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이슈

슬램덩크 정대만은 정말 싸움을 못할까?

by 대서즐라 2023. 2. 8.
728x90
반응형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인터넷에 슬램덩크 관련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슬램덩크 부동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에 대한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포스팅으로 따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바로 정대만의 특징, 혹은 ‘인기 요인’을 소개하는 글에서 정대만이 싸움을 못한다는 언급이 자꾸 등장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니-나간-정대만

 

정대만 관련 글에서 싸움을 못한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 반박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반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정대만이 싸움을 못한다는 것은 슬램덩크를 잘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실 애초에 농구 만화이고, 등장인물들의 싸움 실력이 굳이 논쟁거리가 될 일은 없으니까요. 누가 더 뛰어난 농구 선수인지, 어떤 팀이 최강인지 하는 논쟁은 끝도 없이 벌어지지만 말이죠.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이 이야기를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정대만이 싸움을 못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정대만이 송태섭, 양호열에게 쥐어 터지면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사실은 싸움을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장면들도 꽤 있었거든요.

 

728x90

 

결정적으로 제가 의식하는 장면은 바로 전국대회 첫 대결 상대인 풍전과의 시합을 앞두고, 호전적이고 거친 성격의 풍전 선수들과 북산의 싸움닭들이 시비가 붙게 된 장면입니다. 앞문장에서 저는 ‘싸움닭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들은 바로 강백호, 송태섭, 정대만을 의미합니다.

 

시합 전에 풍전과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 두 번 벌어집니다. 첫 번째는 전국 대회가 열리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이었죠. 북산 선수들이 산왕, 지학이라는 강호와 만나게 된 대진표를 보고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권준호가 ‘산왕, 지학이라니... 엄청난 조에 들어가고 말았다’라고 혼잣말을 한 직후 마침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은 풍전의 강동훈이 흔히 깡패들이 ‘친한 척 해라’ 자세로 삥 뜯는 것처럼 권준호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시비를 걸죠. 이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다름 아닌 정대만입니다. 정대만이 ‘이봐’ 라고 하며 일어서고 뒤를 이어 송태섭이 ‘뭐야 넌’ 하고 따라 일어섭니다.

 

풍전과의-시비

 

두 번째 충돌은 선서식이 끝나고 대회장 밖 광장에서 북산과 해남 선수들이 대화를 나눌 때 또 강동훈이 나타나 시비를 걸면서 벌어지는데, 이때 강동훈은 괜히 옆에 있는 이정환한테까지 시비를 걸다가 이정환이 깔끔하게 ‘뭐야 이 듣보잡은’ 하는 식으로 받아쳐서 되려 쪽을 당합니다. 이에 강백호와 전호장이 강동훈을 엄청 놀리는데, 풍전 선수들이 ‘죽고 싶냐’ 하면서 진짜 싸울 태세로 나옵니다. 그러자 강백호, 송태섭, 정대만이 엄청 여유 있는 표정으로 싸움에 응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죠. 이때 정대만의 표정도 엄청 자신감이 넘칩니다.

 

싸울-태세

 

이 풍전과의 시비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싸움이 약하다’는 이미지의 정대만이 사실은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앞으로 나서는 타입’의 캐릭터였던 것입니다. 물론 실력이 형편없지만 자신감만 넘치는 캐릭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소년 만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타입이긴 해요. 하지만 저는 정대만이 그런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대만이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에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는 것은 실제로 어느 정도 싸움 실력이 받쳐주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대만이 싸움에 약한 이미지가 생긴 것은 학교 후배인 송태섭, 양호열에게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그냥 송태섭과 양호열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이지 정대만이 싸움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송태섭, 양호열보다는 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둘 보다 약하다고 싸움을 못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응형

 

정대만은 1학년 때 부상으로 농구부를 떠나게 된 좌절감에 방황하다가 불량 청소년이 됩니다. 이때 ‘철이’라는 진짜배기 거리의 싸움꾼인 깡패와도 어울려 지냈고 패거리에서 똘마니가 아닌 나름 권력(?)이 있는 듯한 포스를 뿜어내며 돌아다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장권혁의 회상씬) 무엇보다 철이나 영걸이 같은 애들이 정대만을 대하는 것을 보면 이 깡패들 패거리에서 정대만의 위치가 나름 한 딱까리 하는 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북산고 내에서는 불량아 무리들 중 정대만이 두목이었던 것은 이미 신오일을 통해서 작중에 언급된 사실입니다. 영걸이 패거리가 죄다 허접이었기 때문에 정대만이 이들의 두목이었다고 해도 그다지 강한 인상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학교 불량배 패거리의 두목을 할 정도로 기본적인 실력은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두목-정대만

 

풍전과의 시비 장면에서 정대만이 보여주는 자신감... 정대만이 철이 패거리와 어울려 거리의 불량아로 생활하면서 많은 싸움을 겪어 왔다면 싸움이 벌어질 상황에서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는 자신감도 그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싸움이 약하고 쥐어 터지기만 했다면 절대 저런 자신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해남과의 시합에서 이정환이 강백호에서 인텐셔널 파울을 했을 때 ‘이봐, 너! 비겁하게!’ 하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 등 어떤 상대에게도 당당하고 투지 넘치게 행동하는 정대만의 태도는 작품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정환에게-으름장

 

그리고 영걸이가 너무 허당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백호 군단의 일원인 용팔이와 붙었을 때 ‘폼만 잡는 줄 알았더니 제법 센데’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물론 영걸이나 용팔이나 워낙에 개그 캐릭터라는 느낌이어서 그닥 싸움에 진지한 느낌은 안 들었지만 둘은 꽤 대등하게 맞붙은 걸로 보입니다. 백호 군단에서 강백호와 양호열만 차원이 다른 실력자로 묘사되지만 사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한가락씩 하는 실력들이고, 특히 용팔이는 나름 강백호에게 개기기(?)도 할 정도인 걸 보면 이런 용팔이와 대등하게 싸운 영걸이도 허당 이미지와는 달리 나름 실력은 있는 것이죠. 그런 영걸이가 속한 패거리에서 정대만이 두목이었으니 정대만도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거고요.

 

그리고 양호열과의 싸움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송태섭에게 패배한 상황을 보면 정대만이 제대로 싸운 것이 아니라 방심하다가 기습을 당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6대 1로 후배를 린치하는 상황이었으니 정대만 입장에서는 전혀 ‘싸움의 태세’가 아니었고 송태섭이 그 틈을 노려 정대만에게 박치기 일격을 날립니다. 이 기습 한방으로 정대만은 앞니가 털렸고 피투성이가 되면서 승패는 그냥 결정 나 버렸습니다. 서로 대등한 실력이라 하더라도 방심할 때 기습 한방으로 승패가 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송태섭이 강백호와 티격대거나 철이를 상대하는 모습 등을 보면 확실히 정대만보다는 강한 게 맞는 거 같지만, 실력의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대만이 달재를 때렸을 때도(이 장면이 슬랭덩크에서 정대만이 보여준 최악의 모습이긴 하지만) 나름 운동선수인 달재가 한방에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큰 타격을 줬고 양호열에게도 유효타 한 방을 먹였을 때 양호열의 얼굴에 자국이 남은 것을 보면 확실히 정대만은 싸움 경험이 많고 주먹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캐릭터입니다. 그냥 채치수, 강백호, 서태웅, 양호열, 송태섭, 철이 같은 캐릭터들이 너무 강한 것이지, 이런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슬램덩크의 전체 등장인물들 중에서 정대만 정도면 상위권의 강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분명 영걸이보다는 셀 거라고 보고, 강백호와 양호열을 제외한 나머지 백호 군단 멤버들에게도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184cm라 피지컬도 좋고 운동선수로서 몸도 탄탄하게 단련되어 있죠. 체력이 약하다는 게 거의 공인된 약점으로 거론되지만 농구 경기가 아니라 싸움에서라면 크게 발목 잡는 약점도 아닙니다.

 

정대만

 

사실 싸움의 절반은 ‘기세’라고 하죠. 정대만이 양호열에게 털릴 때도 속으로는 농구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복잡한 심경으로 판을 벌이다가 어정쩡한 기세로 한심한 꼴만 보여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농구부로 복귀한 후 마음이 안정되자 그전에 보여준 찌질하고 한심한 모습은 사라지고 어디서나 당당하고 멋진 태도와 기세를 보여준 캐릭터가 바로 정대만입니다. 그런 당당한 태도와 기세의 ‘불꽃남자’ 모드가 되었을 때, 정대만은 싸움에서도 충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