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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퀸덤 2 – 절박함과 측은지심

by 대서즐라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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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의 걸그룹 컴백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의 두 번째 시즌, ‘퀸덤 2’가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에 방영되었던 퀸덤 시즌 1은 AOA, 마마무, 러블리즈, 오마이걸, 아이들, 박봄까지 여섯 개의 팀이 참가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마마무가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2022년 3월 31일에 첫 화를 방영하며 시작된 ‘퀸덤 2’는 브레이브걸스, 우주소녀, 이달의 소녀, 케플러, 비비지, 효린까지 여섯 개의 팀이 참가했으며 6월 2일까지 총 네 번의 경연 무대를 펼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퀸덤-2-첫방

 

퀸덤 2의 첫 화 시청률은 0.8%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는 시청률 이상의 화제성을 일으키고 있고 유튜브 조회수도 터지고 있습니다. 시즌 1도 꽤나 성공적이었는데 현재 시즌 2는 모든 화제성 지표에서 시즌 1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겨우 1화가 방영된 시점이라 속단할 순 없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퀸덤 2가 상반기에 방영될 엠넷 예능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는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사실 ‘퀸덤 1’과 ‘킹덤’을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니지 프로젝트’, ‘걸스 플래닛 999’, ‘방과후 설렘’ 같은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에 대한 글은 많이 썼지만 퀸덤은 데뷔를 목표로 하는 서바이벌이 아닌 이미 데뷔해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들의 경연 서바이벌이라서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이번 퀸덤 2에는 제가 걸스 플래닛 999를 본 이후로 줄곧 응원하고 있는 케플러(Kep1er)가 출연하고 그 외 다른 참가 팀들의 면면도 흥미롭기에 처음부터 볼 생각을 가지고 첫 화 방영일을 기다렸습니다.

 

케플러

 

걸스 플래닛 999 vs 니지 프로젝트 – 아이돌 오디션의 두 가지 방식

 

걸스 플래닛 999 vs 니지 프로젝트 – 아이돌 오디션의 두 가지 방식

2020년에 니지 프로젝트. 2021년에 걸스 플래닛 999. 최근에 제가 본 두 개의 아이돌(걸그룹) 오디션입니다. 니지 프로젝트는 최근이라고 하기에는 1년이 넘었지만. 같은 걸그룹 오디션이라도 두 오

dszl.tistory.com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의외로 참가 팀들의 분위기가 ‘걸스 플래닛 999’나 ‘방과후 설렘’같은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참가자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분위기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절박함’입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승자독식.

 

치열한 현대 경쟁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이런 아이돌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당연히 경쟁의 결과에 따라 참가자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게 됩니다.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승자와 패자의 결과가 너무도 명확하죠. 데뷔해서 연예인이 되거나, 데뷔를 못하고 연습생 혹은 일반인으로 남거나.

 

물론 이런 프로그램의 결과 하나로 참가자들의 인생 전체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꼭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를 못하더라도 다른 기회를 잡아 데뷔할 수도 있고 연예인이 되지 않아도 일반인으로 성공한 삶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더라도 데뷔 그룹 활동이 성공적이지 못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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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에서 성공의 기회는 계속 희소해지기에 일단 눈앞에 온 기회는 반드시 붙잡고 봐야 합니다. 엠넷 같은 대형 자본의 방송국이 제작한 화제성 높은 경연 프로그램에는 분명 어마어마한 성공의 기회란 것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그 기회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 극명하게 갈리게 될 운명을 앞에 둔 참가자들의 절박한 심경은 방송에서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사실 서바이벌 방송의 제작진들도 시청자들을 방송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재료가 참가자들의 ‘절박함’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절박함은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을 이끌어 내고 방송으로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것이 더 나아가면 이른바 ‘과몰입’이라는 현상까지도 생겨 나게 되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방송되었던 여러 가지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중에서 처음으로 절박함과 측은지심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노골적으로 극대화시켜 보여줘서 저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뉴이스트’가 참가자로 등장한 순간입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도 윤채경이나 허찬미 등 과거 아이돌 그룹 데뷔 경력이 있는 참가자가 있었지만 대부분 이미 해체하거나 활동이 종료된 상황이었는데 시즌 2의 뉴이스트는 그룹이 현역인 상황에서 멤버 5인 중 4인이나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에 함께 참가한 것이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프로듀스-101-시즌2-뉴이스트

 

제 기억이 좀 부풀려진 것일 수 있는데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뉴이스트가 딱 등장하는 순간에 방송의 분위기가 정말....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축 가라앉아 버렸죠. 트레이너 중 누군가는 대놓고 너무 불쌍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던 거 같고요. 아무리 참가자들의 절박함을 원동력으로 삼는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도 대놓고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은 정말 흔치 않거든요. 모두가 아는 대로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시즌 1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는데 강다니엘, 박지훈 같은 최고 인기 참가자들의 역할도 컸지만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했던 뉴이스트도 프로그램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방송 후에 뉴이스트의 팬덤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으니까요.

 

이후로 이런 데뷔 서바이벌에 이미 데뷔 경력이 있거나 현역 활동 중인 아이돌이 참가해서 측은지심의 서사를 보여주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서바이벌에 이런 참가자들이 있었죠. 그중 걸스 플래닛 999의 최유진은 딱히 불쌍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방과후 설렘의 명형서는 확실히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방송 서사를 보여주었습니다.

 

방과후설렘-명형서

 

물론 이런 참가자들이 측은지심 서사를 보여준다고 해도 데뷔 서바이벌은 그 본질상 데뷔 경험이 없는 신인들이 프로그램의 메인입니다. 뉴이스트 같은 참가자는 전체 참가자들 중에서도 특수한 케이스인 거예요.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의 참가자들이 방송에서 너무도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 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꽤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장면들이 어쩌면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발상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퀸덤이라는 방송을 보면서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뉴이스트가 등장했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물론 퀸덤의 방송 분위기 자체는 딱히 절박함과 측은지심을 부각하는 방향은 아닙니다. 적어도 1화에서는요.

 

모든 참가자가 이미 데뷔한 ‘프로’ 아이돌들인데 절대 방송은 이 참가자들을 불쌍하게 그릴 수 없습니다. 세고 당당하게. 기본적으로는 ‘스우파’와 같은 방향이죠. 조금 덜 세긴 하겠지만.

 

하지만 대체로 하하호호하는 분위기에서도 그 미묘한 감정과 심리들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어찌 되었든 퀸덤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서바이벌의 결과로 어떤 팀은 거대한 결실을 얻을 수도 있고 어떤 팀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얻기는커녕 잃기만 할 수도 있고요.

 

퀸덤-2-방송-분위기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퀸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놓고 언급하길 꺼려하는 불편한 진실-이 프로그램의 참가 팀 중에서 현재 가요계에서 ‘퀸’이라고 할 만한 위치의 팀은 없다는 것. 퀸, 최고, 최정상의 아이돌.

 

물론 ‘정상급’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최대한 확장한다면 몇몇 팀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브레이브걸스는 작년에 연간 음원 순위 2위를 기록한 팀이고 비비지는 3세대의 대표적인 ‘1군’ 그룹이었던 여자친구의 멤버들이 재결성한 그룹이며 효린은 최고의 음원 강자 걸그룹이었던 시스타 출신의 솔로 가수이고 케플러는 데뷔 앨범부터 초동 20만 장을 넘긴 돌풍의 신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름값 뒤에 존재하는 이들의 본질적인 절박함을 시청자들은 모르지 않습니다. 퀸덤 2의 참가 팀 중에서는 전성기에서 이미 많이 내려온 팀도 있고, 오래 활동했음에도 전성기라고 부를 만한 시절 자체가 없었던 팀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속하지 않는 유일한 팀은 케플러인데, 그런 케플러조차도 나름의 절박함은 있습니다.

 

물론 절박함의 ‘지수’로 따지자면 확실히 케플러가 가장 낮기는 할 겁니다. 반대로 가장 높은 팀은 아마 이달의 소녀... 혹은 우주소녀나 브레이브걸스겠죠. 물론 비비지나 효린 또한 절박함이 적다고 보기는 힘들고요.

 

이달의-소녀

 

확실히 ‘퀸덤 2’가 ‘퀸덤 1’이나 ‘킹덤’에 비해 참가 팀들의 평균적인 절박함 지수가 높아 보입니다. 퀸덤 1에서는 당시에 현역 3세대 1군인 마마무와 아이들, 오마이걸 같이 상승 추세의 팀들이 있었죠. 킹덤도 한창 라이징 하는 팀들이 참가했었고요. 반면 퀸덤 2는 하락세이거나 상승 동력이 끊어진 참가 팀들이 많습니다.

 

경쟁의 승리에 대해 큰 ‘보상’이 주어지는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의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 것은 퀸덤 2의 참가자들인 것 같기는 합니다. 퀸덤 1과 킹덤의 참가 팀들 중에서는 굳이 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잘됐을 거 같은 팀들이 많거든요. 반면 퀸덤 2의 참가 팀 중에서는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거 같은 팀들이 많고요. 이들에게는 뭔가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 ‘보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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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퀸덤 2의 분위기는 이전 시즌들과는 사뭇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저는 ‘퀸덤 1’과 ‘킹덤’을 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참가 팀들의 면면만 봐서는 절박함과 측은지심의 서사로 그려질 재료가 퀸덤 2에 월등히 많은 건 사실이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스우파(의 덜 센 버전)처럼 당당한 대결 서사로 갈 테지만, 방송을 더 재미있고 몰입되게 만들기 위해 쓸만한 재료는 다 활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1차 경연에서 안 그래도 절박함 지수가 높은 팀인 이달의 소녀가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인해 기권하게 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2화 예고편을 보면 1차 경연 마지막 무대에 서게 된 우주소녀에게 또 ‘뭔 일’이 일어난 거 같고요. 현재까지 진행된 경연 스포일러들도 이미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여기서도 이런저런 흉흉한(?) 소식들이 발견됩니다.

 

2화-예고편-우주소녀

 

‘퀸덤 1’과 ‘킹덤’을 보지 않아서 솔직히 ‘퀸덤 2’가 저에게 어떤 재미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방송이 될지 잘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방송이 굉장히 잔인하고 살벌한 내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설령 ‘퀸덤 1’과 ‘킹덤’에 그런 내용이 없었더라도 퀸덤 2가 갑자기 그런 방향으로 빠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봐요. 일단 ‘절박함’이라는 재료가 충분하고, 가능성은 낮지만 중도 하차(탈락)하는 팀이 나오게 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하니까요. 제작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엄청 비극적인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퀸덤 2는 참가 팀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되어줄 프로그램입니다. 퀸덤 2의 1화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이 확정되어 기뻐하는 참가자들이 모습이 나왔습니다. 퀸덤 2는 뜨거운 화제성을 일으키며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참가 팀들에게도 큰 보상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전 세계 동시 송출 프리미엄 컴백쇼가 가장 큰 보상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모든 경연 무대, 모든 방송 내용들이 다 기회가 될 수 있고, 다 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 등 불안한 요소들도 많지만, 부디 별 탈 없이 남은 경연을 무사히 소화하고 참가 팀 모두 만족스러운 결실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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