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에서 천만 관객 영화는 모두 27편이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2003년에 나온 실미도이니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4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온 셈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졌고 2019년에는 한해에 무려 다섯 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면서(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 2) 정점을 찍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이전 10년 동안(2010년~2019년)은 연평균 2.1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으며 5년 동안(2015년~2019년)은 연평균 2.6편입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천만 관객 영화가 뚝 끊겼습니다. 천만은 고사하고 그 절반인 500만 관객조차 2년 동안 나오지 않다가 2021년 연말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500만을 넘어 최종 755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극장가에서 흥행다운 흥행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부터 극장가에 흥행 영화가 실종된 것은 모두가 아는 대로 코로나 때문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도 755만 관객으로 상당히 흥행했지만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천만 관객도 충분히 가능한 영화였습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코로나 이후 첫 천만관객 도전할까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나온 마지막 천만 관객 영화는 2019년 1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 2’입니다. 사실 이 무렵부터 ‘중국 우한에서 폐렴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 인터넷으로 전해지면서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2020년 1월부터 한국에도 확진자가 발생했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코로나 시국’이라는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 시국이 된 것이 만으로 2년이 지났는데, 전문가들은 몰라도 보통 사람들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코로나 시국의 종결이 훨씬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하루 확진자 수십만을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하면서 이제는 통제고 뭐고 다 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코로나의 위협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기에 진정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당연히 극장가도 계속 침체되어 있고요.
심지어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극장들이 티켓 요금을 대폭 인상했고 OTT가 널리 보급되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정말 최악의 경우 이대로 극장 산업은 무너져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 시국에도 옆 나라 일본에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월드와이드 흥행 18억 불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올렸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도 터질 영화는 터진다, 라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터질 영화’들이 많이들 개봉을 연기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봉을 연기하는 것이 점점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그동안 개봉을 연기했던 흥행 기대작들이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극장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2022년에는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올 거라고 오래전부터 예상해왔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2022년 즈음에는 코로나가 많이 진정될 거라고 낙관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연말에 개봉할 아바타 2 때문입니다.
아바타 1편은 2009년에 개봉해서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당시에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바타의 속편이 나오면 천만 관객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었죠.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요.
하지만 코로나 시국은 예상과 달리 길어지고 있고 이제는 천만 관객은 따놓은 당상인 영화 ‘아바타 2’조차 코로나 시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바타 2가 천만 관객 돌파를 할지의 예상에 대해서 두 가지 가정을 적용해야 합니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현재 시점이 2022년 4월이니 아바타 2 개봉까지 8개월이 남아 있는데, 이 기간 동안에 코로나가 진정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당연히 아바타 2의 흥행 예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가 충분히 진정이 되면 천만 관객 돌파는 매우 유력하다고 예상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거나 조금 나아지는 정도라면 천만 관객 돌파를 쉽게 낙관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역시 코로나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극장에서 천만 관객 영화는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 쪽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55만 명을 동원했으니 아바타 2 정도라면 800만을 넘어 900만 언저리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 코로나 시국에 극장에 가기를 꺼려하는 관객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몇백 만 명을 더 채우는 것이 매우 버거워 보입니다.
사실 극장은 현재 음료 외에는 취식도 안되고 관객 모두 대화도 없이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으니 코로나 감염에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밀폐된 공간에 수십~수백 명이 앉아 2~3시간씩 호흡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앞에서 언급했듯 이런 상황에서도 터질 영화는 터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 있습니다. 아바타 2는 당연히 ‘가장 대박 터질만한 영화’이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도 천만 관객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직 개봉이 8개월이나 남아서 코로나 시국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상태로 개봉할 가능성도 높고요. 현재로서는 2022년 개봉 예정 영화 중에서는 단연 천만 관객 후보 최우선 순위에 올릴 수밖에 없는 영화가 바로 아바타 2입니다.
물론 뜬금없는 변수 중 하나는 아바타 2가 개봉을 연기하는 상황입니다. 그럴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이미 미션 임파서블 7, 더 플래시 등 2022년 개봉 예정이었던 기대작 여러 편이 2023년으로 개봉을 연기한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아바타 2가 개봉을 연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바타는 시리즈가 무려 5편까지 계획되어 있는데, 이미 당초 일정보다 상당히 늦어진 상황이라서 더 이상 개봉이 연기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설마 하는 불안감은 있지만 부디 예정대로 12월에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개봉 예정 외국 영화 기대작 순위 TOP 30
2022년에 천만 관객에 도전해볼 만한 영화는 아바타 2 한편만은 아닙니다. 아바타나 어벤져스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지만 본래 한국 극장가에서 천만 관객 가능성이라면 외국영화보다는 한국영화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27편 중에서 외국영화는 8편이고 한국영화는 19편입니다. 편수로는 2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거죠.
특히 한국영화는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강합니다. 괴물, 해운대, 명량, 부산행, 택시운전사 등 수많은 천만 관객 한국영화가 여름 성수기에 나왔습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여름 성수기에 암살, 베테랑이 나란히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이른바 ‘쌍천만’ 신화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한국영화 연간 최고 흥행작은 여름 성수기에 나왔습니다. 2020년에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35만 명을 기록했고(사실 2020년 연간 순위로는 1월에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이 475만 명으로 1위이지만 본격적인 코로나 시국이 2020년 3월부터 시작이었기에 코로나 시국 이후 기준으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2020년 최고 흥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모가디슈가 361만 명으로 한국 영화 중 연간 1위였습니다. 2021년 한국 영화 연간 2위인 싱크홀(219만 명)도 여름 성수기 개봉작이었고요.
물론 코로나 시국 이후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500만 관객을 넘지 못했고 여름 성수기에 최대한 관객을 모아도 3~400만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 시국 때문에 진짜 천만 관객 수준의 대흥행을 노리는 최상급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룬 것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류승완의 ‘모가디슈’ 정도라면 확실히 한국 영화 중에서는 최상급의 대작이고 코로나 시국이 아닌 상황에서 성수기 흐름을 잘 탔다면 천만 관객 가능성도 있는 영화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모가디슈보다 더 윗급이라고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이 영화들은 코로나 때문에 계속 개봉을 미루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두 편의 기대작이 바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과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입니다.
비상선언은 원래는 2021년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이었던 영화입니다. 2021년 5월에 칸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했기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2021년 여름 성수기에 한국 극장에 개봉할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요. 하지만 결국 개봉하지 않았죠. 영화 정보 사이트에 비상선언이 ‘2021년 개봉 예정’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여름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추석 시즌이나 연말연시 성수기에는 개봉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확정된 개봉 시기는 2022년 설 시즌이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설에 개봉한다고 발표하고 얼마 뒤에 또다시 개봉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 ‘비상선언’ 또 개봉 연기? 도대체 언제 개봉할까
이렇게 되면 사실상 2022년 상반기 개봉도 물 건너 간 셈이라, 칸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첫 상영을 한 이후로 1년 이상 개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상선언의 가장 유력한 개봉 시기는 당연히 2022년 여름 성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까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또 연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고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한국 영화계의 톱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항공 재난 소재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단연 현재 제작 중이거나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들 중 최상급의 기대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도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2014년에 개봉해 무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현재까지도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량’의 후속작입니다. 후속작이긴 하지만 명량 전투보다 앞선 한산도 대첩을 다루는 내용이라서 명량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순신 역의 배우까지도 최민식에서 박해일로 변경되어서 같은 시리즈라는 정체성이 조금 애매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이 그대로 연출을 맡았으니 ‘이순신 삼부작’이라는 하나의 시리즈로 묶이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삼부작의 마지막 편인 ‘노량: 죽음의 바다’ 또한 이미 촬영이 끝나서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면 2022년 여름 성수기와 2023년 여름 성수기에 1년 차이로 개봉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변수는 코로나죠. 2022년 여름 성수기까지도 코로나가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이라면 ‘한산: 용의 출현’도 개봉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상선언이야 이미 프리미어 상영을 한 상황이라 1년 이상 계속 미루기가 난감한 입장이지만, 한산은 그런 상황도 아니니까요.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제 3개월 남은 여름 성수기 상황도 잘 예측이 안됩니다. 다만 저는 ‘비상선언’과 ‘한산: 용의 출현’ 모두 2022년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상이라기보다는 기대죠. 사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이제는 거의 코로나 시국 이전처럼 정상 개봉하고 있는데 한국 영화 대작은 극장에 너무 개봉을 안 해서 좀 답답한 상황이거든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을 봤으니 무조건 코로나 때문에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부딪혀 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코로나 상황 때문에 비상선언과 한산 모두 여름 성수기에 개봉해도 천만 관객의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코로나가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에 외국영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중장년~노년층 관객이 선호하는 한국영화는 흥행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때문에 극장 개봉을 계속 미루기만 하는 것도 최선의 길은 아닙니다. 이러다가 아예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2차 시장으로 직행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코로나 시국 이후 극장가가 침체된 것은 코로나 자체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작 영화들 상당수가 개봉을 미룬 것도 핵심적인 원인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라도 터질 영화는 터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 분명히 있으니 비상선언이나 한산 정도의 대작이라면 충분히 초대박 흥행에 도전해볼 만합니다.
그 외에 올해 개봉한다고 확실히 못을 박은 ‘마녀 2’, ‘범죄도시 2’ 같은 기대작들도 있고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과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도 이미 오래전에 촬영을 마치고 개봉 시기를 가늠하는 중입니다. 이런 기대작들이 모두 2022년에 개봉하면 극장가의 침체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또한 이제 개봉이 코 앞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시작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까지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마블 영화들이 세 편이나 2022년에 개봉할 예정이고 그 외에 ‘탑건: 매버릭’,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같은 기대작 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기대작들이 모두 극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연말에 아바타 2가 대미를 장식하면 코로나의 침체기를 완전히 극복해낸 2022년 극장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극장가 흥행뿐 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코로나 상황도 많이 진정되어 부디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2022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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