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의 축제인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022년 3월 28일 오전(미국 현지 시각 3월 27일 밤)에 LA 돌비 극장에서 열렸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최고의 평가를 받은 쟁쟁한 영화들이 각 부문에서 경합한 가운데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코다'가 수상했고 미국 외 다양한 국가의 영화들에 수여되는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모두의 예상대로 일본 영화인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돌아갔습니다.
2020년에 기생충, 2021년에 미나리(여우조연상 윤여정)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한국 영화나 한국인이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는 아니라도 여러 명의 한국인 배우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바로 지난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서 올해 남우조연상의 시상을 맡게 된 윤여정과 윤여정의 파트너로 시상식에 참석한 이서진, 그리고 국제영화상을 받은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출연자 자격으로 시상식에 참석한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입니다.
윤여정과 이서진
많은 시상식들이 그렇듯이 아카데미 역시 지난해 수상자가 올해 시상자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에 윤여정이 ‘미나리’로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기에 올해 시상자로서 참석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고 코로나 시국 등 변수가 있었지만 다행히 윤여정이 시상식에 참석해 남우조연상 시상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습니다.
보통 시상식의 주요 후보 작품 관련 인물들은 해당 영화에 참여한 배우 및 제작진들과 ‘팀’으로서 시상식에 참석하지만 시상자의 경우 팀이 아닌 개인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보통은 배우자나 가족 등을 파트너로 동반합니다. 특히 여배우의 경우 레드카펫을 뻘쭘하게 혼자 걷기보다는 남성 파트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합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윤여정의 파트너로 참석한 인물은 바로 배우 이서진입니다. 이서진은 과거 나영석 PD의 예능 ‘윤식당’과 ‘윤스테이’에서 윤여정과 함께 출연해서 가까운 사이이고 최근 두 사람이 또다시 나영석 PD와 새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 중이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함께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이 시상식에 참석한 상황과 후일담 등이 새 예능 ‘뜻밖의 여정’에서 그려질 예정입니다.
윤여정과 이서진은 한국인 배우로서 당당히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윤여정은 시상식 본무대에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처음은 늘 그렇듯이 재치 있는 위트로 시작했습니다. 윤여정은 “작년에 내가 상을 받을 때 시상자가 내 이름을 잘 못 발음해서 불만이었는데 올해 내가 후보자들의 이름을 보니 나도 이 분들 이름을 잘 못 발음할 거 같다, 미리 사과드린다”라는 농담을 하여 시상식장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윤여정의 농담에 미소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배우 이야기] 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
이어진 수상자 발표에서도 윤여정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는 ‘코다’의 ‘트로이 코처’인데 이 배우는 작중 역할과 동일하게 실제로도 청각장애인입니다. 이에 윤여정은 수상자를 발표할 때 말로 하기 전에 우선 수어로 발표를 먼저 하고, 그 후에 말로 트로이 코처를 호명했습니다. 그리고 트로이 코처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건네주고 축하를 한 후에, 다시 오스카 트로피를 자신에게 달라고 하여 트로이 코처가 양손 수어로 수상 소감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대신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런 윤여정의 배려 깊은 모습은 윌 스미스가 사회자 크리스 락의 따귀를 때린 장면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출연자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걸작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 영화이긴 하지만 한국인 배우도 세 명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가후쿠(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데 다양한 국적의 출연자를 캐스팅해서 다중 언어로 공연하는 연극 연출 방식으로 유명한 연출가입니다. 그가 영화에서 공연한 체호프의 연극 ‘바냐 아저씨’에는 다양한 국적의 출연자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연기를 했고 이 중 박유림과 안휘태가 한국인 배우로서 출연했습니다.
미국 시상식 휩쓰는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도 가능?
여기서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안휘태는 한국어 연기를 했지만 박유림은 그냥 한국어가 아닌 ‘한국어 수어’로 연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박유림은 바냐 아저씨에서도 비중이 큰 배역인 소냐 역할을 맡아서 바냐 아저씨 유명한 마지막 대사를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뒤에서 끌어안은 상태로 수어로 표현해서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라고 할만한 좋은 장면을 완성시켰습니다. 영화 전체로 보면 아주 큰 비중의 배역은 아니었지만 작중 수어로 연기하는 배우로서 아주 인상 깊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기에 ‘드라이브 마이 카’의 훌륭한 작품성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극의 출연 배우가 아닌 연극 주최 측 인물로 출연한 진대연 역시 꽤나 비중이 있는 조연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를 했습니다. 사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본래 부산에서 촬영할 계획이었다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촬영하게 된 영화라서 처음부터 한국과 관련성이 높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인 배우가 세 명이나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받는 기쁨의 순간에도 한국인 배우들이 참석해서 함께 기쁨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2020년의 기생충이나 2021년의 미나리를 생각하면 올해 아카데미는 확실히 한국인 입장에서는 관심도가 떨어지지만 윤여정, 이서진,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라는 한국인 배우들이 시상식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낸 것은 매우 뿌듯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세계적인 무대에 한국인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좋은 성과도 많이 내서 한국의 문화 예술의 위상을 더욱 드높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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