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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 진작에 모든 것이 고갈되었던 시리즈

by 대서즐라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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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3부작도 앞선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 3부작과 결국 비슷한 운명을 따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1편이 가장 성공하고 2편, 3편으로 갈수록 흥행과 평가가 꺾여나가는 운명...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편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봤습니다. 딱 잘라서, 재미없습니다. 이거 참! 제가 2022년 상반기 최고 외화 기대작으로 꼽았던 영화들이 모조리 전멸이네요. 더 배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까지.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상반기의 마지막 희망 두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버즈 라이트이어와 탑건: 매버릭. 특히 탑건은 현재 미국에서 개봉 후 어마어마한 평가를 받고 있어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아무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 작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평을 하자면... 사실 실망스러운 영화를 보면 ‘이 부분은 이런 방향으로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식으로 개선점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뾰족한 해법 같은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쥬라기월드-도미니언-포스터

 

총 여섯 작품으로 이어진 쥬라기 시리즈의 장대한 마무리를 하는 작품으로서 뭐랄까, 일단 할 건 다했다 라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재미없다는 건.... 그냥 처음부터, 이 시리즈는 모든 게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쥬라기 공원 3부작도 1편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성공했지만 2편, 3편으로 가면서 재미도, 평가도, 흥행도 깎여 나갔죠. 쥬라기 월드 3부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제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공룡이라는 소재는 여러 편의 시리즈를 만들 만큼 풍부한 자원을 함유한 광산이 아니었던 거예요. 한두 편 정도 만들고 나면 금세 자원이 고갈되어 버리는 그런 소재였던 거죠.

 

1993년에 나온 쥬라기 공원 1편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이후로 왜 비슷한 공룡 소재의 상업 영화들이 활발히 제작되지 않았는지 이제야 명확히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1편에서 이 소재로 뽑아낼 수 있는 재미의 최대치가 다 완성되었고 그 후로는 차별화 혹은 새로운 걸 시도한답시고 이거 저거 다 시도해봐도 1편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밖에 나올 수 없었던 겁니다. 당장 1편을 만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조차 2편에서 그런 한계를 보여주고 말았으니까요.

 

쥬라기-공원

 

그런데 쥬라기 공원 3편이 처참하게 망하고 무려 14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나온 ‘쥬라기 월드’가 어마어마한 대히트를 기록하며 이 시리즈를 화려하게 부활시켰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성공에 취해 거대한 착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시리즈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쥬라기 공원 1편이 나온지 20년 이상이 지나고 이제서야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나 어벤져스같은 대형 상업 프랜차이즈로 꽃피게 될 거라고.

 

다 착각이었죠. 그런데 확실히 쥬라기 월드가 사람들의 착각 속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아닙니다. 성공을 거둘만한 확실한 요인이 쥬라기 월드 1편에 있었습니다. 고갈된 광산에서 찾아낸 마지막 보석이었던 거죠.

 

그것은 바로 ‘실제 쥬라기 공원이 개장을 했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의 충족입니다. 쥬라기 공원 1편 이후로는 속편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맥스치로 끌어올릴 만한 내용은 딱 이거 하나였습니다. 이 내용으로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게 ‘마지막 불꽃’이었던 셈이에요.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는, 완전히 고갈되어버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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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또 한 가지의 큰 호기심이 남아 있었죠. 만약 공룡이 제한된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자연과 문명사회에 공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스필버그가 만든 쥬라기 공원 2편 ‘잃어버린 세계’의 최후반부에 티렉스가 문명 사회에 나타나는 소동이 등장합니다. ‘잃어버린 세계’에서는 마지막에 짧게 등장하는 내용이었지만 이걸 영화 한 편 분량 꽉 채워서 만들면 엄청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당시 이 영화를 보며 가진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당장 저부터 그랬고요.

 

그래서 제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을 본 이후에 이번에 나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던 것입니다. 사실 이 기대감은 1997년에 ‘잃어버린 세계’을 본 이후부터 가지게 된, 2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해온 기대감입니다. 쥬라기 공원 3부작이 1편 이후 계속 꺾여 나갔다고 했지만 그래도 전 2편까지는 엄청 재미있게 봤고, 그 엄청 재미있게 본 2편에서 이어지는 자그마치 20년 이상 세월의 기대치를 이번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품게 되었던 거예요.

 

오웬-크리스-프랫

 

그런데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극장에 앉아 보고 있는 동안, 실망도 실망이지만 뭐랄까, 어떤 현자 같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 시리즈는 진작부터 고갈되었고, 어쩌면 나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그냥 막연하게 문명사회에 공룡들이 나타난 상황을 그려내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게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극장에서 볼만한)대단한 볼거리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죠.

 

그런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이런 내용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방향성과는 조금은 다른 영화가 나왔습니다. 사실 그들이 먼저 알고 있었던 거예요. 공룡들을 도심이나 문명 세계에 풀어서 소동 일으켜봤자 제작비만 많이 들고 별로 대단한 볼거리도 안 나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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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런 유사한 방향성으로 최대치의 스펙터클(볼거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워너와 레전더리 픽처스의 고질라 시리즈(몬스터버스 시리즈)죠. 그런데 이 고질라 시리즈의 흥행 성적을 봅시다. 기껏해야 월드와이드 5억 불 정도 찍고 있는 수준입니다.(이 정도도 나름 성공이기에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는 있습니다.) 대단한 스펙터클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다지 폭넓은 관객층에는 어필이 안 되는 겁니다.

 

쥬라기 공원 1편은 극장에서 체험하는 시각적 충격의 대명사 격인 영화였는데, 지금 시대에는 어떤 대단한 영화감독이라도 관객에게 그 정도의 충격을 안겨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2022년 연말에 나올 ‘아바타2’가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만, 이것도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어차피 사람들이 기대하고 예상하는 방향으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 이것저것 다양한 요소들을 긁어모아 고갈된 소재 위에 그럭저럭 풍성하게 보이는 한 상을 차려서 내놓기는 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도 좋은 해답은 전혀 아닙니다.

 

기가노토사우루스

 

여러 편을 이어온 시리즈의 최종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작품도 기존 시리즈, 특히 가장 성공했고 유명한 쥬라기 공원 1편을 예우하고 오마주하는 요소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1편의 주역 3인방이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역들과 동등하게 주연급으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1편의 팬이라면 기뻐할만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이런 건, 그냥 기본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절대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별의 별 희한한 걸 다 끌어다 옵니다.

 

한 마디로 짬뽕 같은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랩터 조련사였던 오웬과 공원 경연자였던 클레어는 완전히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나올 것 같은 첩보 액션 주인공이 되어서 엄청난 액션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공룡 암거래 시장에서 펼쳐지는 이 액션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들입니다. 공룡 영화가 아니라 그냥 ‘본 얼티메이텀’ 같은 영화를 보는 재미인 거죠.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닮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이드에서 쥬라기 공원 1편의 주역 3인방은 또 뜬금없이 인디아나 존스를 찍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쥬라기 공원이 아니라 스필버그 오마주를 하는 의도였던 걸까요? 그런데 그냥 비슷한 장면과 상황을 연출하는 거면 됐지 인디아나 존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배우인 샘 닐이 왜 ‘인디아나 존스 호소인’이 되어서 이상한 코스프레 쇼 같은 걸 보여주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쥬라기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가 모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니 2023년에 나올 인디아나 존스의 신작을 홍보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겠네요.

 

인디아나-존스-호소인

 

아무튼 보다 보면 어이없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계속 나와요. 이것저것 요란하고 풍성하게 참 많이도 차려놓은 한 상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공룡들의 활약도 부족함 없이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공룡들의 활약? 한 마디로 과유불급입니다. 등장하는 공룡들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이 공룡들이 너도나도 임팩트 있는 씬스틸러 역할을 하겠다고 미쳐 날뛰는데, 이게 전형적인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면서 갈수록 밋밋하고 별 느낌이 없어집니다. 비교적 앞에 등장하는 공룡 암거래 시장 장면에 나온 ‘아트로키랍토르’(영화에 이름이 언급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기억을 못 할 겁니다. 저도 나무위키 검색해보고 적었습니다.)가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도 그냥 ‘벨로시랩터 호소인’ 정도라서(피지컬은 더 강해 보이긴 하지만) 뭐 엄청 대단한 임팩트를 남긴 것은 아닙니다.

 

그다음 케찰코아틀루스라는 거대 익룡이 나와서 비행기를 찢어버리거나, 피로랍토르라는 거대 닭같이 생긴 애가 수중 액션도 보여주고, 길쭉한 삼지창 발톱의 위력을 보여준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이 영화의 최종 보스 격인 기가노토사우루스까지. 하여간 공룡들이 무진장 나오고 각각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주긴 해요. 그리고 거대 사이즈의 메뚜기떼도 등장합니다.(백악기 시대 사이즈의 곤충을 등장시킨 건 나름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영화는 이 아이디어를 좀 이상한-재미없는-방향으로 활용합니다.)

 

본-얼티메이텀-판박이

 

그런데 이런 무지막지한 공룡들의 활약이 점점 무덤덤해지고 밋밋해지고 마지막 티렉스와 기가노토사우루스의 싸움은 하품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들 다 탈출하고 그 뒤 공룡들 싸움 따위 어찌 되든 상관도 없는데 꾸역꾸역 어거지 상황으로 티렉스의 최종 승리를 보여주고(두 번이나 처발려서 체면 다 구긴 다음 어거지로 이기게 만들어 준 정말 볼품없는 승리였습니다) 마무리를 짓는 건 그냥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이런 장면들이 과유불급이기도 하고, 장면들이 이어지는 리듬감도 나쁩니다. 콜린 트레보로우가 실력이 나쁜 감독이 아닌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통제력을 잃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주인공을 두 부류로 나눠서 더블 사이드로 진행되는 내용이라 애초에 난이도가 너무 높기는 했을 거예요. 콜린 트레보로우가 이 정도로 난이도 높은 작업을 제대로 해낼 역량이 안된다는 게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통해 증명되고 말았네요.

 

정말 답이 없는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진작부터 뽑아낼 수 있는 재미는 다 고갈되었던 시리즈라서 이 이상 더 나은 결과물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현재 상태에서 쳐낼 부분을 쳐내고 상영시간을 줄여서 리듬감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게 개선하는 정도가 최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쥬라기-월드-도미니언-캐릭터들

 

아니면... 딱 하나 생각나는 방향이 있긴 한데요.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기. 가장 성공적이고 재미있었던 1편의 재미를 한 번 더 재탕하는 정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해요. 티렉스의 위용과 벨로시랩터의 살벌함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요. 특히 벨로시렙터를 1편보다 훨씬 무서운, 거의 공포 영화 수준의 서스펜스 연출로 그려낸다면 이 시리즈에서 그나마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는 ‘블루’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벨로시랩터가 무슨 절반쯤 애완동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려서 다시 이 녀석을 공포의 화신으로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쥬라기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넘사벽 원톱의 압도적 임팩트를 보여준 것이 벨로시랩터인데, 이런 시리즈의 아이콘 격인 녀석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애완동물화 해버린 것이 이 시리즈의 재미가 빠르게 고갈되버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건졌다고 할만한 건 엄청난 미녀로 잘 자라고 있는 2006년생 배우 이사벨라 써먼(메이지 록우드 역)입니다. 전편을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게 자라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 영화 이후로 할리우드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차세대 유망주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현재까지 필모가 쥬라기 월드 두 작품뿐인데 다른 작품에 출연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네요.

 

이사벨라-써먼

 

그 외에는 그다지 기억에 남은 것이 없는, 큰 실망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기대했던 작품이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영화팬들이 가장 겪고 싶지 않지만 너무 자주 겪게 되는 대단히 마음 아픈 경험입니다. 물론 너무 많이 겪다 보니 충분히 익숙해져서 이제는 별로 타격도 없지만요. 좋은 영화는 만들기 어렵고, 기대작은 만족보다는 실망을 더 많이 안겨줍니다. 그래도 새로운 기대작은 꾸준히 나오고 그런 기대작을 기다리는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것이 영화광의 삶이자 운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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