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 라인업이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의 쟁쟁한 거장 감독들의 신작들로 구성된 ‘경쟁 부문’의 라인업에는 한국 영화가 무려 두 편이나 포함되어 한국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2022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두 편의 한국 영화는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입니다.
‘브로커’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처음으로 한국 영화 연출에 도전하여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면 하마구치 류스케와 함께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양대 거장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래전부터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번 신작 ‘브로커’에서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등의 톱스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여 최고의 기대감을 형성했습니다.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22년 6월에 국내 극장에 개봉할 예정이며 그전에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됩니다.
‘헤어질 결심’은 역시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박찬욱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영화 신작으로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해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며, 역시 2022년 6월에 국내 극장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브로커와 마찬가지로 칸 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고요.
‘원더랜드’와 ‘헤어질 결심’, 탕웨이 본격 한국 활동 시작?
한국영화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으로 초청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건 코로나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제작이나 공개를 연기한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초청을 기대했던 영화들이 초청되지 못하기도 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드디어 오랜 코로나 시국을 뚫고 한국 영화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수상 가능성도 큽니다. 경쟁 부문에 출품된 두 영화의 감독들은 이미 칸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 실적이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 ‘어느 가족’으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박찬욱은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 ‘아가씨’로 벌칸상(류성희 미술감독)을 받았습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장담할 수 없지만 최소한 상 하나는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두 영화 모두 무관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죠.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욕심이 나는 것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미 2018년에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2000년대 이후에만 해도 미카엘 하네케, 켄 로치가 황금종려상을 두 번씩 받았으니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두 번째 수상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일본 영화로 한 번, 한국 영화로 한 번 받는다면 한일 양국 영화계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되겠죠.
박찬욱은 지금까지 칸영화제에서 많은 실적을 올렸지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은 못했습니다. 애초에 황금종려상 자체가 2019년에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받기 전까지는 한국 영화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상이었죠. 이번에 박찬욱이 봉준호에 이어 한국인 감독으로는 두 번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와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이 이번 칸 영화제에서 굵직한 수상을 이루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현재 코로나 시국의 영향으로 그야말로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굳이 칸 영화제 수상 버프 같은 게 필요 없을 정도로 원래부터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 중에서도 최고의 기대작들이긴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 굵직한 상을 받게 되면 흥행과 화제성에 더욱 날개가 달릴 것입니다. 극장 흥행작 가뭄이 극심한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기대작들이 최고의 성과를 올려줘야 합니다. 더군다나 6~8월까지의 극장가 성수기에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흐름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6월에 개봉할 선발주자들이 제대로 흥행이 터져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올여름은 한국 영화계에 정말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6월에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줘야 합니다.
이번 칸영화제에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 외에도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또 다른 한국 영화인 ‘헌트’도 초청되었습니다. ‘헌트’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제5공화국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 영화도 브로커, 헤어질 결심과 마찬가지로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몇 달 내로 한국 극장에 개봉할 것 같습니다.
한국 영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황금종려상에 도전하게 될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의 전체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HOLY SPIDER by Ali ABBASI
LES AMANDIERS by Valeria BRUNI TEDESCHI
CRIMES OF THE FUTURE (Les crimes du futur) by David CRONENBERG
TORI ET LOKITA (Tori and Lokita) by Jean-Pierre et Luc DARDENNE
STARS AT NOON by Claire Denis
FRÈRE ET SŒUR by Arnaud DESPLECHIN
CLOSE by Lukas DHONT
ARMAGEDDON TIME by James Gray
BROKER by KORE-EDA Hirokazu
NOSTALGIA by Mario MARTONE
RMN by Cristian MUNGIU
TRIANGLE OF SADNESS by Ruben ÖSTLUND
HAEOJIL GYEOLSIM (Decision to leave) by PARK Chan-Wook
SHOWING UP by Kelly REICHARDT
LEILA’S BROTHERS by Saeed ROUSTAEE
BOY FROM HEAVEN by Tarik SALEH
ZHENA CHAIKOVSKOGO (Tchaïkovski’s wife) by Kirill SEREBRENNIKOV
HI-HAN (Eo) by Jerzy SKOLIMOWSKI
이 라인업에서 최고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은 역시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박찬욱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쪼록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 모두 기대만큼 훌륭한 완성도로 나와서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영화계에 꼭 좋은 소식을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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