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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이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헤어질 결심의 아카데미상

by 대서즐라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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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과 역량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시대가 개막되면서 한국 콘텐츠들은 날개를 달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죠. 넷플릭스의 월드 랭킹 상위권에서 한국 작품을 보는 것은 이제는 매우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영화 ‘카터’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같은 작품들이 월드 랭킹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브로커’는 남우주연상(송강호), ‘헤어질 결심’은 감독상(박찬욱)을 수상했습니다.

 

이런 한국의 대표 콘텐츠들이 전 세계의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위상과 영향력을 가진 시상식에서 다시 큰 성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바로 TV 부문 최고의 시상식인 에미상과 영화 부문 최고의 시상식인 아카데미상입니다. 이 최고 권위의 두 시상식을 노리는 작품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헤어질 결심’입니다.

 

오징어-게임-헤어질-결심-포스터

 

물론 에미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상식 일정도 코앞으로 다가온 오징어 게임이야 기대해볼 만한 하지만, 헤어질 결심으로 아카데미를 노린다는 얘기는 아직은 김칫국 마시는 얘기이긴 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에서 한 따까리(?) 할 거라는 건 다들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지만 헤어질 결심은 아카데미상에서 후보에 오를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미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죠.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영화입니다.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지만,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에서 한따까리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카데미 후보가 발표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고, 지금은 코앞으로 다가온 에미상에 좀 더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사실 2021년 연말과 2022년 연초까지의 미국 어워드 시즌에 오징어 게임이 골든글로브와 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굵직한 시상식에서 여러 번 수상을 했기 때문에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시 무슨 상을 받니 어쩌니 하는 상황이 좀 뒷북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에미상이 9월에 열리고 오징어 게임이 2021년 9월 17일에 공개되었으니 정말 한참 걸려서 여기까지 도달한 느낌이죠. 하지만 에미상이야말로 TV 콘텐츠 분야 최고의 권위와 명성을 가진 시상식이기에 오래 걸려서 도달한 이 시상식이야말로 오징어 게임이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는 최종 목표이자 종착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는 이런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도 아카데미 상을 받은 건 지금까지는 기생충 한 편 뿐이지만, 그 외 유럽 3대 영화제 등 다른 권위 있는 국제적인 수상 실적들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을 제외하면 큰 국제적인 실적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에미상? 아카데미야 앞으로 한국 영화들이 계속 도전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기대도 되지만 한국 드라마가 에미상의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는 건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이정재

 

굉장히 역사적인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던 순간 이상으로요. 물론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화제성만 놓고 보면 에미상이 아카데미상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기생충 때 정도의 큰 대중적인 관심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의미 자체는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해요.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정호연, 박해수, 오영수 등 후보로 오른 배우들, 그리고 여러 관계자들이 에미상에 참석하는 것 자체도 대단한 순간이지만, 굵직한 부문에서 수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매우 유력하다까지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작품상이나 남우주연상(이정재), 연출상(황동혁) 중에서 한 개 이상을 받는 것인데, 역시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셋 다 가능성은 있지만 유력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 메인급 세 개 부문 중에서 하나 정도는 챙겨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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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최소 2개 이상의 트로피는 들어 올리면 좋겠어요. 정호연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고 남우조연상에는 오영수와 박해수 2명이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역시 정호연이 수상하면 화제성은 가장 클 테지만(특히 정호연은 이미 차기작이 알폰소 쿠아론의 ‘디스클레이머’로 확정되었고 앞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여배우가 될 테니까요) 오영수나 박해수가 받아도 아주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프라임타임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오른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이라고 합니다. 골든글로브는 워낙에 보수적이라 비영어 작품인 오징어 게임에 텃세를 부린 느낌이었는데(오영수에게 남우조연상 주면서 최소한만 챙겨준 수준) 에미상은 어떤 성향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작품 자체만 놓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비영어 작품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관점도 작용할 거라고 보거든요. 골든글로브처럼 텃세를 부릴 수도 있고, 반대로 다양성과 국제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오징어 게임을 우대해줄 수도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오영수-골든글로브-남우조연상-수상

 

미국 대중문화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다양성과 PC을 추구하는 이념 경향이 아시아의 대표 콘텐츠로 우뚝 선 한국 작품들이 미국 시상식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굳이 그런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긴 하지만요.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의 수상 기대도 그렇고, 헤어질 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미상이라는 최종 종착지만을 남겨둔 오징어 게임과는 달리 헤어질 결심의 ‘미국 공략’은 이제 시작입니다. 유럽 3대 영화제 정도는 아니지만 북미에서 상당히 권위가 있는 토론토 국제 영화제와 뉴욕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이 공식 초청되어 상영할 예정이고, 두 영화제는 각각 9월과 10월에 열립니다. 그리고 10월 14일에 미국에 정식으로 개봉합니다.

 

미국에 정식으로 개봉하면 그때부터 본 게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로튼토마토에 40개 가까이 비평 리뷰가 올라왔지만 미국 개봉 후에 200~300개의 리뷰가 쌓일 테고 그 종합적인 평가로 미국 어워드의 성과를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흥행에서는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테지만 평가는 분명 좋게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로튼토마토 평점이 높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헤어질 결심은 충분히 높은 비평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헤어질-결심-로튼토마토

 

사실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로 가는데 은근히 까다로운 1차 관문으로 여겨졌던 것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 선정이었습니다. 과거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출품작 선정에서 ‘크로싱’이나 ‘맨발의 꿈’ 같은 턱도 없는 작품들을 선정해버린 적이 있었으니까요. 이번에도 만약 ‘헤어질 결심’을 선정하지 않았다면 한바탕 뒤집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다른 가능성에 대해 못을 박아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한국 영화계의 현재 상황에서는 봉준호와 박찬욱이라는 두 감독의 작품이 아니면 아카데미에서 후보로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안전빵이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더라도 가장 믿고 내보낼 수 있는 감독들이고, 특히 ‘헤어질 결심’처럼 누가 봐도 이건 제대로다 싶은 작품이 나왔다면 그냥 닥치고 팍팍 밀어주는 게 당연한 거죠.

 

탕웨이-박해일

 

봉준호와 박찬욱. 사실 이 감독들에 대해 찬양하면서도 이 두 사람을 잇는 새로운 거장 한국 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이 조금 답답하긴 합니다. 마치 손흥민이 은퇴한 이후 한국 축구계가 걱정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운동선수에 비해 영화감독의 활동 수명은 엄청 길다는 점인데... 그래도 언제까지나 이 두 감독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거장 감독이 나와야죠. 축구에서도 손흥민을 잇는 선수가 나와야 하고요.

 

아무튼 일단 현재는 봉준호와 박찬욱이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입니다. 그중 봉준호는 이미 아카데미에서 국제영화상뿐 아니라 감독상에 작품상까지 받았죠. 물론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는 건 너무 어려운 도전입니다. 봉준호도 받았으니 박찬욱도 받아야지~라는 소리가 나올만한 부문은 역시 현실적으로 한국 영화가 노려볼만한 수상인 ‘국제영화상’입니다. ‘노려볼만한’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한국 영화 역사에서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기생충 한 편뿐입니다. 즉, 그저 ‘후보에만 올라도’ 엄청난 성과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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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미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주요 부문 수상까지 노리고 있는 오징어 게임과 달리 헤어질 결심은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그것만 이루어도 일단 ‘한 따까리’는 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탕웨이가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테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더욱 증폭시켜줄 테니까요. 특히 김신영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을 본다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목표이긴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이미 칸 영화제 감독상도 받았고 올해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쟁쟁한 해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습니다. 국제영화상 후보는 물론이거니와 수상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그 외 다른 시상 부문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다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에서 복수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탕웨이

 

저 개인적으로는 역시 가장 욕심이 나는 부문은 시상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우주연상입니다. 이 영화에서 탕웨이가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칸 영화제에서도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이 아니라 여우주연상을 기대했었다고 밝히기도 했었죠. 외국 배우가 한국 영화에 출연해서 큰 상을 받는다면 해외의 재능 있는 인재들이 한국 문화 산업으로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인재들이 미국 할리우드로 몰려드는 것처럼, 한국도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어 세계의 인재들이 몰려들게 만들어야죠.

 

오징어 게임과 헤어질 결심. 에미상과 아카데미상에서 꼭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이 두 작품은 이미 세계에 자랑할만한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의 대표 작품들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이미 전 세계 어마어마한 수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헤어질 결심도 2022년에 나온 가장 뛰어난 영화 중 하나로 세계 영화 팬들에게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 산업에서 이런 자랑스러운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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