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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야기

[캐릭터 이야기] 이니드 싱클레어 (웬즈데이)

by 대서즐라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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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또 한 편의 대박 드라마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데이 아담스’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웬즈데이’.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에 이어 역대 3위(드라마 첫 시즌 중에서 역대 2위)의 기록을 세운 흥행으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그냥 대박입니다. 국내 인터넷에서는 조금 취향을 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저는 너무 취향에 맞아서 미친 듯이 몰입해서 8부작을 순식간에 다 봤습니다.

 

모두가 간단히 동의하겠지만 웬즈데이는 내용의 재미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일단 주인공인 웬즈데이부터가 역대급인 캐릭터죠. 제나 오르테가는 웬즈데이 이전부터 대세 여배우 중 하나로 잘 나가고 있었지만 웬즈데이로 완전히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사실상 ‘제나 오르테가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제나 오르테가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포스팅을 준비 중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인 ‘이니드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드래곤볼에 ‘퓨전’이라는 기술이 있죠.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진 두 명의 강자가 합체하면서 단순히 일 플러스 일이 아닌 그 몇 배가 되는 무지막지한 전투력 뻥튀기를 이루게 되는 기술입니다. 웬즈데이 단독으로도 역대급의 캐릭터 매력을 보여주는 드라마인데, 여기에 이니드라는 단짝 캐릭터를 붙임으로써 그 캐릭터 케미의 효과가 드래곤볼의 퓨전을 보는 듯이 어마어마하게 드라마의 매력과 재미를 증폭시켜 줍니다.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한 마디로 ‘역대 최강 케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대-최강-케미

 

앞에서 퓨전에 비유를 했지만 사실 웬즈데이와 드래곤볼의 캐릭터 케미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드래곤볼에서 퓨전을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손오천과 트랭크스의 ‘오천크스’, 베지터와 손오공(카카로트)의 ‘베지트’인데, 이렇게 합체된 캐릭터들은 서로 성향이 유사합니다. 퓨전이라는 기술 자체도 전투력이나 성격, 체형 등 서로 닮은 두 사람이 합체할 때 특히 큰 효과가 발휘된다고 설명되기도 하고요. 반면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닮기는커녕 완전히 정반대의 성향입니다. 성격과 취향이 서로 극과 극이에요.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도무지 친해질 수가 없는 조합입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실제로 이 두 사람이 친한 친구가 될 확률은 극히 낮겠죠.

 

하지만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실제 현실이 아니라 웬즈데이라는 역대급 십덕 드라마에서 룸메이트로 만났습니다. 네, 웬즈데이라는 드라마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십덕 드라마입니다. 팀 버튼이 올해 나이가 몇입니까. 원래 십덕스러운 감독이긴 하지만 1958년생인 감독이 이렇게 미친 듯이 십덕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가 있단 말입니까. 웬즈데이는 팀 버튼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작품보다도 더 십덕스러워요. 웬즈데이의 캐릭터성도 그렇고(고양이 귀, 메이드복, 달마시안 헬멧 등을 착용하며 잔뜩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스로리 미소녀라니!) 이니드와 웬즈데이의 케미 자체도 그야말로 십덕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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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 성향의 캐릭터라고 했지만 사실 아주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두 캐릭터의 극강 케미가 발휘되는 것입니다. 바로 두 캐릭터 모두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소녀라는 점입니다. 십덕스러운 미연시 게임이나 하렘 애니에 등장하는 정반대 타입의 더블 히로인을 보는 것 같죠. 물론 미연시나 하렘 애니의 더블 히로인은 남자 주인공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서 딱히 케미가 발휘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차이가 웬즈데이라는 드라마의 핵심이죠.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웬즈데이와 이니드 모두 엮이는 남자애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밍숭맹숭한 맹탕이에요. 때문에 다른 캐릭터의 케미가 끼어들 여지가 없이 오로지 극강 매력의 두 미소녀의 케미만이 작품에 전체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웬즈데이-아담스-이니드-싱클레어

 

드라마의 제목도 ‘웬즈데이’이고 주인공 웬즈데이의 캐릭터성이 너무 강렬하고 비중이 압도적이다 보니 주인공 원톱의 드라마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의 재미와 매력, 개성을 완성시키는 핵심 캐릭터는 바로 이니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니드는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제1조연으로서 윤활유 역할도 잘하지만, 그 자신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력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생기’라는 표현이 이 작품에서 이니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함축해주는 것 같아요. 웬즈데이뿐 아니라 세계관이나 등장 캐릭터들 대부분이 어둡고 톤이 다운되어 있는데,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하이틴 장르적인 재미에서 이니드가 뿜어내는 ‘발랄한 생기’가 가장 핵심적인 재료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네버모어에서 가장 괴짜처럼 보이는 게 이니드예요. 네버모어 아카데미라는 특별한 하이틴 장르의 무대에서 혼자 정석적인 타입의 하이틴 소녀 캐릭터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비정상들 사이에서 정상이 오히려 비정상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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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시즌1의 내용은 어떤 관점에서는 이니드가 주인공인 서사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작품의 ‘플롯’이라는 것을 규정할 때 가장 간단하게 풀어내는 내용은 이것입니다. ‘주인공이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이 작품에서 당장은 잘 안 되는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웬즈데이보다는 이니드 쪽입니다. 이니드는 늑대로 각성하고 싶어 하고, 웬즈데이와 포옹을 하려고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계속 잘 안됩니다. 하지만 작품이 전개되는 동안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계기들을 통해 조금씩 길이 열리고, 결국 마지막화에서 두 가지 모두를 이루게 되죠. 하이틴 장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애 스토리 또한,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고 그와 잘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웬즈데이가 아닌 이니드입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이쪽 스토리는 맹탕이긴 하지만요.

 

이니드-싱클레어

 

웬즈데이의 메인 플롯은 아웃캐스트를 혐오하는 사악한 필그림과의 대결입니다. 이쪽 서사는 당연히 주인공인 웬즈데이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갑니다. 하지만 처음에 언급했듯 웬즈데이는 내용의 재미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최고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작품입니다. 필그림과 대결하는 메인 스토리는 크게 재미있는 편은 아닙니다.

 

‘아담스 패밀리’는 1964년에 드라마로 처음 나왔고 그 후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도 나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인기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 중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던 ‘웬즈데이 아담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매력적인 캐릭터성이 확립되어 있었습니다. 웬즈데이에서 식물학 교사 ‘손힐’ 역으로 나온 크리스티나 리치가 90년대에 아담스 패밀리 실사 영화 시리즈에서 웬즈데이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배우죠. 크리스티나 리치에 이어 제나 오르테가라는 또 한 명의 완벽한 웬즈데이 역 배우를 찾아낸 것으로 이미 이 캐릭터는 모든 게 완성되어 버린 거예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웬즈데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마치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아이돌 스타가 최고의 팬서비스를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반면 이니드는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신인이죠. 배우의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웬즈데이 이전부터 대세 배우로 잘 나가던 제나 오르테가와 대조적으로, 이니드를 연기한 엠마 마이어스는 웬즈데이 이전까지는 주목받은 커리어가 없습니다. 엠마 마이어스의 동생 이사벨 마이어스가 한국어를 엄청 유창하게 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한국에서는 더 유명한 상황이었죠.

 

엠마-마이어스

 

웬즈데이 옆에 이니드라는 캐릭터가 단짝 파트너로 붙게 된 것은 오랫동안 활동한 솔로 아티스트가 2인조 팀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배우만 새로울 뿐 웬즈데이의 캐릭터성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니드라는 캐릭터와의 조합이 일종의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웬즈데이의 캐릭터성과 서사는 더욱 넓은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이런 게 말 그대로 ‘수어지교’죠. 유비와 제갈량의 만남 이후 수어지교라는 말이 이 정도로 어울리는 캐릭터의 관계성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모든 것이 정반대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만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포용합니다. 이니드는 웬즈데이와 친해지기 위해 눈에 띄게 노력을 하고, 웬즈데이는 이니드가 다가올 때 한발 물러설지언정 도망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화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결국 포옹하면서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실 1화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너무 보기 좋은 케미가 두 사람 사이에서 흘러넘칩니다. 서로 (귀엽게)으르릉거리는 순간에도 이렇게 잘 맞는 단짝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너무 달라서 너무 잘 맞는 관계성. 흔한 것 같지만 의외로 보기 힘들거든요.

 

이니드-웬즈데이

 

성격이나 시각(컨셉)적인 케미도 있지만 이니드는 웬즈데이가 이끌어가는 메인 서사에서 기능적 보완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략(허당끼가 있지만) 캐릭터인 웬즈데이 옆에서 머슬 역할을 해주는 거죠. 웬즈데이가 여러 무술에 통달해 있고 남학생 두서넛 쯤 간단히 제압할 정도로 강하기는 하지만 의외로 기절하거나 납치되어 인질이 되는 등 약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거든요. 특히 하이드 같은 무력형 아웃캐스트 상대에게는 정면 대결로 전혀 승산이 없는데 늑대로 각성한 이니드가 이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줍니다. 유비와 제갈량의 수어지교를 언급했지만 장비나 조자룡 같은 역할도 하는 캐릭터인 것입니다.

 

시즌1이 대박을 터트인 웬즈데이는 앞으로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 시리즈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입니다. 참신하고 기발한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 정도의 거대한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이 특히 이 시리즈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원 플러스 원을 넘어서 그보다 더욱 거대하고 강렬한 매력으로 웬즈데이와 이니드는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을 이어갈 대형 프랜차이즈의 양 기둥을 튼튼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현재는 고등학교 배경이기는 하지만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사회인이 되고 각자 가정을 이루는 등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앞으로 긴 세월 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역대 최강 케미’인 웬즈데이와 이니드가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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