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원작영화 리뷰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영화 ‘레지던트 이블’이 굉장한 걸작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레지던트 이블만큼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도 달리 없습니다. 좀 안타까운 현실이죠. 레지던트 이블은 분명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지만 구름 위에 떠 있는 넘사벽의 걸작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어떤 게임의 영화화 작품도 레지던트 이블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일까요. 뭔가 저주에라도 걸린 것일까요.
게임을 영화화 하는 작업은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화 하는 작업과는 많이 다릅니다. 만화와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용입니다. 스토리가 곧 작품의 정체성인 셈이죠. 이건 영화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게임은 다릅니다. 애초에 내용(플롯)이 없는 게임도 많고 유저도 내용 따위 신경 안 쓰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의 감각적 체험입니다. 그 체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계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 즉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죠.
레지던트 이블은 가장 성공한 좀비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인 ‘바이오 하자드’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시리즈가 6편까지 나올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영화가 장기 시리즈화 되면 내용이 산으로 가고 퀄리티가 점점 안습이 되는데 이 시리즈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그래도 계속 흥행은 했는데 메이저 상업영화급 퀄리티의 좀비 영화가 애초에 드문데다가 밀라 요보비치 라는 네임밸류 탄탄한 여배우가 프렌차이즈 여전사로서 시리즈의 상업적 가치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흥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은 원래 게임 제목인 ‘바이오 하자드’를 상표권 문제로 해외시장에서 쓸 수가 없어서(같은 이름의 밴드가 이미 북미에서 상표권 등록을 해버렸다고 합니다) 해외 발매용으로 바꾼 제목입니다. 그런데 이미 일본에서는 바이오 하자드란 제목으로 발매를 해버렸기에 같은 게임이 두 가지 제목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게임은 ‘바이오 하자드’,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로 제목을 구분 지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오 하자드는 매우 유명하고 또 중요한 게임입니다. 지금은 ‘좀비’라는 소재가 대중들에게도 매우 친숙합니다. ‘부산행’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좀비 영화도 나왔고 대중문화와 서브컬쳐 전반에 상당히 메이저한 소재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죠. 하지만 바이오 하자드 1편이 나왔던 1996년 당시만 하더라도 좀비는 매우 마니악한 소재였습니다.
좀비를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의 영역에 끌어온 인물은 지금은 작고한 영화감독 조지 로메로 입니다. 그는 1968년에 좀비 소재의 혁명적인 공포 영화 ‘살아난 시체들의 밤’을 만들었고 10년 뒤인 1978년에는 속편인 ‘시체들의 새벽’을 만들어 공포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사실 좀비 라는 명칭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시체들의 새벽’부터인데 이 영화가 해외 배급을 하면서 제목을 ‘좀비’로 바꾸고 개봉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호러 거장 감독 루시오 풀치가 이 영화의 아류작을 만들면서 제목을 ‘좀비2’로 붙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아무튼 시체들의 새벽 이후로 비슷한 좀비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마니아들은 열광했지만 대중적으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당시 공포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이었던 장르는 슬래셔 입니다. 지금은 컨저링의 히트 이후 헌티드 하우스나 오컬트 장르가 유행 하고 있지만 슬래셔도 여전히 스테디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974년에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나왔고 시체들의 새벽이 나왔던 1978년에는 존 카펜터의 ‘할로윈’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슬래셔 라는 장르를 정립시킨 명작입니다. 그리고 1980년에 나온 ‘13일의 금요일’이 대히트를 치면서 슬래셔가 호러 영화계의 완전한 대세 장르로 우뚝 서게 되죠.
좀비 영화도 꾸준히 나왔지만 할로윈이나 13일의 금요일 처럼 대중적인 히트는 치지 못합니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좀비 영화라면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1981)와 스튜어트 고든의 ‘리애니메이터’(1985), 그리고 조지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 중 3편인 ‘시체들의 낮’(1985)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후 ‘바탈리언’(1989)과 피터 잭슨이 만든 ‘데드 얼라이브’(1992)까지 이어지는 흐름이죠.
이 영화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호러 영화 명작들입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들 부터가 쟁쟁하잖아요. 샘 레이미와 피터 잭슨은 말하면 입 아플 최고의 감독들이고 스튜어트 고든은 8~90년대를 풍미한 호러영화 계의 거장 감독이죠. 이 영화들 모두 엄청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이 개성이 넘칩니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가 일종의 ‘표준’이긴 하지만 이 감독들 누구도 표준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좀비들 설정이 다들 제각각이고 연출 스타일도 다르죠. 요즘은 너무 많은 좀비 영화가 나와서 식상하다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도 이 시대의 좀비 영화를 보면 오히려 참신하다고 느낄 거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지만 말했듯이 이 시대의 좀비 영화들이 ‘13일의 금요일’과 같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원래 호러 자체가 호불호가 심한 장르이고 좀비 소재는 고어와 스플래터 성향이 강하니 아무래도 거북하게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죠. 특히 이 시절 좀비 영화들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그야말로 피가 쏟아지고 살점이 갈려 나가는 장면들이 넘쳐나는 영화들입니다. 마니아들은 열광해도 대중들은...
좀비 영화에서 이런 경향이 고착화되면서 대중적인 장르로 올라설 기회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90년대 중반 즈음에 이르러서는 좀비 영화는 완전히 마이너한 B급 장르로 전락해 버렸죠.
그런데 뜻밖의 돌파구가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게임입니다. ‘바이오 하자드’와 ‘하우스 오브 데드’. 둘 다 1996년에 나온 게임입니다.
바이오 하자드는 콘솔 게임으로, 하우스 오브 데드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으로, 서로 다른 영역에서 대히트를 터트립니다. 90년대는 게임 산업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인데 히트한 게임들은 대중문화와 서브컬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성공한 게임들이 영화나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까지 파생되어 제작되었죠.
꼭 특정 게임의 미디어믹스가 아니라도 게임에서 발생한 아이디어나 설정, 관점들이 대중문화 창작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바이오 하자드와 하우스 오브 데드는 좀비가 등장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총이나 여타의 무기를 들고 게임에서 좀비와 싸워야만 하죠.
이 두 게임의 영향으로 좀비에 대한 관점이 미묘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물론 기존에도 영화에 나오는 좀비는 인간을 습격하고, 인간 역시 죽지 않기 위해 좀비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이런 좀비와 인간의 대결 구도에서 기존 좀비 영화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말했듯이 개성적인 작품이 많았고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제각각의 방식으로 연출되었죠.
바이오 하자드와 하우스 오브 데드는 좀비 영화가 상업영화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해줍니다. 그것은 바로 좀비와의 대결에서 추구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오락성입니다. 애초에 게임이라는 매체의 궁극적인 목표가 그것이고, 영화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오락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해준 것이죠.
이런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에 좀비 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 세 편의 영화가 나오게 됩니다. 바로 ‘레지던트 이블’(2002)과 ‘28일 후’(2002), 그리고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2004)입니다. 세 영화 모두 기존의 좀비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릴과 오락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바야흐로 좀비 영화가 대중적인 장르로 거듭나게 되는 포문이 열리게 된 것이죠.
이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 바로 레지던트 이블입니다.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영화화한 작품이고 앞에서 설명한 대로 ‘레지던트 이블’은 이 게임의 해외 발매명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게임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입니다. 게임 자체를 영화화한 작품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막상 영화의 내용은 게임과 무관한 오리지널로 전개됩니다. 앞에서 게임의 영화화는 만화나 소설과는 달리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언급을 했었는데요. 하지만 게임 중에서도 유저의 감각적인 체험 뿐 아니라 스토리도 탄탄하게 갖춘 게임이 있고 바이오 하자드도 그런 게임에 속합니다. 바이오 하자드는 단순히 좀비와 싸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물의 성격도 있는 게임이라서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매우 탄탄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냥 이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 나왔을 겁니다. 실제로 현재 제작 중인 레지던트 이블의 리부트 작품은 게임의 내용을 영화로 만드는 방향으로 제작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2002년 작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 내용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택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원작 게임의 스토리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의아합니다. 내용이 바뀌면서 아예 작품의 장르까지 달라졌습니다. 게임 바이오 하자드가 미스터리 호러 서바이벌 장르라면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액션에 중점을 둔 탈출극이 되었죠. 아마 이런 장르 문제 때문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러 보다는 액션 장르가 흥행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겠죠.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인 폴 W.S. 앤더슨이 ‘이벤트 호라이즌’이라는 상당히 뛰어난 호러 영화를 만든 적이 있기 때문에 레지던트 이블도 원작 게임처럼 미스터리 호러물로 만들어도 괜찮은 작품으로 나왔을 거 같습니다. 이벤트 호라이즌도 사실 호러 게임 같은 영화거든요. 실제로 ‘데드 스페이스’ 같은 우주 배경의 호러 게임들에 상당히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이지만 게임과 완전히 무관한 건 아닙니다. 완전히 무관하다면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닌 거겠죠. 영화는 중요한 설정 몇 가지를 게임에서 가져왔습니다. 바로 ‘엄브렐라’와 ‘T-바이러스’입니다. T-바이러스는 좀비 사태의 원흉이 된 바이러스이고 엄브렐라는 그 바이러스를 개발한 초거대 다국적 기업입니다. 그리고 이 초거대 기업의 연구소가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저택의 지하에 지어져 있다는 것도 게임과 영화가 동일한 설정입니다. 또한 스토리의 주요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 그 이름도 유명한 ‘라쿤 시티’ 또한 영화에 동일하게 등장합니다.
결국은 게임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은 그대로 가져온 셈입니다. 게임이 1편에서 저택과 연구소를 배경으로 하고 2편에서 라쿤시티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영화가 그대로 따라하고요. 그 외 게임의 몇몇 캐릭터나 몬스터들도 영화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에서 가져온 매력적인 요소들에 더해, 영화판의 오리지널 요소가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추게 됩니다. 핵심 중에 핵심은 역시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주인공 ‘앨리스’ 입니다. 밀라 요보비치는 매우 매력적이고 재능 있는 여배우이고 앨리스는 그녀의 인생 캐릭터입니다. 솔직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나름 인기가 있고 흥행도 했지만 A급 상업영화로 평가받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다른 블록버스터 급 영화들과 비교해서 제작비가 저렴한 편이고 출연 배우들의 무게감도 떨어지는 데다 평론가들의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밀라 요보비치 라는 유명한 여배우가 이 시리즈의 중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으니 이로 인해 영화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흥행을 이어가며 앨리스는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영화 속 프렌차이즈 여전사 캐릭터로 거듭나게 됩니다. 앨리스는 정말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일단 밀라 요보비치의 압도적인 미모! 그녀의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은 어떤 여배우도 따라할 수 없는 강렬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완성시킵니다. 거기에 174센티의 큰 키에 늘씬하고 탄탄한 모델 체형은 그녀를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인 액션 여배우로 만들어 준 최강의 무기입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액션 대작들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액션씬의 완성도가 여느 블록버스터 급 액션 영화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 연기가 화려하게 눈을 사로잡는 것도 있고, 감독이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액션 연출도 종종 선보이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레드퀸의 복도 레이저 트랩 장면입니다. 좀비 영화인데도 정작 좀비와 싸우는 장면이 아니라 엄브렐라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레드 퀸의 트랩을 공략하는 장면이 가장 유명해졌습니다. 그 만큼 압도적인 스릴을 선사하는 완성도 높은 장면이기 때문이죠.
게임과 무관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되지만 게임에 등장했던 요소들도 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질 발렌타인, 클레어 레드필드, 크리스 레드필드, 알버트 웨스커 등 게임의 주요 캐릭터들이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특히 2편에 등장한 질 발렌타인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죠. 그야말로 완벽하게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 하고 나왔는데 배우인 시에나 길로리의 외모 싱크로도 높아서 원작 게임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바이오 하자드가 좀비 게임이지만 게임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어야 하고 바이오 하자드의 보스 몬스터는 평범한 좀비와는 다른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괴물입니다. 이 보스 몬스터도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서 1편에는 헌터, 2편에서 네메시스가 보스 몬스터로 등장합니다.
레지던트 이블이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택했음에도 원작 팬이나 심지어 원작 게임의 제작사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이렇게 나름대로 원작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원작에 매몰되지 않고 ‘앨리스 사가’라는 독자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프렌차이즈를 완성시켰고요. 물론 단점도 많은 시리즈입니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대단한 걸작은 절대 아니고 명작이라 하기도 조금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단 1편만은 확실히 좀비 액션 영화의 명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캐릭터와 액션이 괜찮은 것이지 스토리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연성도 나쁘고 황당무계한 전개가 많은 편이죠. 가장 아쉬운 것은 3편에서 난데없이 세상이 망한 상태로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건 제작사에서 너무 편한 전개를 선택해버린 거예요. 물론 레지던트 이블이 본격적으로 장기 프렌차이즈화 된 건 4편에서 1편의 감독이었던 폴 W.S. 앤더슨 감독이 복귀한 시점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2편이나 3편을 만드는 시점에서는 이 시리즈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할 수 없으니 그때 그때 안전하고 편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거죠. 더군다나 저예산 작품이니까요.
문제는 3편에서 이런 선택을 해버리니 이후 후속 시리즈가 갈수록 내용이 산으로 가버린다는 겁니다. 솔직히 3편 이후로는 내용이 아무 의미 없는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그저 밀라 요보비치의 현란하고 섹시한 액션을 구경하는 게 전부인 시리즈가 되어 버린 거죠. 그럼에도 꾸역꾸역 흥행을 했던 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하긴 이 영화가 A급 블록버스터는 아니라도 좀비를 상대로 이 정도 대규모 액션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가 달리 없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시리즈의 최종편은 꽤 인상깊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도대체 수습이 될 수가 없을 정도로 스토리가 산으로 갔는데, 이걸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꾸역꾸역 수습을 하고 상당히 괜찮게 결말을 내더라고요. 말 그대로 시리즈의 ‘유종의 미’를 정말 잘 찍은 것이죠. 훌륭한 결말로 ‘앨리스 사가’가 완결이 되며 영화 사상 최고의 프렌차이즈 여전사인 앨리스의 캐릭터성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작품성 있는 걸작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을 세운 A급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어중간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 이만큼 잘 만든 영화는 찾기 힘듭니다. 원작 게임에 대한 존중을 담아 게임의 매력적인 요소와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원작에 매몰되지 않은 영화만의 독자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해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최고는 아니라도 훌륭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서즐라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즐기는 라이프
트위터 @dszlife
'게임과 영화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과 영화 사이]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 (0) | 2021.10.07 |
---|---|
[게임과 영화사이] DOA (디.오.에이) (0) | 2021.07.13 |
[게임과 영화사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0) | 2021.07.08 |
[게임과 영화사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0) | 2021.06.22 |
[게임과 영화사이] 사일런트 힐 (0) | 2021.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