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이슈

오징어게임 오영수 수상했지만, 2022 골든글로브 결과가 찜찜한 이유

by 대서즐라 2022. 1. 10.
728x90
반응형

 

미국 현지 기준 2022년 1월 9일, 한국 기준 2022년 1월 10일 낮에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넷플릭스의 히트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일남’ 역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여 2022년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텔레비전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오영수 배우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인 배우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과거에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수상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 국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배우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영수-골든글로브-남우조연상

 

우선 오영수 배우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1944년 10월 출생인 오영수는 현재 만 77세의 나이로 5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입니다. 다만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왔기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 최고의 히트작 오징어게임에 출연하게 되어 단숨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오일남 역의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이라는 큰 영예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은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의 힘을 다시금 세계에 인정받은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까지 미국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3년 연속으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커다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혹은 아시아인으로서 이번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결과는 조금 찜찜하게 여겨지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남우조연상 외에 후보로 오른 부문이 2개 더 있습니다. 바로 이정재 배우가 후보로 오른 남우주연상과 시상식의 가장 큰 상인 작품상입니다. 오영수가 수상한 남우조연상까지 총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 중 1개 부문 수상에만 그친 것이죠.

 

넷플릭스-히트드라마-오징어게임
오징어 게임

 

물론 3개나 후보에 올랐는데 하나 밖에 못 받았다고 아쉽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큰 시상식에서 단 하나의 상이라도 받는 것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골든글로브 후보로 오른 것 자체가 이미 최초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는 다수의 배우들과 제작사들이 시상식 보이콧을 했고 심지어 방송 중계조차도 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보이콧에 동참했기에 오징어게임 관련 인물들도 모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상을 받은 오영수 역시 참석하지 않았고요.

 

이번 보이콧 사태의 원인은 골든글로브가 그 동안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행태를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영 주체의 폐쇄적인 운영과 불투명한 재정 관리로 인해 많은 내부적인 부정부패가 발생했고 결국 이것이 큰 스캔들로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작년 제78회 시상식에서 흑인 감독이 연출하거나 흑인 배우가 주연인 영화들이 한 편도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영화 ‘미나리’는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차별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미나리-외국어영화상
미나리

 

이에 대해 많은 영화인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톰 크루즈는 그동안 골든글로브에서 받은 3개의 트로피를 모두 반납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성토 분위기가 이어지며 2022년에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많은 제작사와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한 가운데 초라하게 열리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골든글로브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번 제79회 시상식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을 주요 3개 부문이나 후보에 올린 것을 보며 드디어 골든글로브가 달라지는 것인가 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반응형

 

결국 오징어게임은 골든글로브 트로피 하나를 거머쥐게 되었습니다....만, 후보로 오른 3개 부문 중에서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남우조연상이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수상도 분명 큰 쾌거이고 수상자인 오영수 배우는 충분히 자격이 있지만, 골든글로브 측에서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에 시상식의 ‘주역급’에 해당하는 남우주연상이나 작품상은 주기 싫어서 남우조연상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게 되는 것입니다.

 

오징어게임은 이미 미국의 또 다른 권위 있는 시상식인 고담 어워즈에서도 최우수 장편 시리즈와 최우수 연기상(이정재) 후보에 올랐고 이 중 최우수 장면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2021년 최고의 화제 드라마였고 미국에서 인기도 엄청났으며 평가도 좋기 때문에 충분히 골든글로브에서도 주역급 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골든글로브가 ‘변화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에 주역급 상을 수여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징어게임-고담어워즈-수상

 

만약 오징어게임이 작품상이나 남우주연상을 받거나 2개 부문 이상을 수상하는 등 이번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주역급의 작품으로 우뚝 섰다면 분명 ‘골든글로브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3개 부문 중에서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남우조연상을 수여함으로써 딱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오징어게임을 대우해준 인상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만약 상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면 엄청 욕을 먹었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니까요.

 

분명 한국 드라마가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은 것이니 매우 기쁘게 여길 일이지만 이런 애매한 뒷사정 같은 것이 엿보이는 결과라서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오징어게임 뿐 아니라 또 다른 아시아 작품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걸작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이번 골든글로브에서의 결과가 조금 찜찜합니다.

 

니시지마-히데토시-드라이브-마이-카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 영화이지만 현재 미국의 주요 비평가 협회상에서 다수의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이번 어워드 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2년 전의 ‘기생충’처럼 아시아 영화로서 미국의 수많은 시상식을 석권하고 최종 단계인 아카데미에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골든글로브에서는 여지없이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작품상 등 주요부문 후보에 올리지 않았고 외국어영화상을 주는데 그쳤습니다. 기생충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기생충은 작품상 후보에는 못 올랐지만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는 올랐는데 드라이브 마이 카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와 주연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여러 미국 비평가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음에도 골든글로브는 이들을 끝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외국어영화상은 수상했지만 보다 무게감 있는 시상식의 주역급 수상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배척당한 것입니다. 기생충도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어도 수상은 외국어영화상에만 그쳤기에 계속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728x90

 

즉,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아시아 작품이 두 편이나 성과를 올렸지만 본질적으로 골든글로브를 향한 비판을 뒤집기에는 턱도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집기는 고사하고 그냥 ‘욕먹기 싫어서 (아시아 작품들에)최소한의 대우만 해준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징어 게임과 드라이브 마이 카는 모두 이런 큰 시상식에서 주역급으로 우뚝 설 자격이 충분한 작품들이거든요.

 

골든-글로브-트로피

 

오징어게임의 오영수 배우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국적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분명 한국 문화 산업의 큰 쾌거이고 한국인으로서 크게 기뻐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비판과 보이콧 속에 진행된 제79회 골든글로브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화제의 아시아 작품들에 최소한의 대우만을 해주는 등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골든글로브는 지금보다 더더욱 권위를 잃고 추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영수 배우가 수상한 골든글로브 트로피가 그 이름에 걸맞은 값어치로 미래에도 계속 빛날 수 있도록 향후 골든글로브가 부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