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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이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글로벌 메가 히트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by 대서즐라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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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주제의 포스팅은 2~3주 전에 썼어야 했습니다. 뭔가 어어어 하는 사이에 ‘우영우 열풍’이란 것이 지금은 살짝 꺾인 분위기가 돼버렸거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국에서의 돌풍을 넘어 글로벌한 메가 히트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드라마가 완결되지도 않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요.

 

이상한-변호사-우영우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로 다른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상당히 국뽕이 충만해 있었습니다. 케이팝도 그렇고 영화와 드라마까지.. 한국이 세계 정상의 문화 강국으로 뻗어나가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기 때문이죠. 저는 오징어 게임이 히트하고 너무 시간이 흐르기 전에 그 뒤를 이를 또 다른 글로벌 메가 히트 한국 드라마가 나와서 이 상승의 흐름을 이어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이후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기대작들이 상당히 많기도 했고요. 마이 네임, 지옥, 고요의 바다,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종이의 집...

 

이중 몇몇 작품들은 공개 초반에는 글로벌 돌풍이라고 할만한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글로벌 인기는 오징어 게임의 후광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후광 효과를 받아서 초반에 인기를 끌더라도, 결국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로 길게 사랑을 받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중에서 거대한 글로벌 메가 히트를 이룬 작품은 없었습니다.

 

물론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한 작품들도 있긴 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메가 히트의 기준이라면 사실 그 정도의 성공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지옥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정도면 꽤 많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시청했고 한국 드라마의 재미와 강렬함을 오징어 게임에 이어서 어느 정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큰 성공이라고 만족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도 넷플릭스에서 글로벌한 히트를 기록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히트한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급이 되면 적어도 아시아 권에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인기가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당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런 상황이고, 올해 상반기에는 ‘사내맞선’도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꽤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월드랭킹에서 최고 순위 3위까지 올라갔고 앞으로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비영어권 작품 중 시청시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이 정도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데도 넷플릭스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사내맞선’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영우-넷플릭스-월드-순위-3위

 

물론 처음에 말한 대로 이 이상의 큰 성공의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 정도의 히트는 어림도 없고, ‘지금 우리 학교는’ 정도의 흥행이 현실적인 최대 목표인데 이조차 쉽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오징어 게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상당히 성공한 작품이긴 하거든요.

 

제가 포스팅의 제목에서 쓴 ‘글로벌 메가 히트’라는 표현은 오징어 게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학교는’은 뛰어넘는 성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초반부를 볼 때 ‘이건 정말 대박 드라마다!’ 라는 확신이 들어서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 수많은 나라에서 리메이크도 하겠구나 라는 생각까지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를 계속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뽕(?)이 좀 가라앉고 냉정하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20%를 찍을 거 같던 시청률도 11화에서는 오히려 하락해버렸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을 봐도 초반에 이 드라마에 열광하던 반응이 현재는 많이 식어버린 상태입니다. 당장 제 상태도 그렇고요.

 

일단 이 드라마가 현재까지의 결과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대히트’를 이루기는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대히트 자체가 조금은 거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1화에서 우영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처음 소개되고 ‘고래 퀴즈’ 같은 역대급 명장면이 나오기도 하면서 어마어마한 거품 뽕이 생겨버린 것 같아요. 앞에서 말했듯이 저도 ‘이건 정말 대박 드라마다!’ 라고 확신을 했었는데.... 사실 2화부터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영우-고래-퀴즈

 

물론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제는 단점과 한계점들이 많이 보이는 상황이에요. 일단 법정 드라마로서 사건들이 그다지 재미가 없고, 결말도 어째 속 시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좋게 말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전개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캐릭터와 내용에 시원시원하게 몰입이 안됩니다.

 

최근 에피소드에서는 그냥 우영우와 이준호의 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법정 드라마에서 쓸데없이 로맨스 비중이 큰 것을 시청률이 떨어진 원인으로 지목하는 의견도 많긴 하던데요.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로맨스 에피소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우영우와 이준호 커플은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즐거워요. 어쨌든 드라마 내용 자체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가 되고 로맨스는 양념처럼 들어가는 거라서 그리 비중이 크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인정할 것 같지만, 애초에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던 핵심 요인은 작품 전체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냥 박은빈이 연기한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가진 강렬하고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폐 연기를 하는데, 이게 그냥 재미있고 귀엽습니다. 그리고 천재라는 설정답게 멋있을 때는 엄청 멋있고요. 작품을 캐리하는 매력 면에는 그냥 사기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해외에서 리메이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많은 해외의 잘 나가는 배우들이 이 배역을 탐낼 테지만 동시에 부담을 느끼고 하기 싫어하는 감정도 많이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영우는 마냥 매력적이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성질을 가진 캐릭터거든요.

 

보통 우영우 같은 히트 캐릭터가 등장하면 여기저기서 엄청 많이 따라 합니다. 우영우가 애초에 따라 하기 좋게 디자인된 캐릭터잖아요. 외형도 그렇고 행동이나 말투도 그렇고요. 그런데 우영우를 따라 하면 장애인 비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따라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논란들이 조금 답답합니다. 보통 누군가의 독특한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은 웃기려는 목적(희화화)으로 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그 대상을 놀리는 것이고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행위예요.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착한 개그’가 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세계’가 진짜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우영우-자폐-연기

 

콩트 개그를 한다면 개그맨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특정한 직업이나 입장인 사람의 연기를 하게 되고, ‘희화화’라고 할 수 있는 바보 같은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이런 개그에서는 인간의 잘난 면을 소재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것, 못생김, 무식, 가난함 같은 것들을 소재로 삼죠. 즉, 인간 삶의 고통은 개그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입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넘어지거나 머리에 쟁반이 떨어져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는 것이 슬랩스틱 개그잖아요. 그 외에 멍청하거나, 못생겼거나, 가난하거나, 말투가 이상한 것 등등 현실이라면 우리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들이 전부 훌륭한 개그의 소재가 됩니다. 이것은 ‘나쁜 개그’가 아닙니다. 그냥 개그의 가장 중요한 본질 중 하나예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수많은 개그맨들이 ‘바보’ 캐릭터를 연기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지적장애를 희화화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인데, 우영우를 따라 하는 것에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준이라면 앞으로 개그맨들이 연기하는 바보 캐릭터에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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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영우는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마음대로 따라 할 수조차 없는 캐릭터라는 희한한 제약이 걸려 있는 셈입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본인조차도 작품 밖에서는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보여줄 수가 없는 거예요. 드라마가 아무리 히트를 해도 그 히트의 핵심 요인인 우영우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이 이런 제약에 묶여 버린다면 이미 그 자체로 작품의 인기와 영향력이 확장되는데 한계로 작용해버리는 거죠. 특히나 지금과 같은 유튜브 시대에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히트작의 파생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서 작품의 수명을 더욱 길게 늘려주는데 우영우는 그런 부분이 그냥 막혀버린 상황인 것입니다.

 

작품의 핵심인 우영우 캐릭터가 이런 답답한 제약에 묶여 버린 것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가진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계점이 있는데 이것은 특히 이 작품이 글로벌한 인기와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알게 모르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로 ‘기러기 토마토’로 대표되는 말장난 대사입니다.

 

우영우가 기러기 토마토 드립을 칠 때 넷플릭스 자막을 보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에요. 넷플릭스 번역자들이 극한 직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사실 자막의 문제는 어느 나라 작품이든 다 있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자막을 만들 때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컨대, 과감하게 괄호를 넣어서 부연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요. ‘역삼역’이라면 일단 들리는 그대로 ‘Yeok–Sam-Yeok’ 이라고 자막을 넣고 괄호로 ‘(Yeoksam Station)’ 이렇게 넣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실 기생충 때도 ‘짜파구리’를 ‘Ram-Don’으로 번역한 게 영 별로였습니다. 그냥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 표기로 쓴 다음 부연하는 자막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해보는 것은 영 불가능할까요?

 

우영우-넷플릭스-자막

 

사실 정식 자막이 아니라 ‘어둠의 경로’로 돌아다니는 자막에서는 그런 시도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의 콘텐츠라도 원본 대사의 의미와 뉘앙스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자막 제작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러기 토마토에 noon, deed, racecar 이런 자막을 넣는 식으로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기러기 토마토 뿐 아니라 털보 아저씨가 하는 아재 개그까지 해서 이 드라마에 말장난 개그가 굉장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자막으로 이걸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한계가 글로벌 히트로 나아가는 데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애초에 이런 대본을 쓴 것 자체가 딱히 해외에서 인기를 끌겠다는 목표로 제작된 드라마는 아니라는 증거로 볼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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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그냥 머리가 아파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데, 이 드라마는 PC와 페미 사상이 굉장히 강한 편이죠. 저는 이미 2화를 볼 때 그런 확신이 들었어요. 마지막 레즈 결말도 그렇지만 우영우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아빠 손 잡고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미 뭐...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는 있는데 그냥 짜증 나서 블로그에 글로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저는 우영우는 매력 있고 이 드라마는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2화 이후로 하차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저는 그래도 끝까지 다 볼 생각이긴 해요.

 

한 가지 궁금한 건 이렇게 PC와 페미 사상을 강렬하게 내포하고 있는(하지만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이 드라마에 대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PC나 페미가 얽혀서 작품이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의 인과 관계는 아직은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대형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닥치고 PC로 점철된 작품들만 엄청 많이 만들고 있는데, 만약 이런 것을 정상적인 ‘트렌드 현상’으로 본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PC 사상이 강한 것이 글로벌 평판에는 좋게 작용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PC 작품들을 밀고 있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분위기가 요즘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글로벌 히트를 발목 잡게 될 요인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말했듯이 이런 부분은 아직 검증도 안되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요.

 

우영우-법정-장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애초에 해외에서 인기를 끌겠다는 목표로 제작된 드라마는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ENA라는 신생 채널에서 첫 화 1%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를 글로벌 메가히트니 뭐니 운운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현재 분위기가 조금 식기는 했지만 이미 2022년을 대표할만한 최고 화제의 드라마가 되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제법 큰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이상의 ‘글로벌 메가 히트’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를 좋은 퀄리티로 잘 마무리하고 완결까지 넷플릭스에서 한 번에 정주행 가능한 상황이 되면 지금보다 더 인기와 영향력을 확장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몇 가지 단점과 한계점들이 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재미있는 작품이고 박은빈이 연기한 주인공 우영우도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글로벌 메가 히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우영우의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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