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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사황’ 천냥광대 버기 (만화 원피스)

by 대서즐라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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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첫 화를 시작하여 현재 25년째 연재 중이고 단행본만 100권을 넘긴 전설의 레전드 소년 만화 ‘원피스’가 드디어 최종 에피소드로 돌입했습니다. 독자들에게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와노쿠니 편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온 후 최근 진행되는 스토리들은 매화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안 좋은 반응들을 모두 불식시키듯이 엄청나게 흥미를 유발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내용은 ‘천냥광대 버기’의 신사황 등극일 것입니다.

 

사황-천냥광대-버기

 

물론 버기가 사황에 등극한 것이 엄청나게 예상 밖의 전개인 것은 아닙니다. 버기가 허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빵빵한 과거 경력과 스스로를 부풀리는 허세력, 그리고 모든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운빨’의 작용으로 신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대해적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 이미 오래전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와노쿠니 편이 끝나자마자 버기의 사황 등극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덜컥 꺼내버린 것은 역시 이런 레전드 만화를 연재하는 오다 작가의 만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한 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기의 사황 등극 소식은 정말 오랜만에 만화 관련 소식으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거리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이제 최종 에피소드로 돌입하는 원피스가 와노쿠니 편의 난잡하고 지루한 전개에 다소 느슨해졌던 독자의 집중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비책으로서 버기의 사황 등극은 가장 완벽한 카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신의 한 수’입니다. 그야말로 ‘위기에 빠진 원피스를 구하러 버기 신이 강림하였도다!’라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원피스가 딱히 위기에 빠진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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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레전드 히트 만화’ 정도가 아니라 ‘역대 최고 레벨’에서 노는 만화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최종 에피소드에서 압도적인 재미와 완성도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카이도와의 결전에서 루피의 니카 각성이라는 최강의 카드를 이미 써버린 상황에서 최종 에피소드의 임팩트 있는 시작은 ‘신사황’ 버기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버기는 최종 에피소드의 시작 임팩트뿐 아니라 향후 남은 전개 전체를 지배할지도 모르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버기가 만화 원피스의 최종 에피소드를 책임질 ‘조커’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중에 ‘조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캐릭터가 이미 존재하긴 하지만(돈키호테 도플라밍고) 이건 그저 작중 별명일 뿐이고 진정한 조커 캐릭터가 중요한 순간에 튀어나오게 만드는 일종의 연막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버기는 그저 별명 수준이 아니라 그냥 생긴 자체가 조커잖아요. 처음에는 의도한 게 아닐지 몰라도 작가 스스로도 버기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조커 역할로 써먹어야 할 캐릭터’라고 설득을 당했을 거 같아요.

 

버기-디자인

 

버기는 이 작품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원피스는 배틀 만화답게 거의 모든 전개를 힘(싸움)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버기는 힘이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현재 원피스의 최종 에피소드 구도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가지는 것이죠. 드래곤볼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미스터 사탄이 최종 결전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대활약을 보여주며 배틀 만화의 안티테제 캐릭터로 우뚝 선 것처럼 버기 또한 그런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캐릭터 이야기] 미스터 사탄 (드래곤볼)

 

[캐릭터 이야기] 미스터 사탄 (드래곤볼)

미스터 사탄 (드래곤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한 명 꼽으라면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드래곤볼의 캐릭터 ‘미스터 사탄’을 꼽습니다. 그저 제 취향에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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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스터 사탄이 먼저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버기가 비슷한 활약을 보여준다고 해도 미스터 사탄의 오마쥬 정도로만 평가받을 겁니다. 버기는 미스터 사탄이 도달했던 지점보다 더 멀리 나아가야 하고, 그럴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의 유명한 대중문화 창작물에 등장한 캐릭터 중에서 제가 버기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김용의 무협 소설 ‘녹정기’의 주인공 위소보입니다. 위소보는 무협 소설의 주인공인데도 무공을 전혀 못한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혁명적인 캐릭터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무협지나 여러 장르 소설에서 별의별 희한한 컨셉이나 설정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녹정기는 1970년대에 나온 작품입니다. 그런 과거 시대에 위소보 같은 혁명적인 무협지 주인공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신필 김용의 위대함을 엿볼 수가 있는 것이죠.

 

위소보는 무공을 전혀 못함에도 특유의 말재주와 처세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운빨까지 더해져 어마어마한 권력과 부를 얻게 되고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을 수하로 거느리며 무려 일곱 명이나 되는 아름다운 부인을 얻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김용 소설에서 가장 행복한 결말을 맞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이야기] 방이 (녹정기)

 

[캐릭터 이야기] 방이 (녹정기)

방이 (녹정기) 녹정기는 최고의 무협 소설 작가인 신필 김용이 쓴 15작품(단편인 월녀검 포함) 중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입니다. 무협 소설의 거장 작가가 쓴 작품이니만큼 녹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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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황의 자리에 오른 버기의 모습은 어마어마한 권력의 위세를 뽐내던 위소보의 모습과 굉장히 닮았습니다. 녹정기가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긴 하지만 오다 작가가 이 소설을 읽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데요. 만약에 소설을 읽었다면 향후 버기의 행보에 녹정기의 내용이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죠. 안 읽었더라도 현재 버기의 포지션을 보면 위소보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요.

 

무협지 세계관에서 힘이 약한 위소보는 언제나 위기에 처하고 궁지에 몰립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의 상황을 위소보가 운과 기지로 극복해내는 것이 녹정기의 주된 내용인데 버기 또한 현재 사황의 자리에 올랐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호크와 크로커다일이 표면적으로는 버기를 추대했지만 실상은 둘 중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버기를 죽일 수가 있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죠. 그뿐 아니라 현상금 31억이 넘는 대해적이자 사황이라는 위상과 명성 또한 그에 걸맞은 힘을 전혀 가지지 못한 버기의 목숨을 너무나도 위태롭게 만들고 있죠. 해군에서 전투력 측정기 레벨인 중장급 하나만 와도 1대 1로 마주치면 큰일 날 상황인데 앞으로 세계 규모의 대전쟁이 벌어지면 버기는 끊임없는 위기의 상황에 봉착할 것입니다.

 

버기의-위기

 

사실 버기를 최종 에피소드의 ‘조커’ 캐릭터로 활약시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버기를 강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배틀 만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듯이 원피스에도 ‘각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당장 주인공 루피부터가 고무고무 열매가 니카로 각성하면서 세계관 최강자 급의 무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버기가 먹은 동강동강 열매가 지금까지는 개그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각성했을 때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많은 독자들에게 너무 쉽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패기’라는 설정도 있죠. 밀짚모자 해적단 멤버 중에서도 특히 무력이 최약체 수준인 우솝도 어마어마한 위력의 견문색 패기를 각성했는데 뜬금 버기가 강력한 패왕색 패기를 각성한다고 해도 이상한 전개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 버기는 끝까지 약해빠진 캐릭터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오다 작가의 계획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으로 봤을 때 역시 버기를 끝까지 약한 캐릭터로 남게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갑자기 버기가 강해진다고 하면 최종 에피소드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만들 수 있고 꽤 재미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버기가 약해빠진 캐릭터로서 다양한 기지와 운빨로 세계 멸망급 스케일의 대전이 벌어질 최종 에피소드에서 대활약을 펼치는 내용이 완성도 높게 그려진다면 원피스라는 작품 전체의 평가를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 활약이 드래곤볼의 미스터 사탄 수준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해적왕이나 그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업적과 위상을 이루는 수준이라면 그 내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치도록 흥분될 정도입니다. 그런 결말에 도달하려면 그 과정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재미있고 놀라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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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버기가 최종 에피소드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과 활약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버기는 원피스의 주인공이 아니고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까지는 ‘비중 있는’ 조연조차도 아닙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조커라는 포지션의 가능성도 품고 있는 것이지만 최종 에피소드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묻혀버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버기에 대해서는 어떤 종류의 ‘믿음’을 품고 있습니다. 낮은 가격대에서 빌빌 거리는 코인이 언젠가 백배, 천배 떡상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큰돈을 때려 박는 것처럼요. 저는 원피스의 최종 에피소드가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읽은 모든 만화 중에서도 거의 최고라고 할 정도로 끝내주게 재미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원피스 세계관의 캐릭터 포지션과 세력 구도를 봤을 때 버기의 활약 여부가 최종 에피소드의 재미와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조커)을 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광대-버기

 

사실 예전에 쓴 ‘유스타스 키드’의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키드의 활약에도 큰 기대를 걸었는데 와노쿠니 편을 보면서 기대감이 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키드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며, 버기와 그 밖의 많은 캐릭터들이 원피스의 최종 에피소드를 최고의 완성도로 마무리 짓는데 각각의 몫을 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핵심은 버기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대충 역할이나 활약이 예상이 되지만 버기만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조커’ 그 자체인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버기라는 조커 캐릭터의 대활약과 함께 원피스의 최종 에피소드가 부디 저의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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