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칸나 橋本環奈
하시모토 칸나는 ‘천년돌’이라는 별명으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배우입니다. 다만 유명하긴 한데 배우로서 유명하다고 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초에 ‘천년돌’이라는 단어에서 ‘돌’도 배우가 아닌 아이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딱히 한국에서 유명하거나 인기를 끌었다고 할만한 작품은 없습니다. 칸나가 유명한 것은 결코 배우로서의 유명세가 아닌 것이죠.
하지만 아이돌로 유명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실 한국에서 유명한 아이돌이라고 하면 블랙핑크나 트와이스 같은 그룹의 멤버들을 떠올릴 텐데, 칸나가 일본에서 그런 활동과 실적을 쌓은 것은 전혀 아니거든요. 애초에 한국과 일본에서 말하는 ‘아이돌’의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칸나는 지역 아이돌이자 지하 아이돌로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Rev.from DVL 인데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지역 아이돌이라서 칸나가 유명해지기 전까지 전국구 유명세는 전혀 없는 팀이었죠. 칸나가 유명해진 뒤 결국 팀도 전국구 메이저 데뷔까지 하게 되지만 역시 칸나의 원맨팀이라는 한계를 가진 팀이었습니다.
칸나가 유명해진 건 모두가 아는 대로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기적의 한 장’이라고 불립니다. 이 사진에서 칸나는 인간 세계에 내려온 천사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찍혀 있습니다. 칸나가 원래 예쁘기도 하지만 이 사진이 정말 잘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외모의 장점만 부각되고 단점은 모두 감춰졌죠. 찍은 사람의 의도가 아닌 우연의 결과물이겠지만.
칸나의 외모가 어떤 상황,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언제나 저 사진과 동일한 수준이라면 정말로 ‘천년돌’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도 최고의 인기 스타이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엄청난 존재가 되었겠죠.
하지만 영상으로 보게 되는 칸나의 외모는 저 사진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예쁘긴 엄청 예쁩니다. 하지만 저 사진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단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미녀는 아닌 것이죠. 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예쁘다고 소문 자자한 연예인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얼평 하지 마라, 몸평 하지 마라 하면서 심지어 연예인의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도 굉장히 예민해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만, 원래 외모란 것이 연예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자 경쟁력인 게 사실이고 특히 다른 이유 보다 예쁜 외모로 뜬 연예인의 케이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얘기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트에서 벌써 수차례 언급했지만 하시모토 칸나는 외모가 굉장히 예쁩니다. ‘기적의 한 장’ 사진이 굉장히 잘 나왔다고는 해도 원래 본판이 예쁘니까 저런 사진도 나올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칸나의 외모에도 단점은 있고 기적의 한 장 사진에는 그런 단점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요.
‘기적의 한 장’에서 칸나는 상반신만 찍혀 있습니다. 전신을 찍은 사진을 보면 칸나의 키가 매우 작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때 커뮤니티에서 ‘일본 천년돌 근황.gif’ 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닌 칸나의 움짤이 있는데, 바로 영화 ‘은혼’의 촬영장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칸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옆에 오구리 슌과 스다 마사키 같은 배우가 함께 달리고 있는데 이런 성인 남자 배우의 옆에서 열심히 달리는 칸나의 모습은 그냥 한 마디로 ‘어린이’ 같았습니다. 그 만큼 키 작은 모습이 부각된 움짤이었죠.
물론 키 작은 연예인 중에서는 비율이 좋아서 그다지 작게 느껴지지 않는 연예인도 있습니다만, 그런 케이스도 대체로 키가 150 중후반은 돼야 가능한데 칸나는 키가 150 초반이에요. 어떻게 비율로 커버할 수 있는 키가 아닌 거죠.
그런데 이렇게 작은 키에 비해 의외로 몸매는 볼륨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작은 키의 전신 비율을 보완하는 데는 이런 체형보다는 차라리 스키니한 체형이 더 도움이 돼요. 칸나의 경우 체중 관리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소위 말하는 ‘짧뚱’해 보이는 몸매가 되고 맙니다. 실제로 칸나가 그런 모습으로 찍힌 사진이나 영상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성인이 된 후로는 술도 즐긴다고 하여 체중 관리가 소홀한 이미지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칸나의 외모에서 또 하나의 단점은 바로 웃는 얼굴입니다. 많은 일본의 여자 연예인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인데 그녀도 치아 구조에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교정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어서 활짝 웃을 때 다소 윗니가 돌출되어 보여요. 이 돌출되어 보이는 치아가 의외로 전체 인상에 굉장히 크게 작용해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찍힌 사진에서는 미소녀의 포스가 사라져버립니다.
물론 이런 단점이 드러나도 여전히 예쁜 얼굴이에요. 다만 ‘기적의 한 장’에서 느껴졌던 압도적인 미녀의 포스가 많이 죽어버리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가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쁘다’ 같은 소리를 하지만 의외로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쁜 케이스는 굉장히 드뭅니다. 연예인 중에서 당장 생각나는 케이스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나연’ 정도일까요. 나연은 활짝 웃는 밝은 얼굴이 엄청 예뻐서 트와이스가 밝은 컨셉을 할 때 거의 센터 역할로 무대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멤버입니다. 생각보다 걸그룹이 이런 활짝 웃는 컨셉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웃는 얼굴보다는 시크하게 폼잡는 표정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훨씬 괜찮게 나올 확률이 높거든요.
칸나도 진지하고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정말 천상의 미소녀입니다. ‘기적의 한 장’이 말 그대로 기적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칸나가 찍힌 영상들을 보면 기적의 한 장에서 느껴진 압도적인 미소녀의 포스가 굉장히 자주 나타납니다. 위에서 단점들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런 단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들도 그저 압도적인 미소녀의 포스가 죽어버리는 정도예요. 그러니까 칸나의 비주얼은 ‘예쁨’과 ‘안예쁨’을 오가는 게 아니라 ‘천상의 미소녀’와 ‘보통 미소녀’를 오가는 거예요. 한 마디로 그냥 엄청 예쁜 겁니다.
그런데, 그저 예쁘기만 하면 다인 건가요? 뭐 사실 예쁜 거 하나로 톱이 될 수 있는 분야가 연예계이긴 한데요. 재능이나 끼가 부족한 데도 예쁜 거 하나로 톱 연예인으로 활동한 케이스는 분명히 있습니다. 괜히 그런 연예인들을 디스하는 거 같아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예를 들지는 않겠지만요.
칸나의 경우는 어떨까요? 지금은 사실상 아이돌 보다는 배우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녀가 단지 ‘예쁘기만 한 여배우’ 이상의 평판을 받으며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참, 하나마나한 얘기네요.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칸나가 배우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한 가능성과 명확한 한계점이 동시에 보입니다.
우선 대단한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칸나가 그저 예쁘기만 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연기력이 생각보다 괜찮아요. 그리고 단지 예쁘고 연기력이 괜찮은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화면을 사로잡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물론 이건 확실히 외모의 덕을 많이 본 것이긴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칸나가 출연한 영상에서 ‘기적의 한 장’과 같은 그런 압도적인 미소녀 포스가 굉장히 자주 목격되거든요. 물론 각 작품마다 하고 나오는 스타일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요.
그런데 이런 외모에 더해서 뭔가 프로페셔널하게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정말 대배우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뭔가 특별한 존재로 보이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점들이 동시에 칸나의 한계점으로 보이기도 하는 겁니다. 너무 특별한 존재로 보여서 평범한 캐릭터나 연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는 거죠. 이런 점들은 그녀가 지금까지 활동해온 필모그래피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칸나의 첫 번째 영화 출연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영화가 칸나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최고 걸작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칸나의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상 아역 출연작이고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었거든요. 물론 좋은 연기와 (미래의)미소녀 포텐을 충분히 보여주긴 했지만요.
아역티를 벗은 후 처음 출연한 작품은 ‘암살교실’ 입니다. 암살교실은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 중에서 꽤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각색도 잘 되었고 연출이나 전반적인 완성도도 우수한데다 배우들 또한 상당히 좋습니다. 캐스팅도 잘 되었고 거의 모든 배우들이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칸나는 이 영화에서 ‘자율사고 고정포대’ 역할로 등장합니다. 인간이 아닌 기계 역할인 거죠. 기계 스크린에 무슨 사이버 연예인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연기력이고 뭐고 제대로 보여줄 수도 없는 역할이지만 저는 묘하게 이 영화에서 칸나의 모습과 연기가 뇌리에 남더라고요. 저런 괴상한 역할을 연기해도 기어이 기계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아우라가 느껴졌달까요...
암살교실 이후에는 ‘세일러복과 기관총 - 졸업’과 ‘하루치카’라는 작품에 출연하게 되는데요. 암살교실의 캐릭터 보다는 비교적 평범한 여고생 역할이긴 한데 이 영화들도 정상은 아닙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상당히 완성도 높고 재미있었던 암살교실과는 달리 이 두 작품은 영화 자체가 너무 별로입니다. 재미없어요. 그야말로 칸나의 비주얼 구경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영화들입니다. 세일러복과 기관총은 정말 못 볼 수준이고, 하루치카는 그나마 낫기는 한데 이것도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칸나의 비주얼은 엄청납니다. 특히 하루치카에서 미소녀 여고생 포스가 압도적인 수준이에요. 하루치카에서 칸나의 캐릭터 자체가 꽤나 매력적이기도 해서 앞 문단에서 재미없는 영화라고 언급했지만 칸나의 캐릭터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칸나의 움짤이 꽤 많이 만들어져서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영업용(?)으로 올라오곤 했습니다. 미소녀 포스 넘치는 예쁜 움짤도 있지만 남학생을 찰지게 패는 움짤도 상당히 유명하죠.
그 직후 칸나가 출연한 작품이 사실상 현재 칸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실사판 ‘은혼’입니다. 이 영화가 흥행 대박이 터지면서 칸나도 배우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됩니다. 모두가 아는 대로 은혼의 히로인인 가구라 역을 연기했는데,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과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실사판 은혼이 대박을 터트린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했어요. 거의 칸나의 인생 캐릭터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가구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은혼은 칸나의 대표작이고 가구라는 칸나의 대표 캐릭터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가구라를 연기한 칸나에게서는 ‘천상의 미소녀’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원래 가구라 라는 캐릭터 자체가 은혼 이라는 막 나가는 개그 만화에서 험하게 마구 굴려지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은혼의 모든 캐릭터가 그렇죠) 이건 영화에서도 동일한 터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데, 그래도 가구라가 칸나의 배우 커리어를 대표하게 되면서 ‘예쁜 배우’라는 기존의 이미지가 많이 죽어버린 것은 조금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은혼 이후 또 다시 흥행 대박을 터트린 칸나의 출연작 ‘킹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칸나가 연기한 하료초 라는 캐릭터는 가구라와 거의 비슷합니다. 히로인이긴 하지만 험하게 굴려지고 예쁜 이미지 따위는 전혀 없거든요. 솔직히 가구라와 하료초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칸나가 아닌 어떤 미녀 여배우를 쓰더라도 비주얼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나름 귀엽다고는 볼 수 있지만 미녀 느낌의 스타일링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그나마 가구라는 옷이라도 멀쩡한 걸 입고 있는데(좀 마니악한 차이나 걸 복장이지만) 하료초는 아예 거지꼴을 하고 나옵니다.
칸나의 미소녀 포스를 상당히 죽여 버리는 배역임에도 가구라와 하료초는 마치 칸나(의 배우 커리어)를 위해 준비된 캐릭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니, 반대로 하시모토 칸나라는 배우가 은혼과 킹덤의 실사화 제작을 위해 준비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가구라와 하료초 같은 배역을 지금 일본에서 하시모토 칸나 말고 누가 연기하겠습니까? 선택의 범위를 넓게 본다면 있긴 하겠지만, 은혼이나 킹덤 같은 엄청나게 히트한 원작 만화를 영화화하는데 그런 작품의 히로인이라면 당연히 상당히 지명도 높은 배우를 써야 합니다. 그런 지명도 높은 배우들로 국한한다면 칸나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에서 이렇게 작고 귀여운 스타일의 히로인 캐릭터가 많아요. 만화 원작 실사 영화화 제작이 거의 붐이 되다시피 한 현 일본 영화계에서 칸나는 상당히 유리한 포지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녀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로 흥행 대박을 터트리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더라도, 이런 커리어들이 진정으로 그녀를 배우로서 ‘성장’시키는 것인지는 조금은 의구심이 들거든요.
은혼과 킹덤에서 비주얼 포스가 많이 죽어버렸지만 그 사이에 칸나가 출연한 두 편의 영화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미소녀 비주얼로 등장합니다. 바로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과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은 일단 원작 만화 자체가 상당히 맛탱이가 간 개그 만화인데 엄청 취향을 타는 내용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거의 괴작이라고도 느낄만한 작품입니다. 저도 그다지 취향은 아니어서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화도 사실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배우가 너무 잘해주는 바람에 생각보다 볼만하게 완성이 되었어요.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칸나가 아니라 야마자키 켄토입니다. 켄토가 원톱 주연인 영화라서 나머지 등장인물은 모두 조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그래도 나름 히로인의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는 테루하시 역할로 칸나가 출연합니다.
야마자키 켄토가 거의 영화를 단독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칸나의 테루하시가 가세하면서 묘하게 영화의 허술한 부분들이 안정적으로 조립이 되며 완성되는 느낌이 생겨요. 하나같이 괴상한 상황들과 괴상한 캐릭터들만 등장하는 작품에서 켄토와 칸나가 뻔뻔한 연기로 호흡을 맞추며 흔들림 없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생각보다 볼만한 작품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칸나는 가구라의 안습 스타일을 잊게 만드는 훌륭한 미소녀 포스를 뽐내고요. 솔직히 원작에서 테루하시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영화에서 칸나의 테루하시는 정말로 매력 만점입니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에서도 칸나의 캐릭터와 연기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현재 일본의 잘 나가는 젊은 남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입니다. 개성 있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젊은 배우들 속에서 칸나는 별로 비중이 없는 배역임에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여배우는 스기사키 하나 이지만(원래 제가 칸나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칸나 또한 압도적인 비주얼과 좋은 연기로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칸나의 출연작 중 제가 가장 최근에 본 작품은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입니다. 사실 원작 만화를 읽고 나서 영화도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다행히 저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평가가 갈리는 편입니다. 연애 만화를 ‘도박묵시록 카이지’나 ‘데스노트’ 같은 두뇌 싸움 장르로 탈바꿈 시킨 것이 원작 만화의 핵심적인 인기 요인이자 정체성인데, 실사 영화는 두뇌 싸움 보다는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처럼 되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저의 기대가 충족되었다는 것은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기대한 건 칸나가 연기한 카구야가 얼마나 매력적일까, 오직 그것이었습니다. 카구야라는 캐릭터 자체가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재색겸비의 엘리트 미소녀인데다 부잣집 아가씨 답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버리함으로 갭모에까지 보여주는, 그야말로 덕후들의 로망과 같은 캐릭터 거든요.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원작 만화의 작화는 그렇게 매력적인 디자인이 아니어서 조금은 밍숭맹숭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걸 실사판에서 하시모토 칸나가 연기한다면? 이 캐릭터가 가진 100%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하였고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때문에 원작 처럼 치열한 두뇌 싸움이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아주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꽤 볼만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칸나가 지금까지 쌓아온 영화 필모들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합니다. 흥행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했고 아주 매력적인 미소녀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 작품들에서 칸나의 재능과 매력은 분명 충분히 발휘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만화 원작의 영화들로 솔직히 평균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요. 이런 영화들이 ‘잘 나가는 배우’의 필모일 수는 있어도 ‘훌륭한 배우’의 필모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건 현재 일본 영화계 상황 전체의 문제다 보니 칸나가 딱히 작품 선택이 아쉽다는 소리를 들을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저는 영화 속 칸나의 비주얼과 연기, 아우라를 보면서 그녀가 이보다 더 크고 대단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하시모토 칸나는 분명히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배우입니다.
아무리 일본 영화계 트렌드가 만화 원작이나 드라마 극장판 같은 편리한 상업성에 매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사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는 나라입니다. 칸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보여주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그녀가 현재의 ‘배우의 길’에 안주하지 않고 그 이상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을 언젠가 선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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