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코로나 때문에 묵혀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면서 이른바 역대급 기대작 개봉 러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아니 코로나 시국이라서 오히려 스트리밍 장사를 그동안 아주 잘해온 드라마 콘텐츠들도 웬일인지 2022년에 엄청난 기대작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입니다.
저는 챙겨보는 편수가 드라마보다는 영화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데(사실 드라마를 거의 안 봅니다), 그래도 올해는 관심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무조건 봐야 한다 라는 드라마가 꽤 많이 나올 예정이라서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럽니다.
흥미로운 드라마 기대작들이 많지만 역시 하반기에 나올 미국 기대작 3대장이 메인 이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중 두 작품은 이미 블로그에 장문의 포스팅을 썼기 때문에 중복해서 소개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야 할 작품이라고 강조해서 소개하는 의미도 가질 수가 있겠죠.
OTT 종류가 많아서 그런지 세 작품이 모두 겹치지 않고 다른 OTT로 공개가 되네요. 난립하고 있는 OTT 시장이 좀 정리되거나 OTT 통합 서비스 같은 상품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 샌드맨 (넷플릭스)
두말할 것도 없이 저의 최고 기대작인 드라마입니다. 3대장이고 뭐고 없이 그냥 이 드라마가 원톱입니다. 이유는 제가 이 드라마의 원작인 닐 게이먼 작가의 그래픽노블 ‘샌드맨’을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집에 전권 소장하고 있으며, 본편 10권과 외전 여러 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을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한 횟수는 전혀 과장하지 않고 스무 번을 넘어갑니다. 마치 살면서 매일 식사를 하고 매일 잠을 자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것이 완전한 저의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사실 세계에서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서 이런 방식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은 아마도 성경이나 쿠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샌드맨이 저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책입니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요.
책뿐만이 아니라 제가 살면서 본 모든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연극 등 ‘이야기’를 다루는 모든 창작물을 다 통틀어서 저에게 최고의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 바로 샌드맨입니다. 이러니 제가 이 작품의 실사 드라마를 미치도록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불안 요소 혹은 불만 요소도 꽤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자주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도 캐릭터들이 ‘PC빔’을 엄청 맞았습니다. 백인이었던 캐릭터가 흑인이 되고, 남자였던 캐릭터가 여자가 되고. 물론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명확한 물질적 실체가 정해져 있지 않은 관념적인 존재들이라서, 예컨대 원작 만화에서 창백한 피부의 아름다운 여성의 형상으로 등장했던 ‘죽음’(관념)을 흑인 여배우가 연기하는 것에 대해 작가인 닐 게이먼 본인이 ‘내 작품을 제대로 읽었다면 불만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 하기도 했는데요.
죽음이 이 작품에서 최고 인기인 캐릭터인데(이런 인기 때문에 외전 작품들도 대부분 죽음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과연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캐릭터에게 큰 매력을 느낀 이유가 만화에서 너무도 쿨하고 멋지게 디자인된 외형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드라마가 공개되면 분명해질 것입니다. 사실 죽음은 외형도 멋지지만 성격도 끝내주게 매력 있어서, 드라마에서 흑인 배우가 잘 연기한다면 원작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그렇다면 작가 닐 게이먼의 일침도 전적으로 맞는 말이 되겠죠. 하지만 역시 저는 드라마의 죽음이 원작만큼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결국 어느 쪽이 맞을지는 드라마를 보게 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이나 설정 같은 부분들은 아래 링크의 포스팅에 방대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사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생소한 스타일의 작품이라서 어느 정도 사전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아래 링크의 포스팅이 이 드라마를 더욱 ‘완벽하게’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샌드맨’, 어떤 작품인가?
그런데 최근에 이 작품의 새로운 예고편 비스무리한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공식 한국어 자막 영상에서 제가 좀 식겁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바로 지옥의 왕 ‘루시퍼’와 이 작품의 주인공인 ‘꿈’이 만나는 장면인데, 꿈에게 하는 루시퍼의 인사말에 자막을 ‘안녕, 드림’이라고 달아놓았더군요.
이 작품은 주인공 꿈을 비롯해서 운명, 죽음, 파괴, 욕망, 절망, 분열, 질서, 혼돈 등 의인화 혹은 캐릭터화 된 관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단지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관념 그 자체로 인식하려면 해당 관념을 칭하는 각 나라의 단어 그대로 자막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걸 그냥 영어 발음 그대로 한글 자막에 써버리면 이 작품의 주인공이 정말로 관념 그 자체인 ‘꿈’이 아니라 ‘드림’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라고 오해할 여지가 생길 것 같아서 우려가 됩니다. 드림이 꿈이라는 것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예컨대 ‘분열’의 경우 영어 명칭으로 Delirium인데 이걸 ‘딜리리엄’이라고 자막에 써버리면 이 캐릭터가 ‘분열’이라는 관념이라고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발 꿈을 ‘드림’이라고 쓴 이번 예고편의 자막이 실수였기를 바랍니다. 꿈은 꿈, 죽음은 죽음입니다. 우리는 그 관념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드림이나 데쓰가 아니라요. 넷플릭스가 제발 본편 자막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이게 PC빔 같은 것보다 더 심각한 거예요.
2.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영상화된 판타지 장르의 작품 중에서 역대 최고라고 할만한 작품은 역시 피터 잭슨이 만든 반지의 제왕 3부작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소설 원작 자체도 판타지 장르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죠.
반지의 제왕을 만든 ‘J.R.R. 톨킨’은 그저 ‘반지 전쟁’이라는 중간계 제3시대의 사건뿐 아니라 제1시대와 제2시대, 그리고 그 이전의 창조의 시대까지 정말 방대한 내용의 역사와 설정들을 창조해냈습니다. 그 역사가 잘 정리된 책인 ‘실마릴리온’을 저는 반지의 제왕 본편 소설보다 더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역사의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음에도 실마릴리온은 500페이지 정도의 한 권짜리 책이고, 수천 년의 역사 중간중간에 비어 있는 내용들도 꽤 많습니다. 설정은 탄탄하고 역사의 큰 틀은 완성되어 있으니 세부적으로 비어 있는 부분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결합시켜 어마어마한 판타지 대작을 탄생시키는 것은 이 시대의 창작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작업의 결과물이 2022년 9월에 공개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대작 판타지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내용도 따로 포스팅을 써서 이미 상세하게 다룬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샌드맨’과는 달리 이 드라마의 세부적인 내용은 따로 원작이 없이 드라마 제작진이 창작한 거라서 그저 제 나름대로 추정하는 내용들을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어떤 내용일까? (갈라드리엘이 주인공?)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갈라드리엘, 엘론드, 이실두르 등 이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들의 경우 톨킨이 기술한 중간계 역사에서 대략적인 행적과 성격 등이 밝혀졌으니 그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작성했는데요. 완전히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샌드맨과는 달리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절반만 알고, 절반은 모른다는 느낌이라 더욱 호기심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샌드맨만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반지의 제왕이 너무 위대한 작품인 데다가 실마릴리온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무려 5 시즌의 방대한 내용으로 기획된 드라마라고 하니, 영화계의 ‘반지의 제왕’의 위상에 필적할만한 위대한 대작 드라마로 완성되어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3.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 (HBO 맥스)
앞에서 영상화된 판타지 장르의 작품 중 역대 최고의 작품이 영화 ‘반지의 제왕’이라고 했는데, 영화를 제외하고 드라마만 놓고 본다면 역시 ‘왕좌의 게임’이 최고의 판타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의 평가가 워낙 안 좋아서 반지의 제왕처럼 위대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레벨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듯하지만요. 하지만 또 막상 왕좌의 게임보다 더 ‘위’에 놓을 수 있는 판타지 장르의 대작 드라마가 있는가, 혹은 앞으로 나올 것인가를 예상해보면 그렇다고 쉽게 답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마지막 시즌도 괜찮게 보았기 때문에(저는 이 결말이 꽤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냥 왕좌의 게임을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지의 제왕이나 샌드맨과는 달리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는 아직 완결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슬슬 작가인 조지 R.R. 마틴이 천수를 다하기 전까지 작품을 완결 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단계에 와버렸죠. 드라마의 마지막 시즌을 비판하는 사람들이야 원작 작가가 제대로 완결을 내주길 바랄 테지만, 저는 어차피 원작도 안 읽었고 드라마 결말도 좋아하기 때문에 원작이 완결이 나든 말든 크게 관심 없다는 입장이긴 하지만요.
2022년 8월에 공개될 예정인 HBO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은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타가리옌 가문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드라마입니다.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두 작품이 공개되는 시기가 비슷해서 뭔가 ‘반지의 제왕 vs 왕좌의 게임’의 대리전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말했듯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아무리 대단한 작품이라도 영화 ‘반지의 제왕’의 위상에는 범접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리전도 체급 차가 나는 대결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지만, 사실 결과는 누구도 예상을 못할 겁니다.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가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완성도로 나올 수도 있고,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이 어마어마한 걸작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은 ‘샌드맨’이나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와는 달리 처음에는 그다지 저의 관심을 끄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는데 최근에 공개된 예고편을 보고 뭔가 제 안에 ‘꺼졌던 불씨’가 확 살아나는 감정을 다시 느꼈습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총 8 시즌으로 완결되었는데, 매년 왕좌의 게임이 방영되는 기간은 저에게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몇 년의 세월 동안 저는 이 드라마를 굉장히 사랑하며 보냈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의 예고편을 보고 그때 그 기분이 다시 살아난 겁니다.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뭔가 ‘왕좌의 게임’ 드라마 세계관의 그 특유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프리퀄 작품이긴 하지만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의 예고편에서도 그 분위기가 확 하고 느껴지더군요.
‘샌드맨’은 모든 내용을 알고,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는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모르지만, 원작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읽은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은 제가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는 드라마입니다. 알고 있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 보니 이 세 작품을 기대하는 심리도 제각각의 양상으로 제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보거나, 절반만 알고 보거나,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이 볼 때 어떤 감상의 차이가 생길지도 이 드라마들을 보면서 비교해 볼 감상의 포인트가 되겠죠.
미국 드라마 기대작이라고 포스팅을 썼지만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한 일본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와 중쇄를 찍자를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 ‘오늘의 웹툰’ 등 하반기에 기대되는 드라마가 정말 많습니다. 물론 영화 기대작도 많고,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이벤트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2022년 하반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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