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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 전설과 추억을 예우하다

by 대서즐라 2021.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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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1980년대에 1편과 2편이 나온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공식 속편인 작품입니다. 1편과 2편을 만든 이반 라이트먼 감독은 제이슨 라이트먼의 아버지고요. 물론 제이슨 라이트먼이 아빠 백(?)으로 감독을 맡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감독은 절대 아닙니다. ‘주노’나 ‘인 디 에어’ 같은 걸작들을 만들어낸 굉장히 실력 있는 감독이고 저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보다 윗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스트버스터즈-라이즈-영화-포스터

 

저는 1편과 2편을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도 상당히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방향성과 만듦새 자체는 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지만 정작 크게 재미있지는 않더군요. 전설과 추억에 대한 깊은 예우가 담겨 있지만 그것이 전부인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유령 사냥꾼’이라는 소재가 21세기 상업 영화의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면 차라리 엄청 무섭고 잔인한 스타일로 만드는 게 그나마 마니아층이라도 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어린이 모험물스러운 느낌으로 유령 사냥하는 영화는 요즘 시대에는 어디에도 수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애들 보는 아동용 콘텐츠라면 모를까.

 

물론 시대 탓을 하기에는 영화 자체가 1편, 2편과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 1편과 2편은 대도시가 배경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시골이 배경이고 뭔가 고스터 버스터즈에 ‘구니스’ 같은 컨트리 모험물 스타일을 섞었습니다. 구니스도 1980년대 히트작 중 하나지만 솔직히 이 결합은 별로 메리트가 없는 이종교배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등 레트로 스타일 컨트리 모험물이 최근 유행처럼 제작되는 추세라서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도 본래 시리즈의 정체성보다는 그냥 유행의 흐름에 편승한 작품으로 보이는 면이 있거든요. 시리즈의 정체성이 약해 보인다는 게 치명적이죠. 사실 대도시가 배경이 아니라는 것부터 이미 1,2편과는 너무 느낌이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골-배경의-영화

 

하지만 영화의 의도 자체는 분명히 1편과 2편에 대한 예우입니다. 오히려 그런 예우 때문에 이런 오묘한 이종교배의 작품이 탄생한 거예요. 이 영화에 1,2편 주역 4인방 중에서 2014년에 사망한 해럴드 레이미스를 제외한 세 명이 모두 출연합니다. 해럴드 레이미스는 고인이기에 당연히 실제로 출연하지는 않지만 CG로 등장시켜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되고요.

 

한 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세 명도 노인이기에 기존의 주역들이 또다시 주역이 되어 새 작품을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선택한 것은 기존의 주역들을 대신할 새로운 주역들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린애들이고 고스트 버스터즈 시늉(?)을 하면서 중성자 총으로 유령을 사냥하고 다니지만, 근본적으로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주역이 될 수 없는 캐릭터들입니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요.

 

이 어린이들은 그저 전설을 예우하기 위해 동원된 들러리일 뿐입니다. 즉, 애당초 이 영화는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야심을 가지고 제작된 영화가 아니에요. 정말로 그저 추억을 소환하고 전설을 예우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어린이-주역-3인방

 

물론 이번 작품의 어린이 주인공 3인방을 내세운 후속 시리즈가 절대 나오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들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고 핀 울프하드나 맥케나 그레이스 같은 배우들은 이미 장래가 엄청 유망한 주목받는 배우들이니까요. 이 배우들과 캐릭터들은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만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번 작품만 본다면 ‘미래로의 길(후속작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 영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앞에서 언급했듯 영화가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아쉬운 건 1편의 최종보스였던 ‘고저’를 또다시 재탕했다는 점입니다. 최종보스와의 대결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하이라이트 장면인데 1편의 내용들을 그대로 재탕한 데다 오히려 임팩트나 자극은 1편보다 훨씬 못했습니다. 배경이 1편의 대도시 마천루에서 시골 농장으로 바뀌었으니 세상을 멸망시킬 마물이 등장하는 데도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실 고스트 버스터즈의 1편은 어린이 용이라기에는 의외로 자극이 세고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저의 두 하수인인 ‘문지기’와 ‘열쇠지기’ 장면은 1편의 시고니 위버가 워낙 섹시해서 엄청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거든요. 그런데 이번 신작에서는 철저히 가족 관람용 수위로 만들어서 섹시한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문지기와-열쇠지기

 

솔직히 고스트 버스터즈 자체가 애들 장난 같은 설정과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은 세기말적인 두려움과 자극이 분명 1편과 2편에는 존재했습니다. 사실 8,90년대에는 대중문화 검열이 지금보다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관람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도 섹드립이나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곤 했거든요. 지금 시대에는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을 모두 빼버리고 만들게 되니 고스트 버스터즈 같은 내용과 설정으로는 정말 어린애들이 볼만한 수위로 밖에 만들 수가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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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와 자극은 없었지만 이 영화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전설에 대한 예우만은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특히 사망한 이곤 역의 배우 해럴드 레이미스를 CG 유령으로 부활시킨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시고니 위버가 등장한 것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전설과 추억에 대한 예우를 너무 완벽하게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두 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윈스턴이 다시 예전 고스트 버스터즈의 본부였던 소방서 건물을 사들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가 앞에서 후속작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쿠키 영상의 내용은 확실히 후속작이 제작될 암시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방서 건물을 기점으로 다시 뉴욕에서 활동하는 고스트 버스터즈의 스토리가 나오기에는 이번 작품과 내용이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 같지는 않아요. 피비나 팟캐스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박사 과정 정도는 돼야 정식으로 고스트 버스터즈 활동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후속작을 만들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 같거든요. 아니면 그냥 미성년자인 채로 학교 다니면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이런 어린이 모험물스러운 느낌으로는 앞에서 얘기했듯 21세기 상업 프랜차이즈 무비로서 그다지 메리트가 없어 보입니다.

 

고스트버스터즈-원년멤버들

 

저는 역시 속편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래도 만약 나온다면 역시 피비와 팟캐스트가 성인이 된 상태로 1,2편과 같은 대도시 배경의 작품으로 나오면 좋을 거 같고요. 이 경우는 확실히 많이 기다려야 할 텐데 그냥 속편은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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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좋은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법이고, 사라진 자리를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존재도 있습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에 등장한 기존 주역 4인방(한 명은 CG 유령)의 모습을 보고 확실히 그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새로운 주역을 내세운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기쁘게 볼 테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후속작에 대한 기대보다는 전설과 추억을 예우하는 작품이라는 의미로만 제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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