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 콘텐츠 역사상 역대 최고의 업적을 이룩한 작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흥행의 성과도 엄청났지만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림으로써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습니다. 영화와 비교해서 TV 드라마 작품이 글로벌한 업적을 이루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업적에 필적하거나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 콘텐츠 산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출연 배우들’이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글로벌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 기존에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 작품들의 글로벌한 업적들을 오징어 게임이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는 핵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들 중에서 단연 최고로 주목받고 있는 두 명의 배우-이정재와 정호연은 확실히 세계적인 히트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배출한 최고의 글로벌 월드 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단발성 스포트라이트에 그치지 않고 이정재와 정호연 모두 월드 스타로서의 다음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정호연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의 차기작인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디스클레이머’에 출연하는 것이 확정되었고 이정재는 디즈니 플러스의 스타워즈 신작 드라마 ‘디 애콜라이트’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사실이 얼마 전에 공식 발표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거장 감독 알폰소 쿠아론 신작에 캐스팅된 오징어게임 정호연
이 정도면 확실히 월드 스타급 행보입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차기작, 스타워즈 드라마 신작이라면 기존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던 할리우드 작품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높은 클래스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배역도 주연급이고요.
사실 정호연이 오징어 게임의 히트로 월드 스타 배우가 될 거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나온 것이었습니다. 저도 오징어 게임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2021년 10월에 정호연의 월드 스타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는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했었습니다. 정호연이 연기한 ‘강새벽’은 단연 오징어 게임 최고의 인기 캐릭터였고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후 정호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폭증하며 정호연이라는 배우에게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강새벽 역 배우 정호연, 월드스타 등극할까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를 만나 반짝 스타가 되는 케이스는 숱하게 많지만 그 이후에 정상급 스타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배우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자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준 정호연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평가는 다소 갈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자체가 한국에서는 매우 낯선 장르의 작품이었고 배우들이 일반적인 한국 작품과는 조금 다른 톤의 연기와 대사를 보여주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정호연의 연기 인생 첫 작품이라는 사실과 탈북자 설정의 캐릭터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호연은 충분히 강새벽 역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이 있어도 형편없는 연기력이었다면 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정호연은 외모가 최고의 강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쁘고 개성적인 매력도 있지만 동양인 배우로서 글로벌한 선호를 매우 충족시키는 스타일의 외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동양인 배우 중 할리우드에서 크게 활약했던 여배우인 루시 리우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저는 정호연이 루시 리우보다 더욱 폭넓은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외모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동서양 어디서든 먹힐만한 매력과 개성을 가진 외모라는 것이죠.
완전히 신인인 정호연과는 정반대로 이정재는 90년대부터 스타였던 배우이고 중간에 커리어의 침체기가 있기는 했지만 2010년에 개봉한 임상수의 ‘하녀’를 통해 부활한 후 한국 최고의 남자 배우로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온 배우입니다. 이정재가 한국 나이로 이미 50살이 넘은 나이에 월드 스타로 우뚝 선 상황은 아마 배우 본인도 얼떨떨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공감하듯이 요즘 시대에는 50살도 아직 한창인 나이이고 최근 이정재가 보여주고 있는 왕성한 활동과 의욕은 신인 배우의 패기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헌트’를 통해 감독 데뷔까지 했는데 평가도 매우 좋았죠.
성공적인 감독 데뷔에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스타워즈 드라마의 주연 캐스팅까지 그야말로 ‘이정재 전성시대’입니다. 아니, ‘시대’라는 개념을 뛰어넘어서 이정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중 예술인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정재가 스타워즈 드라마에 이어서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배우로 자리를 잡는다면 정말 한국 역사상 어떤 뛰어난 대중 예술인도 이정재에게 범접할 수는 없게 되겠죠.
그런데 이번 에미상 수상 소감을 할 때 드러났듯이 이정재의 영어 실력은 그다지 유창한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긴장해서 버벅거린 면도 있긴 하겠지만 앞으로 해외 작품에 안정적으로 캐스팅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을 유창하게 키울 필요성은 있습니다. 이건 정호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호연의 영어는 이정재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역시 네이티브 수준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사실 배우들은 대사를 외워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네이티브 수준의 유창한 실력은 아니더라도 작품에 무리 없이 출연할 수 있기는 합니다. 탕웨이가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데도 대사를 외워서 ‘헤어질 결심’에서 안정적인 한국어 연기를 보여주었고 스티븐 연도 완벽한 네이티브 수준의 한국어 실력은 아니지만 한국 작품에서는 대사를 외워서 자연스러운 한국어 연기를 보여줍니다. 정호연과 이정재는 이미 ‘디스클래이머’와 ‘디 애콜라이트’에 각각 캐스팅되었으니 영어 연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은 해외 제작사에 충분히 입증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막상 작품의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 작품들 다음으로 꾸준히 해외 작품의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영어 연기에서도 흠이 잡힐만한 부분은 되도록 노출하지 않아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정호연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부터 꾸준히 영어 스크립트를 읽는 연습을 해왔고 이정재 또한 완벽하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도 해외 시상식이나 여러 미디어에 출연할 때 적극적으로 영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정말로 한국 배우로서 세계적인 월드 스타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부딪히고 도전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재의 경우는 외모가 닮아서 그런지 손흥민 같은 운동선수 느낌도 나고 있어요. 어느 분야든 특출한 인재는 다 그럴 테지만 특히나 운동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때 마치 ‘나라를 대표하는’ 자부심 같은 걸 기본 마인드에 장착한 듯한 모습과 태도를 많이 보여주죠. 이정재가 현재 보여주는 월드 스타를 향한 패기 있는 도전의 모습은 세계 빅리그에 도전하는 한국의 대표 운동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정재뿐 아니라 정호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패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면 배우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월드 스타의 행보에 도전하고 있는 정호연 쪽이겠죠. 세대도 성별도 다른 두 배우가 나란히 오징어 게임의 히트를 통해 ‘월드 스타인 한국 배우’의 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앞에 ‘월드’가 붙어 있는 만큼 당연히 이 도전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시상식 무대에 당당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미래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정재와 정호연은 이미 월드 스타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도전할 첫 번째 해외 작품에서 큰 성공을 이루고, 그 후에도 꾸준히 세계에서 활약하는 월드 스타의 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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