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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이슈와 기획

일본 걸그룹 XG의 한국 활동 – 케이팝 산업의 핵심은 음악방송?

by 대서즐라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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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걸그룹 XG가 한국 음악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과거에 외국 가수가 이벤트성으로 한국 음악방송에 단발 출연했던 케이스와는 다르게, 보통의 한국 아이돌 가수처럼 음악방송을 돌면서 이른바 ‘음방 활동’을 한 것입니다. 몇 주간 국내에서 꽤 이슈가 되었고 덕분에 제가 예전에 쓴 XG 관련 포스팅에 검색 유입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확실히 XG의 음악방송 출연은 한국과 일본 엔터 산업을 아울러 큰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XG-엠카운트다운-출연

 

저는 일단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인지 그 내막부터가 궁금합니다. 한국 음악방송에 외국 가수가 출연하지 말란 법은 없고 실제로 과거에 단발성 출연은 많이 있었습니다만 XG가 최초로 이벤트성 단발 출연이 아닌 레귤러 활동으로 한국 음악방송을 돌아버린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사실 처음부터 가능, 불가능의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였을 뿐. 음악방송에 출연할 가수의 자격이나 조건에 특별히 정해진 기준은 없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출연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한국에 활동하는 가수 중 아이돌이라는 카테고리에만 국한해도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중에는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아이돌도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출연의 허들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엄청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업계에서 알려진 회사 소속의 아이돌이라면 대부분 무리 없이 음악방송에 출연할 수 있죠.

 

사실 음악방송 출연은 일종의 프로모션 활동 같은 거라서 오히려 출연자 쪽에 비용 부담이 많이 생기는 활동입니다. 즉, 회사로서 수익 활동이 아니라는 거죠.

 

요는 회사가 우리 가수를 알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비용 투자를 할 생각이 있다면 음악방송 출연은 결국 성사가 되는 겁니다. XG의 경우는 일본의 대형 회사인 에이벡스에서 투자를 해서 만든 그룹이죠. 음악방송 출연 비용이 부담이 될 만큼 열악한 배경의 팀은 결코 아닙니다.

 

일본-회사-에이벡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조건의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 XG가 정확히 어떤 레이블 구조로 활동하고 있는지 여기저기 정보가 명확하지 않고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최근 유튜버 인지웅의 영상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니까 아예 이 그룹을 담당하는 ‘재이콥스’라는 한국 법인이 존재하는 것 같더군요. 재이콥스는 XG를 만든 프로듀서의 이름이기도 하고(한국과 일본 혼혈인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이 사람이 자기 활동명과 동일한 법인까지 설립을 한 것입니다.

 

재이콥스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동해온 프로듀서이기에 한국 엔터 업계에도 인맥이 꽤 있을 테고 XG의 음악방송 활동이 성사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뭔가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고 일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삼스러운 얘기긴 하지만 XG라는 그룹의 정체성과 한국 활동의 형태를 명확히 규정 내리는 것은 현재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포스팅 제목에 ‘일본 걸그룹 XG의 한국 활동’이라고 썼지만 사실 일본 걸그룹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면이 있어요. 지금까지 노래는 전부 영어로 발표했고 일본 방송 무대는 한 번도 서지 않았으면서 한국 음악방송에만 출연했다는 점 등. 우리가 평범하게 ‘일본 걸그룹’이라고 인식하는 아이돌 그룹과는 너무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 그룹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너무 난감합니다.

 

일본 신인 걸그룹 XG – 도대체 정체가 뭐니? (YG? 영어 가사? 한국 진출?)

 

일본 신인 걸그룹 XG – 도대체 정체가 뭐니? (YG? 영어 가사? 한국 진출?)

2022년 3월 18일에 일본의 신인 걸그룹 XG가 데뷔했습니다. 네, 한국이 아니라 일본 걸그룹 소식입니다. 블로그에 주제가 제한된 것은 없기 때문에 일본 걸그룹에 관한 포스팅을 쓰지 못할 것도 없

dszl.tistory.com

 

만약에 노래마저 영어 가사가 아니라 한국어 가사 곡이었다면 그냥 한국 걸그룹이구나, 라고 받아들여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앞으로 한국어 곡을 발표하고 활동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그룹에 투자한 메인 회사는 일본의 대형 엔터 회사인 에이벡스고, 프로듀서인 재이콥스도 한일 혼혈이긴 하지만 현재 국적은 일본입니다. 그리고 XG의 멤버 일곱 명은 전원 일본인이고요.

 

XG-7인조-걸그룹

 

즉, XG의 한국 음악방송 출연은 일본 엔터 기업의 한국 진출이라고 봐야 합니다. 기존에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한국 진출이죠.

 

엄밀히 말하면 한국 진출임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이기도 합니다. 아이돌 산업에서 한국이란 일본 입장에서는 그저 외국의 한 국가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세계’거든요. 세계적인 명성의 케이팝 아이돌이 신곡을 내고 주 활동을 하는 무대가 한국 음악방송이니까요. 정확히는 한국 음악방송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 음악방송의 위상도 글로벌하게 올라간 것입니다.

 

사실 음악방송이야 말로 케이팝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 축구 선수가 되었다면 경기를 뛸 프로 리그가 있어야 하고, 요리사가 되었다면 요리를 할 식당의 주방이 있어야 하듯이, 아이돌 가수가 되었다면 아이돌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아이돌 가수의 활동 무대로서 최적화된 시스템의 음악방송이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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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나라에도 음악방송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이란 것도 결국 수많은 음악 장르 중에서 하나일 뿐이고 당장 옆 나라 일본만 봐도 음악방송에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출연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방송은 출연진 대부분이 아이돌입니다.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라 매우 특수한 상황인 거죠.

 

케이팝이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되면서 케이팝을 벤치마킹하는 가수들이 일본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들이 케이팝의 트레이닝 시스템이나 퍼포먼스 스타일을 흉내 낼 수 있을지언정 한국의 음악방송 시스템을 따라 하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애초에 음악방송을 만드는 주체는 연예 기획사가 아니라 방송사이고, 규모와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이 이런 기형적인 형태의 혁신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애초에 케이팝 아이돌 산업과 음악방송 시스템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오며 지금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거라서 일종의 굉장히 유기적인 ‘생태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가져와서 따라 하고 접목시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인 거예요.

 

XG-MPD-직캠

 

이걸 따라 할 수 없다면 그냥 이 생태계로 들어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죠.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XG가 처음으로 시도했고, 물론 이면에 어떤 노력과 과정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음방 직캠 영상도 올라오는 일본인 걸그룹 멤버들을 우리는 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XG 이후가 궁금해집니다. XG의 한국 음악방송 출연은 일종의 ‘문호 개방’ 같은 이벤트가 되어버려서 앞으로 일본의 다른 아이돌 가수들이나 일본 외 다른 국가의 가수들도 한국 음악방송 활동을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일단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건 니쥬나 JO1처럼 한국 회사가 만든 일본 아이돌 가수들이죠. 이런 현지화 아이돌이 이미 많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여러 팀이 제작될 예정이라서 나중이 이들이 모두 한국 음악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음악방송 출연진의 절반이 일본인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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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그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아요. 애초에 XG가 활동하는 형태도 니쥬나 JO1 처럼 일본어 곡으로 일본 현지 가수의 형태로 활동하는 것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XG의 활동 형태를 다른 일본 아이돌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나중에 일본 아이돌이 우르르 한국 음악방송에 출연을 시도하게 되면 각 방송국들이 자체적인 출연 자격 규정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외국 가수의 이벤트성 출연이 아니라 한국 음악계에 레귤러 활동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조건을 갖추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XG 같이 애매하게 영어곡 내고 활동하는 걸로 퉁치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한국어 앨범을 내고 한국에 데뷔를 해야 한다든지 어느 정도 한국어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지금은 뭔 쓸데없는 소린가 싶겠지만 정말 이런 음악방송 활동 규정이 필요한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저는 음악방송이 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핵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포스팅의 제목에도 썼고요. 프로 축구 선수가 뛸 수 있는 ‘프로 리그’에까지 비유했으니 핵심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아이돌 산업의 필수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XG도 명확히 이런 관점을 가지고 한국 음악방송 출연이라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 거라고 할 수 있겠죠.

 

XG-MBC-음악중심-출연

 

그런데 한국의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분명 어떤 식으로든 효과는 있을 테지만 무조건 성공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 소수의 그룹만이 정상급 아이돌로 올라갑니다. 음악방송이 핵심이라고 해도 결국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얽힌 케이팝 산업 생태계의 한 요소일 뿐이고 외국 가수가 이 생태계에 완전히 동화되어 한국의 아이돌과 같은 성공을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XG가 한국 음악방송에 출연한 이후로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 건 맞지만 실제로 이 그룹이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요즘은 음원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등의 수치들도 명확한 인기와 성공의 지표로 보기에는 계속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서 이런 판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XG가 지금까지 두 곡을 발표했는데 퀄리티는 나름 좋은 편이지만 곡 스타일이 은근히 난해하고 비주얼이라든가 퍼포먼스에서 특출 나게 눈에 띄는 부분은 적어서 글로벌 케이팝 수요층에 어느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낼지 예상이 안되네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얼떨떨한 상황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일본 현지화 아이돌을 활발하게 제작하는 추세도 그렇고 XG가 한국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까지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산업이 앞으로 더욱 밀착하게 연계되면서 다양한 새로운 국면들이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XG나 니쥬는 일종의 과도기 형태의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케이팝 산업의 생태계는 계속 커지고 변화하게 될 거예요. 더 많은 자본과 더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거대해지겠지만 중요한 건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케이팝 산업의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올바르게 유지를 하는 것이겠죠. 혼란스러운 과도기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 엔터 산업의 주체들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여러 새로운 시도와 프로젝트를 잘 추진해나가서 케이팝 산업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이끌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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