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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이슈

일본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 1화 감상 후기

by 대서즐라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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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하반기 외국 드라마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TV 아사히의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가 드디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일본에서 방영되고 2시간 차로 같은 날 한국의 티빙에서도 공개가 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뭔가 새롭게 조율을 하고 있는지 아직은 한국 플랫폼에서는 방영이 안 되고 있네요. 어쨌든 저는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1화를 봤습니다.

 

롯폰기-클라쓰

 

일단 예상했던 대로 평가는 다소 안 좋은 편인데요. 시청률도 9.6%로 저조한 편입니다.

 

TV 아사히에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음에도 시청률이 낮게 나온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원작인 이태원 클라쓰가 워낙에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본 드라마다 보니 내용도 똑같고 완성도 열화 버전의 리메이크 드라마는 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았을 거 같고요. 두 번째로 한류의 인기가 높은 일본이지만 반대로 한국을 싫어하고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의식적으로 기피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이기에 롯폰기 클라쓰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앞으로 시청률이 반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드라마가 성공해서 앞으로 더 많이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기대대로 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롯폰기 클라쓰 1화를 감상한 저의 소감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확실히 한국판의 열화 버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제작비만 봐도 당연히 예상되었던 일이기는 합니다. 한국판과 비교해서 회당 제작비가 거의 1/5 수준밖에 안 되는 드라마니까요. 말하고 보니 참 너무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일본은 한국보다 선진국인데 왜 이런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는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지. 뭐 그 덕분에 한국 문화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이 잘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요.

 

아라타와-유카

 

제작비가 적은 데다 분량까지 많이 줄어들었죠. 이태원 클라쓰는 16부작 드라마인데 롯폰기 클라쓰는 3화가 줄어든 13부작으로 제작됩니다. 회당 시간도 짧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회당 70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롯폰기 클라쓰는 1화가 스페셜로 편성되었음에도 54분의 분량이었습니다. 스페셜이 아닌 일반 편성 회차는 그보다 더 적은 분량일 테고요. 사실 13부작도 일본 드라마 기준으로는 상당히 긴 분량이고(보통 9~10화이고 길어야 12화입니다) 1,2화를 스페셜 편성해서 최대한 분량을 늘리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한국판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든 분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순히 분량이 줄어든 것이 드라마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릴 요인이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태원 클라쓰가 중후반부에 쓸데없이 늘어지는 내용들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잘 조절해서 오히려 분량이 줄어든 것으로 한국판보다 더 나은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1화를 보고 그런 기대는 사라졌습니다. 이태원 클라쓰의 늘어지는 내용들은 중후반부에 등장하고 초반에는 밀도 높은 내용들도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니 1,2화까지는 내용을 무리하게 축소하지 말고 원작과 동일한 페이스로 전개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기대와는 달리 롯폰기 클라쓰는 1화부터 엄청 빠르게 내용을 전개시키면서 조금이라도 한국판보다 짧은 분량으로 내용을 채우기에 급급하더군요. 더 짧은 시간인데도 이태원 클라쓰 1화보다 훨씬 긴 내용을 진행해 버렸어요. 이태원 클라쓰 1화의 마지막 장면은 분노한 박새로이가 장근원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롯폰기 클라쓰 1화는 거기서 더 길게 전개가 되어 미야베 아라타가 살인미수로 3년 형을 확정받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미야베-아라타-살인미수-3년형-판결

 

그리고 이태원 클라쓰 2화 마지막 장면이 이태원에 가게를 연 박새로이가 7년 만에 오수아를 만나는 장면이고 여주인공 조이서는 3화부터 등장합니다. 그런데 롯폰기 클라쓰는 2화 예고편을 보니 이미 히라테 유리나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이 2화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 같더군요. 아마 여주인공 일행 때문에 주인공 가게에서 난장판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장면이 롯폰기 클라쓰의 2화 마지막 장면이 될 것 같아요. 2화 만에 원작과 비교해서 거의 한 회 분량을 단축시켜 버린 거죠.

 

앞에서 말했듯이 이태원 클라쓰의 늘어지는 내용은 중후반부에 나오고 초반은 밀도 깊게 전개하기 때문에 이걸 무리수로 분량을 압축해버리면 작품 전체의 완성도에 당연히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때문에 롯폰기 클라쓰 1화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1화에서 중요한 대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좀 더 감정을 잡고 긴 호흡으로 연기해야 되는 부분도 대충 티키타카 대화로 넘겨 버리고, 전후 맥락이 중요한 긴 대사도 간략하게 축약해 버리는 등 아쉬운 장면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또 쓸데없이 나가야 회장이 아라타에게 도게자를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발로 탁상을 밀어버리는 행동을 넣어서 괜히 길게 보여주기도 하고요.

 

도게자-요구

 

그 외에도 자잘하게 컷을 아끼거나 촬영 장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 등 회당 제작비가 한국판보다 1/5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와닿는 변경점들이 많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제작비도 적고 분량도 적은 상황에서 원작과 동등한 퀄리티를 뽑아내려면 정말 제작진의 능력이 엄청나야겠죠. 하지만 일본 드라마의 수준이야 우리 모두 알고 있고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이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애초에 무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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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에게 이 드라마가 마냥 실망스럽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원작 드라마를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원작 내용 그대로 새로운 배경에서 새로운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국가 간 문화의 차이와 배우의 이미지 차이에서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차별점들도 꽤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1화에서 한국판과 일본판의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난 장면은 주인공이 퇴학당한 후에 아버지와 둘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죠. 한국판에서는 주인공이 미성년자라도 아버지가 따라 주는 술을 술집에서 당당하게 마시는 장면이 나오지만 일본판에서는 장소도 술집이 아니라 집으로 변경되었고 아버지가 술도 못 마시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대사인 ‘술맛이 어떠냐’가 반드시 나와야 하기에 아버지가 만류하려고 술잔을 손으로 탁 칠 때 술이 조금 튀어서 아라타의 입으로 들어간 걸로 처리해버렸죠. 이 장면은 굉장히 신기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술집도 아니고 집 안에서 아버지가 따라주는 술 한잔을 고3인 주인공이 마시는 장면이 TV 드라마에서 허용이 안 되는 걸까요? 방송국에 따라 지침의 차이가 있는 건지 아니면 방영 시간대에 따라 규정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하긴 하네요.

 

술맛이-어떠냐

 

그리고 배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내용은 원작 그대로 만들고 있지만 확실히 배우들이 한국판과 이미지 차이가 있어서 같은 내용이라도 정말 다른 작품으로 느껴지더군요.

 

나름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달랐어요. 때문에 한국판과는 차별화되는 일본판 만의 특징이 매우 뚜렷해졌고, 저는 이것이 이 리메이크 드라마의 핵심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원작보다 못하다고 깎아내리거나 별로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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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이미지로 인해 일본판이 가지게 된 확실한 차별점은 원작에 비해서 선과 악의 구도가 선명해졌다는 것입니다. 한국판의 주인공 박서준은 기본적으로는 선한 인상이기는 하지만 약간 건들거리는 느낌도 있고 특히 박새로이 연기에서는 고독한 야생의 늑대와도 같은 날카로운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일본판의 타케우치 료마는 그냥 사람 좋은 순둥이입니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 진짜 순둥이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판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착하고 순해 보이는 인상이에요. 그래도 이런 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야성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박서준과 비교해서는 좀 더 ‘올곧은’ 느낌의 강인함이랄까. 확실히 이런 표현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미야베-아라타-타케우치-료마

 

그리고 주인공보다 더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악역인 회장 캐릭터입니다. 한국판 장회장 역의 유재명은 악역을 연기하긴 했어도 때로는 인자한 어르신 느낌도 나면서 마냥 악당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일본판의 카가와 테루유키는 거의 광기에 찬 악의 화신 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더군요. 사실 이 드라마의 캐스팅 라인업이 나왔을 때 관록의 대배우인 카가와 테루유키에 대해서 기대치가 가장 높게 형성되었는데 막상 1화 방영 후에서 악당 연기를 너무 오버한다고 해서 안 좋은 반응들이 꽤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확실히 한국판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고,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캐릭터에서 이 정도의 차별점을 가지는 것은 리메이크 작업에는 상당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살짝 오버한다고 느낄 정도의 연기가 원래 일본 드라마의 개성이자 특색이기도 하고요.

 

카가와-테루유키

 

다른 캐릭터들의 경우, 1화에서 여주인공 히라테 유리나는 오프닝에 잠깐 등장했는데, 한국판에서는 정신과 카운셀링을 받는 장면이었지만 일본판에서는 클럽에서 놀면서 외국인 지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영어 대사도 그렇고 이 장면의 연출이 너무 엉망이라서 시작부터 찬물을 끼얹어버린 장면이 되고 말았는데, 그래도 히라테 유리나의 이미지와 캐릭터 자체는 이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꽤 좋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에서 히라테 유리나에게 특히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2화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히라테-유리나

 

아라키 유코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물론 1화에서 너무 티가 많이 나는 가발을 쓰고 나와서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외모라서 정말 베스트 캐스팅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중간에 연기가 조금 어색한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이건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감독의 연기 지도와 연출 문제인 것 같고, 이 드라마에서는 내내 안고 가야 하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워낙 아라키 유코가 이 캐릭터에 찰떡인 이미지라서 앞으로 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한국판과는 달리 일본판에서는 히라테 유리나와 함께 ‘더블 히로인’ 대우의 캐릭터니까요.

 

아라키-유코

 

그리고 회장 아들 역할의 사오토메 타이치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한국판에서 안보현이 워낙에 이 역할을 잘해서 일본판은 무조건 한국판보다 별로일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보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안보현만큼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사오토메 타이치가 좀 더 찌질하고 밉살스러운 느낌으로 캐릭터를 굉장히 잘 표현하더군요. 무엇보다 연기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이 캐릭터도 작품에서 굉장히 핵심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오토메 타이치가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앞으로의 전개에도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사오토메-타이치

 

전체적으로 줄어든 제작비와 분량만큼 열화된 리메이크 작이 나온 것은 맞지만, 배우들이 원작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면서도 한국판과는 차별화된 개성을 보여줘서 한국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매력과 개성을 갖춘 작품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저는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화만 봤을 뿐이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 저에게 있어서 하반기에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 중 하나였는데 이 정도면 무난하게 좋은 스타트를 끊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김세정 주연의 ‘오늘의 웹툰’과 반지의 제왕, 샌드맨 등 저의 하반기 주요 기대작 드라마가 줄줄이 공개가 될 예정입니다. 모두 좋은 작품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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