’인 신분으로 케이콘이나 국내 음악 방송 등에 출연하거나 스튜디오 춤 같은 유튜브 아이돌 콘텐츠에 출연하는 등 사전 프로모션 차원의 활동만 진행하다가 내년 상반기에 정식으로 데뷔하는 일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과 달리 이보다 일정이 더 늦어지거나, 아예 한국 데뷔 자체를 안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니지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취지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가지 준비 정황들을 볼 때 언젠가 한국어 앨범으로 한국에서 정식 데뷔하는 니쥬의 모습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무엇보다도 니쥬 멤버들 스스로가 한국 데뷔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훌륭한 활동을 이어온 니쥬가 한국에서도 좋은 곡으로 잘 데뷔해서 멋진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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